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남편에게 들키자 하예정의 얼굴이 무르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휴대폰을 뺏어와 화면을 잠그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심심해서 그냥 아무거나 검색해본 거예요. 술은 어디 있어요?”전태윤이 술을 두 잔 가져와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넸다.“우리 아직 밥을 안 먹었으니 너무 많이 마시진 마. 반 잔만 마시면 돼.”“이 정도 양이면 서너 모금에 다 마셔버리겠네요. 간에 기별도 안 가겠어요.”하예정이 구시렁대며 술잔을 받아와 한 모금 맛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혀 진하지 않았다. 전태윤은 그녀가 바로 취할까 봐 내심 걱정한 듯싶었다.하예정은 물 마시듯 반 잔의 술을 곧장 들이켰다.전태윤은 한 모금만 마시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그는 수줍을 게 없으니 술을 빌려 용기 낼 필요가 없다.“안 마셔요? 안 마시면 나 줘요.”하예정이 손을 뻗어 그의 잔을 가져오려 했다. 그의 잔은 그녀 것보다 크고 술도 더 많이 담겨있었다.전태윤은 긴 팔로 재빨리 잔을 치우고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 그는 술잔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다잡으며 가까이 다가가 가볍게 키스했다. 이어서 그녀를 살포시 침대에 눕혔다.“태윤 씨... 나 조금 두려워요...”“괜찮아, 나한테 맡겨.”전태윤이 부드럽게 키스하며 그녀의 긴장한 마음을 녹였다.다정한 그의 제스처에 하예정도 서서히 긴장을 풀고 그에게 템포를 맞춰갔다.“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 왔어요.”“신경 쓰지 마.”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여 전화를 받을 겨를이 없다.“띠리링...”휴대폰 벨 소리가 계속 울렸고 전태윤은 끝까지 받지 않았다. 결국 상대도 세 번 전화를 건 뒤 포기했다.알고 보니 성기현한테서 온 전화였는데 그는 전태윤이 출장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그를 불러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다만 전태윤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성기현은 휴대폰을 식탁에 내려놓았다.그의 국을 따르고 주방에서
전태윤은 흐뭇한 얼굴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까지 들을 수 있다.혼인신고하고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그는 드디어 하예정의 진짜 남편으로 거듭났다.전태윤은 주방에 들어가 옷걸이에 걸린 앞치마를 내려서 허리에 두르고 냉장고를 열어서 식자재를 꺼냈다. 이제 곧 만들 몇 가지 요리의 식자재들이다.우선 아내가 몸보신용으로 마실 국을 끓여야 한다.국에 필요한 식자재를 다 손질한 후 끓는 물에 투하하고는 밥을 지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박 집사에게 전화했다. 박 집사가 전화를 받자 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집사님, 사람 시켜서 신선한 새우를 보내오세요. 냉장고에 신선한 해산물이 별로 없네요.”다른 채소는 있든 없든 상관없지만 하예정이 제일 좋아하는 새우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도련님, 사모님이랑 아직 식사 안 하셨어요?”박 집사가 살짝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숙희 아주머니더러 먼저 돌아와서 저녁 준비를 하게 했어야죠.”“늦게 먹어도 괜찮아요, 나 아직 배 안 고파요. 예정이도 회사에서 디저트 몇 개 먹었어요.”“그럼 다행이네요. 지금 바로 신선한 새우를 보내드릴게요. 30분쯤 걸릴 겁니다.”전태윤이 알겠다며 대답했다. 새우는 금방 익어 나중에 투하해도 되니 일단 다른 요리부터 만들면 된다.오랜만에 요리하는 전 대표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각종 식자재를 손질했다. 그는 가장 잘하는 요리를 몇 가지 만들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먹일 예정이다.전태윤은 지금 이 순간 할머니께 더없이 감사했다.그의 할머니는 다른 재벌가와 다르게 아홉 손주에게 전부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셨다.훌륭한 셰프로 거듭나 장차 아내의 위를 사로잡고 누구보다 입을 까다롭게 만들어 남편이 해주는 음식만 먹도록 할 큰 그림인 듯싶었다. 그렇게 되면 남편을 떠나려야 떠날 수 없을 테니까. 전태윤은 뒤늦게 할머니의 의도가 의심됐다.그는 주방에서 아내가 먹을 저녁을 정성껏 만들었다. 하예정은 안방의 화장실 욕조에 누워 편하
두 자매가 통화를 마친 후 하예정은 몸이 훨씬 편안해져 욕조에서 일어나 밖에 걸어 나왔다.그녀의 사랑스러운 남편께서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부터 자상하게 그녀가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놓았다.10분 후.하예정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은 아주 고요했다.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지낼 때 그녀는 집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졌다. 전태윤은 평소 밤늦게 들어오기가 일쑤라 그녀는 집에 돌아오면 함께 대화할 사람도 없었다.하여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다.후에 숙희 아주머니까지 모셔오니 그제야 집안에 생기가 돌았다.다만 전태윤이 산 별장은 발렌시아 아파트보다 훨씬 크고 그들 부부만 지내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조용했다.1층에 내려와서야 주방의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하예정은 가까이 다가가 열심히 요리하는 전태윤을 바라보더니 그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주방 문 앞에 기대서 물끄러미 지켜봤다.‘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잖아! 아니야, 태윤 씨는 항상 멋있어.’그녀는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전태윤이 요리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날 위해 저녁 만들어주는 남자는 뒷모습도 너무 멋져.」그녀는 영상을 올린 후 다시 클릭해서 보았다. 인기척 소리에 전태윤이 고개 돌려 눈썹을 들썩거리며 그녀를 쳐다봤다.“왜 더 누워있지 않고? 나 아직 다 준비하지 못했어.”“배고파요.”하예정은 그에게 들키자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남편이 만드는 음식을 지켜보며 말했다.“너무 배고파서 누워있을 수가 없어요. 음식 너무 많이 할 필요 없어요. 우리 두 사람이라 요리 세 개에 국 한 그릇이면 돼요.”“요리를 네 개 만들려던 참이야. 너무 배고프면 과일이라도 먼저 먹고 있을래?”하예정은 그가 준비한 식자재를 훑어보며 요리를 네 개 할 거란 짐작이 갔다.“이걸 다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으니 그냥 기다리고 있을게요.”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누가 온거죠?”하예정이 본능적으로 물었다.
별장 문 앞에 은색 세단 한 대가 세워졌고 누군가가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하예정은 문틈 사이로 그 사람을 바라봤는데 어딘가 낯익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새우를 보내온 사람인 게 아니라 몇 번 뵈었던 그녀의 시어머니였다.“어머님.”하예정은 당황해하며 얼른 가서 문을 열어주려고 했지만 키가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시어머니께 말했다.“어머님, 제가 아직 키로 문을 여는 걸 몰라서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태윤 씨한테 가서 키 받아올게요.”장소민은 알겠다며 차분하게 대답한 후 더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하예정은 집안에 들어간 후 종종걸음으로 주방에 달려가 전태윤에게 말했다.“태윤 씨 어머님이 오셨어요. 문을 열어야겠는데 키가 없으니 안 열리네요. 얼른 키 좀 주세요. 어머님 문 열어드려야 해요. 어머님 이틀에 한 번씩 집에 오신다고 했잖아요. 왜 키가 없으세요?”전태윤이 대답했다.“내 키는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놨어. 엄마가 까먹고 챙기지 못하셨나 봐.”“아 참, 밥을 얼마나 지었어요? 어머님 드실 것까지 되는지 모르겠네요.”하예정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어머니가 매우 신경 쓰였다.“이 시간이면 식사 다하셨을 거야.”하예정이 알겠다며 대답한 후 탁자 위에 놓인 키를 챙기고 밖으로 달려갔다. 문 앞까지 달려가던 그녀는 또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며 전태윤에게 말했다.“그냥 태윤 씨가 마중 나갈래요? 내가 요리할게요.”남편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데 정작 본인은 한가롭게 있으니 시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고 아들을 안쓰러워할까 봐 걱정됐다. 아내가 돼서 남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고 나무랄 것 같았다.어떤 시어머니들은 제 아들이 집안일을 하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며느리가 전적으로 해야 하고 아들은 손끝 하나 움직여도 아까워서 죽을 지경이다. 며느리는 출근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육아에 집안일까지 병행해야 한다.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시어머니가 부지기수이다.또 한편 제 사위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전태윤의 그 한마디에 하예정은 안심하며 활짝 웃었다.“그럼 내가 가서 어머님 문 열어드릴게요. 만약 어머님께서 내가 집안일을 안 한다고 나무라시면 나도 할 말은 할 거예요. 그때 가서 내 탓 하지 말아요.”하예정은 여자가 결혼했다고 모든 집안일을 책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만약 장소민도 정말 김은희가 하예진을 질책하듯이 하예정을 나무라면 그녀 성격상 무조건 시어머니와 논쟁할 것이다.전태윤이 웃으며 답했다.“그래, 네 탓 안 할게. 우리 엄마도 네 말처럼 모질게 굴지는 않을 거야.”설사 장소민이 며느리가 아니꼬워도 기껏해야 아들 앞에서 몇 마디 얘기할 뿐 대놓고 며느리를 박대하진 않을 것이다. 하예정이 도가 지나치지 않는 한 말이다.하예정은 어머님께 문 열어드리러 나갔다.장소민은 너무 오래 기다려서 살짝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진 않았다.하예정은 어머님께 문을 열어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래 기다리셨죠, 어머님.”장소민이 친절하게 되물었다.“태윤이랑 아직 밥 안 먹었지?”“네, 아직이에요. 태윤 씨가 지금 한창 음식 만들고 있어요.”하예정이 마당 문을 열자 장소민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어머님께 물었다.“차는 밖에 두려고요?”장소민이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잠깐 너희 보러 왔어. 금방 갈 테니 차는 밖에 세워두지 뭐.”아들이 출장 중에 독감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민은 몹시 걱정됐다. 이틀에 한 번씩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며느리가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는 걸 알았다. 며느리가 제 아들을 단속하며 매일 한약 한 컵씩 먹인다는 말에 장소민은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하예정이 큰며느리가 되는 게 탐탁지 않았다. 전태윤은 할머니께 은혜를 갚기 위해 마지못해 하예정과 결혼했으니 절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거로 여겼다.다만 3개월 사이에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하예정에게 이경혜라는 이모가 뒷배가 되어주지만 성씨 일가가 아무리 부자여도 하예정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장소민은 이경혜가 있
전태윤은 혹여나 엄마가 낯을 붉힐까 봐 마지막 요리까지 다 만든 후 부랴부랴 주방에서 나갔다. 그때 고부가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역시 예정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알아서 고부 사이의 분위기를 띄워주잖아. 엄마가 일부러 흠집 못 잡게 말이야.’“엄마.”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장소민을 불렀다.“들어오자마자 향이 감도는 걸 보니 우리 태윤이 요리 솜씨 뒤처지지 않았네.”장소민이 아들을 칭찬하며 하예정에게도 말했다.“예정이도 분발해야겠어. 더 많이 연습하면 분명 태윤이 뛰어넘을 거야.”“어머님, 아직 드셔보지도 못했잖아요. 혹시 알아요? 향만 좋을 뿐 맛이 별로일 수도 있어요. 저한테 지면 태윤 씨 매일 요리 시켜야겠어요. 요리 솜씨가 늘면 구정 때 어머님, 아버님께도 구첩반상을 차려드리게 말이에요.”장소민이 두 눈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나중에 시간 되면 우릴 위해서라도 태윤이 좀 더 많이 연습시켜야겠어.”전태윤은 고부 사이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었다. 장소민은 앞으로 하예정이 요리를 책임지길 바랐고 이에 그녀는 매끄럽게 거절하며 어머님의 심기도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이때 초인종 소리가 또 울렸다.“새우가 제시간에 도착했네요. 제가 가서 가져올게요.”하예정이 또다시 문밖을 나섰다.그녀가 나가자 장소민이 아들 주변을 맴돌았다.“엄마,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얼른 하세요. 예정이 나가서 못 들어요.”장소민은 아들이 두른 앞치마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너 이러고 있으니 네 아빠 같기도 하네.”“당연하죠. 내가 아빠 친아들인데 안 닮을 리가 있겠어요?”전태윤은 엄마를 소파에 모셔갔다.“우리 집안의 버젓한 큰 도련님께서, 전씨 그룹의 현직 대표님께서 얼마 만에 음식을 만드는 거야? 여자를 위해서 달갑게 요리를 하다니. 태윤아, 너 다시 보게 된다.”장소민은 며느리 하예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큰아들의 성격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할머니가 직접 나서서 주선하지 않
그녀는 남편에게 시집와서부터 30여 년 동안 줄곧 남편의 사랑을 받고 지냈다. 아직도 남편의 눈엔 아내인 그녀가 제일 소중한 존재이다.장소민이 한참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왜? 엄마가 너 음식 하는 거 보고 네 마누라 게으르다고 잔소리할까 봐 그래? 출장 다녀와서 바로 회사 돌아가는 건 제쳐두고 며칠 내내 독감에 걸렸다가 인제 겨우 호전됐는데 어떻게 너한테 요리를 시켜? 엄마가 너더러 아내를 너무 아낀다고 뭐라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도가 지나치면 못써. 그러다 버릇 나빠져서 제멋대로 굴 수 있어. 나중에 잘난 척하며 밖에서 설쳐대다가 여기저기 사고 치고 다니면 어떡해?”전태윤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알았어, 예정이 험담 안 할게. 네 표정 좀 봐, 엄마가 몇 마디 했다고 바로 정색하는 거야? 지금 그렇게 변했다는 게 아니라 미리 충고만 했을 뿐인데 너 자꾸 심각한 표정 지을래?”장소민은 하예정이 전씨 일가가 재벌 가문인 걸 알게 되어 팔자가 폈다고 괜히 흥분할까 봐 걱정됐다. 만에 하나 신분 상승했다고 밖에서 사고라도 치면 결국 전태윤이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뒷수습할 테니까.아들에게 몇 마디 주의를 환기했을 뿐인데 잘생긴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엄마는 예정이랑 함께 지내보지 못해서 그 애 인품을 잘 몰라요. 하지만 제 안목은 잘 아시잖아요. 예정이는 절대 신분이 높아졌다고 사람들을 하대할 성격이 아니에요.”하예진 자매는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이경혜 이모가 나타나도 마냥 겸손할 따름이다. 상류층 사람들만 그녀들이 이경혜의 외조카란 사실을 알 뿐, 외부인들은 전혀 모른다.아 참, 주씨 일가는 알고 있다.주형인의 부모와 누나는 지금쯤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올 것이다.전태윤의 압박으로 그들은 곧 직장을 잃게 된다.그때 되면 주씨 집안 사람들은 더더욱 후회할 것이다.“믿어, 엄마는 당연히 믿지. 방금 한 말 두 번 다시 안 할게.”장소민은 아들이 화내는 걸 원치 않았다.“너 컨디션 좋아 보인다, 살도 조금 찐 것 같네? 예정이가 잘 챙겨
다만 제 아들이 아내에게 이토록 자상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다행히 며느리가 아들보다 더 살가웠다.“그래, 맛 좀 보자.”장소민은 하예정이 집어준 요리를 흔쾌히 한 입 먹었다.아들이 한 요리가 며느리가 한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건 너무 양심에 찔렸다. 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태윤의 요리 솜씨는 예정이보다 못해. 앞으로 시간 나면 좀 더 많이 연습해서 예정이한테 맛있는 음식을 차려줘.”그렇게 하면 부부의 감정도 더 승화할 테니까.“다만 평소엔 출근하느라 업무가 바쁘다 보니...”“그건 걱정 말아요, 어머님. 평일엔 절대 태윤 씨를 주방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할 거예요.”두 사람은 현재 숙희 아주머니와 함께 지낸다.하예정의 말을 들은 장소민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이 새우 드시려고요?”전태윤이 엄마한테 물었다.“엄마는 밥 다 먹고 왔어. 예정이가 너희 부부 요리 솜씨를 평가해달라고 해서 맛본 거야. 두 사람 먹고 있어. 난 TV 보러 간다.”장소민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다 먹은 후 수저를 내려놓고 주방에서 나왔다.전태윤은 엄마가 나가자 다 바른 새우 한 접시를 하예정의 앞에 내밀며 다정하게 말했다.“여보, 천천히 먹어. 이 국물도 많이 마셔야 해. 몸보신하는 거야.”그는 눈썹을 들썩거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그런 그의 표정에 하예정은 너무 웃겨 하마터면 밥을 내뿜을 뻔했다.진지하기만 하던 그가 눈썹을 들썩거리는 날이 오다니.하예정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한 후 재빨리 거실 쪽을 바라봤다. 장소민이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또다시 감탄을 연발했다.‘어머님은 기품이 차 넘쳐.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들보다 더 고고하셔. 앉아 있는 제스처까지 어떻게 저리도 우아하지?’전태윤이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 우리 엄마 몰래 훔쳐보지 않아.”할머니가 계시면 두 사람을 곁눈질할 수도 있다.다만 장소민은 어릴
정윤하는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엄마한테 저녁에 밥 좀 더 하시라고 부탁할게요.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하신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엄마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들이 정말 맛있어요.”“오늘 저녁에 많이 드세요. 아저씨, 저 먼저 운동 좀 하고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하러 갈게요. 저녁에 봐요.”“그래요. 저도 이제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저녁에 봐요.”소지훈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통화를 끊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정윤하 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뗐다.소지훈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은 정윤하의 사진 이였다.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그녀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윤하의 사진을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으로 설정했다.휴대전화를 켜면 정윤하를 바로 볼 수 있었다.정윤하의 안색은 환했고 미소가 밝고 청춘의 활력이 넘쳐 소지훈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비행기가 관성을 떠나 연성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이미 몇 시간이나 흘렀다.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소지훈은 이내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그러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자신이 공항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하가 바로 받았다.“아저씨, 도착했죠? 저도 방금 도착해서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큰 종이에 글씨로 이름을 적어놓았어요. 아저씨가 나오시면 아저씨 성함이 한눈에 보이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리어를 가지러 갔다가 금방 나갈게요.”“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뭐라도 좀 드셨어요? 집에 가는 길에 드실 간식 좀 사드릴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좀 드세요. 공항은 우리 집에서 좀 멀거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