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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2585 챕터

제701화

그녀는 남편에게 시집와서부터 30여 년 동안 줄곧 남편의 사랑을 받고 지냈다. 아직도 남편의 눈엔 아내인 그녀가 제일 소중한 존재이다.장소민이 한참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왜? 엄마가 너 음식 하는 거 보고 네 마누라 게으르다고 잔소리할까 봐 그래? 출장 다녀와서 바로 회사 돌아가는 건 제쳐두고 며칠 내내 독감에 걸렸다가 인제 겨우 호전됐는데 어떻게 너한테 요리를 시켜? 엄마가 너더러 아내를 너무 아낀다고 뭐라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도가 지나치면 못써. 그러다 버릇 나빠져서 제멋대로 굴 수 있어. 나중에 잘난 척하며 밖에서 설쳐대다가 여기저기 사고 치고 다니면 어떡해?”전태윤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알았어, 예정이 험담 안 할게. 네 표정 좀 봐, 엄마가 몇 마디 했다고 바로 정색하는 거야? 지금 그렇게 변했다는 게 아니라 미리 충고만 했을 뿐인데 너 자꾸 심각한 표정 지을래?”장소민은 하예정이 전씨 일가가 재벌 가문인 걸 알게 되어 팔자가 폈다고 괜히 흥분할까 봐 걱정됐다. 만에 하나 신분 상승했다고 밖에서 사고라도 치면 결국 전태윤이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뒷수습할 테니까.아들에게 몇 마디 주의를 환기했을 뿐인데 잘생긴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엄마는 예정이랑 함께 지내보지 못해서 그 애 인품을 잘 몰라요. 하지만 제 안목은 잘 아시잖아요. 예정이는 절대 신분이 높아졌다고 사람들을 하대할 성격이 아니에요.”하예진 자매는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이경혜 이모가 나타나도 마냥 겸손할 따름이다. 상류층 사람들만 그녀들이 이경혜의 외조카란 사실을 알 뿐, 외부인들은 전혀 모른다.아 참, 주씨 일가는 알고 있다.주형인의 부모와 누나는 지금쯤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올 것이다.전태윤의 압박으로 그들은 곧 직장을 잃게 된다.그때 되면 주씨 집안 사람들은 더더욱 후회할 것이다.“믿어, 엄마는 당연히 믿지. 방금 한 말 두 번 다시 안 할게.”장소민은 아들이 화내는 걸 원치 않았다.“너 컨디션 좋아 보인다, 살도 조금 찐 것 같네? 예정이가 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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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다만 제 아들이 아내에게 이토록 자상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다행히 며느리가 아들보다 더 살가웠다.“그래, 맛 좀 보자.”장소민은 하예정이 집어준 요리를 흔쾌히 한 입 먹었다.아들이 한 요리가 며느리가 한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건 너무 양심에 찔렸다. 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태윤의 요리 솜씨는 예정이보다 못해. 앞으로 시간 나면 좀 더 많이 연습해서 예정이한테 맛있는 음식을 차려줘.”그렇게 하면 부부의 감정도 더 승화할 테니까.“다만 평소엔 출근하느라 업무가 바쁘다 보니...”“그건 걱정 말아요, 어머님. 평일엔 절대 태윤 씨를 주방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할 거예요.”두 사람은 현재 숙희 아주머니와 함께 지낸다.하예정의 말을 들은 장소민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이 새우 드시려고요?”전태윤이 엄마한테 물었다.“엄마는 밥 다 먹고 왔어. 예정이가 너희 부부 요리 솜씨를 평가해달라고 해서 맛본 거야. 두 사람 먹고 있어. 난 TV 보러 간다.”장소민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다 먹은 후 수저를 내려놓고 주방에서 나왔다.전태윤은 엄마가 나가자 다 바른 새우 한 접시를 하예정의 앞에 내밀며 다정하게 말했다.“여보, 천천히 먹어. 이 국물도 많이 마셔야 해. 몸보신하는 거야.”그는 눈썹을 들썩거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그런 그의 표정에 하예정은 너무 웃겨 하마터면 밥을 내뿜을 뻔했다.진지하기만 하던 그가 눈썹을 들썩거리는 날이 오다니.하예정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한 후 재빨리 거실 쪽을 바라봤다. 장소민이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또다시 감탄을 연발했다.‘어머님은 기품이 차 넘쳐.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들보다 더 고고하셔. 앉아 있는 제스처까지 어떻게 저리도 우아하지?’전태윤이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 우리 엄마 몰래 훔쳐보지 않아.”할머니가 계시면 두 사람을 곁눈질할 수도 있다.다만 장소민은 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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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식사를 마친 후.전태윤이 그릇을 치우고 하예정이 식탁을 닦았다. 그녀는 의자까지 가지런히 정리한 후에야 주방에서 나와 시어머니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는 시계를 보며 어머님께 말했다.“어머님, 차를 마당에 들여오고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세요.”“아니야, 이따가 돌아갈 거야. 내가 집에 없으면 네 아빠가 적응 못 해.”큰아들이 회사를 전수한 후 그녀의 남편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부부가 종일 함께 지냈다. 아내가 집에 없는 건 진짜 적응하기 어려웠다.하예정은 시부모님의 감정이 너무 부러웠다.젊은 시절부터 함께 해온 부부가 늙어서도 옆에 있어 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결국 옆에 남는 건 배우자일 뿐이다.“어머님, 전에 태윤 씨가 이 별장을 샀다는 걸 아예 몰랐어요. 저한테 줄곧 안 알려줬거든요. 며칠 전에 겨우 말하더라고요. 이 별장은 발렌시아 아파트보다 훨씬 커서 저희 두 사람이 지내기엔 텅 빈 느낌이 들어요. 어머님, 아버님도 오셔서 함께 지내면 안 될까요?”장소민은 살짝 의외인 듯싶었다.“너 정말 시댁 식구랑 함께 살고 싶어?”대부분 젊은 며느리들은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걸 꺼린다.며느리가 아니라 제가 낳은 세 아들도 어른이 되니 뿔뿔이 독립하고 본가에 돌아와 그들과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다.젊은 세대의 삶과 노년의 삶은 엄연히 다르니까.“네, 저는 괜찮아요.”장소민이 웃으며 말했다.“다만 태윤이가 우리랑 함께 지내는 걸 안 좋아해. 우린 그냥 본가에서 지내는 게 나아. 너희 젊은이들 방해하지 않고 말이야.”장소민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예정을 탐탁지 않게 느끼는데 함께 지내다 보면 단점들이 더 확대될 것이고 며느리가 더 싫어질 수 있다.차라리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낫다. 하예정도 시어머니를 좋게 생각하고 그녀도 종일 며느리의 단점만 따지고 들지 않을 테니 서로에게 좋은 선택이다.전태윤이 나온 후 장소민도 자리를 뜨려 했다.“태윤아, 엄마 바래다줘.”하예정이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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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장소민은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엄마는 단지 미리 충고할 뿐이야. 이만 돌아갈게, 네 아빠가 걱정하시겠어. 구정 때 너희 부부 돌아올 거지?”“할머니께서 말씀 안 하셨어요? 저 구정 전날에 예정이 데리고 본가로 가서 설 연휴 보낼 거예요.”“본가? 아, 그 본가를 말하는 거야? 어쩐지 요즘 너희 할머니가 자주 그리로 다니시더라니.”전태윤이 하예정을 데리고 전씨 일가의 진정한 본가에 돌아가 설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그곳은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낡고 색이 바랬다.“너 언제까지 숨길 셈이야?”“엄마, 내가 다 생각이 있어요. 나중에 관성 전체에 나랑 예정이가 부부 사이란 걸 알릴 거예요.”그리고 결혼 준비도 이어갈 계획이다.전태윤의 계획은 완벽하나 현실은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장소민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이만 돌아갈게.”“운전 조심하세요. 다음에 올 땐 미리 전화 주세요. 엄마 며느리를 놀라게 하지 말고요.”장소민이 겨우 말을 이었다.“날 악덕 시어머니로 몰아가지 마. 예정이 걔 호락호락한 애가 아니던데, 나랑 기 싸움까지 하고 말이야. 내가 어찌 걔를 놀라게 할 수 있겠어?”전태윤은 침묵하다가 엄마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새삼스럽게 왜 이래?”“며느리 흠집 찾지 않아서 고맙다고요.”장소민은 참지 못하고 발로 그를 가볍게 찼다.“엄마도 네가 잘 살길 바라. 너만 행복하면 돼. 예정이가 좋고 걔가 널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면 온몸에 단점투성이라도 엄마는 다 참을 수 있어. 기껏해야 친절하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겠지. 일부러 흠집 찾는 일은 없어.”화기애애한 전씨 일가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다 보니 원래 심성이 착한 장소민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젊었을 때보다 더 사리가 밝아졌다.굳이 흠집을 찾아내라면 큰아들네 부부가 서로 집안 배경이 너무 차이나고 그래서 하예정이 전태윤을 위해 조금 변화해주길 바랄 뿐이다. 예를 들어 예의범절을 배우고 재주도 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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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성기현도 전화기 너머로 차갑게 말했다.“안 나오면 예정이한테 당신 정체 다 밝힐 거예요. 다른 건 숨겨도 다 괜찮지만 전씨 그룹 대표라는 사실을 숨기면 예정이 분명 엄청나게 화낼 거예요. 소현이까지 연루되는 일이니까요.”전태윤이 점점 더 일그러진 표정으로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간다고 했잖아요. 기다리기만 해요.”‘감히 날 협박해?!’“난 당신 사촌 형이에요. 먼저 가서 날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전태윤이 싸늘하게 말했다.“더하루 호텔은 그쪽 집안 호텔이라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요. 장소 바꿔요 그럼. 관성 호텔에서 내가 미리 로얄 스위트룸 준비해서 당신 열렬하게 환영할게요.”“왜요? 찔렸어요? 두려워요? 일부러 이 형을 기다리게 하려고요?”“성기현 씨, 내 앞에서 형 노릇 작작 해요!”성기현이 하찮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난 원래 당신보다 나이도 많고 이젠 예정이까지 내 동생이 됐어요. 당신이 예정의 남편이 아니면 날 형이라 부르든 말든 아무 상관 안 해요. 하지만 예정의 남편이면서 날 형이라 부르지 않는 건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이죠. 내가 예정이 앞에서 당신 해코지 할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봐요?”“감히 그러기만 해봐요!”성기현이 더 기고만장하게 웃었다.“못 그럴 게 또 뭔데요? 내가 정말 당신 같은 사촌 매부를 우러러보면서 한편으로 쩔쩔매는 것 같아요? 당장이라도 당신을 갈아치우고 싶다니까요. 내 동생한테 더 좋은 남자를 소개해주고 싶다고요.”“관성 전체에 나보다 더 훌륭하고 괜찮은 남자가 또 어디 있어요?”전태윤은 성기현이 그를 당장이라도 갈아치우고 싶어 한다는 걸 굳게 믿는다.지금 이 국면은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까.“전 대표,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스러워졌어요? 당신이 관성 상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관성에서 가장 잘난 남자인 건 아니죠.”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유부남이 되면 다 뻔뻔스러워지는 법이에요.”성기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전태윤의 변화가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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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그는 전태윤과 전화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마누라에게 알려주었다. 마누라는 그제야 의심을 풀었고 그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전태윤은 성기현이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하예정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는 방으로 돌아간 후 그녀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았다.한참을 보다가 하예정이 하품하자 그는 바로 TV를 끄고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돌아간 후 그는 그녀와 함께 침대에 누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더는 대답이 없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이미 꿈나라로 간듯하였다.전태윤은 몸을 반쯤 일으키며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하예정을 불렀다.“예정아, 예정아.”아무 반응이 없는 거로 봐서는 깊게 잠이 든 것 같았다.전태윤은 안심하며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말했다.“예정아, 잘 자.”그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조용히 내려와 다시 하예정을 도와 이불을 덮고는 외투를 집어 들고 방을 나갔다.별장을 나온 후, 전태윤은 운전기사와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어 더하루 호텔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라고 분부했다.성기현을 만나야 하는데 외적인 조건에서 상대방에게 져서는 안 되었다.성기현은 전태윤에게 새벽 0시에 더하루 호텔에 도착하라고 했고, 전태윤은 정말 1초도 늦지 않고 0시에 딱 맞춰 도착했다.“도련님.”경호팀은 전태윤을 보고 마중 나왔다.“가자.”전태윤은 차에서 내린 후 곧장 안으로 들어갔고 경호원들은 즉시 전태윤을 따라 더하루 호텔로 들어갔다.새벽이라 그런지 호텔 안은 조용했다.아니면 성기현이 미리 분부했는지 호텔 사람들은 전태윤의 도착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전태윤은 귀빈 통로를 통하여 호텔 맨 위층에 도착했다.관성 호텔과 마찬가지로 더하루 호텔의 맨 위층에는 로얄 스위트룸이 있는데, 특별히 성기현을 위해 사용된다.맨 위층에 도착하자 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로얄 스위트룸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입구에는 검은 옷차림의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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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전 대표님.”그 경호원이 또 입을 열자, 전태윤은 그를 쳐다봤다.“저희 대표님께서 다른 이에게 심부름시키지 말고 직접 사 오면 더 성의 있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전 대표님께서 저희 대표님을 얼마나 존중하는가에 따라 하예정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십니다.”말인즉, 전태윤이 직접 나가서 물건을 사지 않으면 성기현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즉 하예정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는 뜻이다.전태윤은 성기현의 괴롭힘에 이를 갈았는데, 하필 약점을 잡힌 셈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비록 하예정은 이경혜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성씨 가문을 마음에 두고 존중할 수밖에 없는 전태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 첫 대면 선물을 사러 갔다.대형 슈퍼는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았기에 24시간 영업하는 작은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살 수밖에 없었다.그는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가 별생각 없이 보이는 대로 카트에 주어 넣었다.슈퍼의 점원은 갑자기 한 무리의 남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아이돌 스타처럼 잘생긴 전태윤의 얼굴을 보고도 혹시나 조폭을 만난 건 아닌가 하며 두려워했다.점원은 경계하며 수시로 경찰에 신고할 준비를 하였다.다행히도, 그들은 그저 진열대의 상품들을 한바탕 쓸어 카운터에 가득 쌓아 놓았고, 가장 잘생긴 얼굴에 가장 굳은 표정의 한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계산!”조폭이 아닌 걸 확인한 점원은 마음을 놓았다.몇 분 후.전태윤은 경호원을 데리고 슈퍼를 떠났고, 경호원 모두가 손에 큰 주머니를 들었다.점원이 가게 안의 진열대를 훑어보니 그 사람들에 의해 거의 다 비워진 셈이었다.‘그 상품 중에는 생리대도 있는 거로 기억하는데, 남자 몇 명이 생리대를 사서 무얼 하려는 거지?’20분 후.전태윤은 비로소 성기현을 만났다.전태윤이 경호원을 데리고 물건들을 소탕하러 나간 동안, 성기현은 소파에 앉아 주전부리를 먹으며 TV를 틀어놓고 아주 한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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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무슨 물건인지 똑똑히 본 전태윤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성기현의 괴롭힘에 마지못해 슈퍼에 갔고, 어떤 물건인지도 똑똑히 보지 않고 진열대를 깡그리 쓸어 가져왔다. 물건이 너무 많은 탓에 그중에 생리대가 끼어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아내가 있으니 가져다 써도 될 것 같네요.”전태윤이 생리대 봉지를 다시 성기현에게 던지자, 성기현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그 웃음소리에 전태윤은 당장이라도 일어나 덤벼들어 그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오랜 세월 동안 성기현을 상대하였지만, 그의 앞에서 이 정도로 난처한 경우는 없었다.성기현은 한참을 웃다가 겨우 웃음을 그쳤고,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전태윤에게 말했다.“혹시 절 웃겨 죽이고 제 재산을 물려받을 계획은 아니겠죠? 너무 웃어 배가 아플 정도네요.”“그럼 웃겨 죽기 전에 먼저 유언장을 작성하여 모든 재산을 저에게 상속해 줘요, 그다음 죽을 정도로 웃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게요.”이 말에 성기현은 또 웃었다.“제 재산이 마음에 차기나 하겠어요? 당신만큼 재산이 많지 않아서요.”“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래도 자그마치 수천억이 되는데, 마음에 차다 말 다요.”더 앉아 있으면 진짜 웃겨 죽을 것 같던 성기현은 얼른 일어나 차를 타 주러 갔다.잠시 후, 그는 소파로 돌아와 차 한 잔을 진하게 따라 전태윤의 앞에 놓았고 자신한테는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랐다.한밤중에 차를 마시면 수면에 영향을 미쳐 잠을 못 자고 이튿날 출근할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성기현을 욕했다.이 정도로 진한 차라면 한 모금을 마셔도 밤에 잘 생각을 포기해야 할 것인데, 성기현은 스스로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전태윤은 용이 개천에 빠지면 모기붙이 새끼가 엉겨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절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는 건가요”전태윤은 그 차를 마시지 않았다.여기서 몇 시간을 허비한다지만 그 차만 안 마시면 돌아가서는 아내를 껴안고 몇 시간 더 자고 출근할 수 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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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성소현을 어떻게 피할지는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네요.”그는 정력을 들여 성소현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저희가 안배할 테니 그저 오기 전에 미리 메시지를 보내 주시면 돼요. 그러면 제가 소현을 다른 곳으로 보내 당신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우리 부모님께도 미리 말해놓을 거예요.”전태윤도 성소현이 자기와 하예정의 관계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 계획에 대해 따로 의견이 없었다.지금처럼 달콤한 시기에 만약 성소현이 알게 된다면, 그녀가 미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설날 전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 구정이 지난 후에 다시 시간을 내어 예정 씨와 함께 댁을 방문할 생각이에요.”하예정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고향의 망나니 친척들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살기에 큰이모 외에는 성씨 가문과만 오가고 있다.“그쪽 회사는 설날 전부터 이미 휴가인 거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일로 바쁘신 거죠?”성씨 그룹도 큰 회사이고 일이 많은 관계로 거의 동일한 시기에 휴가를 내고 있다.“요 며칠은 일정이 매우 바쁠 것 같아요, 그다음은 회사 송년회이고, 송년회 다음 날, 저는 예진 그룹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A시에 가야 해요. 아마 설날이 다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성기현도 예진 그룹의 대표가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예진 그룹과 거래가 없는 관계로, 상대방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지 못했다.전씨 그룹과 예진 그룹 사이에는 거래가 있고, 전태윤도 예준하와 친한 사이이니, 직접 A 시로 가서 참석할 만도 했다.“부럽군요.”성기현이 한마디 하자 잔태윤은 그의 숨은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예준성 그 사람들과 알고 지낼 수 있는 것이 부럽다는 뜻이었다.예준성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도 모두 대단한 사람이라, 예씨 가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처남인 만성 남씨 가문의 가주와 교제를 맺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질투가 날 만했다.“당신은 항상 저보다 운이 조금 더 좋은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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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그들 각자의 경호원들도 말없이 묵묵히 뒤따라갔는데, 만약 걷는 소리까지 들리지 않으면 한밤중에 한 무리의 귀신을 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도 했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 전에 성기현이 멈춰 섰다.“전 대표”성기현이 입을 열자, 전태윤이 그를 쳐다보았다.성기현은 바로 말을 잇지 않고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자꾸 우리 쪽 비즈니스를 뺏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쪽이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기 전에 그들에게도 번복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계약을 맺고도 해소하는 경우가 있어요. 비즈니스란 원래 이런 거니 내가 성 대표의 비즈니스를 빼앗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단지 성씨 그룹의 실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우리 전씨 그룹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인정은 인정이니 양보하라는 말은 삼가는 게 좋을 거예요.”“...참 대단하시네요.”전태윤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을 받아들였다.“제가 대단한 게 하루 이틀도 하니고... 하지만 그쪽은 결혼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아이가 없는 건 혹시 몸이 편찮기라도? 우리 마누라를 봐서라도 실력 있는 의사를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누가 몸이 편찮다는 거예요? 우리 부부는 그저 아이 없는 행복한 생활을 몇 년 더 누리려 했을 뿐이니 관심 꺼주시면 고맙겠네요.”성기현은 전태윤의 말에 기가 찼지만, 실제로 전태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둘 중 한쪽이 문제가 있거나 양쪽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으니 배웅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강일구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자 전태윤은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먼저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앞에 남겨진 성기현은 잠시 후에야 반응하며 화를 냈다.“누가 배웅한다는 거야? 나도 집에 가는 길이라고!”전용 엘리베이터를 전태윤에게 빼앗겼으니, 성기현은 잠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함께 아이를 가질지에 대해 의논하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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