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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무슨 물건인지 똑똑히 본 전태윤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성기현의 괴롭힘에 마지못해 슈퍼에 갔고, 어떤 물건인지도 똑똑히 보지 않고 진열대를 깡그리 쓸어 가져왔다. 물건이 너무 많은 탓에 그중에 생리대가 끼어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내가 있으니 가져다 써도 될 것 같네요.”

전태윤이 생리대 봉지를 다시 성기현에게 던지자, 성기현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전태윤은 당장이라도 일어나 덤벼들어 그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

오랜 세월 동안 성기현을 상대하였지만, 그의 앞에서 이 정도로 난처한 경우는 없었다.

성기현은 한참을 웃다가 겨우 웃음을 그쳤고,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전태윤에게 말했다.

“혹시 절 웃겨 죽이고 제 재산을 물려받을 계획은 아니겠죠? 너무 웃어 배가 아플 정도네요.”

“그럼 웃겨 죽기 전에 먼저 유언장을 작성하여 모든 재산을 저에게 상속해 줘요, 그다음 죽을 정도로 웃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게요.”

이 말에 성기현은 또 웃었다.

“제 재산이 마음에 차기나 하겠어요? 당신만큼 재산이 많지 않아서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래도 자그마치 수천억이 되는데, 마음에 차다 말 다요.”

더 앉아 있으면 진짜 웃겨 죽을 것 같던 성기현은 얼른 일어나 차를 타 주러 갔다.

잠시 후, 그는 소파로 돌아와 차 한 잔을 진하게 따라 전태윤의 앞에 놓았고 자신한테는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랐다.

한밤중에 차를 마시면 수면에 영향을 미쳐 잠을 못 자고 이튿날 출근할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

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성기현을 욕했다.

이 정도로 진한 차라면 한 모금을 마셔도 밤에 잘 생각을 포기해야 할 것인데, 성기현은 스스로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전태윤은 용이 개천에 빠지면 모기붙이 새끼가 엉겨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는 건가요”

전태윤은 그 차를 마시지 않았다.

여기서 몇 시간을 허비한다지만 그 차만 안 마시면 돌아가서는 아내를 껴안고 몇 시간 더 자고 출근할 수 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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