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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사랑하는 여자가, 그것도 합법적인 아내가 맨날 눈앞에서 다니는데도 키스도 하지 못하는 마음을 누가 알까?

전태윤도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이젠 독감도 다 나았으니 하예정을 꽉 끌어안고 억눌렀던 욕구를 마음껏 표현했다.

잠시 후, 하예정은 그의 가슴팍에 기댄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예정아.”

하예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진지한 표정과 마주한 순간 두 눈을 깜빡였다.

‘낯빛이 한순간에 바뀌네?’

그녀가 물었다.

“왜 그래요? 표정이 왜 또 교감 선생님처럼 엄숙한데요? 날 도와주러 처음 우리 가게에 왔을 때 학생들이 무서워서 가게도 들어오지 못했던 게 기억나네요.”

전태윤이 그녀의 볼을 살살 어루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땐 자꾸 날 회사로 돌아가라고 해서 화나서 그랬어. 도와주겠다는 내 마음은 받아주지 않고 그냥 쫓아내기만 했잖아.”

예전의 그는 그녀 앞에서 참으로 교만을 떨었다. 게다가 성격도 더러웠고 표정도 어찌나 얼음장같이 차가운지 모든 사람이 그에게 빚이라도 진 것처럼 싸늘했다.

“태윤 씨, 나한테 할 얘기 있어요?”

하예정은 그가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마음껏 느꼈다.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귀한 보물과도 같았다.

“지금까지 너한테 하지 못한 얘기가 있어.”

“그게 뭔데요?”

전태윤이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내가 얘기하면 절대 화내면 안 되고 후회해서도 안 돼.”

두 사람은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하예정은 그를 밀어내며 멀리했다.

“태윤 씨, 또 무슨 속셈이에요? 대체 무슨 얘기길래 말하기 전부터 화내선 안 되고 후회도 해선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만약 내가 엄청 화낼만한 일이라면 그래도 참으면서 억지로 웃어야 해요? 난 절대 참지 않을 거예요. 화나면 태윤 씨를 꼬집고 깨물 거예요!”

전태윤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안으려 하자 하예정이 다시 밀쳐냈다.

“터치하지 말아요.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 때릴지 말지 결정할게요.”

전태윤이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음... 내 명의로 된 집이 발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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