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정은 자기가 당한 것을 생각하며 자기가 의식이 돌아온 일을 얘기해주며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누구세요?”장미선은 번호를 보지도 않고 바로 받았다.“아이고, 그렇게 자주 연락하더니 왜 내 번호를 몰라?”원수정은 조롱하기 시작했다.놀란 장미선은 소파에서 펄쩍 뛰었다.“너……너 원수정이야? 너 깨어났어?”“그래, 너도 엄청 기쁘지? 네가 엄청 좋아할 것 같아서 바로 연락했어.”며칠 전까지만 해도 원수정은 원유희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아 이 일을 까먹고 있었다.화가 난 장미선은 거친 숨을 쉬고 있었고 눈엔 점점 독기로 가득 찼다.“정말 진드기처럼 떨어지지 않네.”“내 팔자가 그러는데, 나는 장수한다네? 너도 너무 질투하지는 마, 조심해. 그러다가 심장 터져 죽어버릴 수가 있어.”원수정은 기분이 엄청 좋았다.“그럼 먼저 끊을게, 윤정이 밥 사러 갔는데 곧 올 때가 되어서 말이야. 윤정이 내가 너랑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뭘 믿고 이렇게 득의양양한데? 네가 깨어났다고 원유희가 살아날 것 같아?”장미선도 질세라 갖은 수단으로 원수정을 자극했다.“무슨 소리야?”“뭔 소리냐고? 아직도 모르는가 보네. 원유희가 김신걸 헬리콥터에 탔다가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어. 윤정은 너한테 얘기할 담도 없겠지.”원수정은 의아하기 시작했다.‘추락사고? 그럼 나랑 통화한 사람은 또 누군데?”“너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머리가 어디 잘못된 거 아냐? 얼른 병원 가서 봐봐.”“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 믿기지 않으면 어디 전화라도 해봐 봐, 연락이 되는지.”“나 오후에 금방 우리 유희랑 통화했거든! 주제넘게 혼수 들지 마. 미친년…….”이 말을 한 후 원수정은 화가 나서 전화를 뚝 끊었다.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장미선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유희는 확실히 연락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무리 윤정에게 물어봐도 그는
윤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봐선 아직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윤정, 계속 이러다가 유희는 조만간에 김신걸때문에 죽을 거라고!”원수정은 지금 원유희가 김신걸이랑 엮이고 있다는 얘기만 들어도 심장이 철렁하고 불안했다.원수정은 김신걸이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고 굳게 믿었다.“근데 요즘 신걸이 많이 얌전해지긴 했어, 적어도 내 말을 듣긴 듣더라고.”윤정은 자신이 김영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번 일은 신걸 탓이 아니야. 사실 네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을 때 유희가 계속 곁에서 널 돌봤어. 네가 깨어나기 이틀 전에 사고 났는데 김신걸의 헬리콥터를 타고 돌아가다 그랬어.”“뭐? 유희가 강구에 왔다고? 유희가 날 돌봤다고?”원수정은 매우 놀랐다.“근데 김신걸은 유희를 제성에서 못 떠나게 했잖아? 아니야, 분명히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야. 당신이 김신걸을 몰라서 그런데, 걔가 얼마나 박정하고 무섭고 악랄한 사람인데. 자기 친할아버지조차 죽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김영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생각해봐 봐, 누구도 김영이 언제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어!”윤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럴 리가? 친할아버지인데?”“그러니까 내가 걔를 믿을 수 없다는 거야. 자기 가족까지 죽일 수 있는 사람인데 하물며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은? 김신걸은 이때까지 내가 걔 가정을 파괴해놓고 민이령이가 건물에서 추락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유희가 김 씨네 영감탱이 짓이라는 사실을 밝혔어. 김영도 현장에 있었는데 말리지 않았고. 진실을 알자마자 이틀도 안 돼서 그 영감탱이가 갑자기 죽었고 뭐 병사라고 말하긴 하던데 그걸 믿을 수 있겠어?”윤정은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정도 다른 사람들처럼 김씨네 영감은 병사한 걸로 알고 있었다. 그땐 아직 김 영감이랑 정식으로 인사를 못 드렸는 너무 일찍 갔다고 윤정은 엄청 안타까워했다.비록 김신걸은 김 씨네 일가를 약혼식에 초대하지 않았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오늘에 들어가고야 말 건대요? 왜요, 죽이기라도 하시려고요?”경호원은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고 문 앞에 성실히 서 있었다.“사람 말을 알아 못 듣는 거예요? 아니면 귀가 먹었나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얼른 문 열어요!”그들은 원수정의 협박을 듣고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원수정은 어쩔 수 없이 힘껏 문을 들이박았다.“문 열어! 들어갈 거라고!”비몽사몽 하던 원유희는 바깥의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 그리고 다시 잘 들어보니 원수정의 목소리라는 것을 발견했다.‘엄마가 왜 여기에 있지?’원유희는 움직이고 싶었지만 침대에서 내려오기는커녕 동작을 크게 할 수도 없었다.바깥의 다툼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원수정이 다칠까 봐 걱정한 원유희는 테이블 위의 컵을 잡고 힘껏 바닥에 던졌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밖의 경호원과 원수정은 모두 놀랐고 원수정은 이 기회를 잡아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에 누워있는 원유희를 보고 깜짝 놀랐다.경호원들은 달려들어 원수정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 상황을 보고 원유희는 고함을 질렀다.“건들지 마!”경호원들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나가봐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다 책임질게요.”경호원들은 원수정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위험도 없을 거라고 믿고 나갔다.그들은 원유희의 심기를 건들고 싶지는 않았다.원수정은 붕대로 감고 있는 팔과 피부에 드러난 상처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엄마, 저 괜찮아요.”원유희는 다급하게 원수정을 위로하기 시작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원수정은 계속 목이 메었다.“엄마, 울지 마요. 저 진짜 괜찮아요, 보기 흉해서 그렇지 뭐…….”원수정은 원유희를 안으며 말했다.“너 진짜 엄마가 놀라서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래? 얘도 참…….”원유희는 가볍게 원수정을 안았다.“정말로 괜찮아요. 진짜예요, 며칠만 더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요.”원수정은 가까스로 진정하게 되었고 원유희를 놓아주었으며 잠결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면서 눈
“네.”“역시……나 지금 바로 갈게.”“알겠어요.”원유희는 전화를 끊고 짐 처리를 하고 있는 원수정을 보며 얘기했다.“엄마, 나 아직 못 가요.”“꼭 가야 해! 김신걸이랑 계속 같이 있다간 목숨까지 잃게 생겼어!”“이번은 김신걸 탓이 아니에요.”원수정은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걔가 날 여기에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교통사고가 났겠어? 내가 교통사고만 안 당해도 네가 헬기를 타면서 오고 갈 필요도 없었잖아? 헬기만 아니었다면 네가 왜 사고를 당하겠어? 이게 걔 탓이 아니고 누구 탓이겠어?”원유희는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 따져보면 확실히 김신걸의 탓이었다. 김신걸만 아니었어도 원유희와 원수정은 이 꼴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 속 대부분 불행은 다 김신걸이 갖다준 것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지금 반항하면 김신걸을 더 자극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병실 문은 노크도 없이 쾅 하고 열렸다. 생각하지 않아도 김신걸이 돌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개를 들어 본 순간, 원유희는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가 없었다.원수정도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말했다.“나 유희를 데리고 갈 테니까 앞으로 다신 유희를 찾지 마. 그리고……난 절대 유희가 너에게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야!”“확실해요?”김신걸의 포스는 어마어마했다.“……당연하지!”“나 오늘 목숨을 걸겠어! 네가 날 죽여도 좋고 어떻게 하든지 다 좋으니까 난 유희를 꼭 데려갈 거야!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너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죽는 게 낫지!”“엄마…….”원유희는 초조해지고 또 너무나도 놀라웠다. 원유희는 원수정의 이렇게 결단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목숨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세쌍둥이의 목숨도 같이 생각해야 했겠다…….“너는 어떻게 생각해? 죽고 싶어?”김신걸이 물었다. 목소리는 이런 기복도 없었지만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고 병실의 분위를 얼어버리게 했다.
원유희는 그 ‘아무런 관계도 사람’의 표정을 볼 용기가 안 났다.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김신걸의 표정이 이미 썩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김신걸에게 원유희는 자신의 개인 물품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그 둘 관계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원유희는 원수정의 노력을 보면서 한번 질러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김신걸이 진짜 사이코패스 짓을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병실에 들러 온 윤정은 돌이킬 수 없는 이 상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원수정 손에 쥐어진 칼을 보자마자 앞으로 가서 칼을 뺏었다.“수정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칼 내려.”그리곤 빼앗아 온 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억울한 원수정은 눈물을 흘렸다.“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냥 유희를 데려가고 싶은 것뿐이라고…….”윤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원유희를 보고 걱정하기 시작했다.“유희야, 어때?”“전 괜찮아요…….”윤정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신걸아, 저 둘은 어디까지나 모녀사이야. 서로 다른 곳에 갈라서 사는 것도 엄청나게 괴로워했는데 지금 하나는 죽다 살아났고 하나는 금방 회복되었잖아, 시간을 좀 줘.”김신걸의 표정은 이런 얘기를 듣고도 좋아지지 않았다. “아저씨, 다른 거는 몰라도 이 일은 절대 안 돼요.”“그럼 어쩔래?”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상황을 반드시 컨트롤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원유희도 이젠 더는 원수정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김신걸의 표정이 아주 어둡고 무서울지라도 원유희는 말해야 했다.“먼저 제성으로 가 봐, 윤설이가 널 엄청나게 보고 싶어 할 것 같은데.”김신걸은 원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위험한 기운을 뿜어냈다.원유희는 긴장하다 못해 이불 속의 손가락도 오그라들었고 공기 중에 무수한 칼이 자신을 베어놓는 것 같았다. 김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화를 내며 갔다.‘윤설이 널 보고 싶어 하겠다는 또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들으면 다 내가 질투한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래도 틀린 말은 아
주치의는 당연히 송욱이었고 윤정이 누구인지 안 후 가벼운 말투로 알려줬으며 심각하게 얘기하진 않았다.원유희는 비록 심하게 다쳤지만 결론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기에 송욱은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세상의 부모 마음은 다 같았고 갑자기 나타난 부모도 결국엔 핏줄로 얽혀 있었다.김신걸은 헬기를 타고 바로 드래곤 그룹에 갔다. 사무실에 들어가 외투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테이블 쪽으로 가서 놓여 있는 자료를 보곤 자료를 들고 보기 시작했다.원유희의 외국 생활은 국내 생활이랑 다를 바 없었다. 피노키오에 있는 아이돌들도 별 특별한 점이 없었다. 뒤에 첨부된 세 장의 사진을 보고 김신걸은 “차라리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낫다”고 평가했다.아무래도 그가 착각한 것 같다. 원유희는 그를 속일 수 없었고 그럴 담도 없었다.김신걸은 몸을 돌려 자료를 분쇄기에 던져 버렸다.강구에 간 이틀 동안 윤설은 김신걸을 연락하지 않았고 김신걸은 자신이 약혼녀를 홀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폰을 들어 윤설에게 연락해서 같이 밥 먹기로 했다.롤스로이스는 대문 앞에 멈춰 섰고, 김신걸은 강렬한 포스로 차에 오르려고 할 때였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물었다.“선생님, 자료 확인하셨나요?”“응.”이 말만 하고 김신걸은 차에 올라타 차 문을 닫아버렸다.경호원은 김신걸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서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곧 김신걸은 아마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자신은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너무 놀라웠다. 하지만 김신걸은 역시 제성의 보스다운 반응을 보여줬다.이틀 동안 윤설은 계속 세쌍둥이의 일을 위해 대책을 세웠다. 심지어 김신걸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즐겁게 약속 장소로 갔다.윤설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습은 이런 고급 레스토랑과 아주 잘 어울렸다.“유희 찾았어? 내가 전문가들이랑 상담해봤는데, 아무래도 추락사고이다 보니까 살아 있을 희망이 아주 작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밖에…….”말하면서 그녀의 눈시울이
‘원유희는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까지 살아남은 거야?”“나 유희 보러 가도 돼? 너무 오래 걱정해서 그런지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급해 하지 않아도 돼. 며칠 후면 돌아올 거야.”윤설은 원유희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리를 듣자 여러 가지 심각한 상황을 상상하게 되었다.어쨌거나 윤설은 이전에 원유희에게 아이가 세 명이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장미선은 늘 윤설에게 말했다. 윤정이 장미선과 재혼하게 된 이유도 전적으로 딸 때문이라고.‘그럼 만약 어느 날, 원유희가 정신이 나가서 김신걸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면 나는 파혼 당하게 되는 거야?’원유희는 한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낳았다.윤설은 너무 두려워 온몸을 떨고 있었고 포크를 쥘 힘도 없어 땅에 떨어뜨리게 되었다.웨이터는 다급히 와서 주워 주었다.“다시 갖다 드릴게요.”“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요즘 바쁘다 보니 피곤했나 봐. 근데 괜찮아, 밥 먹으면 될 것 같아.”윤설은 미소를 지었다.“다 먹고 데려다줄게, 일찍 쉬어.”“요즘 엄마가 계속 혼자 집에 계시고 아빠는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혼자 있으면 엉뚱한 생각을 할까 봐 같이 있어 주고 있어.”윤설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윤설은 일부러 김신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신걸 씨, 우리 아빠를 좀 설득해줄 수 있어? 난 진짜 부모님이 이혼하는 게 싫어. 아빠는 지금 그냥 그 여자한테 미혹 당했을 뿐이지 정말로 이혼하면 분명히 후회하실 거야.”"내가 해결할게."윤설은 웃었다.“그럼 좀 마음이 놓이네, 스트레스도 적어질 것 같아.”김신걸은 윤설을 집에 데려다주고 떠났다.윤설은 힘없이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그러나 윤설은 줄곧 악독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어떡하지? 원유희가 돌아오려고 하는데? 이렇게 빨리 와도 괜찮은 걸까?’하지만 윤설은 이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짐작했고 원유희가 돌아오기 전에 아이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멀리 떠나야만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
‘아빠는 이혼하고 싶은 이혼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곤란하시겠다…….’“엄마,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뭘?”원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아빠로서 딸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아니야? 20년이나 늦은 부성애인데.”“사실 전 그것까진 생각 못했어요. 아빠가 누구인지만 알면 됐어요.”“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장미선은 자기 남편에게 또 다른 애가 있다는 것을 안 셈이고 윤설은 또 지 엄마처럼 각박한데 걔네들이 널 달가워하겠어? 김신걸을 믿고 나대기만 하지.”원유희는 침묵했다. 그녀는 원수정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원수정은 아직 자신의 교통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진실을 모른다. 만약 알게 된다면 얼마나 분노할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했다.‘하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장미선 모녀는 우리를 죽여버리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다만 원유희는 결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아빠가 이혼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세요?”원수정의 눈빛이 흔들렸다.“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아직 아빠를 못 잊으셨죠? 아니면 엄마 성격에 진작에 아빠를 쫓아냈을 거잖아요.”“넌 네 엄마가 그렇게 억지를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여? 근데 장미선을 화나게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해주지.”“엄마, 아빠를 이용하지 마요, 엄마가 교통사고 나기 전에 아빠가 그 아줌마랑 이혼하겠다고 얘기한 거 알아요?”원수정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은 그릇과 부딪히면서 찰랑하는 맑은 소리를 냈다.“그리고? 이혼했어?”“그 아줌마가 동의하지 않았고 윤설까지 아빠를 협박해서 지금 엄청 난처한 상황에 빠졌어요.”“그떄도 윤설을 위해서 우리를 버렸잖아!”이 일만 생각하면 원수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네 아버지는 평생 그 딸내미한테 발목이 잡혔구나.”“아빠가 이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빈털터리로 나오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뭐라고?”원수정의 어조가 높아졌다.병실 문이 열리자 통화를 끝낸 윤정이 들어왔다.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