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관성 호텔에서 하겠다고 하지,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어? 결혼 비용도 다 우리더러 부담하라고 하니 이게 며느리를 데려오는 건지, 공주마마를 모셔오는 건지...”하예진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서 김은희가 무슨 말을 하든지 한마디도 참견하지 않았다.전 시어머니가 이러쿵저러쿵 불평하는 이유는 그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만약 서현주가 예전의 멍청한 그녀처럼 자기 돈으로 신혼집을 꾸미고, 예장도 요구하지 않았다면 전 시어머니는 아마 주형인은 이혼해도 훨씬 더 젊고 예쁜 아내를 얻을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했을 것이고, 반면 못생기고 뚱뚱한 그녀는 주형인을 떠나면 누구도 원하는 남자가 없을 거라고 비꼬았을 것이다.“예진아, 돈 아끼느라 너무 적게 먹는 거 아니니? 이 어미가 보기에 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구나.”“전 이미 당신 아들과 이혼했으니 아줌만 이젠 제 어머니가 아니에요. 다시는 제 앞에서 어머니라고 하지 마세요.”하예진은 김은희가 시어머니라고 자칭하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김은희는 멋쩍게 웃었다.“이미 습관 되어 당분간 말을 바꾸기가 어려울 것 같아. 우리 형인이가 나눠준 돈이면 은행 이자만으로도 푼푼하게 먹고 살 수 있을 테니 너무 아끼느라 하지 말아. 너 살이 빠진 걸 바라, 쯧쯧... 다행이도 우빈이는 살이 좀 올랐네. 이젠 안고 있으면 무거워. 그런데 예진아, 이 가게는 네 이모가 꾸려준 거니? 네 이모는 큰 부자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거야.”김은희가 오늘 온 이유는 첫째는 정말 손자가 보고 싶었고, 둘째는 다시 하예진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셋째는 성씨 가문 사모님이 하예진 자매에게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주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만약 아들이 하예진과 재혼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주형인은 요즘 누가 계속 뒤에서 그를 헐뜯는 바람에 대표님의 눈 밖에 났다. 그는 거의 매일 혼나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주형인은 결혼 전에 이직하고 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예진아, 나 먼저 간다? 다음에 또 너랑 우빈이 보러 올게.”김은희는 한마디 던지고는 도망치듯 떠났다.주우빈을 안은 하예정은 문밖으로 따라나가 김은희가 택시에 앉아 떠나는 것을 보며 말했다.“예전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우빈이를 보러 오지도 않더니 지금 와서 무슨 좋은 할머니 행세를 하는 거야?”그녀는 김은희가 떠나기 전에 주우빈에게 준 장난감 차를 손에 들고 아이에게 물었다.“우빈아, 이 차가 마음에 들어?”“아니, 싫어요. 나에겐 장난감 차가 많아요. 진짜 자동차처럼 달릴 수도 있는걸요.”주우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할머니가 사준 장난감 차는 달릴 수도 없는 장난감이었다.“그럼 버리는 게 어때?”“아니요, 정한 형한테 줄래요.”주우빈는 이 장난감 차를 정한 형에게 주면 그가 다시는 자기의 장난감을 빼앗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우빈아, 앞으로 형은 네 장난감을 뺏지 못할 거야, 네가 버리기 아까우면 다른 친구들한테 줘도 돼. 하지만 임정한한테는 주지 마.”“그럼, 가희 누나한테 줄래요.”조카를 안고 가게로 돌아온 하예정이 언니에게 물었다.“언니, 가희가 누구야? 우빈이가 이 차를 가희 누나한테 주겠대.”“우빈이와 잘 노는 옆집 막내딸이야.”우빈이가 선물 받은 장난감 차를 누구에게 주든지 하예진은 상관하지 않았고 그저 자기 아들의 결정에 맡겼다.주우빈은 집에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를 워낙 예뻐하는 성소현은 올 때마다 장난감을 가득 사다 주곤 한다.하예진은 모두의 이쁨을 받는 주우빈이 혹시나 나쁜 버릇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더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언니, 그 늙은이가 뭐 하러 온 거야?”하예정은 김은희가 한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에 하예진은 웃으며 비꼬았다.“우빈이 보러 왔겠어? 서현주가 결혼 예물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보석 장신구도 세 개나 사달라고 하고, 이것저것 사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흉보러 온 거야. 꼴 보기 좋아, 서씨네가 그 집안의 재산을 다 털어버렸으면 좋
“언니가 지금 재혼을 생각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언니도 아직 젊은데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아?”“왜 안 되는데? 난 지금이 아주 좋아. 남자를 시중들 필요도 없고, 고부갈등도 신경 쓸 필요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얼마나 자유로운데.”자유를 되찾은 후에야 하예진은 왜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시집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예정아, 걱정하지 말아. 언닌 지금이 정말 좋아. 넌 지금의 내가 이혼 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이지 않아?”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래. 난 그저 언니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당연하지. 그러니 언니 앞에서 다신 재혼 얘기 꺼내지 마. 이제 막 고생에서 벗어났는데... 하지만 넌 결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너의 결혼은 언니와 달라. 태윤 씨는 매우 믿음직해 보여.”앞으로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태윤 씨는 출근한 거야?”“응.”“날씨도 추운데 태윤 씨보고 옷을 많이 입으라고 일깨워 줘. 몸이 가장 중요하니 일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말이야.”“애도 아닌데 혼자 알아서 잘 쟁기겠지 뭐. 이번 감기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걸린 것 같아, 매년 이맘때면 감기가 유행되잖아.”하예정은 전태윤이 감기에 걸린 이유가 그녀 때문에 냉수욕했기 때문은 아닌지 장담할 수 없었다.“언니, 우빈이를 업고 어디 가려고? 나하고 숙희 아주머니가 우빈이를 볼 테니 여기 두고 가. 아니면 내가 데려다줄까?”“지금 가게에 할 일이 없어 장 보러 가려고. 고추, 마늘, 생강, 그리고 콩 좀 사서 고추장을 만들어뒀다가 이제 영업하면 쓰려고해. 그리고 장아찌도 다른 사람이 절인 걸 사서 쓸지, 아니면 내가 직접 담글지 고민 중이야.”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우빈이를 등에 업혀주었다.“직접 담그는 건 번거로우니 그냥 사, 하지만 다른 사람이 절인 것을 사면 원가가 좀 높아질 텐데... 아침 식사는 낮은 이윤에 많이 파는 거니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면 낮추는
“로얄 팰리스에 태윤 씨 명의로 된 앞뒤 마당이 딸린 크고 경치도 엄청 좋은 빌라가 하나 있는데 내가 찾아보니 그곳의 별장은 적어도 20억은 넘는 거야. 태윤 씨 말로는 자기 연봉이 수억이 되는데 평소에 큰돈을 쓰지 않고 모아서 주택구매용 대출로 산 거래.”“주택구매용 대출이 얼마나 된대?”“물어보지 않았어. 태윤 씨 집이니 대출이 얼마 되든지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이제 혹시 태윤 씨와 갈라지게 되더라도, 집 가지고 다투지 않을 거야.”“너 이런 소리 하지 마. 너와 태윤 씨는 이제 시작인데 잘 지내봐, 언니처럼 살지 말고.”하예진은 동생한테서 더 이상 이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비록 결혼에 실패했지만, 동생과 전태윤은 백년해로하기를 바랐다.“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맞아, 그건 태윤 씨의 집이니 우린 욕심내면 안 되는 거야. 너희 이 일 때문에 다투고 그러지는 않았지?”여기까지 들은 숙희 아주머니는 도련님이 아직 겁을 먹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단지 사모님에게 그의 명의로 된 별장이 있다는 것만 밝히고는 또 다른 거짓말로 사모님을 속이고 있는데, 숙희 아주머니는 이런 도련님이 걱정됐다.평소에 무슨 일에서나 겁먹은 적 없는 전태윤이 하예정한테만은 대담하게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신분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으니 웬 영문일까?숙희 아주머니는 전태윤이 이 일에서 너무 겁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하예정 자매 앞에서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그땐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어. 별장이 있으니 나보고 거기 가서 살라고 하면 살면 되고, 살지 말라면 안 살면 그만이지 뭐. 이 일로 말썽을 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지금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것은 날 완전히 믿고 있다는 뜻 아니야?”전태윤의 수입으로 보면, 그가 주택구매용 대출로 별장을 살 만했다.하예진은 전태윤이 자기 동생을 믿지 않은 점을 억울하게 생각했지만, 동생이 신경 쓰지 않자 이렇게 말했다.“맞아, 생각을 바꾸면
“제부 출장 다녀왔으니 언제 시간 나면 제부랑 함께 이모네 댁으로 다녀와.”하예진이 화제를 돌렸다.전태윤이 재벌 전씨 일가와 연관이 있는지 그녀는 구분할 수 없다. 다만 이모 이경혜는 전씨 일가의 도련님들을 분명 만나봤을 테니 동생이 제부를 데리고 이모네 댁으로 다녀오면 된다.그렇게 되면 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아직 숨긴 게 더 남아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숙희 아주머니는 옆에서 들으며 저녁에 집에 돌아가 도련님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도련님더러 하루빨리 사모님께 솔직하게 고백하라고 다그쳐야 할 듯싶었다.“태윤 씨 설 연휴 지나야 시간이 난대. 요즘 줄곧 바빠. 또 곧 회사 송년회이기도 하고.”“제부네 회사 송년회에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어? 제부가 너랑 함께 가자고 하진 않았어?”하예정은 회사에 다녀본 적 없지만 하예진은 잘 알고 있다. 전태윤이 만약 하예정을 전씨 그룹 연말 송년회에 데려간다면 그는 갑부 전씨 일가와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하예진도 모든 의심을 내려놓을 것이다.“맞아, 초대장 가져와서 나 주겠대. 그때 가서 나도 함께 회사 송년회에 참가하래.”동생의 말을 들은 하예진은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았다.회사 송년회에 대표님이 무조건 얼굴을 내비친다. 지금 전씨 그룹을 책임진 갑부 전씨 도련님이자 성소현이 수년간 짝사랑했던 그 남자가 틀림없이 등장한다. 일단 전씨 도련님이 얼굴만 내비치면 하예정도 전태윤이 갑부 전씨 도련님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하예정은 전태윤의 남동생들을 전부 만났었다.지난번 주형인 가족이 우빈이를 뺏어갔을 때 전태윤의 남동생들이 총출동하여 큰 도움을 줬다.만약 전태윤이 회사 송년회에도 하예정을 데려간다면 본인 신분을 아내에게 숨기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하예정은 시계를 바라보며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나 점심 언니네 집에서 먹을게. 지금은 일단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 씨 퇴근하길 기다려야겠어.”그녀는 이젠 가게를 돌볼 필요가 없어 종일 전태윤과
하예정은 성소현이 전씨 도련님을 향한 감정을 한꺼번에 내려놓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성소현은 다시 전씨 도련님을 찾아가 집착한 지도 오래됐다. 지금 여기 있는 건 아마도 몰래 도련님을 보고 싶어서겠지.가질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전에 여기서 밀크티 몇 번 마셨는데 디저트랑 밀크티 다 괜찮아서 다시 맛보려고 왔어. 옛날 그 맛이랑 똑같아.”성소현이 제법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마치 진짜 밀크티를 마시기 위해 찾아온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전에 여기서 밀크티를 마시긴 했었다. 그땐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밀크티가 달콤했겠지.지금은 더이상 기다릴 사람이 없어 밀크티도 맛이 별로였다.“제부 퇴근 마중 왔어? 출장도 다녀왔는데 언제 한 번 우리 집에 인사 와야지!”“아마 구정이 지나서야 될 것 같아요. 요즘 하도 바빠서 시간을 빼낼 수가 없어요.”성소현이 이해한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들어가서 밀크티 한잔할래?”“저는 괜찮아요. 밀크티 마시면 집에 돌아가서 밥을 못 먹어요. 그럼 우리 언니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낭비한다고 잔소리할 거예요.”성소현이 웃으며 답했다.“예진 언니 지금 잘 있지? 엄마가 언니랑 너랑 도와주려고 했는데 전부 거절했다며? 우리 엄마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고만 계셔.”하예진 자매는 아무리 가난해도 남에게 절대 손 내밀지 않는다.“나랑 울 언니는 아직 젊고 사지도 멀쩡해서 충분히 제 밥벌이는 할 수 있으니까 이모도 우리를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오히려 주현 오빠랑 소현 언니의 인생이 걸린 결혼이 가장 큰 문제이죠.”성소현이 가볍게 웃었다.“주현 오빠는 능구렁이 같아서 본인이 일찍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 한 아무도 못 말려. 나도 알다시피 짧은 시간 내에 벗어날 순 없어.”“언니는 충분히 더 멋진 사람을 만날 거예요.”성소현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두 자매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성기현은 전에 하예정더러 성소현 앞에서 전태윤의 성씨도
성소현은 악셀을 꾹 밟았다. 원래 예준하의 뒤에 있던 그녀는 신속하게 그들 차를 추월했다.하지만 뜻밖에도 2분을 못 넘기고 그녀의 차가 고장 나버렸다.타이어에 바람이 새는 탓에 성소현은 어쩔 수 없이 급히 길가에 멈춰 세우고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점검했다.멀쩡한 차가 왜 바람이 샌 걸까?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뒤에 따돌렸던 예준하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예준하의 기사도 저번에 그녀에게 길을 내준 덕에 성소현이 아주 인상 깊었다.“차 세워.”예준하가 기사에게 멈추라고 말했다.기사는 재빨리 길옆에 차를 세웠는데 마침 성소현의 차 옆에 주차했다.예준하가 기사에게 분부했다.“성소현 씨한테 무슨 일인지 물어봐봐.”성소현은 아마도 전태윤 때문에 이곳에 나타난 듯싶었다.예준하는 관성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그녀가 전태윤을 좋아하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전태윤이 업계에 본인 기혼 사실을 알린 이후로 성소현도 오랫동안 그를 찾아와 집착하지 않았다.그러던 중 오늘 만나게 됐다.‘태윤 씨는 우리 형처럼 유부남이 돼도 여자들이 놔주질 않네.’예준하가 생각했다.기사는 분부대로 차에서 내려 성소현에게 다가가 물었다.“차 고장 났어요?”“타이어에 바람이 샜어요. 날카로운 사물에 찔린 것 같아요.”성소현은 바람이 새는 타이어 앞에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타이어에 날카로운 사물이 꽂혀 있었다.“많이 새었나요?”“타이어가 점점 납작해지니 많이 새어나가고 있겠죠.”성소현은 타이어에 꽂힌 날카로운 사물을 뽑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사람을 불러 차를 끌어가게 했다. 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예준하의 차 앞에 도착해 가볍게 도어를 두드렸다.예준하가 도어의 커튼을 걷고 성소현을 보더니 차에서 내렸다.성소현은 낯선 이의 얼굴에 흠칫 놀랐다.‘뭐야? 나랑 친분 있는 업계 쪽 사람이 아니잖아. 어쩐지, 차가 낯설더라니.’“성소현 씨,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있나요?”예준하가 친절하게 물었다.“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제 차 타이어가
들은 바로 예진 그룹과 전씨 그룹은 깊이 협력하고 있고 예진 그룹의 관성 계열사를 예준하가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준하가 전씨 그룹에서 나온 것이다.“예준하 씨.”성소현은 성씨 일가의 딸이라 A시의 예진 그룹에 대해 진작 들은 적이 있다. 예진 그룹은 전씨 그룹처럼 수조 원 자산의 대기업에 속하고 두 집안 모두 각자의 도시에서 갑부에 속한다.가장 부러운 것은 예씨 일가의 가풍이 전씨 일가처럼 아주 화목하여 온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지낸다.성소현의 엄마는 전씨 일가가 갑부가 되고 재벌 1위를 오랜 시간 차지한 이유는 바로 가풍이 훌륭하고 자손들 교육이 현명하기 때문이라고 딸에게 자주 얘기했었다. 사소한 이익 때문에 형제가 서로 등지는 일이 없다. 그들 형제는 우애가 깊고 심지어 다들 가업을 물려받고 싶지 않아 한다.전태윤은 장손이자 직계 손주라 태어날 때부터 상속자로 정해져 하는 수 없이 어깨에 짐을 짊어졌다.그의 동생 중 일부분은 비즈니스 업계에 뛰어들어 전태윤을 도와주고 있고 또 일부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종사하며 각자 제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소현 씨, 제가 목적지로 바래다 드릴까요?”예준하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는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의 친절함에 성소현도 저도 몰래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졌다.“고맙지만 성의만 받을게요. 저희 기사님이 데리러 올 거예요.”그녀는 사실 이토록 강렬한 포스를 내뿜는 자가 누군지 알고 싶어 여기까지 따라왔다. 예준하인 걸 알게 됐고 타이어도 바람이 새니 더는 따라갈 필요가 없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성소현이 머리를 끄덕였다.“네, 일 보세요, 예준하 씨. 저도 이따가 기사님이 도착하실 거예요.”예준하는 웃으며 몇 마디 인사치레를 나누고는 차에 돌아갔다. 예준하는 또다시 그녀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도어의 커튼을 내린 후 자리를 떠났다. 몇 분도 채 안 돼 예준하의 차량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한편 하예정은 전씨 그룹 문 앞에서 줄곧 전태윤을
소지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참, 제가 두 박스의 물건을 배송했는데 받으셨나요? 제가 배송 기록을 확인해보니 오늘 받아보실 수 있다고 하던데.”소지훈은 관성의 특산품을 많이 샀다. 그중 정수호 부부의 영양제도 들어있었다.물론 수신자는 정윤하의 이름으로 적어놓았다.정윤하는 그의 운명적인 여신이기 때문에 정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그리고 먼 곳에서 왔는데 빈손으로 올 수는 없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오후에 공항으로 왔기 때문에 택배가 있으면 아마 집에 배송될 거에요. 우리 엄마가 종일 집에 있으니까 택배를 받으실 거예요. 지훈 씨, 무슨 물건을 보냈어요? 너무 돈을 낭비하지 마세요.”“관성의 특산품들이에요. 지난번에 너무 급하게 가서 준비한 특산품이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 제가 좀 더 사서 이틀 전에 택배로 보냈거든요. 그럼 오늘 제가 도착하면 택배도 도착할 수 있잖아요.”“저의 부모님은 윤하 씨가 제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을 알고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고 저를 호되게 꾸지람하셨어요. 감사할 줄 모른다면서요. 은혜는 항상 몇 배로 갚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제가 감사할 줄 모르는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정윤하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지훈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이미 저에게 보답했는걸요. 지난번에 제가 학생들을 데리고 시합에 갔을 때 제가 돈 한 푼도 낼 필요 없이 우리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나가서 재미있는 것도 놀게 해줬잖아요. 그리고 특별히 저를 전 대표님 결혼식에 데려간 것도 모두 저에 대한 보답이세요.”“그래도 부족하죠. 보답은 많이 해야 해요.”몸으로 보답을 허락해 주면 더 좋지만 말이다.“지훈 씨 부모님들 너무 놓은 분들이시네요.”정윤하는 소균성 부부를 만났는데 너무 열정적이고 자상한 느낌을 받아 그들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소균성 부부의 소질은 매우 좋고 말씨도 매우 부드러웠다. 최민주가 자신의 손을 잡고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본 정윤하는 최민주가 그녀를
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아저씨 싸움 실력이 너무 좋기 때문에 경호원이 필요 없다고 봐요. 그날 밤은 제가 너무 빨리 움직였어요. 제가 그날 밤 아저씨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아저씨 실력으로도 충분히 그 나쁜 사람들은 해결하셨을 거예요. 제가 너무 빨리 참견해서 오히려 아저씨 실력이 드러날 기회가 없어진 거죠. 저도 아저씨의 실력을 볼 기회가 줄어든 거죠.”그러자 소지훈은 재빨리 말했다.“제가 무술 할 줄 아는 건 맞지만 윤하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아요. 그날 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저 혼자서는 분명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에요. 제가 윤하 씨만큼 대단하지 않아요.”“우리 집에도 경호원이 있지만 저는 거의 데리고 다니지 않아요. 가끔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외출하는 편이죠. 하지만 제가 고용한 경호원들은 몸집이 커서 다른 사람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정도뿐이지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단지 몇몇 건달들을 상대할 수 있을 실력이에요.”“만약 전업적인 사람들을 만난다면 전혀 상대되지 않을걸요. 게다가 지난번과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아무런 쓸모도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는 윤하 씨와 같은 진정한 고수가 필요해요.”소지훈은 자기 경호원들이 쓸모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정말 애를 쓰고 있었다.어차피 소지훈의 부하들이 곁에 없기 때문에 그가 뭐라고 해도 부하들이 변명할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그들이 모두 소지훈의 눈앞에 있다고 해도 감히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소지훈은 운명적인 여신에게 구애하기 위해 그의 경호원들을 정윤하에게 매를 맞고 경찰서까지 끌려가게 했다.그들은 지금은 회복해서 퇴원했지만, 앞으로는 정윤하가 알아볼까 봐 그녀를 피해 다녀야 했다.정윤하가 말했다.“관성의 안전 상황은 이미 매우 좋다고 봐요. 지난번처럼 사고는 조사해 보셨어요? 누군가 일부러 아저씨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노린 것 같아요. 이런 일은 매일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평소에 경호원이 필요 없는데 경호원을 많이 고용할 필요가
소지훈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어르신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잔소리도 많아요. 아버지들도 다 똑같으니 저의 어머니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저는 지금도 저의 아버지를 보면 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실까 봐 쥐가 고양이를 만난 듯 숨어다녀요.”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다.소지훈은 차를 운전하려고 했는데 정윤하가 직접 운전석에 앉는 모습을 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윤하 씨가 운전하려고요?”“네, 제가 운전할게요. 아저씨가 길도 익숙하지 않을 텐데. 제 차가 평범한 차라서 아저씨가 차를 몰 때 습관이 안 될 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 차 기술도 좋아서 괜찮을 거예요.”소지훈은 차를 에돌아 조수석에 타고 안전벨트를 매면서 말했다.“저는 어떠한 차도 다 몰아봤어요. 예전에 돈을 벌지 못했을 때 자전거와 지하철 그리고 버스도 다 타봤어요. 지금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저의 체면 때문에 몰고 다니는 것뿐이죠.”소지훈은 저번에 정윤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차가 아직도 차 대출을 갚지 못했다고 말했을 것이다.그는 진짜 신분을 말했기 때문에 더는 정윤하를 속이기 어려웠다.정윤하는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는 지금 회사의 대표님이니 외출할 때는 반드시 좋은 차를 운전해야 해요. 우리 아버지와 오빠도 외출할 때 좋은 차를 운전하시거든요. 그러나 평소에는 2000만 원대 되는 차를 몰고 다니세요. 제가 지금 운전하고 있는 이 차는 2400만 원밖에 안 돼요. 물론 제 지갑이 넉넉하지 않아 더 비싼 차를 구매할 수 없지만요.”정윤하의 적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합 도장에서 몇 년 동안 일하여 번 돈으로 차를 샀기에 얼마 남지 않았다.지난번에 학생들을 데리고 관성에 가서 무술 대회에 참가했을 때 정윤하는 사비를 털어 관성 호텔에 주숙했고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작은 선물도 많이 샀다.하여 얼마 되지 않은 적금도 거의 다 써버렸다.정윤하는 지금 다시 저축하여 몇 년 후에 집을 한 채 사서 대출하
정윤하가 웃으며 캐리어를 들어주려고 하자 소지훈은 그녀가 도와주지 못하게 막으며 말했다.“내 캐리어에는 옷 몇 벌만 들어있어서 무겁지 않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 게다가 저도 다 큰 성인 남자인데 어떻게 윤하 씨를 제 캐리어를 들게 할 수 있겠어요?”“멀리서 오셨으니 손님이시잖아요. 소시지 두 개도 남겼는데 아저씨께서 매운 거 싫어하시니 제가 안 매운 거 남겨놨어요. 제 소시지는 매운 고춧가루를 넣었는데 엄청 매워요.”소지훈은 그녀가 건네준 소시지 두 개가 들어있는 작은 봉지를 건네받아 하나를 꺼내 한입 물었다.정윤하는 그녀가 산 다른 간식들을 모두 소지훈에게 건네주었다. 소지훈이 그 봉지를 받을 때 정윤하는 한 손으로 캐리어를 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아직 다 먹지 않은 소시지를 먹으면서 걸어갔다.소지훈은 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소지훈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정윤하는 그를 대신해 캐리어를 끌어주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의 캐리어를 끌도록 놔두었다.정윤하는 캐리어를 끌고 앞장서서 걸었고 소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그렇게 소시지를 먹으면서 걸어갔다.정윤하가 가지고 있던 소시지를 다 먹자 소지훈이 또 다른 간식을 건네주었다.주차장으로 도착한 두 사람은 이미 그 간식들을 다 먹었다.정윤하는 입에 기름기를 가득 머금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소지훈을 도와 캐리어를 차 트렁크에 넣으며 말했다.“정말 잘 먹었어요. 평소에는 우리 엄마가 밖에서 파는 간식 같은 것들을 먹지 못하게 하거든요. 위생적이지 못하다면서요. 아주 가끔 먹어도 자꾸 잔소리하세요. 하지만 저는 그런 간식들이 정말 맛있거든요.”“가끔 한두 번은 괜찮아요. 자주 먹지 않으면 되는데. 정말로 좋아하면 식자재를 사서 직접 만들어서 드세요. 그러면 최소한 위생과 안전은 보장할 수 있잖아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제 요리 솜씨로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우리 엄마께서 그런 간식들을 맛있게 잘하세요. 그런데 간식들을 해주기
정윤하는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엄마한테 저녁에 밥 좀 더 하시라고 부탁할게요.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하신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엄마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들이 정말 맛있어요.”“오늘 저녁에 많이 드세요. 아저씨, 저 먼저 운동 좀 하고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하러 갈게요. 저녁에 봐요.”“그래요. 저도 이제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저녁에 봐요.”소지훈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통화를 끊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정윤하 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뗐다.소지훈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은 정윤하의 사진 이였다.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그녀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윤하의 사진을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으로 설정했다.휴대전화를 켜면 정윤하를 바로 볼 수 있었다.정윤하의 안색은 환했고 미소가 밝고 청춘의 활력이 넘쳐 소지훈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비행기가 관성을 떠나 연성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이미 몇 시간이나 흘렀다.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소지훈은 이내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그러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자신이 공항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하가 바로 받았다.“아저씨, 도착했죠? 저도 방금 도착해서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큰 종이에 글씨로 이름을 적어놓았어요. 아저씨가 나오시면 아저씨 성함이 한눈에 보이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리어를 가지러 갔다가 금방 나갈게요.”“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뭐라도 좀 드셨어요? 집에 가는 길에 드실 간식 좀 사드릴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좀 드세요. 공항은 우리 집에서 좀 멀거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