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명이 앞으로 다가가 그 장난감 풍차를 주우빈에게 건네주었지만, 주우빈은 받지 않았다.“노 대표님, 우빈이는 장난감이 많아요.”“장난감을 사주려고 한 게 아니야. 그냥 장난감 가게를 지나다가 가게 앞에 이 풍차가 돌아가는게 예뻐 보여 우빈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요즘 바람도 많이 불고 있으니 하나 샀을 뿐이야.”주우빈에게 풍차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는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은 풍차를 하예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우빈이 대신 가지고 있어.”하예진은 장난감 풍차는 너무 비싼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건네받았고 다시 그 풍차를 주우빈에게 넘겨주었는데 주우빈은 그제야 받아가졌다.“...우빈이은 항상 나를 무서워하네. 내가 풍차를 줄 때는 받지도 않더니 당신이 주니 바로 받잖아.”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저는 우빈의 엄마예요. 10개월을 임신하여 낳았고 태어난 후에도 계속 데리고 다녔으니 저랑 친하지 않으면 누구랑 친하겠어요?”노동명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을 잘못했어.”그는 가게 안을 둘러보더니 하예진에게 물었다.“당신은 매일 여기에 와서 뭘 바쁘게 하는 거지?”가게 안을 깨끗하게 치우긴 했으나, 설 후에 다시 장식을 시작하면 또 엉망진창으로 될 것이 뻔했다.“인테리어 자재를 사곤 해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하루가 빨리 지나가니 알차게 느껴져요.”솔직히 말해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이었다.노동명은 그저 가볍게 응하고는 시선을 하예진에게로 옮기며 농담하는 말투로 말했다.“지금 당신의 체중 감량 속도는 내가 처음에 당신에게 5바퀴를 뛰라고 한 것보다 더 빠른 것 같아.”“전 지금도 매일 달리기를 견지하고 있어요. 식단을 조절하며 고당과 고지방은 되도록 먹지 않고 끼니마다 너무 배부르게 먹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 견지하니 체중이 빠지기 시작하네요. 이혼한 이후로 지금까지 10킬로나 빠진걸요.”노동명은 살이 많이 빠진 하예진을 보며 조금 더 보기 좋아졌다고 생각됐다.‘그녀의
노동명은 비록 얼굴은 손상되었지만, 많은 재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든 김은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딸과 함께 노씨 그룹에 가서 하예진을 기다릴 때, 노씨 그룹의 사무실 건물을 오후 내내 마주 본적이 있는데 주형인의 말로는 노씨 그룹은 관성에서도 꽤 큰 그룹 중 하나이며 아들이 다니는 회사보다 훨씬 낫고, 또 주형인은 자기 능력으로는 노씨 그룹의 고급 직원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하예진이 노씨 그룹에 입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주형인을 초조하게 했고, 그녀가 다시 직장에 복귀하기만 하면 여전히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다행히 지금은 이혼했으니, 앞으로 아내에게 실력으로 밀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서현주는 비서로서 그에게 의지하며 그의 남자의 자존심을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김은희를 알아본 노동명도 멈춰 서서 그녀를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뭘 하러 온 거지?”그는 가게 안의 하예진 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김은희에게 경고했다.“이 가게는 내가 하예진에게 세를 준 것이니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돈을 조금 갚는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건 그쪽도 잘 알고 있겠지.”“당신은 또 뭐 하러 온 거야? 내 며느리한테 구애하고 싶은 거야?”“이 거리의 가게 절반이 내 것이고, 나는 하예진의 집주인인데 내가 여기에 와서 무엇 을 하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지? 하예정은 이미 당신의 아들과 이혼한 걸로 기억하는데, 왜, 아직 제삼자를 본처의 위치에 못 앉혔나 보군. 빨리 가서 결혼하라고 재촉이나 해, 얼른 새 며느리를 얻을 수 있게 말이야. 하예진은 이젠 당신네 집안과는 관계가 없으니, 며느리라는 말은 삼가는 게 좋겠어.”김은희는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아직 아들을 서현주와 결혼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말을 듣지 않고 이미 결혼 날짜와 혼인신고를 할 날짜까지 정해 놓았다.서현주의 가족들도 오늘 고향에서 올라와 상견례를 제안하며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였다. 김은희는 서씨 가족이 온
“우빈아. 이것 봐, 할머니가 장난감 사 왔어.”김은희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활짝 웃으며 가방에서 장난감 차를 꺼냈다.“할머니.”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주우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를 곧잘 부른다.하예진은 주씨 집안에 원망과 원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혼하고 나서 더는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고, 주씨 집안이 먼저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면, 그녀도 전남편 가족을 평온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주형인이 주우빈의 친아버지인 건 사실이니 하예진은 한 번도 주우빈 앞에서 주형인의 가족을 욕한 적이 없었다.하예진이 주우빈을 내려놓자, 김은희는 쭈그리고 앉아 주우빈한테 장난감 차를 건네주면서 아이의 손에 들고 있던 노동명이 사준 풍차를 빼앗으려고 했다.노동명이 주우빈의 호감을 사는 것을 통해 하예진에게 점수를 따려는 짓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위기감을 느꼈다.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사는 여자에게 있어, 남자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남자가 자신의 아이를 받아주는 것, 잘 대해주는 것이었다.주우빈은 주씨 집안의 손자이니 절대 노동명을 아버지로 부르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내 풍차 돌려줘요.”장난감 차를 많이 가지고 있는 주우빈은 할머니가 준 장난감 차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저씨가 사준 멋진 풍차가 더 좋았다.“이 풍차가 뭐가 멋있다고, 할머니가 너를 데리고 가서 더 크고 멋진 새 풍차를 사줄게. 이 풍차는 던지는 게 어때?”김은희가 풍차를 빼앗으려고 하자 주우빈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입을 삐죽거렸다.결국 김은희는 속으로 노동명이 뻔뻔하게도 작은 풍차 하나로 자기의 소중한 손자를 매수했다고 욕하면서 빼앗는 것을 포기하였고 주우빈을 안고 일어나며 물었다.“아까 그 사람, 네 전 회사 대표이지? 너를 따라다니는 거야?”하예진이 담담하게 말했다.“풍차는 대표님이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준거예요,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게다가, 이건 제 사적인 일이니, 아줌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에요
“결혼식도 관성 호텔에서 하겠다고 하지,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어? 결혼 비용도 다 우리더러 부담하라고 하니 이게 며느리를 데려오는 건지, 공주마마를 모셔오는 건지...”하예진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서 김은희가 무슨 말을 하든지 한마디도 참견하지 않았다.전 시어머니가 이러쿵저러쿵 불평하는 이유는 그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만약 서현주가 예전의 멍청한 그녀처럼 자기 돈으로 신혼집을 꾸미고, 예장도 요구하지 않았다면 전 시어머니는 아마 주형인은 이혼해도 훨씬 더 젊고 예쁜 아내를 얻을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했을 것이고, 반면 못생기고 뚱뚱한 그녀는 주형인을 떠나면 누구도 원하는 남자가 없을 거라고 비꼬았을 것이다.“예진아, 돈 아끼느라 너무 적게 먹는 거 아니니? 이 어미가 보기에 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구나.”“전 이미 당신 아들과 이혼했으니 아줌만 이젠 제 어머니가 아니에요. 다시는 제 앞에서 어머니라고 하지 마세요.”하예진은 김은희가 시어머니라고 자칭하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김은희는 멋쩍게 웃었다.“이미 습관 되어 당분간 말을 바꾸기가 어려울 것 같아. 우리 형인이가 나눠준 돈이면 은행 이자만으로도 푼푼하게 먹고 살 수 있을 테니 너무 아끼느라 하지 말아. 너 살이 빠진 걸 바라, 쯧쯧... 다행이도 우빈이는 살이 좀 올랐네. 이젠 안고 있으면 무거워. 그런데 예진아, 이 가게는 네 이모가 꾸려준 거니? 네 이모는 큰 부자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거야.”김은희가 오늘 온 이유는 첫째는 정말 손자가 보고 싶었고, 둘째는 다시 하예진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셋째는 성씨 가문 사모님이 하예진 자매에게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주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만약 아들이 하예진과 재혼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주형인은 요즘 누가 계속 뒤에서 그를 헐뜯는 바람에 대표님의 눈 밖에 났다. 그는 거의 매일 혼나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주형인은 결혼 전에 이직하고 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예진아, 나 먼저 간다? 다음에 또 너랑 우빈이 보러 올게.”김은희는 한마디 던지고는 도망치듯 떠났다.주우빈을 안은 하예정은 문밖으로 따라나가 김은희가 택시에 앉아 떠나는 것을 보며 말했다.“예전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우빈이를 보러 오지도 않더니 지금 와서 무슨 좋은 할머니 행세를 하는 거야?”그녀는 김은희가 떠나기 전에 주우빈에게 준 장난감 차를 손에 들고 아이에게 물었다.“우빈아, 이 차가 마음에 들어?”“아니, 싫어요. 나에겐 장난감 차가 많아요. 진짜 자동차처럼 달릴 수도 있는걸요.”주우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할머니가 사준 장난감 차는 달릴 수도 없는 장난감이었다.“그럼 버리는 게 어때?”“아니요, 정한 형한테 줄래요.”주우빈는 이 장난감 차를 정한 형에게 주면 그가 다시는 자기의 장난감을 빼앗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우빈아, 앞으로 형은 네 장난감을 뺏지 못할 거야, 네가 버리기 아까우면 다른 친구들한테 줘도 돼. 하지만 임정한한테는 주지 마.”“그럼, 가희 누나한테 줄래요.”조카를 안고 가게로 돌아온 하예정이 언니에게 물었다.“언니, 가희가 누구야? 우빈이가 이 차를 가희 누나한테 주겠대.”“우빈이와 잘 노는 옆집 막내딸이야.”우빈이가 선물 받은 장난감 차를 누구에게 주든지 하예진은 상관하지 않았고 그저 자기 아들의 결정에 맡겼다.주우빈은 집에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를 워낙 예뻐하는 성소현은 올 때마다 장난감을 가득 사다 주곤 한다.하예진은 모두의 이쁨을 받는 주우빈이 혹시나 나쁜 버릇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더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언니, 그 늙은이가 뭐 하러 온 거야?”하예정은 김은희가 한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에 하예진은 웃으며 비꼬았다.“우빈이 보러 왔겠어? 서현주가 결혼 예물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보석 장신구도 세 개나 사달라고 하고, 이것저것 사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흉보러 온 거야. 꼴 보기 좋아, 서씨네가 그 집안의 재산을 다 털어버렸으면 좋
“언니가 지금 재혼을 생각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언니도 아직 젊은데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아?”“왜 안 되는데? 난 지금이 아주 좋아. 남자를 시중들 필요도 없고, 고부갈등도 신경 쓸 필요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얼마나 자유로운데.”자유를 되찾은 후에야 하예진은 왜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시집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예정아, 걱정하지 말아. 언닌 지금이 정말 좋아. 넌 지금의 내가 이혼 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이지 않아?”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래. 난 그저 언니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당연하지. 그러니 언니 앞에서 다신 재혼 얘기 꺼내지 마. 이제 막 고생에서 벗어났는데... 하지만 넌 결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너의 결혼은 언니와 달라. 태윤 씨는 매우 믿음직해 보여.”앞으로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태윤 씨는 출근한 거야?”“응.”“날씨도 추운데 태윤 씨보고 옷을 많이 입으라고 일깨워 줘. 몸이 가장 중요하니 일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말이야.”“애도 아닌데 혼자 알아서 잘 쟁기겠지 뭐. 이번 감기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걸린 것 같아, 매년 이맘때면 감기가 유행되잖아.”하예정은 전태윤이 감기에 걸린 이유가 그녀 때문에 냉수욕했기 때문은 아닌지 장담할 수 없었다.“언니, 우빈이를 업고 어디 가려고? 나하고 숙희 아주머니가 우빈이를 볼 테니 여기 두고 가. 아니면 내가 데려다줄까?”“지금 가게에 할 일이 없어 장 보러 가려고. 고추, 마늘, 생강, 그리고 콩 좀 사서 고추장을 만들어뒀다가 이제 영업하면 쓰려고해. 그리고 장아찌도 다른 사람이 절인 걸 사서 쓸지, 아니면 내가 직접 담글지 고민 중이야.”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우빈이를 등에 업혀주었다.“직접 담그는 건 번거로우니 그냥 사, 하지만 다른 사람이 절인 것을 사면 원가가 좀 높아질 텐데... 아침 식사는 낮은 이윤에 많이 파는 거니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면 낮추는
“로얄 팰리스에 태윤 씨 명의로 된 앞뒤 마당이 딸린 크고 경치도 엄청 좋은 빌라가 하나 있는데 내가 찾아보니 그곳의 별장은 적어도 20억은 넘는 거야. 태윤 씨 말로는 자기 연봉이 수억이 되는데 평소에 큰돈을 쓰지 않고 모아서 주택구매용 대출로 산 거래.”“주택구매용 대출이 얼마나 된대?”“물어보지 않았어. 태윤 씨 집이니 대출이 얼마 되든지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이제 혹시 태윤 씨와 갈라지게 되더라도, 집 가지고 다투지 않을 거야.”“너 이런 소리 하지 마. 너와 태윤 씨는 이제 시작인데 잘 지내봐, 언니처럼 살지 말고.”하예진은 동생한테서 더 이상 이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비록 결혼에 실패했지만, 동생과 전태윤은 백년해로하기를 바랐다.“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맞아, 그건 태윤 씨의 집이니 우린 욕심내면 안 되는 거야. 너희 이 일 때문에 다투고 그러지는 않았지?”여기까지 들은 숙희 아주머니는 도련님이 아직 겁을 먹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단지 사모님에게 그의 명의로 된 별장이 있다는 것만 밝히고는 또 다른 거짓말로 사모님을 속이고 있는데, 숙희 아주머니는 이런 도련님이 걱정됐다.평소에 무슨 일에서나 겁먹은 적 없는 전태윤이 하예정한테만은 대담하게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신분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으니 웬 영문일까?숙희 아주머니는 전태윤이 이 일에서 너무 겁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하예정 자매 앞에서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그땐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어. 별장이 있으니 나보고 거기 가서 살라고 하면 살면 되고, 살지 말라면 안 살면 그만이지 뭐. 이 일로 말썽을 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지금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것은 날 완전히 믿고 있다는 뜻 아니야?”전태윤의 수입으로 보면, 그가 주택구매용 대출로 별장을 살 만했다.하예진은 전태윤이 자기 동생을 믿지 않은 점을 억울하게 생각했지만, 동생이 신경 쓰지 않자 이렇게 말했다.“맞아, 생각을 바꾸면
“제부 출장 다녀왔으니 언제 시간 나면 제부랑 함께 이모네 댁으로 다녀와.”하예진이 화제를 돌렸다.전태윤이 재벌 전씨 일가와 연관이 있는지 그녀는 구분할 수 없다. 다만 이모 이경혜는 전씨 일가의 도련님들을 분명 만나봤을 테니 동생이 제부를 데리고 이모네 댁으로 다녀오면 된다.그렇게 되면 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아직 숨긴 게 더 남아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숙희 아주머니는 옆에서 들으며 저녁에 집에 돌아가 도련님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도련님더러 하루빨리 사모님께 솔직하게 고백하라고 다그쳐야 할 듯싶었다.“태윤 씨 설 연휴 지나야 시간이 난대. 요즘 줄곧 바빠. 또 곧 회사 송년회이기도 하고.”“제부네 회사 송년회에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어? 제부가 너랑 함께 가자고 하진 않았어?”하예정은 회사에 다녀본 적 없지만 하예진은 잘 알고 있다. 전태윤이 만약 하예정을 전씨 그룹 연말 송년회에 데려간다면 그는 갑부 전씨 일가와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하예진도 모든 의심을 내려놓을 것이다.“맞아, 초대장 가져와서 나 주겠대. 그때 가서 나도 함께 회사 송년회에 참가하래.”동생의 말을 들은 하예진은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았다.회사 송년회에 대표님이 무조건 얼굴을 내비친다. 지금 전씨 그룹을 책임진 갑부 전씨 도련님이자 성소현이 수년간 짝사랑했던 그 남자가 틀림없이 등장한다. 일단 전씨 도련님이 얼굴만 내비치면 하예정도 전태윤이 갑부 전씨 도련님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하예정은 전태윤의 남동생들을 전부 만났었다.지난번 주형인 가족이 우빈이를 뺏어갔을 때 전태윤의 남동생들이 총출동하여 큰 도움을 줬다.만약 전태윤이 회사 송년회에도 하예정을 데려간다면 본인 신분을 아내에게 숨기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하예정은 시계를 바라보며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나 점심 언니네 집에서 먹을게. 지금은 일단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 씨 퇴근하길 기다려야겠어.”그녀는 이젠 가게를 돌볼 필요가 없어 종일 전태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