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멍 해진 원유희는 김명화의 표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었고, 바로 그의 손을 밀쳐내며 일어났다.“재미없어. 난 병실로 돌아갈 테니 마음대로 해.”그리고 자리를 떴다.점점 멀어지는 원유희의 뒷모습을 보는 김명화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구체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그도 잘 모른다.원유희는 다음날 김명화가 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김명화가 병실에 들어섰다. 영양제와 과일도 챙겨왔다.그의 행동에 윤정은 무척 의아스러웠다.“안녕하세요. 마침 일이 있어 강구에 오는 길에 들렀습니다. 아주머니는 좀 어떠세요?” 김명화가 먼저 아는 체하며 인사했다.눈을 동그랗게 뜬 원유희 쪽을 바라보며 윤정이 대답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았네.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군.”“틀림없이 깨어날 거야.”윤정이 말했다.원유희가 앞으로 나서며 김명화를 잡아당겨 병실을 나왔다.“나와!”“뭐 하는 거야?”“병 문안 왔는데 뭐가 문제야?”원유희는 김명화, 이 사람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런 정도의 관계가 아니지 않나 말이다.“우리 아빠가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야.”“뭐가 이상한데? 너와 내 관계? 아직 그게 신경 쓰여? 뭐가 그렇게 켕기는데?”김명화의 말에 원유희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네 아버지가 여기 계시니까,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안 된다고 하지 마.”김명화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가서 말 할래? 아니면 내가 할까?”그의 무뢰한 행동에 원유희는 완전히 어이가 없어졌다.“내가 가!”병원을 나설 때 원유희의 표정은 계속 좋지 않았다.그녀가 아버지에게 말했을 때, 알았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분명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참는 눈치였다.김명화가 언제 식당을 예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즉 계획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나랑 먹는데 좀 기분 좋게 먹자.” 김명화가 자리에 앉은 후에 말했다.원유희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어차피 밥 먹는 건데, 기분 나빠서 뭐 하겠어?”“그래. 그렇게 생각해
원유희는 두 시가 다 되어서야 병원으로 돌아왔다.그야말로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했다. 하도 걸어서 발도 아팠다.그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를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김명화가 점점 더 이해가 안되었다. 계속 이렇게 그녀를 쳐다보면 뭘 어쩌고 싶다는 건지?어렸을 때의 그 김명화로 돌아간 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병실에 들어서니 윤정 혼자만 있었다.“아빠, 식사하셨어요?”“먹었어.” 윤정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김명화는 갔니?”“응, 당연히 돌아갔지.”“김명화와 가까워졌어?” 윤정은 속 사정을 알지 못했다.“예전에 김신걸 집에 살아서 좀 알아요.“윤설이 김신걸과 약혼할 때에 김명화를 포함해서 아무도 가지 않았어. 김명화와 신걸의 관계는 당연히 썩 좋지 않을 텐데?”원유희가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김명화는 김신걸 보고 입으로는 형이라고 불러요. 두 사람이 함께 술 마시는 걸 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 나쁘다고 말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차피 김신걸이 미워하는 사람은 김영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부차적이니까요.”윤정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아빠, 오늘은 돌아가세요. 계속 여기 계실 수는 없잖아요.”“됐어, 급하게 돌아갈 필요 없어.” 지금도 윤정은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집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불편해진다. 집에 돌아가 봤자 골치만 아플 뿐이다.그가 정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본 원유가 물었다.“왜요? 아직도 소란스러워요?”그녀는 이혼 문제라고 생각했다.“사람은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계속 잘못하게 되지.” 원수정을 바라보던 윤정은 잠시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그 사람들이 소란을 피워도 상관할 필요 없어.”원유희가 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나서 돌아가야 했다.“아빠, 한 번 다녀왔으면 해요.”“제성?”“네. 상사가 회사에 한 번 오라고 하네요. 업무상 일 때문일 거예요.”“갔다 와. 가서 며칠 좀 쉬어. 여기는 아
병실로 달려가 휴대전화를 집어 든 윤정이 두 손을 떨며 김신걸의 번호를 눌렀다. “네 헬리콥터가 아직 있어? 없어? 위치 확인할 수 있어? 방금 이쪽에 헬기 한 대가 추락했는데, 확인 좀 해 봐!”새카만 눈동자를 세우고 실눈을 뜬 김신걸은 아무 말없이 바로 전화를 끊고 헬리콥터와 연결을 시도했다.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을 뿐 더러 GPS 신호도 사라졌음을 확인했다.앞에서 업무 보고를 하던 고건은 김신걸의 표정이 놀랄 정도로 어두워진 것을 보았다. 그가 무슨 상황인지 물으려 하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일어서며 말했다.“강구로 간다!”사고가 난 구역은 폴리스 라인이 둘러쳐져 있었다. 평소 시끌벅적하던 부두에는 헬기 잔해를 인양하는 구조대원들만 남아 있었다.잠시 뒤 인양해 올린 몇 개의 잔해는 한눈에도 김신걸의 개인 헬기임을 알 수 있었다.김신걸 보다 먼저 도착한 윤정이 그에게 물었다.“네 헬기지? 그렇지?”해변에 서서 입을 꾹 다문 김신걸은 뻣뻣하게 굳은 채 꼼짝 하지 않았다.“그렇냐고 내가 묻잖아!” 윤정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저쪽 강구의 책임자가 바쁘게 달려왔다.“김 대표님이 멀리까지 오셨는데 미처 마중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영상을 봐야겠습니다.” 김신걸의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 전신에서 내뿜는 압박감에 몸이 오싹 떨릴 정도였다.김신걸의 말에 윤정은 희망이 사라졌다.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몸에서 힘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동영상을 찾았다. 김신걸은 차 안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윤정도 차 안에 앉았다.고건이 문 옆에 서서 말했다.“이 동영상이 가장 가까운 건물에서 찍힌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거리가 있어서 아주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책임자는 자신의 직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연신 땀을 닦았다.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김신걸은 동영상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또 보았다.‘잘 안 보여, 또 밤이야.’그러나 그가 움직이지
그는 믿기지 않았다. 그가 이제 막 얻은 딸이 이렇게…… 그는 믿을 수 없었다…….병실로 돌아온 윤정은 원수정의 침대 옆에 앉았다.“수정아, 내가……미안하다. 내가 유희를 잘 돌보지 못했어. 유희가 탄 헬리콥터가 추락했단다. 그래도 유희는 살아있을 거야, 그지? 당신이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유희가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니?”그는 원수정의 손을 잡고서 자신을 안심시켰다.“유희는 괜찮을 거야. 신걸이가 그랬어. 반드시 찾을 거라고 말이야.”찾은 후의 모습이 어떨지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하룻밤을 인양했음에도 헬기의 모든 잔해를 인양하지는 못했다. 비교적 큰 잔해들만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찾고 싶은 건 헬기 잔해가 아니라 사람인 것을.해수면 아래의 물살이 세어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그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신걸 때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구의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은 둘째 치고 쪽잠조차 마음대로 잘 수 없었다.구조작업 진행을 주시하던 고건은 대표가 밤새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말리지 못했다.‘원유희 씨가 대표님에게 이렇게나 중요합니까?’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밑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사람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고건은 차 옆으로 걸어갔다. 차 안에서 김신걸은 좌석에 기대어 있었다. 온몸의 컨디션이 엉망인 듯해 보였다.“대표님, 저는 원유희 씨가 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김신걸이 돌아보자 고건이 억지스럽지만 계속 말했다.“진선우는 기술이 뛰어난 조종사입니다. 그런 그가 헬기 추락을 대비해 어떤 자구책도 강구하지 않았을까요? 추락하기 전에 이미 바다로 뛰어내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 다른 변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살짝 움직이며 바로 지시했다.“수색 범위를 넓혀 찾게 해. 인근의 주민을 포함해서 모두 다.”“예.” 고건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표님, 먼저
윤정은 마음이 무거워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옆 의자에 앉았다.“유희…… 유희가 탄 헬리콥터가 추락했어.”장미선은 깜짝 놀랐다.“추락해? 그럼 사람은?”“바다에 추락했는데, 아직 사람을 찾지 못했어.” 고개를 떨군 윤정은 감당하기 힘들었다.장미선은 마음속에서 치솟는 기쁨을 억눌렀다.‘바다에 추락했는데,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어?’장미선은 마음은 날카로운 칼과 같았지만,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당신 나쁜 생각 하지 마. 헬기가 추락하기 전에 뛰어내렸다면 살 수도 있잖아.”“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조대원들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생존율이 거의 낮다고 했어.”윤정은 이 하룻밤 사이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아니야, 그 아이는 명줄이 길어서, 반드시 살아 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몰래 기뻐하고 있는 장미선이었다. ‘지난번에는 원유희가 재난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날개를 달지 않은 이상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요. 곧 점심시간이니까, 먹을 것 좀 가져다 줄게요.”“필요 없어…….”“왜 필요 없어?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요? 그냥 나한테 보상할 기회를 주는 셈 쳐요. 알았죠?” 그렇게 말한 장미선이 병실을 나섰다.병실을 나오자마자 기쁨을 주체 못하고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좋은 소식을 말해 줄게!”“나 아직 자고 있단 말이야. 무슨 좋은 소식인데?” 윤설이 힘없이 말했다.“원유희가 신걸의 개인 헬기를 탔다고 하지 않았니? 어제 밤에 헬기가 추락해서 바다에 떨어졌는데, 아직 사람을 못 찾았대.”“뭐!” 윤설이 흥분했다.“믿을 만한 소식이야? 또 잘못 짚은 거 아니야?”“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니? 강구야. 네 아버지를 만났는데, 네 아버지가 그러더라. 이게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어?” 장미선은 그야말로 기쁜 나머지, 자기 처지도 잊어버렸다.윤설은 생각했다.‘헬리콥터는 신걸의 것이야. 만약 추락했다면, 그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어젯밤에 내가
“걱정 마, 꼭 찾을 거야.” 부두에 서 있는 김신걸의 예리한 검은 눈동자는 바다보다 더 깊고 위험해 보였다.“그래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런데 당신 강구에 있어요?”“그래, 좀 늦게 돌아갈 거야.”“유희 일이 중요해요. 난 괜찮아.” 전화를 끊은 윤설은 걱정하던 표정을 싹 지웠다.정말 대단한 연기였다.원유희를 위해 강구에 남은 김신걸이 원유희의 시체를 찾기를 간절히 바랐다.‘바다에 빠졌으니, 아마도 시체는 벌써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야!’그녀는 한 번은 대범하게 김신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원유희를 걱정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었다!장미선은 부두에 가서, 수색구조 인원과 김신걸의 차를 보았다.그녀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 보이는 게 딱 그녀의 마음과 맞아떨어졌다.윤설이 없으니, 장미선 역시 굳이 김신걸과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비록 김신걸이 그녀의 사위였지만, 어디까지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제성의 주인이었다. 신분 차이도 너무 나지만 사람을 압박하는 그 기세 역시 대단했다. 그러니 역시 괜히 가서 쩔쩔맬 필요는 없지.장미선이 병실로 돌아오니 간병인만 있고, 윤정이 보이지 않았다.“그 사람은요?” 장미선이 물었다.“친구를 만나러 갔어요.”장미선이 말했다.“밥 먹을 시간이 다 됐으니 나가봐요. 내가 볼 거예요.”간병인이 바로 나갔다.병상 옆으로 간 장미선은 혼수상태에 빠진 원수정을 보고 비웃었다.“말 좀 해봐. 일찍 죽으면 돼지, 이렇게 반송장으로 민폐를 끼쳐서 어쩔 건데? 네 딸처럼 사람이 한순간 사라져주면 얼마나 좋아.”원수정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악독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손을 뻗어 원수정의 얼굴에 씌어진 산소마스크를 떼어냈다.산소가 없자 원수정의 몸이 또 지난번처럼 경련을 일으키며 바둥거렸다.“너하고 원유희는 정말 내 눈에 거슬려. 깨끗하게 일찍 죽어서 내가 좀 편히 자게 해 줘. 너희들 때문에 윤정의 마음이 나한테 없는 거 아냐. 너희들이 죽는 게 맞지 않아? 사
장미선은 화를 애써 참으며 말했다.“그래, 나 먼저 가볼게. 조만간에 다시 올게, 몸조리 잘하고. 다행히 딸내미가 옆에 있으니까 너무 절망하진 않겠어.”장미선의 위로는 아무 쓸모도 없었고 윤정의 표정은 여전히 굳고 어두웠다.“가봐.”장미선은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악독한 눈빛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원수정을 쏘아보았다.‘운 좋은 줄 알아.’윤정은 침대 옆으로 걸어갔고 원수정의 몸에 있던 이불이 잘 덮여 있었음을 보았다. 하지만 이불 가장자리를 힘주어 쥐고 있는 원수정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윤정은 손을 뻗어 원수정의 손가락을 천천히 펴주었고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윤정의 기억으로는 자신이 떠날 때까지만 해도 원수정은 그러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윤정은 방금 장미선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윤정은 그것을 꺼내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윤정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저씨, 저예요. 명화요, 김명화. 유희가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어요. 혹시 유희랑 같이 있어요?”“몰랐어?”“뭘요?”김명화의 차는 놀라운 속도로 부두로 달려갔고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한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김명화는 차에서 내려 롤스로이스로 향했다. 김신걸은 아직도 그곳에 있었고 여기서 떠난 적이 없어 보였다.“무슨 상황이야? 네 헬기가 왜 추락해?”초조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던 김명화는 김신걸이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자 바로 몸을 돌려 고건의 멱살을 잡았다.“똑바로 말해, 원유희 어딨어!”고건은 김명화의 손을 잡고 내팽개치려고 했다.“도련님, 아직도 구조 중이에요. 구조 범위도 확대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원유희가 그 헬기에 있는 게 확실해?”김명화는 고건을 놓아주었고 평소 침착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얼굴의 표정은 차갑게 얼어있었다.고건은 롤스로이스쪽으로 한 번 보곤 얘기했다.“네, 원 아가씨도 그 헬기 안에 있었
“언니, 아직도 웃음이 나와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저 엄청 놀랐어요.”“뭐가 높아? 오버 떨지 마”“요즘에 정신이 없으신 것 같던데 왜요? 집안일떄문에 그래요?”“동생이 지금 실종된 상황인데 아직 찾지 못했어. 이러니까 내가 걱정 안 할 수가 있겠어? 그리고 신걸 씨 쪽에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고 가보고는 싶은데 괜히 방해줄까 봐 가지도 못하겠어…….”“언니는 너무 착해서 문제에요. 신경쓰는 일이 너무 많잖아요.”윤설은 고개를 돌리자 밖에서 들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았고 눈동자가 순간 반짝이었다.“신걸 씨?”"손가락은 어때?"김신걸은 윤설의 작은 손가락을 살펴보았다.“옆에서 뭐 하고 있었기에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었어?”놀란 매니저는 한쪽으로 물러섰다.“쟤 탓이 아니야. 그리고 매니저가 나 따라 같이 무대에 올라갈 수는 없잖아.”윤설은 매니저를 감싸주었다.“아 맞다, 유희 찾았어?”김신걸이 눈은 밤바다처럼 검었고 너무 깊어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아니.”“그럼 유희는……이젠 가망이 없는 거야?”김신걸은 윤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좀 뜸을 들이고 말했다.“가자, 데려다줄게.”“밖에 기자들이 와 있을 수 있어.”윤설은 걱정된다는 듯이 얘기했다.“꽨찮아.”윤설은 이 말을 듣자 흡족해하였고 손을 내밀어 김신걸과 깍지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앞에 있었고 자신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달려왔다. 살아있는 원유희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으니 죽은 원유희는 더더욱 자신의 상대가 아니고 윤설은 자부했다.김신걸은 윤설을 본가에 바래다주고 별장 앞에서 멈췄다.“들어가서 밥이나 같이 먹지 않을래?”“됐어, 회사에 가봐야 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자기 몸이 상할까 봐 너무 걱정돼.”"괜찮아."윤설은 문 앞에 서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떠나 마지막에 사라지는 것까지 다 지켜보았다. 그와 동시에 표정은 이미 굳을 대로 굳어졌다.“신걸이 벌써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