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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전태윤이 잠시 입을 꾹 다물다가 대답했다.

“별장이랑 발렌시아 아파트를 사니까 적금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 차는 어차피 그저 교통수단이니까 잘 굴러가기만 하면 돼. 비싼 자동차 같은 건 필요 없어.”

전태윤은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 아직도 수많은 거짓말로 예전의 거짓말을 수습하고 있었다.

하예정이 다시 한번 그를 밀어냈다.

“일단 이 손 놔요.”

“도망가는 건 아니지?”

“내가 어딜 도망가겠어요? 도망갈 생각이었더라면 말도 없이 짐 챙겨서 나갔죠. 큰소리를 내면서 떠나는 건 그건 태윤 씨한테 겁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예요. 진짜로 떠나는 건 소리 없이, 망설임 없이 떠나는 거죠.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게.”

그녀의 말에 전태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정아, 넌 어떤 상황에서 날 떠날 거야?”

“나한테 미안한 짓을 하고 제 발 저려서 이렇게 묻는 거죠?”

전태윤이 부정했다.

“그게 아니라 확실하게 물어서 앞으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네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지.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게 할 거야.”

담담한 표정의 그를 보며 하예정은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의 두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지만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가 지금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지, 아니면 떠보는 건지 도통 가늠이 가질 않았다.

“내가 가장 못 참는 건 바람피우는 거랑 가정 폭력, 그리고 끝없는 거짓말이에요.”

“난 바람피울 리도 없고 가정 폭력은 더더욱 없어.”

전태윤이 바로 약속하자 하예정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약속 꼭 지켜요.”

“시간으로 증명할게.”

전태윤은 제 발 저린 듯 끝없는 거짓말은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그녀를 속인 일은 하나였지만 그 거짓말을 덮으려고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모른다. 결국에는 무수한 거짓말이 돼버렸다.

그는 원래는 그저 하예정의 반응만 살필 생각이었다. 그녀가 잠깐 화를 내다가 다시 풀리면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마지노선을 알게 된 지금 전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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