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태윤과 전화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마누라에게 알려주었다. 마누라는 그제야 의심을 풀었고 그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전태윤은 성기현이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하예정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는 방으로 돌아간 후 그녀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았다.한참을 보다가 하예정이 하품하자 그는 바로 TV를 끄고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돌아간 후 그는 그녀와 함께 침대에 누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더는 대답이 없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이미 꿈나라로 간듯하였다.전태윤은 몸을 반쯤 일으키며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하예정을 불렀다.“예정아, 예정아.”아무 반응이 없는 거로 봐서는 깊게 잠이 든 것 같았다.전태윤은 안심하며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말했다.“예정아, 잘 자.”그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조용히 내려와 다시 하예정을 도와 이불을 덮고는 외투를 집어 들고 방을 나갔다.별장을 나온 후, 전태윤은 운전기사와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어 더하루 호텔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라고 분부했다.성기현을 만나야 하는데 외적인 조건에서 상대방에게 져서는 안 되었다.성기현은 전태윤에게 새벽 0시에 더하루 호텔에 도착하라고 했고, 전태윤은 정말 1초도 늦지 않고 0시에 딱 맞춰 도착했다.“도련님.”경호팀은 전태윤을 보고 마중 나왔다.“가자.”전태윤은 차에서 내린 후 곧장 안으로 들어갔고 경호원들은 즉시 전태윤을 따라 더하루 호텔로 들어갔다.새벽이라 그런지 호텔 안은 조용했다.아니면 성기현이 미리 분부했는지 호텔 사람들은 전태윤의 도착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전태윤은 귀빈 통로를 통하여 호텔 맨 위층에 도착했다.관성 호텔과 마찬가지로 더하루 호텔의 맨 위층에는 로얄 스위트룸이 있는데, 특별히 성기현을 위해 사용된다.맨 위층에 도착하자 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로얄 스위트룸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입구에는 검은 옷차림의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 두 명
“전 대표님.”그 경호원이 또 입을 열자, 전태윤은 그를 쳐다봤다.“저희 대표님께서 다른 이에게 심부름시키지 말고 직접 사 오면 더 성의 있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전 대표님께서 저희 대표님을 얼마나 존중하는가에 따라 하예정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십니다.”말인즉, 전태윤이 직접 나가서 물건을 사지 않으면 성기현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즉 하예정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는 뜻이다.전태윤은 성기현의 괴롭힘에 이를 갈았는데, 하필 약점을 잡힌 셈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비록 하예정은 이경혜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성씨 가문을 마음에 두고 존중할 수밖에 없는 전태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 첫 대면 선물을 사러 갔다.대형 슈퍼는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았기에 24시간 영업하는 작은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살 수밖에 없었다.그는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가 별생각 없이 보이는 대로 카트에 주어 넣었다.슈퍼의 점원은 갑자기 한 무리의 남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아이돌 스타처럼 잘생긴 전태윤의 얼굴을 보고도 혹시나 조폭을 만난 건 아닌가 하며 두려워했다.점원은 경계하며 수시로 경찰에 신고할 준비를 하였다.다행히도, 그들은 그저 진열대의 상품들을 한바탕 쓸어 카운터에 가득 쌓아 놓았고, 가장 잘생긴 얼굴에 가장 굳은 표정의 한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계산!”조폭이 아닌 걸 확인한 점원은 마음을 놓았다.몇 분 후.전태윤은 경호원을 데리고 슈퍼를 떠났고, 경호원 모두가 손에 큰 주머니를 들었다.점원이 가게 안의 진열대를 훑어보니 그 사람들에 의해 거의 다 비워진 셈이었다.‘그 상품 중에는 생리대도 있는 거로 기억하는데, 남자 몇 명이 생리대를 사서 무얼 하려는 거지?’20분 후.전태윤은 비로소 성기현을 만났다.전태윤이 경호원을 데리고 물건들을 소탕하러 나간 동안, 성기현은 소파에 앉아 주전부리를 먹으며 TV를 틀어놓고 아주 한가하
무슨 물건인지 똑똑히 본 전태윤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성기현의 괴롭힘에 마지못해 슈퍼에 갔고, 어떤 물건인지도 똑똑히 보지 않고 진열대를 깡그리 쓸어 가져왔다. 물건이 너무 많은 탓에 그중에 생리대가 끼어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아내가 있으니 가져다 써도 될 것 같네요.”전태윤이 생리대 봉지를 다시 성기현에게 던지자, 성기현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그 웃음소리에 전태윤은 당장이라도 일어나 덤벼들어 그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오랜 세월 동안 성기현을 상대하였지만, 그의 앞에서 이 정도로 난처한 경우는 없었다.성기현은 한참을 웃다가 겨우 웃음을 그쳤고,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전태윤에게 말했다.“혹시 절 웃겨 죽이고 제 재산을 물려받을 계획은 아니겠죠? 너무 웃어 배가 아플 정도네요.”“그럼 웃겨 죽기 전에 먼저 유언장을 작성하여 모든 재산을 저에게 상속해 줘요, 그다음 죽을 정도로 웃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게요.”이 말에 성기현은 또 웃었다.“제 재산이 마음에 차기나 하겠어요? 당신만큼 재산이 많지 않아서요.”“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래도 자그마치 수천억이 되는데, 마음에 차다 말 다요.”더 앉아 있으면 진짜 웃겨 죽을 것 같던 성기현은 얼른 일어나 차를 타 주러 갔다.잠시 후, 그는 소파로 돌아와 차 한 잔을 진하게 따라 전태윤의 앞에 놓았고 자신한테는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랐다.한밤중에 차를 마시면 수면에 영향을 미쳐 잠을 못 자고 이튿날 출근할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성기현을 욕했다.이 정도로 진한 차라면 한 모금을 마셔도 밤에 잘 생각을 포기해야 할 것인데, 성기현은 스스로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전태윤은 용이 개천에 빠지면 모기붙이 새끼가 엉겨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절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는 건가요”전태윤은 그 차를 마시지 않았다.여기서 몇 시간을 허비한다지만 그 차만 안 마시면 돌아가서는 아내를 껴안고 몇 시간 더 자고 출근할 수 있다.하지
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성소현을 어떻게 피할지는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네요.”그는 정력을 들여 성소현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저희가 안배할 테니 그저 오기 전에 미리 메시지를 보내 주시면 돼요. 그러면 제가 소현을 다른 곳으로 보내 당신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우리 부모님께도 미리 말해놓을 거예요.”전태윤도 성소현이 자기와 하예정의 관계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 계획에 대해 따로 의견이 없었다.지금처럼 달콤한 시기에 만약 성소현이 알게 된다면, 그녀가 미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설날 전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 구정이 지난 후에 다시 시간을 내어 예정 씨와 함께 댁을 방문할 생각이에요.”하예정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고향의 망나니 친척들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살기에 큰이모 외에는 성씨 가문과만 오가고 있다.“그쪽 회사는 설날 전부터 이미 휴가인 거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일로 바쁘신 거죠?”성씨 그룹도 큰 회사이고 일이 많은 관계로 거의 동일한 시기에 휴가를 내고 있다.“요 며칠은 일정이 매우 바쁠 것 같아요, 그다음은 회사 송년회이고, 송년회 다음 날, 저는 예진 그룹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A시에 가야 해요. 아마 설날이 다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성기현도 예진 그룹의 대표가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예진 그룹과 거래가 없는 관계로, 상대방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지 못했다.전씨 그룹과 예진 그룹 사이에는 거래가 있고, 전태윤도 예준하와 친한 사이이니, 직접 A 시로 가서 참석할 만도 했다.“부럽군요.”성기현이 한마디 하자 잔태윤은 그의 숨은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예준성 그 사람들과 알고 지낼 수 있는 것이 부럽다는 뜻이었다.예준성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도 모두 대단한 사람이라, 예씨 가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처남인 만성 남씨 가문의 가주와 교제를 맺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질투가 날 만했다.“당신은 항상 저보다 운이 조금 더 좋은 것 같
그들 각자의 경호원들도 말없이 묵묵히 뒤따라갔는데, 만약 걷는 소리까지 들리지 않으면 한밤중에 한 무리의 귀신을 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도 했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 전에 성기현이 멈춰 섰다.“전 대표”성기현이 입을 열자, 전태윤이 그를 쳐다보았다.성기현은 바로 말을 잇지 않고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자꾸 우리 쪽 비즈니스를 뺏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쪽이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기 전에 그들에게도 번복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계약을 맺고도 해소하는 경우가 있어요. 비즈니스란 원래 이런 거니 내가 성 대표의 비즈니스를 빼앗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단지 성씨 그룹의 실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우리 전씨 그룹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인정은 인정이니 양보하라는 말은 삼가는 게 좋을 거예요.”“...참 대단하시네요.”전태윤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을 받아들였다.“제가 대단한 게 하루 이틀도 하니고... 하지만 그쪽은 결혼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아이가 없는 건 혹시 몸이 편찮기라도? 우리 마누라를 봐서라도 실력 있는 의사를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누가 몸이 편찮다는 거예요? 우리 부부는 그저 아이 없는 행복한 생활을 몇 년 더 누리려 했을 뿐이니 관심 꺼주시면 고맙겠네요.”성기현은 전태윤의 말에 기가 찼지만, 실제로 전태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둘 중 한쪽이 문제가 있거나 양쪽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으니 배웅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강일구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자 전태윤은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먼저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앞에 남겨진 성기현은 잠시 후에야 반응하며 화를 냈다.“누가 배웅한다는 거야? 나도 집에 가는 길이라고!”전용 엘리베이터를 전태윤에게 빼앗겼으니, 성기현은 잠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함께 아이를 가질지에 대해 의논하려 생각
이 이른 아침에 누가 온 거지?하예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집 키를 찾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멀리 한 사람이 별장 입구에 서서 양손에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배달원 같았다.“예정 씨, 좋은 아침입니다.”권 매니저는 빙그레 웃으며 인사했다.“권 매니저였군요, 좋은 아침이에요.”하예정은 관성 호텔의 호텔 매니저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권 매니저는 손에 봉지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전태윤 씨가 어젯밤에 저에게 전화로 아침 식사를 주문하셨어요. 이 시간쯤에 배달해 달라고 하셔서 일찍 아침에 예정 씨를 찾아온 거예요.”하예정은 거의 밤새 전태윤과 함께 있었지만, 그가 언제 권 매니저에게 아침을 가져다 달라고 했는지도 몰랐다.그가 자주 관성 호텔에서 아침을 주문하였는데, 전씨 그룹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관성 호텔에서 소비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항상 관성 호텔에 주문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하예정은 겉으로는 웃으며 마당의 문을 열고 권 매니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후 아침밥을 건네받았다.“권 매니저님, 모두 얼마예요? 제가 계산해 드릴게요.”전태윤은 이 별장은 계약금만 낸 거라 매달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설령 또 돈을 모았다고 해도 발렌시아 아파트의 집을 샀으니, 아마 지금은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이런 상황에 돈을 아낄 줄도 모르고, 아침까지도 관성 호텔 사람을 시켜서 보내다니... 예전에는 항상 내가 아침 시장에 가서 포장해 오거나 직접 요리하여 먹었는데...’“전태윤 씨가 계산할 겁니다.”권 매니저는 감히 하예정에게 돈을 계산하라고 할 엄두가 안 났다.“전태윤 씨와 저는 부부이자 가족이에요. 그 사람 돈은 제 돈이기도 하니, 제가 계산해도 같은 거예요. 권 매니저님, 우리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그러니까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그대로 드릴게요. 제가 계산하는 거니 너무 많이 할인해 주지 않으셔도 돼요.”권 매니저는 하예정이 돈을 계산하겠
지금은 아직 아이가 없으니 비교적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이제 아이가 생기면 지출이 더 많아질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돈이 많이 드는 일은 없다. 그러니 아이는 돈을 삼키는 기계라고 부르기도 한다.“저에게도 수입이 있어요. 이 작은 집을 위해 함께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한 거니 앞으로 일부분의 지출은 제가 부담할게요. 당신은 돈을 아껴뒀다가 주택 대출금을 미리 갚을 수 있다면 갚아요. 그러면 더 마음이 놓이잖아요.”그녀는 주택 대출금을 갚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하지는 않았다.이 별장은 전태윤의 혼전 재산에 속하고, 예전의 언니와 주형인처럼 주택 대출도 그가 전부터 항상 갚고 있는 것이기에 그녀는 대출금을 갚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하지는 않았다.비록 지금 그녀가 전태윤과 진정한 부부가 되어 달콤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언니의 옛길을 걷는 것을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이건 전태윤의 집이고, 그녀는 욕심을 내지도 않을 것이며, 주택 대출금을 갚는 것을 돕지도 않을 것이다.혹시라도 부부의 인연이 깊지 않아 장차 이혼하게 된다면, 재산 분할로 인해 또 다투게 될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지금 확실히 구분해 놓는 것이 나았다.전태윤은 그녀의 어깨에 턱을 걸치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여보, 주택구매용 대출을 갚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은 예금이 그리 많지 않지만, 아직 감당할 수 있어. 게다가 이제 곧 새해잖아?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를 줄 거야, 나 같은 임원 층은 그 액수가 절대 적지 않을 거야. 그때 결혼할 때도 말했잖아. 당신과 결혼한다는 건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절대로 더치페이 같은 걸 하지 않을 거야. 이 별장도 비록 아직은 돈을 갚고 있지만, 내가 선불로 많이 지불했기 때문에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 대출금이 버거울 정도로 많은 건 아니야. 내 연봉이 몇억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하예정은 그녀를 안고 있는 큰 손을 몸에서 떼어내더니 돌아서서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있으면 돼요.”그는
“며칠 후에 우리 회사에서 송년회를 열 예정이야. 그때쯤 초대장을 가지고 와서 당신에게 줄 테니 그날 밤 당신 예복을 갈아입고 있어. 내가 데리러 와도 되고, 아니면 당신 혼자 차를 몰고 가도 돼.”“당신네 회사에서 송년회를 하는데 제가 뭐 하러 가요? 당신 회사 직원도 아니고...”하예정은 그 어떤 회의에도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설사 참가하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가곤 하였다.하지만 전태윤과 함께라면, 심효진의 말처럼 마음껏 먹을 수 없을 것이고, 차라리 심효진을 불러서 같이 훠궈를 먹는 게 나았다.“회사 송년회는 가족과 동반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은 다 가족을 데려왔는데 나만 안 데려가는 건 좀 이상하잖아.”하예정은 어이가 없어 그를 바라보았다.“그날 밤에는 회사에서 일을 도와야 하니 내가 당신을 데리러 갈 때까지 기다리면 좀 늦을 거야. 일이 끝나야 시간을 내서 당신을 데리러 갈 수 있거든.”“그래요, 그럼, 그날 전에 다시 저한테 말해줘요. 저 혼자 갈 수 있으니 서둘러 돌아올 필요 없어요. 제가 혼자 뻔뻔하게 회사 안으로 뛰어들 수는 없으니 회사 앞까지 나 데리러 오면 돼요.”전태윤은 마음을 놓은 듯 말했다.“알았어. 그때 아마 심효진 씨도 참석할 거야. 소 이사는 비록 여자친구가 없지만 심효진 씨에 대한 인상이 좋아 파트너로 초대할 것 같아.”예전의 송년회에서 전태윤은 항상 말을 마친 후 바로 현장을 떠나곤 했는데 만약 그가 먼저 떠나가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은 모두 즐겁게 놀 수가 없었다.반면 소정남은 분위기를 띄우는데 능한 사람이라, 보통 송년회가 끝날 때까지 회사 사람들과 함께 즐기곤 했고 많은 여직원은 송년회를 계기로 소정남과 파트너가 되기를 원했으며, 내심 소정남이 그녀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좋아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소정남은 비록 전태윤보다 온화하고 말을 잘하는 타입이라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했지만, 여직원들에게 번갈아 가며 애정 공격을 받고 싶지는 않았고, 후에는 회사 송년회가 되면 돈을 써서 가문
정윤하는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엄마한테 저녁에 밥 좀 더 하시라고 부탁할게요.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하신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엄마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들이 정말 맛있어요.”“오늘 저녁에 많이 드세요. 아저씨, 저 먼저 운동 좀 하고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하러 갈게요. 저녁에 봐요.”“그래요. 저도 이제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저녁에 봐요.”소지훈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통화를 끊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정윤하 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뗐다.소지훈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은 정윤하의 사진 이였다.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그녀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윤하의 사진을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으로 설정했다.휴대전화를 켜면 정윤하를 바로 볼 수 있었다.정윤하의 안색은 환했고 미소가 밝고 청춘의 활력이 넘쳐 소지훈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비행기가 관성을 떠나 연성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이미 몇 시간이나 흘렀다.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소지훈은 이내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그러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자신이 공항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하가 바로 받았다.“아저씨, 도착했죠? 저도 방금 도착해서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큰 종이에 글씨로 이름을 적어놓았어요. 아저씨가 나오시면 아저씨 성함이 한눈에 보이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리어를 가지러 갔다가 금방 나갈게요.”“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뭐라도 좀 드셨어요? 집에 가는 길에 드실 간식 좀 사드릴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좀 드세요. 공항은 우리 집에서 좀 멀거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