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가, 그것도 합법적인 아내가 맨날 눈앞에서 다니는데도 키스도 하지 못하는 마음을 누가 알까?전태윤도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이젠 독감도 다 나았으니 하예정을 꽉 끌어안고 억눌렀던 욕구를 마음껏 표현했다.잠시 후, 하예정은 그의 가슴팍에 기댄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예정아.”하예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진지한 표정과 마주한 순간 두 눈을 깜빡였다.‘낯빛이 한순간에 바뀌네?’그녀가 물었다.“왜 그래요? 표정이 왜 또 교감 선생님처럼 엄숙한데요? 날 도와주러 처음 우리 가게에 왔을 때 학생들이 무서워서 가게도 들어오지 못했던 게 기억나네요.”전태윤이 그녀의 볼을 살살 어루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그땐 자꾸 날 회사로 돌아가라고 해서 화나서 그랬어. 도와주겠다는 내 마음은 받아주지 않고 그냥 쫓아내기만 했잖아.”예전의 그는 그녀 앞에서 참으로 교만을 떨었다. 게다가 성격도 더러웠고 표정도 어찌나 얼음장같이 차가운지 모든 사람이 그에게 빚이라도 진 것처럼 싸늘했다.“태윤 씨, 나한테 할 얘기 있어요?”하예정은 그가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마음껏 느꼈다.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귀한 보물과도 같았다.“지금까지 너한테 하지 못한 얘기가 있어.”“그게 뭔데요?”전태윤이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내가 얘기하면 절대 화내면 안 되고 후회해서도 안 돼.”두 사람은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하예정은 그를 밀어내며 멀리했다.“태윤 씨, 또 무슨 속셈이에요? 대체 무슨 얘기길래 말하기 전부터 화내선 안 되고 후회도 해선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만약 내가 엄청 화낼만한 일이라면 그래도 참으면서 억지로 웃어야 해요? 난 절대 참지 않을 거예요. 화나면 태윤 씨를 꼬집고 깨물 거예요!”전태윤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안으려 하자 하예정이 다시 밀쳐냈다.“터치하지 말아요.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 때릴지 말지 결정할게요.”전태윤이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그러니까, 음... 내 명의로 된 집이 발렌시아
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