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그의 볼을 두 번 더 꼬집고는 바로 손을 거둬들였다. 전태윤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내가 머리까지 숙였는데 키스 안 해줄 거야?”하예정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밖이에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요.”버블티 가게에 손님들이 꽤 많았다.하예정은 말만 거침없이 할 뿐 실전에는 겁쟁이나 다름없다.전태윤이 눈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그럼 내가 키스해줄까?”하예정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가까이 다가와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다만 딥 키스는 아니고 가볍게 입 맞춘 후 바로 놓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얼른 가서 밥 먹자. 처형 오래 기다리시겠어.”전태윤은 하예정의 손을 잡고 그녀의 차 쪽으로 걸어가 차 키를 가져오며 말했다.“내가 운전할게.”하예정도 아무 의견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운전할 줄 알기에 누가 하던 다 똑같으니까.차에 올라탄 후 그녀가 질문을 건넸다.“전씨 그룹 사모님은 아직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으셨어요?”전태윤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차를 몰았다.“왜? 우리 대표님 부인분께 관심 있어?”“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까 여기 왔을 때 소현 언니 봤거든요. 언니가 마침 밀크티 가게에 앉아 있었는데 태윤 씨네 회사 건물을 마주하고 있더라고요. 내 생각엔 아직도 태윤 씨네 대표님을 잊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전씨 그룹에서 몇 대의 차량이 빠져나갔는데 언니도 재빨리 뒤따라갔어요. 그 차가 전씨 그룹 대표님 전용차인지 모르겠어요. 태윤 씨네 대표님은 외출할 때마다 한 무리 경호원을 거느리고 다녀서 포스가 차 넘치잖아요. 대표님 말곤 또 누가 그렇게 전용차를 타고 다니겠어요.”전태윤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온몸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내가 늦게 나오길 천만다행이야. 하마터면 소현 씨한테 예정이랑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킬 뻔했어.’예준하가 A시로 돌아가기 전에 또다시 전태윤을 보러 온 것도 참 다행이었다.
하예정이 물었다.“소현 언니가 잘못 봤다고요?”전태윤이 웃으며 답했다.“어쩌면 잘못 본 게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그 감정을 내려놓고 예 대표한테 마음을 돌렸을지도.”하예정은 성소현이 수년간 전씨 도련님을 짝사랑한 걸 되새기며 썩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아직 마음까진 돌리지 못했을 거예요. 예 대표님의 어떤 모습이 언니를 설레게 해서 시선을 끌었겠죠. 예 대표님 진짜 사람 괜찮아요? 소현 언니는 참 좋은 여자예요. 언니가 만약 예 대표와 감정이 싹트면 우리 모두 마음이 놓일 거예요. 가질 수도 없는 전씨 도련님을 내려놓지 못하는 언니를 보면 나도 덩달아 속상해져요.”그녀는 성소현이 전씨 도련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많은 팁을 줬었다.전씨 도련님과 이뤄질 수 없다면 예준하도 참 괜찮은 선택일 듯싶었다.단지 그가 A시 사람이라 거리가 조금 멀어서 이모가 달갑게 보내줄지 걱정이다!이모에겐 딸아이가 성소현 한 명뿐이다.“계속 지켜봐요. 소현 씨가 예 대표랑 잘 지내면 우리 그때 다시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죠. 인연이 닿을지 말지는 두 사람에게 맡겨야 해요.”전태윤은 전에 성소현을 엄청 싫어했다. 그녀가 온몸에 단점투성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지금은 아니다. 성소현은 비록 가족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 이기적이고 까탈스러우며 성격도 조금 난폭하지만 마인드만큼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하예정에게도 엄청 잘해준다.하예정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라면 전태윤은 전부 높이 평가한다.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자매 사이여서 잘해주는 게 아니라 진짜 서로가 함께 잘 어울린다.“네.”하예정도 조급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그녀는 일단 유심히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성소현이 진짜 예준하와 잘 이어질 수 있다면 그때 다시 성기현에게 말하면 된다. 성씨 그룹과 예진 그룹은 협력 사이라 두 사람은 쉽게 접촉할 수 있다.전태윤은 마트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하예정에게 말했다.“나 들어가서 우빈이 먹일 과일 좀 사 올게.”“장난감은 사지 말아
하예정이 먼저 그의 팔짱을 끼고 나란히 가게에 들어가며 활짝 웃었다.“맞아요, 매일같이 찾아오는 덕분에 우리도 주형인의 가족들이 슬슬 서현주를 미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부부는 마트에서 몇 종류의 과일을 사서 봉투를 두 개나 들고 나왔다.하예진의 월세방에 돌아가니 언니가 또다시 잔소리해댔다.하예진은 제부에게 뭐라 하진 않고 하예정만 질책했다.“제부가 주택 할부도 내야 하는데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돈은 아껴 써야지.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지출이 더 많아질 거야. 난 이젠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으니 제부가 뭐 사려고 하면 네가 나서서 말려.”“언니, 태윤 씨가 일부러 언니 주려고 산 거니까 흔쾌히 받아. 주택 할부 압력이 클까 봐 걱정된 거라면 이따가 과일 산 돈 내가 대신 태윤 씨한테 계좌 이체해줄게. 내가 사준 과일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먹어. 그럼 됐지? 언니가 태윤 씨를 점점 더 생각하는 것 같아. 나야말로 언니의 친동생이라고!”하예진이 그녀의 이마를 살짝 밀쳤다.“제부네 가족분들이 널 그렇게 잘해주는데 친정 식구로서 내가 당연히 제부한테 잘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전씨 일가에서 하예정을 어떻게 대하면 하예진도 똑같이 전태윤에게 해준다.동생의 친정 식구인 그녀가 제부를 더 챙기는 것 같아도 결국은 제부가 동생을 더 잘해주길 바랄 뿐이다.하예정이 익살스럽게 혀를 쏙 내밀었다.식사를 마친 후.하예정은 친히 전태윤을 회사까지 바래다주었다.출퇴근 모두 아내의 픽업을 받은 전태윤은 온 오후 몰래 웃으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그는 어쩌다가 노동명과 소정남에게 먼저 연락해 함께 훠궈를 먹자고 했다.이유는 바로 아내가 오늘 밤 그를 내팽개치고 심효진과 함께 훠궈 먹으러 가기 때문이다.아내가 절친을 만나면 전태윤도 친구들을 불러와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자연스럽게 아내 일행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부부가 뜨거운 사랑을 나눈 이후로 전태윤은 하예정의 껌딱지가 되어 종일 그녀에게 붙어있으려고 한다.하예정이 심효진과 훠궈 먹으
“노씨 가문 사모님은 동명이가 재벌 집 딸과 결혼하길 바라셔. 게다가 집안 자산이 적어도 수천억은 돼야 동명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하시지.”노동명 본인이 수조 원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노씨 가문 사모님은 작은아들이 얼굴에 흠집이 있는 것 말고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기에 그와 똑같이 훌륭한 여자만이 제 아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소정남은 노씨 가문 사모님이 겉보기엔 다정한 것 같아도 실제로는 사람을 아주 깔보는 성격이란 걸 잘 알고 있다. 평소 연회에서 윤미라를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자신과 신분과 지위가 걸맞은 사모님들과만 담소를 나눌 뿐 다른 사람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노동명도 어쩌면 엄마의 성에 차는 여자친구를 찾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아예 포기한 듯싶다.이는 단지 소정남의 생각일 뿐 노동명이 들었으면 곧바로 혀를 찼을 것이다.‘난 단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어서 연애하지 않을 뿐이야...’“그건 그렇고 넌 대체 심효진 씨를 원하는 거야 아니면 효진 씨 남동생과 함께할 셈이야? 출장 다녀와서부터 종일 듣는 말이 네가 하루가 멀다 하게 심서준 씨한테 밥도 사주고 가끔 레이싱도 함께 가준다던데, 네가 제일 아끼는 레이싱 카도 서준 씨한테 빌려줬다면서?”전태윤이 바짝 다가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가볍게 웃었다.“정남아, 나 너에 관한 스캔들을 하나 알고 있는데 들어볼래?”소정남이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감히 나랑 스캔들을 논하려고? 진작 알고 있었어. 누군가가 내가 서준 씨한테 자주 밥 사주는 걸 보고는 내가 젊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는 거잖아.”매번 그가 심서준에게 밥을 사줄 때 심효진도 함께 나왔는데 다들 정작 그녀는 못 본 것일까?소정남이 처남의 마음부터 공략할 생각이란 걸 왜 다들 모를까!“효진 씨는 날 싫어하진 않아. 하지만 내 출신을 싫어하는 것 같아.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출신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효진 씨는 내가 돈이 너무 많다고, 재벌 2세라고
회사에서 나온 후 전태윤은 소정남의 차에 올라탔다.이에 소정남이 투덜거렸다.“네 고급 차를 안 탄 것은 뭐라 안 해. 하지만 네 와이프 속이려고 준비한 전용 SUV는 또 왜 안 타는 건데?”전태윤이 안전벨트를 하며 대답했다.“네 차 타고 가면 우리 예정이가 내 실업 걱정을 안 할 거니까.”“실업? 예정 씨가 너 실업 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어?”소정남은 실소를 터트렸다.걱정도 팔자라고 그녀가 전태윤의 실업을 걱정하다니. 전태윤이 전씨 그룹에서 손을 떼면 아래에 있는 여덟 명의 남동생은 바로 울상이 될 것이다. 전태윤은 홀로 아홉 명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그렇게 말한 건 아닌데 슬슬 내 지갑 사정을 걱정하고 있더라고. 나보고 평상시에 돈을 헤프게 쓰지 말래. 너랑 자주 함께 있으면 네가 날 든든하게 도와준다고 생각해서 한시름 놓을 거야.”소정남이 되물었다.“예정 씨야말로 가장 든든한 조력자라는 걸 왜 몰라?”하예정을 언급할 때 전태윤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진다. 그도 소정남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띠리링...”“우리 와이프 전화야.”전태윤이 말하자 소정남은 눈치껏 차 안의 노래 볼륨을 낮췄다.“예정아.”전태윤이 진지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를 제일 잘 아는 사람만이 지금 그의 말투가 평소보다 훨씬 다정해졌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태윤 씨, 밥 먹었어요?”“나 밥 사주려고?”전태윤이 본능적으로 물어보다가 그녀가 심효진과 약속을 잡은 걸 떠올리며 또다시 시큰둥하게 말했다.“넌 효진 씨 훠궈 사주면서 날 데려가지도 않았으니 나한테 밥 사줄 리가 없지.”“쯧쯧, 또 질투해요? 효진이는 내 절친인데 왜 자꾸 비교해요? 두 사람 비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은 내 절친이고 또 한 명은 나랑 평생 함께할 남편인데, 각자 서로 다른 위치에 있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고요. 오늘 밤에 약속 있으면 과음하지 말고 일단 배불리 먹고 술 마셔요. 내가 데리러 가야 한다면 미리 문자 보내줘요.”심효진을 잔뜩 질투하던 전태윤은 기분이 한
하예정이 예외라는 듯이 물으며 소정남과 노동명을 쳐다봤다.“소 이사님과 함께 바이어 만난다고 하더니 그 바이어가 바로 노 대표님이었어요?”“맞아, 노 대표야.”전태윤이 고개 돌려 두 친구를 바라보자 둘은 무언의 메시지를 받고 나란히 걸어왔다.“이사님.”하예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웃으며 소정남과 노동명에게 인사했다.심효진도 덩달아 일어났다.다들 인사를 마친 후 하예정이 먼저 말을 꺼냈다.“다들 괜찮으면 함께 드실래요?”“좋지.”전태윤이 제일 빨리 대답했다.소정남은 심효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효진 씨는 괜찮으세요?”심효진은 이들이 중요한 바이어 노동명을 무시한 것 같아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노 대표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우리 함께 해요.”노 대표야말로 주인공인데 바이어와 함께 식사하러 온 두 사람은 정작 그를 내팽개치고 있었다.노동명은 가슴이 살짝 찔렸다.‘나 지금 여기 훼방꾼 하려고 온 거야? 친구 두 명이 알아서 짝을 맞췄는데 뭣 하러 날 불렀대? 이 네 사람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저절로 부르네.’“손님은 주인 뜻에 따르는 법이죠.”노동명이 말했다.이어서 세 남자는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들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 또 수많은 메뉴를 시켰다.노동명이 앉아서 자연스럽게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 씨 언니랑 우빈이는 왜 함께 안 왔어요?”모두가 그를 쳐다봤다.노동명은 두 눈을 깜빡이며 본인이 뭘 잘못 물었는지 의심했다!하예정은 언니에게 엄청 잘해주고 또 우빈이도 정성껏 보살피고 있으니 훠궈 먹으러 나올 때 당연히 언니네 모자를 부를 줄 알았다. 홀로 나온 모습에 의아해서 여쭸을 뿐인데 왜 다들 그를 쳐다보는 걸까?하에정이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대답했다.“언니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라 안 오겠대요. 이리로 와도 음식을 안 먹을 테니 우리 식욕만 떨어트린다고 했어요. 우빈이는 저녁때만 되면 언니한테 더 달라붙어서 언니가 안 오면 걔도 안 와요.”노동명이 이해한다는 듯이
그는 애초에 전태윤 때문에 하예진을 유의 깊게 봤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을 하자 하예진이 그의 처형이 됐고 노동명은 친구의 체면을 봐주느라 하예진이 차를 긁었을 때 수리비용을 적게 받았었다.노동명은 친구들이 지금 그가 하예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오해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다만 해석하기도 귀찮았다. 해석할수록 커버는 안 되고 일만 더 커질 테니까.남자들이 합석한 후 전태윤이 술을 두 병 시켰다. 노동명은 이따가 운전해야 하기에 술을 안 마셨고 소정남과 전태윤만 술잔을 살짝 기울였는데 취할 정도까진 아니었다.배불리 먹은 후 다들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소정남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태윤아, 동명아, 나 집에 어떻게 가지? 술 먹어서 차를 몰 수 없잖아.”노동명은 아무리 눈치가 무뎌도 소정남이 지금 심효진과 함께 가고 싶어서 일부러 이런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난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그는 이 한마디만 남긴 채 얼른 자리를 떠났다.이때 전태윤이 말을 꺼냈다.“나도 술 마셔서 이사님 보내드릴 수가 없네. 효진 씨, 귀찮겠지만 저 대신 소 이사님 댁까지 바래다줄 수 있을까요?”하에정은 소정남더러 대리기사를 부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꾹 집어삼켰다.그녀는 두 사람의 선 자리를 주선해준 장본인으로서 반드시 소정남에게 기회를 만들어줘야 했다.결국 심효진이 소정남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하예정 부부는 발렌시아 아파트로 돌아왔다. 숙희 아주머니가 안 보이자 하예정이 아주머니께 전화하려 했다. 이때 전태윤이 말했다.“나 오늘 밤 아주머니께 휴가 줬어. 우리 둘만의 세상이야. 마음껏 즐겨.”그는 말하면서 하예정의 뒤에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전태윤은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 목에 머리를 파묻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정아, 또 여보라고 불러줘. 난 네가 여보라고 부르는 게 너무 좋아.”하예정은 목이 간지러워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좀처럼 풀어줄 기미가 없어 마지못
“우리 엄마일 거야.”전태윤이 일어나며 말했다.“어젯밤에 네가 잠든 후 엄마한테 전화해서 오늘 함께 네 드레스를 골라 달라고 했거든. 회사 송년회 때 입을 옷 말이야.”하예정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계속 자고 있어요, 내가 가서 문 열게요.”그녀는 말하면서 재빨리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었다.전태윤은 그녀가 신속하게 준비하는 걸 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나갈 때 주방 가서 앞치마 둘러.”“왜요?”“그냥 내 말대로 해.”전태윤이 가볍게 웃었다.“얼른 가서 문 열어드려. 너희 시어머님 기다리시겠다.”하예정은 곧바로 방문을 나섰다. 그녀는 전태윤의 말대로 주방에 가서 앞치마를 두르고는 종종걸음으로 밖에 달려나갔다.“나가요.”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진짜 그녀의 시어머니 장소민이었다.“오셨어요, 어머님.”하예정이 환하게 웃으며 시어머니께 인사드렸다.장소민은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있었다. 이를 본 하예정이 재빨리 시어머니 손에서 물건을 건네받았다.“어머님, 이거 다 뭐예요? 엄청 무겁네요.”하예정이 문을 열 때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으니 식사 준비가 한창인 듯싶었다. 게다가 환하게 웃으며 시어머니의 손에서 짐을 건네받자 장소민도 훨씬 온화한 표정으로 집안에 들어섰다.“너희 먹을 거 챙겨왔어. 하나는 해산물이야. 태윤이가 너 해산물 좋아한다길래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신선한 해산물을 사 왔어. 이건 달걀인데 너희 할머니가 기어코 가져가라고 해서 챙겨왔어. 진짜 시골 달걀이라 너희가 평소 먹는 것보다 더 맛있대.”사실 이 달걀들도 다 사온 것이다. 단지 전씨 일가의 과수원 일꾼한테서 샀을 뿐이다. 일꾼들은 주인의 동의를 거친 후 수많은 닭을 잡아 과수원에서 키우고 있다.하여 진짜 시골 달걀이기도 하다.어르신은 장손을 감싸주기 위해 이렇게 하셨다. 하예정은 시골 달걀을 보고 전태윤이 진짜 평범한 사람이라고 믿을 테니까.장소민이 달걀 한 바구니를 하예정에게 건넸다.“맨 위에 엄청 큰 열몇 개는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