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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2581 챕터

제611화

“태윤 씨야말로 날 온전히 한 가족으로 대하지 않는다고요. 본인도 못 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요구한대요? 태윤 씨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스타일이에요. 무릇 본인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고 조금만 어긋나면 내가 저를 한 가족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화를 내잖아요! 그땐 나도 홧김에 태윤 씨한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속 좁은 남자라고 했어요. 그리고 태윤 씨가 바로 전화를 꺼버렸죠. 내가 다시 문자를 보내도 아무 답장이 없어요. 늘 이런 식이에요. 화나면 답장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어린 여자애들처럼 왜 그런대요.”숙희 아주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사모님의 분석이 아주 정확해요. 도련님은 바로 그런 사람이에요.’전태윤은 어려서부터 후계자로 길러졌고 동생들도 전부 그의 위주로 지내왔다.그가 전씨 그룹을 장악한 뒤로 할머니든, 부모님이든 전부 두 손을 내려놓고 전적으로 이 그룹을 전태윤에게 맡겼다. 전씨 그룹에서 그의 말이 곧 진리이다.동생들도 회사에서 여전히 그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전태윤은 천성이 일방적인 데다가 그런 환경 속에서 지내다 보니 무릇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거듭났다.그는 모든 걸 지배하는 데 적응했고 모두가 그에게 순종하는 것에 익숙해졌다.하예정은 본인 인생을 전태윤에게 지배당하기 싫었고 그에게 순종하며 의지하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이에 전태윤은 그녀에게 홀시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를 중시하지도 않고 한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다만 하예정의 말처럼 전태윤은 그녀에게 완전히 솔직했던가?“아주머니가 저 대신 날짜를 기록해주세요. 태윤 씨가 이번엔 며칠이나 냉전을 벌일지 지켜봐야겠어요. 나도 이젠 문자 안 보낼래요. 그래봤자 아무런 답장이 없잖아요. 누가 알아요? 내 카톡을 아예 삭제했을지. 만약 진짜 삭제했다면 평생 태윤 씨를 재 추가하지 않을래요!”숙희 아주머니가 답했다.“태윤 씨가 조금 일방적이긴 하죠. 하지만 제가 볼 땐 태윤 씨가 예정 씨에게 중시 받지 못하고 늘 남처럼 제외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화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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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계속 청소하는 걸 보더니 별생각 없이 먼저 집을 나섰다.숙희 아주머니는 그녀를 입구까지 바래다주고 엘리베이터를 탄 모습까지 확인한 후에야 방에 돌아와 황급히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은 처음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주머니가 연속 세 번 걸어도 받지를 않았다.아주머니는 마지못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도련님, 사모님께서 약 드셨어요.」1분도 채 안 돼 전태윤한테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예정이가 무슨 약을 먹었는데요?”그의 말투는 평소처럼 차분하고 냉랭했다. 다만 아주머니는 그를 잘 알기에 지금 몹시 긴장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사모님께서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자서 머리 아프고 눈이 시려서 진통제를 드셨어요.”전태윤은 아무 말이 없었다.‘놀랐잖아! 아주머니도 참, 똑바로 얘기하실 것이지. 난 또 예정이가 약 먹고 자살하려는 줄 알았잖아. 내가 괜한 생각을 했네.’하예정은 누구보다 밝은 성격이라 자살은 생각지도 않을 것이다.그런 그녀가 전태윤을 위해 자살을 한다? 전태윤은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예정이한테 심효진보다 못한 존재야.’“도련님, 사모님께서 아침 드실 때 저한테 다 얘기하셨어요.”숙희 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 제가 볼 때 도련님이 꼭 짚고 넘어가셔야 할 것 같아요. 도련님께서 왜 사모님을 좋아하시는지, 사모님의 어떤 점이 좋은지 말이에요. 도련님 요구대로 사모님을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진짜 그렇게 변하면 도련님은 사모님을 계속 좋아하실까요?”“예정이는 나한테 아무 얘기도 안 해요. 노동명이 다 아는 걸 내가 모르는 게 말이 돼요?”“그럼 도련님은 사사건건 사모님께 얘기하셨나요? 잊지 마세요. 도련님은 아직도 사모님께 본인 정체를 숨기고 있어요. 정작 도련님이야말로 사모님께 너무 많은 걸 숨기고 있다고요.”전태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아주머니는 대체 누구 편이에요?”“저야 당연히 도련님 편이죠. 이게 다 도련님 잘 되라고, 도련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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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하예정이 가게에 왔을 때 마침 소정남이 가게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걸어가면서 고개 돌려 손 인사를 했는데 상대는 안 봐도 심효진일 게 뻔했다.소정남은 하예정을 보더니 깍듯이 인사했다.하예정도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소정남과 너무 친하지도 않고 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니 사뭇 어색해졌다.소정남도 그녀와 딱히 화젯거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친구의 아내였기에 친구가 없는 장소에서 너무 가까이 지낼 필요도 없었다.“예정 씨, 저는 이만 회사로 돌아갈게요.”“네, 조심히 돌아가세요.”소정남이 웃으며 차에 올라타고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하예정은 그제야 가게에 들어갔다.안에 들어서자마자 카운터에 놓인 커다란 장미꽃다발이 보였는데 대충 봐도 99송이는 될 듯싶었다. 장미꽃 외에도 심효진이 평소 즐겨 먹는 간식거리가 한가득 놓여있었다.소정남은 꽃과 간식거리 외에도 심효진이 평소 애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을 몇 세트 선물했다.심효진은 주우빈을 안고 카운터 안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한창 과자 봉지를 뜯어 우빈이와 나눠 먹다가 하예정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정남 씨가 간식거리를 한가득 보내왔어. 우리 가게 지키면서 실컷 먹자. 이것들을 다 먹으려면 지루할 틈도 없겠네.”“이모.”주우빈이 하예정을 부르더니 또다시 심효진의 손에 쥔 과자 봉지에 눈길을 돌렸다.심효진은 포장을 뜯고 안에서 과자 한 점 꺼내 우빈에게 먹여줬다. 주우빈은 오물오물 씹으면서 작은 손을 봉지 안에 쏙 넣었다.“우빈이 너무 많이 먹지 마. 그러다 밥맛 없을라.”심효진은 우빈에게 좀 더 나눠준 후 봉지를 닫았다. 아이에게 간식을 너무 많이 먹이면 제때 밥을 먹지 않으려 하니까.하예정은 간식거리와 스킨케어 세트들을 바라보며 친구에게 장난치듯 말했다.“정남 씨가 네가 뭘 좋아하는지 제대로 파악했네. 전부 네가 잘 먹는 간식이고 평소 애용하는 브랜드 제품이잖아.”전태윤은 하예정에게 간식도 사준 적 없고 화장품도 선물한 적이 없다.하예정이 성소현에게 받은 마스크팩을 붙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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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결국 그녀는 체면도 무릅쓰고 성소현에게 소정남에 관한 얘기를 캐물었는데 소정남이 누군가를 다스리려면 상대는 죽지 못해 사는 꼴이 된다고 했다.그는 상대가 모든 걸 조금씩 잃어가고 그 속에서 차츰차츰 절망감을 느끼며 가슴을 후벼 파듯이 무척 괴롭힌다고 한다.하여 심효진은 만에 하나 소정남을 거절했다가 그의 심기를 건드려 괜한 전태윤만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했다.“일단 시도는 해볼게. 걱정 마. 나 자신을 무리하게 굴지는 않을 테니까.”심효진은 전태윤을 걱정하는 건 제쳐두고 절대 그녀 자신을 무리하게 몰아붙이진 않을 것이다.“예정아, 어젯밤에 소현 씨 집에 안 갔어? 예진 언니가 우빈이 데려왔을 때 모습 보고 나 깜짝 놀랐잖아.”그 일만 생각하면 하예정은 화가 울컥 치밀어 주씨 집안 사람들을 또 한 번 맹비난했다.김은희와 주서인이 언니네 회사에 찾아가지만 않았어도 하예정은 지금 전태윤과 싸울 일이 없었을 텐데!다만 전태윤의 성격대로라면 둘은 조만간 싸울 게 뻔하다. 얼마나 더 싸워야 서로 날 선 감정이 둥글둥글해질 수 있을까?“효진아, 저녁에 퇴근하고 우리 함께 바에 가서 술 한잔해.”심효진이 웃으며 대답했다.“남편이 출장 가고 없으니 너 제법 대범해졌다.”“집에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우린 서로 신경 안 써.”말투가 이상한 걸 보아 부부싸움을 한 듯싶었다. 심효진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하예정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정아, 태윤 씨랑 또 싸웠지?”심효진이 몸져누웠던 그날도 두 사람은 크게 한바탕 싸울 뻔했다.이유는 전태윤이 마침 김진우가 하예정에게 꽃을 선물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이 일로 심효진은 또 친히 김진우를 찾아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여전히 마음을 접지 못하는 김진우를 보며 심효진도 내심 불안했다. 그렇게 열심히 설득했건만 동생은 전혀 새겨듣지 않았다.김진우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갇혀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더는 길이 없고 뒤로 물러서는 건 그가 원치 않았다. 하여 이렇게 버티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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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그녀는 몸을 홱 돌려 다시 사무실에 돌아갔다. 그 동료는 아직도 신이 나서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다.하예진은 곧게 그 동료에게 다가갔다.상대는 그제야 하예진이 다시 돌아온 걸 알아챘다.누구 험담을 하다가 당사자에게 바로 현장을 잡히는 건 실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 여자 동료는 어쩔 바를 몰랐다.“혹시 노 대표님을 짝사랑하세요?”하예진의 한마디에 그 여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아니거든요.”상대가 부인했다.“그런데 왜 나랑 대표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는 건데요? 재미있어요 이 상황이? 나 방금 그쪽 말투에서 엄청 질투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쪽 대표님 짝사랑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래서 항상 날 겨냥하는 거고요. 다들 믿거나 말거나 난 대표님께 아무 감정도 없어요. 맞아요, 나 이혼했어요. 쓰레기 같은 남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럼 이혼을 안 하고 남겨뒀다가 함께 구정이라도 보내야 하나요? 내가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님을 꼬시려는 것처럼 함부로 말해도 돼요? 다들 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진짜! 노 대표님은 정정당당한 분이세요. 나랑 대표님은 일말의 감정도 없어요. 만약 있었다고 해도 대표님이 굳이 당신들에게 숨길 가치가 있을까요?”하예진이 싸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한 번만 더 함부로 입을 놀리고 루머를 퍼뜨렸다가 비방죄로 확 고소해버릴 줄 알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게 사무실을 나섰다.여자 동료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다른 사람들은 전부 차갑게 자리를 떠난 하예진을 쳐다봤다. 다들 그녀가 좀 전에 했던 말을 똑똑히 들었다.왠지 모두에게 경고장을 날리는 듯한 기세였다.회사에서 하예진에 관한 루머가 너무 많아 진짜 비방죄로 그들을 전부 고소한다면...“얼굴 왜 그래?”하예진이 얼굴을 긁힌 상처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이를 본 노동명이 관심 조로 그녀에게 물었다.“며칠 뒤면 나을 거예요. 관심해줘서 고마워요 대표님.”하예진은 그의 책상과 2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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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노동명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내가 예진 씨를 채용한 바람에 회사에서 발걸음을 내딛기가 힘들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어. 예진 씨는 자기 일만 잘하면 돼.”“대표님, 저 일 그만두고 싶어요.”노동명이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이유가 뭐지?”하예진이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다가 고개를 들고 노동명을 올려다보았다.“그때 저는 이혼 때문에 아들의 양육권을 가져야 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낙하산이라고 수군거리고 뒤에서 몰래 모함해도 다 참았어요. 왜냐하면 안정된 일자리가 있어야 우빈의 양육권을 가져오는 데 유리하거든요.”“그러니까 지금 이혼도 하고 아들의 양육권도 가졌겠다, 그래서 그만두려고? 아직 수습 기간도 끝나지 않았어.”노동명이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예진 씨는 능력 있는 사람이야. 직장 생활이 복잡하고 쉽지 않다는 걸 예진 씨도 알고 있을 거야.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예진 씨만 떳떳하면 되잖아, 휘둘릴 필요 없어.”“하지만 다들 제가 대표님한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의 명성에 누를 끼칠 순 없어요.”사람이 많은 곳에 이런저런 얘기가 떠돌기 마련이고 하예진도 잘 알고 있었다.전에 그녀는 재무 총괄 담당자였고 노씨 그룹에 들어온 것도 노동명이 직접 뽑은 것이라 다들 그녀를 낙하산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상사도 그녀에게 자리를 빼앗길까 봐 잔뜩 경계했다.게다가 화려한 싱글인 노동명이 한 여자에게 관심을 많이 쏟는다면 그 여자는 자연스럽게 질투의 대상이 된다.그들과 다투고 싶지 않았던 하예진은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계획대로 창업하고 싶었다.그녀의 말에 노동명이 멈칫했다.“누가 그런 소리를 해? 예진 씨는 그냥 일만 열심히 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앞으로 누가 뒤에서 그딴 소리를 했다간 바로 해고할 거야. 날 건드린 대가가 뭔지 톡톡히 보여줘야지!”그때 하예진에게 이 일자리를 준 건 전태윤의 체면을 봐서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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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어때? 할래? 만약 하겠다면 태윤의 처형인데 가겟세 싸게 해줄게.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마.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돼서 가겟세 깎아달라고 하면 나만 손해니까.”하예진은 귀가 솔깃했다.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그 거리를 지나가야 하기에 유동 인구가 엄청났다. 그 길의 식당은 물론이고 커피숍도 장사가 아주 잘 됐다. 그녀는 그 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했었는데 전부 노동명의 가게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가겟세가 얼마예요?”“관성 시 중심의 가겟세가 다른 데보다 훨씬 비싸. 가게 면적이 작은 건 십몇 평이고 큰 건 사십 평 정도 돼. 무슨 가게를 하려고?”“조식 가게요.”“그럼 너무 클 필요는 없겠네. 조식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까 십몇 평 정도 되는 가게면 될 것 같아. 이따가 그 노부부가 그만두는 가게가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볼게. 한 달 가겟세는 160만 원만 줘. 절대 비밀이야, 알았지? 다른 사람한테서는 200만 원 넘게 받는단 말이야.”하예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절대 남한테 얘기하지 않을게요, 대표님. 그나저나 이렇게 싸게 받아서 손해 보는 거 아니에요?”“가게를 산 원금은 진작 다 벌었어. 지금 들어오는 가겟세는 전부 수익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열심히 해. 나중에 예진 씨가 원금을 벌어들이면 그때 스스로 알아서 가겟세를 올려줘도 되고.”그도 결국에는 장사꾼이기에 이익을 따져야 했다.하예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요. 나중에 원금을 다 벌면 다른 사람들이 내는 가겟세만큼 저도 낼게요. 대표님, 그 가게 제가 할게요. 지금 당장 가서 상사한테 일 그만두겠다고 얘기해야겠어요.”“그래. 다 정리하면 계약 담당자더러 예진 씨한테 연락하라고 할게.”노동명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수습 기간이 채 끝나기 전에 그만두는 거니까 상사한테 얘기하면 바로 월급 계산해서 줄 거야.”“고마워요, 대표님.”하예진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고맙긴. 나도 태윤이 체면을 봐서 싸게 내준 거야. 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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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주형인, 너 혹시 고객들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대체 뭘 한 거야?”주형인이 회사를 대신해 많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회사에 적지 않은 돈을 벌어다 주었다. 게다가 졸업하자마자 유진 테크에 들어와 지금까지 일해온지라 대표는 고참인 그에게 믿음이 아주 두터웠다.회사의 수많은 사장 중에 주형인이 가장 어렸지만 회사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어 사장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임원들은 질투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대표가 주형인을 어찌나 중히 여기는지 시간이 없어 초대받은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주형인을 대신 참석하게 했다. 더 많은 걸 보고 배운다면 회사를 위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주형인도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한 후로 정말로 많은 계약을 체결했다. 그랬던 그였는데 이젠 주형인의 주문이라면 전부 취소하거나 협력을 멈추려 했다. 다른 고객들도 마음을 바꾸긴 했지만 주형인이 담당하는 고객들이 번복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대표님, 전 아무 잘못도 한 게 없어요. 늘 고객님들을 깍듯이 모셨는데 잘못이라니요.”주형인이 계속하여 설명했다.“제가 다시 고객들을 찾아가서 얘기해볼게요. 최대한 다시 주문하게 해서 회사의 손해를 줄이도록 할게요.”“이 얘기만 벌써 몇 번째야! 아무런 효과도 없잖아. 유진 테크가 지금까지 오면서 이런 위기는 처음이야. 공장 직원들도 곧 휴가에 들어가는데 아직도 주문을 받지 못한다면 연후에 작업할 필요도 없어! 주형인, 잘 생각해 봐. 잘못을 저지른 게 있는지 없는지. 지금 회사 돌아가는 거 보면 누군가 일부러 억압을 주는 게 분명해. 예전부터 전씨 그룹의 한 계열사와 경쟁했었는데 이젠 그 계열사가 우리 주문까지 싹 다 빼앗아갔어.”대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요즘 취소된 주문 건을 다시 만회하느라 주형인뿐만 아니라 대표도 애를 먹긴 마찬가지였다.분명 누군가 일부러 그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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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김은희는 하예진에게 재벌가에 시집간 이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들의 이혼을 끝까지 뜯어말렸을 텐데.만약 이혼하지 않고 처가의 도움으로 성씨 그룹에 들어갔더라면 수입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어쩌면 연봉이 20억이 넘을지도 모른다.그녀는 다시 하예진과 재결합하라고 아들에게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고 서현주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 후로 김은희는 대놓고 얘기하는 대신 손자를 이용할 계획이었다.주형인이 주우빈을 자주 데려오고 또 데려다준다면 하예진과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알고 지낸 지 12년이나 되고 두 사람 사이에 아들도 있어 서로 마음이 진정되면 재결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엄마, 우빈이 보고 싶으면 누나한테 예정이 가게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되잖아. 굳이 우빈이를 데리고 올 필요 없어. 데려와봤자 애를 잘 달래지도 못하면서. 애가 또 놀라면 큰일이야.”주형인은 그녀의 꿍꿍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진의 이모가 이경혜라는 사실을 듣고 주형인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예진과 이혼한 건 후회하지 않았다.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서현주니까.그는 서현주와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하여 구정 후인 밸런타인데이에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부터 하고 나중에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는 서현주에게 꼭 말한 대로 할 거라고 약속했었다.“엄마, 나 지금 바빠. 할 얘기 있으면 이따가 퇴근하고 다시 해.”더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주형인은 그녀가 잔소리하기 전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개를 들자마자 서현주의 낯빛이 어두운 걸 보고는 재빨리 서현주를 잡아당겨 허벅지에 앉혔다.“현주야, 엄마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고 결혼할 여자는 너야. 엄마가 아니라.”“하예진한테 돈 많은 이모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형인 씨 어머님이랑 누나 지금 다 후회하고 있죠? 걔는 정말 무슨 복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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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그녀는 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평소와 같은 여동생의 모습에 하예진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제부가 너한테 잘해주는 걸 봐서는 그런 작은 일로 너랑 싸울 사람은 아니야. 싸우지 않았다니 언니도 마음이 놓여.”하예정이 속으로 중얼거렸다.‘고작 그런 작은 일로 나랑 싸우는 게 태윤 씨야.’종일 연락도 없는 사람에게 그녀도 먼저 말을 걸고 싶진 않았다. 하예정은 자신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부부가 처음 냉전했을 때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지난번에 김진우가 그녀에게 고백하는 걸 들켰을 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다짜고짜 회사로 쫓아가 그에게 설명했었다.그리고 지금은 너무도 속상했다. 아무래도 감정이 생겨서 그런 모양이다.“예정아, 우빈이 내가 데리고 갈게. 나 가게 차리기로 했어. 가서 계획서 쓰려고.”“알았어. 숙희 아주머니랑 같이 가. 그래야 우빈이 언니한테 떼를 안 쓰지.”하예진은 동생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익숙한 환경에서 주우빈은 장난이 심하여 누군가 옆에서 돌봐야 했다.사실 숙희 아주머니는 하예정과 심효진이 저녁에 술 먹으러 간다는 소리를 듣고 어느 술집으로 가는지 궁금하여 남고 싶었다. 그런데 하예진네 집으로 가라고 하니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하예정이 의심하면 안 되니까.“아주머니가 운전해서 언니랑 우빈이 데려다줘요.”하예정이 차 키를 숙희 아주머니에게 건넸다.“전 이따가 효진 씨 차 타면 돼요.”‘아니, 잠깐, 이따가 술집 가서 술을 마시면 효진이도 운전 못 하는데.’“알았어요.”숙희 아주머니는 차 키를 받고 하예진 모자와 함께 서점을 나섰다.하예진의 월세방에 도착한 후 숙희 아주머니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전태윤에게 몰래 문자했다.「도련님, 사모님이랑 효진 씨 저녁에 술 마시러 술집 간대요.」엊저녁 밤을 새운 전태윤은 오전까지 버텼지만 오후에는 버티지 못하고 의자에 기대 잠을 잤다.숙희 아주머니가 보낸 문자를 받긴 했지만 깊이 잠든 바람에 문자 알림 소리를 듣지 못하여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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