궁금해진 윤설은 걸어가서 자료를 들어 봤다. 예상 밖으로 원유희의 자료임을 확인하고 고중 졸업하고 외국에 나가 생활했던 것까지 포함하여 꼼꼼하게 봤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점점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임신, 출산, 세쌍둥이.윤설은 깜짝 놀랐다. 원유희가 애를 낳았다니. 이 자료가 가짜일 리는 없다, 병원의 영수증까지 다 같이 있었다.그 후 원유희가 귀국하고 세 아이가 피노키오 학교에 있다는 것까지 다 써있었다.‘원유희가 다른 남자애를 낳았다니! 신걸 씨도 의심해서 조사하라고 시킨 거구나.’조사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그러니까 그날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던 세쌍둥이가 원유희 애였어? 어쩐지 거슬린다고 생각했어. 신걸 씨가 이 자료를 보면 엄청 화내겠지?’원유희가 죽었으니 다행이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산지옥을 맛볼 텐데. 득의양양하게 원유희를 조롱하던 윤설은 마지막 페이지를 보자 얼굴에 띤 미소가 사라졌다.마지막 페이지에는 세쌍둥이의 프로필 사진이 붙어 있었다.미니 버전의 원유희, 그리고 미니 버전의……김신걸?“아!”윤설이 깜짝 놀라자 손에 있던 자료가 와르르 떨어졌다.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사무실에 들어온 비서는 테이블 앞에 서 있는 윤설을 보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뭐 도와드릴까요?”“아……아니에요. 신걸 씨가 없으니까 그냥 여기서 기다릴게요.”윤설은 애써 침착한 척을 했다. 비서는 이 말을 듣고 사무실에서 나갔고 문을 잘 닫아줬다.윤설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땅 위의 자료를 주워 다시 한번 뒤적였다. 엄청 당황하고 두려운 눈치였다.윤설은 세 쌍둥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이 아이들이 왜 신걸 씨를 닮았을까? 완전 똑같잖아!’윤설은 어떻게 해야 똑같을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부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다가 다리에 힘 빠져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어쩐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니. 어쩐지 원유희는 5층에 살아있었고 세쌍둥이는 6층에 살고
김신걸이 드래곤 그룹에 없는 모양을 보니 아마도 강구에 가서 시체조차 없는 원유희를 찾으러 간 게 분명했다.‘정말 신경을 엄청 쓰네.’원유희는 이미 죽었으니 윤설은 개의치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윤설은 김신걸이 원유희의 아이에 관심이 생길까 봐 너무나도 걱정되었다‘어쩐지 원유희는 자신이 애를 못 낳는다는 말을 들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니 이미 아이를 낳았구나.’‘근데 왜 저 세 아이를 내세우지 않고 숨기고 있는 거지?’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도 없었다. 김신걸이 그렇게 원유희를 싫어하고 있는데 원유희는 분명히 아이들까지 피해받을까 봐 숨겼을 것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설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원유희가 싫더라도 핏줄은 핏줄이었다. 자료는 이미 바뀌었지만 세쌍둥이는 빨리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윤설은 어서 그들을 제성에서 내쫓으려고 했다.더군다나 지금 원유희가 죽었으니 세쌍둥이의 정체가 밝혀지면 김신걸은 꼭 아이들을 데려갈 것이다. 하여 윤설은 김신걸이 세쌍둥이의 존재를 알고, 만나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 했다. 정말로 만나면 그들의 얼굴만 보면 굳이 유전자 검사 할 필요도 없었다. 원유희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의식은 또렷하지 않았고 곧 다시 잠이 들었다. 송욱은 그날 저녁에 바로 강구로 왔고 원유희에게 전신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는 송욱이 혼자 책임져서 했고 검사 결과는 다음 날에 다 나왔다.“여러 군데가 골절되고 내장이 아직 파열된 곳이 있었지만 다행히 치명적이진 않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바이털도 인젠 안정되어 몸조리만 잘하면 회복될 겁니다.”김신걸은 아직 잠들어있는 원유희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아직 몸이 약해서 오랫동안 깨어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근데 뭐 이틀 정도 더 있으면 괜찮아지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다 회복될 때까지 계속 여기에 있어.”“네.”핸드폰이 울리자 김신걸은 전화를 받았다.“알았어.”자료를 이미 사무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고 경호원에게 연락이 왔다.김신걸은 지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딱히 좋은 사람은 같지 않았다.윤설은 이모를 보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아이를 돌봐주는 이모죠? 전 원유희의 배다른 언니이자 김신걸의 약혼녀입니다. 얘기할 수 있을까요?”윤설은 말하면서 자기 집처럼 소파에 앉았다.이모는 윤설의 자기소개에 충격을 받았다. ‘그럼 아이들의 일이 들켰다는 얘긴가?’이모는 김신걸이 누구의 약혼자인지 잘 알고 있었고 윤설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 갑작스러운 나머지 어쩔 바를 몰랐다.‘사모님이랑 연락이 안 되니까 교장 선생님을 찾아야겠지?’이모는 먼저 윤설이 무엇을 말을 하려는지 지켜보려고 했다.“뭘 하시려는 거예요?”이모는 멀지 않은 곳에 걸어가서 물었다.방문은 조금 열려있었고 세쌍둥이는 그 틈새를 통해 밖을 내다보았는데 보자마자 윤설을 알아봤다.‘그 나쁜 여자!’“세 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세요. 제 말을 이해하시겠어요?”윤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모는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물었다.“왜죠?”“왜긴요, 원유희가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저희 가문이 망신당하게 되는 거잖아요.”“그렇다고 어떻게 아이를 버릴 수 있어요…….”윤설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그냥 도우미 주제에 뭔 자격으로 나랑 흥정하겠다는 거죠? 당신과 상의하는 게 아니라 명령하는 거라고요!”“저도 제가 그냥 시터라는 거 잘 알고 있는데요, 근데 사모님이 아이를 잘 돌보라고 얘기하셔서…….”이모도 감히 함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얘기? 지금 원유희도 다 죽은 마당에 걔가 뭘 얘기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방에서 엿듣고 있던 세쌍둥이는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사모님은 그저 출장 가신 거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돌아올 거예요.”“애들만 이런 얘기를 믿지 당신은 어른이나 돼서 그런 말을 믿어?”윤설은 방쪽을 힐끗 쳐다보곤 계속 조롱했다.“그럼 사실대로 얘기해주죠. 뭐. 원유희는 이미 죽었어, 헬리콥터를 타고 있었는데 헬리콥터가 추락했고 바다에 빠졌는데 시신조차 찾지 못했어요. 올
윤설은 세쌍둥이를 차라리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들이 믿지 않으면 윤설은 그들을 쫓아낼 수 없었다.윤설은 일어서서 오만함이 가득 찬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럼 천천히들 기다리든가, 과연 기다릴 수 있을지 한번 봅시다.”이 말만 하고 윤설은 나갔다. 윤설이 떠나자마자 세 아이는 얼른 이모랑 물었다.“엄마 찾으러 갈 거예요! 엄마는 꼭 괜찮을 거예요!”유담이는 입을 내밀며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이모를 봤다.“거짓말이죠! 나쁜 사람이잖아요 그 아둠마!”“엄마한테 전화해도 돼요?”이모는 다급하게 그들을 위로했다.“맞아,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그저 출장갔을 뿐이야. 저번에 엄마가 집에서 말 잘 들으라고 얘기했던 거 기억하지? 이제 엄마가 시간 나면 분명히 연락이 올 거야.”세쌍둥이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반신반의한 눈빛으로 이모를 바라보았다.“이모가 지금 저녁을 준비하러 가야 하니까 여기서 놀고 있어, 금방 다 돼.”이모는 세쌍둥이를 위로하고 주방으로 들어가 가만히 표원식에게 연락했다.“선생님, 세쌍둥이의 정체가 들켰어요.”“누구한테요?”“사모님의 이복 언니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집으로 쳐들어와 저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사모님의 사고도 얘기하는 바람에 제가 아이들을 달래긴 달랬지만 아이들이 계속 시무룩해 있어요. 사모님도 곁에 없고 아이들도 들켰는데 어떡하죠?”표원식은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라고 한 것 빼고 다른 얘기는 안 했어요?”“네, 집안 망신이라고 소문나면 안 된다고 했어요.”“김신걸을 속이려고 이러는 거겠죠. 걱정하지 마요, 윤설은 절대로 김신걸한테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알려주려고 생각했다면 오늘 찾아와서 떠나라고 하지 않았겠죠.”“근데 사모님 사고 난 일을 말하는 바람에 아이들도 의심하게 됐어요.”세쌍둥이는 평소에도 주견이 있고 사고력이 뛰어났기에 어른들이 변명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밤에 갈게요.”“그래요.”윤설이 차
특히 윤정이 알게 되면 김신걸과의 혼사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장난해? 난 반드시 신걸 씨의 아내가 되어야 해, 물론 나만 그런 자격이 있고.”사려져야 하는 건 세쌍둥이여야지 결혼은 아니었다.“왜 말을 안 해?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엄마 놀라게 하지 마!”윤설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일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너는 지금 제성의 국왕 김신걸의 부인으로 될 사람인데 누가 감히 너와 걸고 들겠어? 이름만 말해봐, 누가 감히 널 건들겠어?”“먼저 올라가서 잘게요.”윤설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어전원에 안 가? 요 이틀에 배란기인 걸로 기억하는데?”이 말을 듣자 안 그래도 복잡한 윤설은 기분이 더 착잡해졌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장미선은 어리둥절했다.‘김신걸이 강구로 간 거 아냐?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짧을 수가 있지? 자기 와이프를 집에 홀로 내버려 두고 원유희 일을 조사하러 가다니!”아무리 조사해봐도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었다.“아이……아이……”원유희에게 약을 바꿔주고 있는 송욱은 원유희의 잠꼬대를 듣게 되었다.원유희는 천천히 눈을 었고 의식이 아직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지는 못했다김신걸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물었다.“뭐라고?”원유희는 전처럼 의식이 흐릿하지 않았고 김신걸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이 바로 돌아왔다. 그러다 자신이 김신걸앞에서 아이 얘기를 꺼낸 것이 생각났다.“외상 후유증 같아 보입니다.”송욱이 말했다. 어쨌거나 원유희가 유산할 때 모습은 누구나 다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당사자인 원유희는 더 말할 것 없이 잘 기억하고 있었다.정신적인 상처는 겉으로보면 때론 괜찮은 것 같지만 사실 그 상처와 후유증은 평생 지속된다. 몸이 약해지거나 정신이 약해지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나타나게 된다.송욱은 원유희의 눈동자를 확인하더니 말을 꺼냈다.“어제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적당량의 유동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가서 병원이랑 얘기할게요.”이 말을 다 하고 송
“좋은 소식 있어.”원유희는 김신걸의 차가운 얼굴을 올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소식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너희 어머니……깨났어.”원유희는 흠칫했다. ‘엄마가 깨어났다고?’“진짜야? 정말이야? 언제 깨났어?”"엊그저께."원유희는 한시름을 놓았다.‘다행이다, 엄마가 깨났어.’어쩐지 김신걸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 원유희는 처음으로 김신걸의 입에서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신났어? 응?”김신걸은 손은 아직도 원유희의 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너무 오래 만진 탓에 목의 피부는 약간 붉어졌다.“부드럽네.”원유희는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엄마한테 전화해도 돼?”“안돼.”김신걸은 원유희를 놓아주고 몸을 일으켰다.“왜? 그냥 전화 한 통만 하려는 거야. 엄마가 깨어난 다음에 날 못 찾으면 분명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란 말이야.”원유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젠장!”김신걸은 원유희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다시 눕게 했다. 원유희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너는 내가 제성에 가둬뒀다고 하면 그만이지, 이상할 게 뭐 있어.”“그래도 평소에 연락은 계속 했단 말이야…….”“이제 다시 얘기하자.”“아니 근데…….”원유희가 입을 벌리자마자 김신걸의 강압적인 눈빛을 보았고 결국엔 하고 싶은 말을 다시 도로 삼켜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열리자 손에 먹을 것을 쥐고 있는 송욱이 보였다.원유희는 송욱처럼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지금 시중을 드는 것을 보자 김신걸과 자신의 신분 차이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어려서부터 김신걸과 같이 지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차이를 크게 느끼지도 인식하지도 못했다.송욱이 원유희에게 유동식을 떠먹여 주려고 하자 김신걸이 입을 열었다.“내려놔.”송욱은 흠칫했다가 눈치채고 바로 나갔다.김신걸은 침대옆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떠서 원유희에게 밥을 먹여줬다. 인내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말이다.원유희는 차라리 송욱이 낫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이 직접 밥을 떠먹여
“진짜야…….”여러 번 설명하다 보니 윤정은 조금씩 버거워졌다.원수정은 절대 믿지 않았다. 윤정의 표정만 보아도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어난 지 며칠이나 되었는데도 원유희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원수정은 점점 침대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의사가 퇴원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윤정이 옆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원수정은 벌써 떠났을 것이다.“화내지 마, 몸이 금방 좋아지려고 하는데 넌 지금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환자라고. 이제 유희가 돌아오면 깨어있는 당신 보고 엄청 좋아할 거야.”원수정은 그렇게 윤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윤정은 먼저 얼굴을 돌렸다.원수정은 앞으로 가 물었다.“윤정, 그냥 알려주면 안 돼? 유희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왜 나를 이렇게 조마조마하게 만들어? 계속 나랑 얘기 안 해주면 나 진짜 또 기절할 것 같아.”윤정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어려운 고민 끝에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 순간, 침대에 있던 원수정의 핸드폰이 울렸다.원수정은 순간 희색을 들어냈다. “유희인가? 유희겠다…….”핸드폰을 들어 낯선 번호인 것을 보았지만 원수정은 그래도 냉큼 받았다.“여보세요?”“엄마, 저예요, 유희.”“유희라고? 정말 유희가 맞아?”원수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윤정은 갑자기 멍해졌다.‘유희라고?’“네, 저예요. 미안해요, 엄마. 요 며칠 핸드폰이 고장 나서 연락 못 드렸어요. 지금 새 핸드폰으로 연락드린 거예요.”원유희는 원수정이 놀랄까 봐 차마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너도 참, 핸드폰이 고장 나면 다른 사람 폰으로 먼저 연락해주면 되잖아. 네 아빠는 계속 우물쭈물해서 난 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잖아.”원수정은 자기 쪽으로 걸어온 윤정을 화난 척하며 째려보았다.윤정은 옆에 서서 전화 속의 사람이 원유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무슨 상황이지? 누가 유희를 사칭하면서 전화 건 거지? 뭔 목적인 거야?’
김신걸의 눈빛은 점점 위험해졌다.“왜, 다른 사람한테 번호 줄려고?”“……아니, 우리 엄마 아빠가 모르잖아.”“알려주면 되지.”원유희는 더 이상 다른 요구를 말하지 않았다.김신걸은 온몸이 다 역린이어서 조금만 방심하면 건들이게 된다.전화를 마친 원유희는 침대 머리에 기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김신걸은 잠든 원유희를 보고 침대를 좀 올렸고 편안하게 자게 했다.아무래도 자신의 헬리콥터를 타고 사고가 난 것이니 김신걸은 그녀에게 잘해 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원유희가 깨어났을 때, 김신걸은 아직도 있었고 소파에서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김신걸이 언제 갈지 몰라서 원유희는 아이들에게 전화할 수도 없었다.문자를 보냈다가 이모가 알고 나서 전화를 걸었는데 옆에 김신걸도 있다면? 그런 상황은 상상만 해도 원유희는 엄청 긴장해졌다. 사실 원유희는 아직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만약에…… 만약에 이번에 정말로 사고로 죽게 됐다면, 세 아이는 엄마 없는 아이로 될 거야……’‘그렇게 되면 김신걸에게 보내면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겠지? 내가 낳은 아이라고 막 대하진 않겠지?’다행히 원유희는 살아남았다. 그때만 다시 상상하면 아직도 심장이 철렁했다.“뭐 필요해?”김신걸은 시선을 노트북에 고정하고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물었다.“……아니야. 그냥 물어보고 싶은데, 제성으로 안 돌아가도 돼? 엄청 바빠 보이는데. 윤설이 알아도 돼?”“어차피 다들 너 죽은 줄로 알아.”‘아 맞네, 나 지금 사망한 상태지.’김신걸이 어디로 가든지 윤설은 더 이상 그와 원유희가 같이 있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윤정은 저녁을 사러 밖에 나갈 때 원수정의 통화기록을 보고 다시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유희야?”“아빠, 저예요.”“정말 괜찮아? 어떻게 된 일이야? 혹시나 해서 네 엄마랑은 한 글자도 얘기하지 않았어.”“헬리콥터가 추락하기 전에 조종사가 저를 끌고 뛰어내렸어요. 죽지는 않았지만 지금 좀 다치어서 병원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