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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2585 챕터

제691화

심효진은 학교에서 방학한 뒤로 종일 집에서 먹고 자고 휴대폰으로 웹 소설을 본다.가끔 소정남이 심서준에게 전화 걸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면 그녀는 혹여나 동생이 자기를 배신할까 봐 뻔뻔함도 무릅쓰고 밥 먹으러 같이 나간다. 그 외엔 거의 집밖에 나서지 않는다.그러던 중 절친 하예정이 돌아왔다는 문자를 받게 되니 그녀는 곧바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그럼 저녁에 함께 훠궈 먹을래? 저번에 정남 씨가 서준이를 사줬던 훠궈 꽤 맛있던데. 네가 오면 꼭 함께 가서 먹고 싶었어. 넌 모를 거야. 나 서준이 따라 밥 먹으러 나가면 잘 먹지도 못해. 내가 작정하고 먹으면 웬만한 남자들보다 많이 먹잖니.”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오늘 밤은 안 돼. 나랑 태윤 씨 방금 돌아와서 일단 푹 쉬려고. 내일 저녁에 봐. 예진 언니랑 소현 언니도 불러서 다 함께 만나.”“소현 씨는 음식을 너무 점잖게 먹어서 그냥 부르지 말자. 식탐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같이 먹으면 공통점도 못 찾겠어. 예진 언니는 지금 열심히 다이어트 중이라 하루에 달리기를 3번 하면서 식단조절까지 병행해. 함께 밥 먹으면 우리가 먹는 모습만 멀뚱멀뚱 지켜볼 텐데 밥이 넘어가겠니? 예진 언니 곧 다이어트 성공할 것 같아. 너 아직 돌아와서 언니 못 만났지? 일주일에 5킬로나 빠졌다니까. 진짜 엄청 노력하고 끝까지 버텨. 나라면 진작 포기하고 폭식했을걸.”식탐이 많은 사람은 입단속 하기가 가장 힘들다.“예진 언니는 이혼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무려 10킬로를 뺐어.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곧 다이어트 성공할 거야.”언니가 일주일에 5킬로를 뺐다는 말에 하예정이 걱정스레 물었다.“우리 언니 단식하는 거 아니지?”관성에 없는 동안 언니의 일상생활도 지켜보지 못했다.매번 전화할 때마다 자기는 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전태윤만 잘 보살피라고 했었다.심효진이 그녀에게 대답했다.“그런 건 아니고 언니가 운동량이 엄청 커. 하루에 달리기 3번 하고 육류랑 디저트를 안 먹어. 게다가 가게 인테리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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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평소 타던 롤스로이스는 출장 기간에 기사더러 본가로 몰고 가서 그의 통지를 기다리라고 했다.“태윤 씨 회사 주차장은 자동차 전시회장 같네요. 웬만한 차종은 다 있잖아요.”하예정이 차 쪽으로 걸어가며 온갖 고급 차를 구경하며 말했다.“회사에 임원 층이 많고 연봉이 높다 보니 다들 좋은 차로 바꾸더라고. 알잖아, 남자들 차에 관심 많은 거. 난 집이 더 좋아. 집 사는 게 차 사는 것보다 훨씬 값지지.”그의 집 차고에도 전시회장처럼 차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걸 하예정이 알았더라면 지금 그가 한 말을 전혀 믿지 않았을 텐데.“남자는 차를 좋아하고 여자는 집을 좋아하죠. 집이 있어야 안정감이 있거든요.”하예정이 전에 열심히 돈을 모았던 것도 우선 집을 사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녀가 타고 다니는 차는 전태윤이 선물해준 것이다.평소에 그녀는 거의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처형한테는 도착했다고 얘기했지?”“문자 보냈는데 답장이 없네요. 바쁜가 봐요. 효진이가 말하길 우리 언니가 요즘 엄청 바삐 돌아쳐서 홀쭉해졌대요. 일주일에 5킬로나 빠졌다지 뭐예요. 다이어트 광고 찍어도 될 것 같아요 울 언니.”일주일에 5킬로라니, 실로 대단할 따름이었다.하예정은 언니가 하루빨리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인간쓰레기 주형인이 땅을 치며 후회할 테니까.“처형은 의지가 대단한 분이야. 다이어트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무조건 성공할 거야.”하예정도 머리를 끄덕였다.로얄 팰리스, 그녀가 단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곳, 심지어 전에는 부자들 동네라고 단정 지으며 이 별장 구역에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별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하예정은 줄곧 머리를 갸웃거리고 차창 밖의 풍경만 바라봤다.전태윤의 별장은 산 정상에 있는데 정상이라기엔 매우 낮은 산이었다.산꼭대기에 별장이 네댓 채 있는데 면적이 매우 크다 보니 이 구역에서 가장 큰 별장에 속한다.“어디가 태윤 씨 별장이에요?”하예정이 옆에 있는 전태윤에게 물었다.“가장 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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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전태윤은 대문을 열고 다시 차에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이어서 별장 안으로 몰고 들어가 정문 앞의 공터에 주차했다.하예정이 묻지 않아도 그가 알아서 설명해주었다.“우리 부모님과 할머니는 본가에서 지내는 걸 더 좋아하셔. 거긴 떠들썩하지도 않고 다들 수십 년을 살아온 곳이라 이미 적응해서 우리 세대랑 함께 있는 걸 원치 않아. 할머니도 저번에 우리 집에 오셔서 며칠만 지내다가 금세 본가로 돌아가셨잖아.”하예정이 대답했다.“어르신들은 원래 다 그래요.”차에서 내린 후 그녀는 먼저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마당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앞뒤 마당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앞마당은 주로 수영장과 나무, 그리고 작은 정자와 정자 옆의 그네가 배치되어 있었다. 한가할 때 그곳에 앉아 책을 보거나 풍경을 감상해도 괜찮을 듯싶었다.뒷마당엔 꽃과 나무들 위주였는데 그중에는 관성 사람들이 자주 심는 과일나무, 예를 들어 포도, 감귤, 사과나무 등이 줄지어 있었다.그리고 또 넓은 공터가 하나 있었는데 하예정은 그곳에서 야채와 딸기 등 과일을 심어도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전태윤이 웃으며 답했다.“난 텃밭을 가꿀 시간이 없어. 앞으로 이 집의 여주인은 너야. 꽃이든 채소든 네가 심고 싶은 걸 마음껏 심어봐. 난 뭐든 다 오케이야.”사실 이 공터는 원예사가 장미를 심으려고 일부러 비워둔 곳이다.전태윤은 이 별장을 하예정에게 공유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녀가 없는 틈을 타 집사에게 얼른 통보했다. 다들 그의 다른 별장으로 이사 가고 이 별장을 비워두라고 말이다. 그 바람에 원예사가 비워놓은 공터도 하예정이 마음껏 가꿀 텃밭으로 거듭났다.정자 옆의 그네도 임시로 마련해 놓은 것이다.하예정이 그네에 앉아 꽃과 풍경을 감상하는 걸 아주 좋아하니까.“여기서 출근하려면 우리 둘 다 너무 멀어요. 당분간은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지내요.”하예정은 발렌시아 아파트가 더 편했다.이 별장은 가끔 휴가를 보내는 셈 치고 와서 지내면 된다.“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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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여긴 우리 집이야. 앞으로 쭉 여기서 살 테니까 집구경은 나중에 해.”전태윤은 집안에 들어선 후 곧장 그녀를 둘러업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나 배불리 먹거든 다시 내려와서 맛있는 저녁 차려줄게.”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둘은 안방으로 들어간 후 하예정은 방 구경을 할 겨를도 없이 달아오른 전태윤에게 이끌려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그의 건장한 체구가 위에서 짓누르니 숨이 턱턱 막혀 재빨리 팔을 뻗어 밀쳐냈다.“태윤 씨 너무 무거워요!”전태윤은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불타오르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예정아, 진짜 해도 돼? 후회되면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나 또 가서 찬물에 샤워하면 그만이야.”하예정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태윤 씨는 부모님의 장점만 쏙 빼닮아서 너무 잘생겼어요. 매일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마주해야 하는데 내가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겠어요? 다시는 찬물에 샤워하지 않기로 약속해서 퇴원한 거잖아요.”전태윤이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입에 살포시 입맞춤했다.“거짓말도 참 자연스럽게 하네. 우리가 각방 쓸 때 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다 봤어. 말로만 날 잡아먹겠다면서 유혹해대지만 정작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너부터 가장 빨리 도망치잖아.”인제 둘 사이의 감정도 생겼고 또 전태윤이 계약서를 파기했기에 그녀도 시름 놓고 과감히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드디어 그와 진짜 부부가 되리라 다짐했다.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계속 쇼윈도 부부로 지내야 한다.“샤워부터 해요.”“그래.”전태윤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한 후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기며 말했다.“난 거실 쪽 욕실에서 씻을 테니 네가 여기서 씻어.”하예정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얼른 가요.”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되돌아와 그녀의 볼에 두 번 뽀뽀하고 나서야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샤워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다. 하예정은 이미 침대에 누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남편을 본 그녀는 볼이 살짝 빨개졌고 무심코 몸에 덮은 이불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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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남편에게 들키자 하예정의 얼굴이 무르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휴대폰을 뺏어와 화면을 잠그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심심해서 그냥 아무거나 검색해본 거예요. 술은 어디 있어요?”전태윤이 술을 두 잔 가져와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넸다.“우리 아직 밥을 안 먹었으니 너무 많이 마시진 마. 반 잔만 마시면 돼.”“이 정도 양이면 서너 모금에 다 마셔버리겠네요. 간에 기별도 안 가겠어요.”하예정이 구시렁대며 술잔을 받아와 한 모금 맛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혀 진하지 않았다. 전태윤은 그녀가 바로 취할까 봐 내심 걱정한 듯싶었다.하예정은 물 마시듯 반 잔의 술을 곧장 들이켰다.전태윤은 한 모금만 마시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그는 수줍을 게 없으니 술을 빌려 용기 낼 필요가 없다.“안 마셔요? 안 마시면 나 줘요.”하예정이 손을 뻗어 그의 잔을 가져오려 했다. 그의 잔은 그녀 것보다 크고 술도 더 많이 담겨있었다.전태윤은 긴 팔로 재빨리 잔을 치우고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 그는 술잔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다잡으며 가까이 다가가 가볍게 키스했다. 이어서 그녀를 살포시 침대에 눕혔다.“태윤 씨... 나 조금 두려워요...”“괜찮아, 나한테 맡겨.”전태윤이 부드럽게 키스하며 그녀의 긴장한 마음을 녹였다.다정한 그의 제스처에 하예정도 서서히 긴장을 풀고 그에게 템포를 맞춰갔다.“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 왔어요.”“신경 쓰지 마.”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여 전화를 받을 겨를이 없다.“띠리링...”휴대폰 벨 소리가 계속 울렸고 전태윤은 끝까지 받지 않았다. 결국 상대도 세 번 전화를 건 뒤 포기했다.알고 보니 성기현한테서 온 전화였는데 그는 전태윤이 출장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그를 불러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다만 전태윤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성기현은 휴대폰을 식탁에 내려놓았다.그의 국을 따르고 주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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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전태윤은 흐뭇한 얼굴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까지 들을 수 있다.혼인신고하고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그는 드디어 하예정의 진짜 남편으로 거듭났다.전태윤은 주방에 들어가 옷걸이에 걸린 앞치마를 내려서 허리에 두르고 냉장고를 열어서 식자재를 꺼냈다. 이제 곧 만들 몇 가지 요리의 식자재들이다.우선 아내가 몸보신용으로 마실 국을 끓여야 한다.국에 필요한 식자재를 다 손질한 후 끓는 물에 투하하고는 밥을 지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박 집사에게 전화했다. 박 집사가 전화를 받자 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집사님, 사람 시켜서 신선한 새우를 보내오세요. 냉장고에 신선한 해산물이 별로 없네요.”다른 채소는 있든 없든 상관없지만 하예정이 제일 좋아하는 새우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도련님, 사모님이랑 아직 식사 안 하셨어요?”박 집사가 살짝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숙희 아주머니더러 먼저 돌아와서 저녁 준비를 하게 했어야죠.”“늦게 먹어도 괜찮아요, 나 아직 배 안 고파요. 예정이도 회사에서 디저트 몇 개 먹었어요.”“그럼 다행이네요. 지금 바로 신선한 새우를 보내드릴게요. 30분쯤 걸릴 겁니다.”전태윤이 알겠다며 대답했다. 새우는 금방 익어 나중에 투하해도 되니 일단 다른 요리부터 만들면 된다.오랜만에 요리하는 전 대표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각종 식자재를 손질했다. 그는 가장 잘하는 요리를 몇 가지 만들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먹일 예정이다.전태윤은 지금 이 순간 할머니께 더없이 감사했다.그의 할머니는 다른 재벌가와 다르게 아홉 손주에게 전부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셨다.훌륭한 셰프로 거듭나 장차 아내의 위를 사로잡고 누구보다 입을 까다롭게 만들어 남편이 해주는 음식만 먹도록 할 큰 그림인 듯싶었다. 그렇게 되면 남편을 떠나려야 떠날 수 없을 테니까. 전태윤은 뒤늦게 할머니의 의도가 의심됐다.그는 주방에서 아내가 먹을 저녁을 정성껏 만들었다. 하예정은 안방의 화장실 욕조에 누워 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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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두 자매가 통화를 마친 후 하예정은 몸이 훨씬 편안해져 욕조에서 일어나 밖에 걸어 나왔다.그녀의 사랑스러운 남편께서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부터 자상하게 그녀가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놓았다.10분 후.하예정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은 아주 고요했다.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지낼 때 그녀는 집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졌다. 전태윤은 평소 밤늦게 들어오기가 일쑤라 그녀는 집에 돌아오면 함께 대화할 사람도 없었다.하여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다.후에 숙희 아주머니까지 모셔오니 그제야 집안에 생기가 돌았다.다만 전태윤이 산 별장은 발렌시아 아파트보다 훨씬 크고 그들 부부만 지내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조용했다.1층에 내려와서야 주방의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하예정은 가까이 다가가 열심히 요리하는 전태윤을 바라보더니 그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주방 문 앞에 기대서 물끄러미 지켜봤다.‘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잖아! 아니야, 태윤 씨는 항상 멋있어.’그녀는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전태윤이 요리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날 위해 저녁 만들어주는 남자는 뒷모습도 너무 멋져.」그녀는 영상을 올린 후 다시 클릭해서 보았다. 인기척 소리에 전태윤이 고개 돌려 눈썹을 들썩거리며 그녀를 쳐다봤다.“왜 더 누워있지 않고? 나 아직 다 준비하지 못했어.”“배고파요.”하예정은 그에게 들키자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남편이 만드는 음식을 지켜보며 말했다.“너무 배고파서 누워있을 수가 없어요. 음식 너무 많이 할 필요 없어요. 우리 두 사람이라 요리 세 개에 국 한 그릇이면 돼요.”“요리를 네 개 만들려던 참이야. 너무 배고프면 과일이라도 먼저 먹고 있을래?”하예정은 그가 준비한 식자재를 훑어보며 요리를 네 개 할 거란 짐작이 갔다.“이걸 다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으니 그냥 기다리고 있을게요.”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누가 온거죠?”하예정이 본능적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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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별장 문 앞에 은색 세단 한 대가 세워졌고 누군가가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하예정은 문틈 사이로 그 사람을 바라봤는데 어딘가 낯익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새우를 보내온 사람인 게 아니라 몇 번 뵈었던 그녀의 시어머니였다.“어머님.”하예정은 당황해하며 얼른 가서 문을 열어주려고 했지만 키가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시어머니께 말했다.“어머님, 제가 아직 키로 문을 여는 걸 몰라서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태윤 씨한테 가서 키 받아올게요.”장소민은 알겠다며 차분하게 대답한 후 더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하예정은 집안에 들어간 후 종종걸음으로 주방에 달려가 전태윤에게 말했다.“태윤 씨 어머님이 오셨어요. 문을 열어야겠는데 키가 없으니 안 열리네요. 얼른 키 좀 주세요. 어머님 문 열어드려야 해요. 어머님 이틀에 한 번씩 집에 오신다고 했잖아요. 왜 키가 없으세요?”전태윤이 대답했다.“내 키는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놨어. 엄마가 까먹고 챙기지 못하셨나 봐.”“아 참, 밥을 얼마나 지었어요? 어머님 드실 것까지 되는지 모르겠네요.”하예정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어머니가 매우 신경 쓰였다.“이 시간이면 식사 다하셨을 거야.”하예정이 알겠다며 대답한 후 탁자 위에 놓인 키를 챙기고 밖으로 달려갔다. 문 앞까지 달려가던 그녀는 또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며 전태윤에게 말했다.“그냥 태윤 씨가 마중 나갈래요? 내가 요리할게요.”남편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데 정작 본인은 한가롭게 있으니 시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고 아들을 안쓰러워할까 봐 걱정됐다. 아내가 돼서 남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고 나무랄 것 같았다.어떤 시어머니들은 제 아들이 집안일을 하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며느리가 전적으로 해야 하고 아들은 손끝 하나 움직여도 아까워서 죽을 지경이다. 며느리는 출근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육아에 집안일까지 병행해야 한다.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시어머니가 부지기수이다.또 한편 제 사위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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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전태윤의 그 한마디에 하예정은 안심하며 활짝 웃었다.“그럼 내가 가서 어머님 문 열어드릴게요. 만약 어머님께서 내가 집안일을 안 한다고 나무라시면 나도 할 말은 할 거예요. 그때 가서 내 탓 하지 말아요.”하예정은 여자가 결혼했다고 모든 집안일을 책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만약 장소민도 정말 김은희가 하예진을 질책하듯이 하예정을 나무라면 그녀 성격상 무조건 시어머니와 논쟁할 것이다.전태윤이 웃으며 답했다.“그래, 네 탓 안 할게. 우리 엄마도 네 말처럼 모질게 굴지는 않을 거야.”설사 장소민이 며느리가 아니꼬워도 기껏해야 아들 앞에서 몇 마디 얘기할 뿐 대놓고 며느리를 박대하진 않을 것이다. 하예정이 도가 지나치지 않는 한 말이다.하예정은 어머님께 문 열어드리러 나갔다.장소민은 너무 오래 기다려서 살짝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진 않았다.하예정은 어머님께 문을 열어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래 기다리셨죠, 어머님.”장소민이 친절하게 되물었다.“태윤이랑 아직 밥 안 먹었지?”“네, 아직이에요. 태윤 씨가 지금 한창 음식 만들고 있어요.”하예정이 마당 문을 열자 장소민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어머님께 물었다.“차는 밖에 두려고요?”장소민이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잠깐 너희 보러 왔어. 금방 갈 테니 차는 밖에 세워두지 뭐.”아들이 출장 중에 독감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민은 몹시 걱정됐다. 이틀에 한 번씩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며느리가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는 걸 알았다. 며느리가 제 아들을 단속하며 매일 한약 한 컵씩 먹인다는 말에 장소민은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하예정이 큰며느리가 되는 게 탐탁지 않았다. 전태윤은 할머니께 은혜를 갚기 위해 마지못해 하예정과 결혼했으니 절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거로 여겼다.다만 3개월 사이에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하예정에게 이경혜라는 이모가 뒷배가 되어주지만 성씨 일가가 아무리 부자여도 하예정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장소민은 이경혜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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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전태윤은 혹여나 엄마가 낯을 붉힐까 봐 마지막 요리까지 다 만든 후 부랴부랴 주방에서 나갔다. 그때 고부가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역시 예정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알아서 고부 사이의 분위기를 띄워주잖아. 엄마가 일부러 흠집 못 잡게 말이야.’“엄마.”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장소민을 불렀다.“들어오자마자 향이 감도는 걸 보니 우리 태윤이 요리 솜씨 뒤처지지 않았네.”장소민이 아들을 칭찬하며 하예정에게도 말했다.“예정이도 분발해야겠어. 더 많이 연습하면 분명 태윤이 뛰어넘을 거야.”“어머님, 아직 드셔보지도 못했잖아요. 혹시 알아요? 향만 좋을 뿐 맛이 별로일 수도 있어요. 저한테 지면 태윤 씨 매일 요리 시켜야겠어요. 요리 솜씨가 늘면 구정 때 어머님, 아버님께도 구첩반상을 차려드리게 말이에요.”장소민이 두 눈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나중에 시간 되면 우릴 위해서라도 태윤이 좀 더 많이 연습시켜야겠어.”전태윤은 고부 사이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었다. 장소민은 앞으로 하예정이 요리를 책임지길 바랐고 이에 그녀는 매끄럽게 거절하며 어머님의 심기도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이때 초인종 소리가 또 울렸다.“새우가 제시간에 도착했네요. 제가 가서 가져올게요.”하예정이 또다시 문밖을 나섰다.그녀가 나가자 장소민이 아들 주변을 맴돌았다.“엄마,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얼른 하세요. 예정이 나가서 못 들어요.”장소민은 아들이 두른 앞치마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너 이러고 있으니 네 아빠 같기도 하네.”“당연하죠. 내가 아빠 친아들인데 안 닮을 리가 있겠어요?”전태윤은 엄마를 소파에 모셔갔다.“우리 집안의 버젓한 큰 도련님께서, 전씨 그룹의 현직 대표님께서 얼마 만에 음식을 만드는 거야? 여자를 위해서 달갑게 요리를 하다니. 태윤아, 너 다시 보게 된다.”장소민은 며느리 하예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큰아들의 성격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할머니가 직접 나서서 주선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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