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정은 자기가 당한 것을 생각하며 자기가 의식이 돌아온 일을 얘기해주며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누구세요?”장미선은 번호를 보지도 않고 바로 받았다.“아이고, 그렇게 자주 연락하더니 왜 내 번호를 몰라?”원수정은 조롱하기 시작했다.놀란 장미선은 소파에서 펄쩍 뛰었다.“너……너 원수정이야? 너 깨어났어?”“그래, 너도 엄청 기쁘지? 네가 엄청 좋아할 것 같아서 바로 연락했어.”며칠 전까지만 해도 원수정은 원유희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아 이 일을 까먹고 있었다.화가 난 장미선은 거친 숨을 쉬고 있었고 눈엔 점점 독기로 가득 찼다.“정말 진드기처럼 떨어지지 않네.”“내 팔자가 그러는데, 나는 장수한다네? 너도 너무 질투하지는 마, 조심해. 그러다가 심장 터져 죽어버릴 수가 있어.”원수정은 기분이 엄청 좋았다.“그럼 먼저 끊을게, 윤정이 밥 사러 갔는데 곧 올 때가 되어서 말이야. 윤정이 내가 너랑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뭘 믿고 이렇게 득의양양한데? 네가 깨어났다고 원유희가 살아날 것 같아?”장미선도 질세라 갖은 수단으로 원수정을 자극했다.“무슨 소리야?”“뭔 소리냐고? 아직도 모르는가 보네. 원유희가 김신걸 헬리콥터에 탔다가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어. 윤정은 너한테 얘기할 담도 없겠지.”원수정은 의아하기 시작했다.‘추락사고? 그럼 나랑 통화한 사람은 또 누군데?”“너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머리가 어디 잘못된 거 아냐? 얼른 병원 가서 봐봐.”“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 믿기지 않으면 어디 전화라도 해봐 봐, 연락이 되는지.”“나 오후에 금방 우리 유희랑 통화했거든! 주제넘게 혼수 들지 마. 미친년…….”이 말을 한 후 원수정은 화가 나서 전화를 뚝 끊었다.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장미선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유희는 확실히 연락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무리 윤정에게 물어봐도 그는
윤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봐선 아직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윤정, 계속 이러다가 유희는 조만간에 김신걸때문에 죽을 거라고!”원수정은 지금 원유희가 김신걸이랑 엮이고 있다는 얘기만 들어도 심장이 철렁하고 불안했다.원수정은 김신걸이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고 굳게 믿었다.“근데 요즘 신걸이 많이 얌전해지긴 했어, 적어도 내 말을 듣긴 듣더라고.”윤정은 자신이 김영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번 일은 신걸 탓이 아니야. 사실 네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을 때 유희가 계속 곁에서 널 돌봤어. 네가 깨어나기 이틀 전에 사고 났는데 김신걸의 헬리콥터를 타고 돌아가다 그랬어.”“뭐? 유희가 강구에 왔다고? 유희가 날 돌봤다고?”원수정은 매우 놀랐다.“근데 김신걸은 유희를 제성에서 못 떠나게 했잖아? 아니야, 분명히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야. 당신이 김신걸을 몰라서 그런데, 걔가 얼마나 박정하고 무섭고 악랄한 사람인데. 자기 친할아버지조차 죽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김영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생각해봐 봐, 누구도 김영이 언제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어!”윤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럴 리가? 친할아버지인데?”“그러니까 내가 걔를 믿을 수 없다는 거야. 자기 가족까지 죽일 수 있는 사람인데 하물며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은? 김신걸은 이때까지 내가 걔 가정을 파괴해놓고 민이령이가 건물에서 추락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유희가 김 씨네 영감탱이 짓이라는 사실을 밝혔어. 김영도 현장에 있었는데 말리지 않았고. 진실을 알자마자 이틀도 안 돼서 그 영감탱이가 갑자기 죽었고 뭐 병사라고 말하긴 하던데 그걸 믿을 수 있겠어?”윤정은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정도 다른 사람들처럼 김씨네 영감은 병사한 걸로 알고 있었다. 그땐 아직 김 영감이랑 정식으로 인사를 못 드렸는 너무 일찍 갔다고 윤정은 엄청 안타까워했다.비록 김신걸은 김 씨네 일가를 약혼식에 초대하지 않았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오늘에 들어가고야 말 건대요? 왜요, 죽이기라도 하시려고요?”경호원은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고 문 앞에 성실히 서 있었다.“사람 말을 알아 못 듣는 거예요? 아니면 귀가 먹었나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얼른 문 열어요!”그들은 원수정의 협박을 듣고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원수정은 어쩔 수 없이 힘껏 문을 들이박았다.“문 열어! 들어갈 거라고!”비몽사몽 하던 원유희는 바깥의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 그리고 다시 잘 들어보니 원수정의 목소리라는 것을 발견했다.‘엄마가 왜 여기에 있지?’원유희는 움직이고 싶었지만 침대에서 내려오기는커녕 동작을 크게 할 수도 없었다.바깥의 다툼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원수정이 다칠까 봐 걱정한 원유희는 테이블 위의 컵을 잡고 힘껏 바닥에 던졌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밖의 경호원과 원수정은 모두 놀랐고 원수정은 이 기회를 잡아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에 누워있는 원유희를 보고 깜짝 놀랐다.경호원들은 달려들어 원수정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 상황을 보고 원유희는 고함을 질렀다.“건들지 마!”경호원들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나가봐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다 책임질게요.”경호원들은 원수정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위험도 없을 거라고 믿고 나갔다.그들은 원유희의 심기를 건들고 싶지는 않았다.원수정은 붕대로 감고 있는 팔과 피부에 드러난 상처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엄마, 저 괜찮아요.”원유희는 다급하게 원수정을 위로하기 시작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원수정은 계속 목이 메었다.“엄마, 울지 마요. 저 진짜 괜찮아요, 보기 흉해서 그렇지 뭐…….”원수정은 원유희를 안으며 말했다.“너 진짜 엄마가 놀라서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래? 얘도 참…….”원유희는 가볍게 원수정을 안았다.“정말로 괜찮아요. 진짜예요, 며칠만 더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요.”원수정은 가까스로 진정하게 되었고 원유희를 놓아주었으며 잠결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면서 눈
“네.”“역시……나 지금 바로 갈게.”“알겠어요.”원유희는 전화를 끊고 짐 처리를 하고 있는 원수정을 보며 얘기했다.“엄마, 나 아직 못 가요.”“꼭 가야 해! 김신걸이랑 계속 같이 있다간 목숨까지 잃게 생겼어!”“이번은 김신걸 탓이 아니에요.”원수정은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걔가 날 여기에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교통사고가 났겠어? 내가 교통사고만 안 당해도 네가 헬기를 타면서 오고 갈 필요도 없었잖아? 헬기만 아니었다면 네가 왜 사고를 당하겠어? 이게 걔 탓이 아니고 누구 탓이겠어?”원유희는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 따져보면 확실히 김신걸의 탓이었다. 김신걸만 아니었어도 원유희와 원수정은 이 꼴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 속 대부분 불행은 다 김신걸이 갖다준 것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지금 반항하면 김신걸을 더 자극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병실 문은 노크도 없이 쾅 하고 열렸다. 생각하지 않아도 김신걸이 돌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개를 들어 본 순간, 원유희는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가 없었다.원수정도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말했다.“나 유희를 데리고 갈 테니까 앞으로 다신 유희를 찾지 마. 그리고……난 절대 유희가 너에게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야!”“확실해요?”김신걸의 포스는 어마어마했다.“……당연하지!”“나 오늘 목숨을 걸겠어! 네가 날 죽여도 좋고 어떻게 하든지 다 좋으니까 난 유희를 꼭 데려갈 거야!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너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죽는 게 낫지!”“엄마…….”원유희는 초조해지고 또 너무나도 놀라웠다. 원유희는 원수정의 이렇게 결단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목숨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세쌍둥이의 목숨도 같이 생각해야 했겠다…….“너는 어떻게 생각해? 죽고 싶어?”김신걸이 물었다. 목소리는 이런 기복도 없었지만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고 병실의 분위를 얼어버리게 했다.
원유희는 그 ‘아무런 관계도 사람’의 표정을 볼 용기가 안 났다.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김신걸의 표정이 이미 썩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김신걸에게 원유희는 자신의 개인 물품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그 둘 관계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원유희는 원수정의 노력을 보면서 한번 질러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김신걸이 진짜 사이코패스 짓을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병실에 들러 온 윤정은 돌이킬 수 없는 이 상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원수정 손에 쥐어진 칼을 보자마자 앞으로 가서 칼을 뺏었다.“수정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칼 내려.”그리곤 빼앗아 온 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억울한 원수정은 눈물을 흘렸다.“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냥 유희를 데려가고 싶은 것뿐이라고…….”윤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원유희를 보고 걱정하기 시작했다.“유희야, 어때?”“전 괜찮아요…….”윤정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신걸아, 저 둘은 어디까지나 모녀사이야. 서로 다른 곳에 갈라서 사는 것도 엄청나게 괴로워했는데 지금 하나는 죽다 살아났고 하나는 금방 회복되었잖아, 시간을 좀 줘.”김신걸의 표정은 이런 얘기를 듣고도 좋아지지 않았다. “아저씨, 다른 거는 몰라도 이 일은 절대 안 돼요.”“그럼 어쩔래?”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상황을 반드시 컨트롤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원유희도 이젠 더는 원수정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김신걸의 표정이 아주 어둡고 무서울지라도 원유희는 말해야 했다.“먼저 제성으로 가 봐, 윤설이가 널 엄청나게 보고 싶어 할 것 같은데.”김신걸은 원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위험한 기운을 뿜어냈다.원유희는 긴장하다 못해 이불 속의 손가락도 오그라들었고 공기 중에 무수한 칼이 자신을 베어놓는 것 같았다. 김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화를 내며 갔다.‘윤설이 널 보고 싶어 하겠다는 또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들으면 다 내가 질투한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래도 틀린 말은 아
주치의는 당연히 송욱이었고 윤정이 누구인지 안 후 가벼운 말투로 알려줬으며 심각하게 얘기하진 않았다.원유희는 비록 심하게 다쳤지만 결론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기에 송욱은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세상의 부모 마음은 다 같았고 갑자기 나타난 부모도 결국엔 핏줄로 얽혀 있었다.김신걸은 헬기를 타고 바로 드래곤 그룹에 갔다. 사무실에 들어가 외투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테이블 쪽으로 가서 놓여 있는 자료를 보곤 자료를 들고 보기 시작했다.원유희의 외국 생활은 국내 생활이랑 다를 바 없었다. 피노키오에 있는 아이돌들도 별 특별한 점이 없었다. 뒤에 첨부된 세 장의 사진을 보고 김신걸은 “차라리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낫다”고 평가했다.아무래도 그가 착각한 것 같다. 원유희는 그를 속일 수 없었고 그럴 담도 없었다.김신걸은 몸을 돌려 자료를 분쇄기에 던져 버렸다.강구에 간 이틀 동안 윤설은 김신걸을 연락하지 않았고 김신걸은 자신이 약혼녀를 홀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폰을 들어 윤설에게 연락해서 같이 밥 먹기로 했다.롤스로이스는 대문 앞에 멈춰 섰고, 김신걸은 강렬한 포스로 차에 오르려고 할 때였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물었다.“선생님, 자료 확인하셨나요?”“응.”이 말만 하고 김신걸은 차에 올라타 차 문을 닫아버렸다.경호원은 김신걸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서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곧 김신걸은 아마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자신은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너무 놀라웠다. 하지만 김신걸은 역시 제성의 보스다운 반응을 보여줬다.이틀 동안 윤설은 계속 세쌍둥이의 일을 위해 대책을 세웠다. 심지어 김신걸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즐겁게 약속 장소로 갔다.윤설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습은 이런 고급 레스토랑과 아주 잘 어울렸다.“유희 찾았어? 내가 전문가들이랑 상담해봤는데, 아무래도 추락사고이다 보니까 살아 있을 희망이 아주 작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밖에…….”말하면서 그녀의 눈시울이
‘원유희는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까지 살아남은 거야?”“나 유희 보러 가도 돼? 너무 오래 걱정해서 그런지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급해 하지 않아도 돼. 며칠 후면 돌아올 거야.”윤설은 원유희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리를 듣자 여러 가지 심각한 상황을 상상하게 되었다.어쨌거나 윤설은 이전에 원유희에게 아이가 세 명이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장미선은 늘 윤설에게 말했다. 윤정이 장미선과 재혼하게 된 이유도 전적으로 딸 때문이라고.‘그럼 만약 어느 날, 원유희가 정신이 나가서 김신걸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면 나는 파혼 당하게 되는 거야?’원유희는 한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낳았다.윤설은 너무 두려워 온몸을 떨고 있었고 포크를 쥘 힘도 없어 땅에 떨어뜨리게 되었다.웨이터는 다급히 와서 주워 주었다.“다시 갖다 드릴게요.”“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요즘 바쁘다 보니 피곤했나 봐. 근데 괜찮아, 밥 먹으면 될 것 같아.”윤설은 미소를 지었다.“다 먹고 데려다줄게, 일찍 쉬어.”“요즘 엄마가 계속 혼자 집에 계시고 아빠는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혼자 있으면 엉뚱한 생각을 할까 봐 같이 있어 주고 있어.”윤설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윤설은 일부러 김신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신걸 씨, 우리 아빠를 좀 설득해줄 수 있어? 난 진짜 부모님이 이혼하는 게 싫어. 아빠는 지금 그냥 그 여자한테 미혹 당했을 뿐이지 정말로 이혼하면 분명히 후회하실 거야.”"내가 해결할게."윤설은 웃었다.“그럼 좀 마음이 놓이네, 스트레스도 적어질 것 같아.”김신걸은 윤설을 집에 데려다주고 떠났다.윤설은 힘없이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그러나 윤설은 줄곧 악독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어떡하지? 원유희가 돌아오려고 하는데? 이렇게 빨리 와도 괜찮은 걸까?’하지만 윤설은 이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짐작했고 원유희가 돌아오기 전에 아이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멀리 떠나야만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
‘아빠는 이혼하고 싶은 이혼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곤란하시겠다…….’“엄마,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뭘?”원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아빠로서 딸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아니야? 20년이나 늦은 부성애인데.”“사실 전 그것까진 생각 못했어요. 아빠가 누구인지만 알면 됐어요.”“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장미선은 자기 남편에게 또 다른 애가 있다는 것을 안 셈이고 윤설은 또 지 엄마처럼 각박한데 걔네들이 널 달가워하겠어? 김신걸을 믿고 나대기만 하지.”원유희는 침묵했다. 그녀는 원수정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원수정은 아직 자신의 교통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진실을 모른다. 만약 알게 된다면 얼마나 분노할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했다.‘하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장미선 모녀는 우리를 죽여버리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다만 원유희는 결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아빠가 이혼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세요?”원수정의 눈빛이 흔들렸다.“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아직 아빠를 못 잊으셨죠? 아니면 엄마 성격에 진작에 아빠를 쫓아냈을 거잖아요.”“넌 네 엄마가 그렇게 억지를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여? 근데 장미선을 화나게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해주지.”“엄마, 아빠를 이용하지 마요, 엄마가 교통사고 나기 전에 아빠가 그 아줌마랑 이혼하겠다고 얘기한 거 알아요?”원수정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은 그릇과 부딪히면서 찰랑하는 맑은 소리를 냈다.“그리고? 이혼했어?”“그 아줌마가 동의하지 않았고 윤설까지 아빠를 협박해서 지금 엄청 난처한 상황에 빠졌어요.”“그떄도 윤설을 위해서 우리를 버렸잖아!”이 일만 생각하면 원수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네 아버지는 평생 그 딸내미한테 발목이 잡혔구나.”“아빠가 이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빈털터리로 나오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뭐라고?”원수정의 어조가 높아졌다.병실 문이 열리자 통화를 끝낸 윤정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