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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2585 챕터

제631화

“효진 씨 맞으시죠?”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효진 남매는 나란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하예정은 소정남을 못 본 듯이 덤덤하게 술을 마셨다.“정남 씨?”여기서 소정남을 마주치다니, 심효진은 매우 의외였다.소정남은 얼른 상황을 설명했다.“주말에 몇몇 친구들이랑 함께 놀러 나왔는데 여기서 효진 씨를 다 보네요. 여기 앉아도 되죠?”심효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미 앉으셨잖아요. 친구분들은 아직인가 봐요?”그녀의 눈앞엔 소정남 한 명뿐이었다.소정남은 자리에 앉아 하예정에게도 인사했지만 그녀는 머리만 살짝 끄덕였다.“친구들은 다 가고 없어요.”소정남은 그림을 보며 심효진에게 물었다.“이거 누가 그렸어요? 제가 한 번 봐도 돼요?”심효진이 하예정을 힐긋 바라보자 소정남은 그림의 주인공이 그녀란 걸 바로 알아챘다. 하예정은 계속 술을 마시며 아무 말도 없었고 이에 소정남은 그녀가 반대하는 줄 알고 그림을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곁눈질로도 그림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림 속의 사람은 바로 전태윤이었다.‘사모님께서 그림 솜씨가 탁월하네. 태윤이랑 너무 똑같게 그렸잖아. 다만 심장을 왜 일부러... 저렇게 작게 그렸지? 너무 선명한데... 태윤이가 속 좁은 남자란 걸 티 내려고 그런 거야? 태윤의 뒤엔 호수야 아니면 강이야? 수면 위에 한가득한 동그라미는 또 뭐지? 그리고 알까지 하나 있어.’소정남은 그림과 하예정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빛도 흐려진 걸 보아 취한 게 분명했다.“예정 씨, 이 그림 예정 씨가 그렸죠? 진짜 너무 잘 그렸네요!”‘그러니까 이 그림의 의미는... 태윤이가 물에 떠 있는 알이란 말인가?! 아니, 아니야!’소정남은 다시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태윤이는 호수에 떠 있는 알? 강에 떠 있는 알? 여러 개의 동그란 알?’소정남은 한참을 들여다보며 생각하다가 드디어 알게 됐다.전태윤의 마음이 저 알처럼 작아서 속이 좁고 널브러진 알들의 개수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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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예정아.”심효진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나 아직 더 마실 수 있어...”하예정은 그녀에게 기댄 채 계속 더 마실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소정남은 그런 하예정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내가 휴대폰으로 영상 촬영하는 건 실례겠지. 뭐 그래도 이 가게 CCTV가 있으니 나중에 영상 복사해서 태윤이 보여주면 돼. 그러게 왜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아내를 얻었는데 잘 아껴주지는 못할망정 툭하면 부부싸움에 냉전까지 해대. 나까지 덩달아 고생하잖아.’“예정아, 너 취했어. 집에 데려다줄게.”심효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미안한 표정으로 소정남에게 말했다.“정남 씨, 예정이가 취해서 저 먼저 얘 집까지 바래다줄게요.”“효진 씨도 술 마셔서 운전 못 하잖아요. 내가 안 마셨으니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소정남은 일부러 심효진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거라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심효진을 집에 바래다줄 기회를 얻는 것이다.“고맙지만 마음만 받을게요. 제 동생이 운전할 줄 알아요. 우리 둘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일부러 동생도 함께 나왔어요. 서준이 술 안 마셨어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을 못 마시거든요.”소정남은 말문이 막혔다.심효진을 집까지 바래다주며 호감이라도 얻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뜻밖에 심서준이란 캐릭터가 나올 줄이야. 술도 못 마실뿐더러 두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주기 위해 함께 지누 바에 왔다고 한다.소정남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생각했다.‘태윤이가 전용기 타고 오면 거의 다 도착했겠지?’“예정아, 우리 그만 가자.”심효진이 하예정을 부축했다.하예정은 계속 혼잣말로 구시렁댔다.“나 더 마실래... 아직 안 취했어... 이 술... 가짜지?”소정남은 어이가 없었다.‘우리 형이 운영하는 술집인데 가짜 술을 팔 리가 있겠어?’다행히 하예정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딴사람이 지누 바에서 가짜 술을 판매한다고 입을 나불거렸다면 바에서 손님에게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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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전태윤은 그림을 꼭 쥔 채 아무 말도 없었지만 소정남의 흥미진진한 표정을 보아 그 그림이 본인과 연관이 있다고 대충 짐작이 갔다.전태윤은 전에 하예정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그녀가 매일 공예품을 만들다 보니 샘플을 자주 그렸다. 그녀의 그림 솜씨는 아주 뛰어났다.“태윤 씨...”하예정은 전태윤의 품에 기대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전태윤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차에 싣고 좌석에 걸터앉히고 나서야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옆으로 기울 것 같았다. 전태윤은 얼른 그녀를 본인 쪽에 기대게 했다.“그래, 나야.”그는 하예정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예정아, 나 여기 있어.”하예정은 인사불성이었다.만취한 상태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고 전태윤의 품에 안긴 채 쿨쿨 자다가도 혼잣말을 구시렁댔다. 가끔은 정확한 발음으로 전태윤을 욕했고 또 가끔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심효진 남매는 술집 문 앞에 서서 차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누나, 방금 그 남자 누구야? 너무 무서워 보이던데!”심서준이 누나에게 물었다.“너희 예정 누나의 남편이야.”심서준이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그 초고속 결혼한 분?”심효진은 한심하다는 눈길로 동생을 쳐다봤다. 하예정에게 초고속 결혼한 그 남자 말고 또 무슨 남자가 더 있단 말인가?심서준은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누나의 마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옆에서 누나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소정남을 발견하곤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누나, 내가 볼 때 소정남 씨가 예정 누나 남편분보다 훨씬 더 괜찮은 것 같아. 사람이 훈훈하잖아. 예정 누나 남편은 너무 무섭게 생겼어. 그 표정과 눈빛이 너무 살벌해. 그냥 왠지, 꼭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왜 이렇게 낯익지?”“예정이가 남편 그리는 거 봤잖아!”심서준이 코를 쓰다듬으며 헤벌쭉 웃었다.“그러네, 예정 누나가 그린 남자가 바로 남편분이었어.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심효진은 더는 남동생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소정남에게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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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심서준은 소정남에 대한 첫인상도 좋은데 사적으로 연락까지 해대면 친누나를 팔아버릴지도 모른다.휴대폰을 꺼내는 소정남의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역시 서준 씨가 생각이 깊어요. 우리 서로 카톡 추가해요. 서준 씨 처음 봤을 때부터 옛친구 만난 것처럼 친근하더라니, 나중에 시간 되면 제가 밥 한 끼 살게요.”심서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그와 카카오톡을 서로 추가했다.“정남 씨,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요.”“잘 가요, 나중에 제가 밥 한 끼 살게요.”“그럼 저야 영광이죠.”심서준은 헤벌쭉 웃다가 누나의 따끔한 시선에 다시 코를 어루만지며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소정남은 제자리에 서서 두 남매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한참 운전해나간 후 심효진이 동생에게 말했다.“너 정남 씨가 무슨 신분인지 알아? 어디서 친한 척이야? 카톡을 왜 추가하냐고?”“무슨 신분인지 그게 뭐가 중요해? 누나랑 소개팅했고 누나한테 관심이 있어 보이니 난 그걸로 됐어.”심효진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내가 하루빨리 집에서 나갔으면 좋겠니?”“누나, 난 그렇게 훌륭한 재력가가 아니야. 내 월급 150만 원으로 누나를 평생 길러줄 순 없어. 그러니까 누나도 여생을 책임져줄 반쪽을 찾길 바라. 그럼 나도 부담이 조금 덜해지잖아.”동생이 운전만 안 했어도 심효진은 그를 발로 힘껏 걷어찼을 것이다.“야 이 자식아, 네가 날 길러줘? 내 월급이 너보다 훨씬 높아.”“난 엄마랑 얘기했어. 만약 누나가 시집 못 가면 내가 평생 책임질 테니까 엄마랑 고모더러 누나 그만 다그치라고 했단 말이야. 나도 부담이 너무 커.”심효진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우리 집에서 세를 준 집과 가게가 얼만데 나 하나 못 키울까 봐?”“그건 엄마, 아빠의 자산이지 내 게 아니잖아. 다만 이제 재산 나눌 때 엄마, 아빠더러 누나를 좀 더 많이 나눠주라고 할게. 늙어빠진 시누이가 돼도 가장 돈 많은 시누이가 될 수 있도록 해줄게.”심효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누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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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발렌시아 아파트에 도착한 후 전태윤은 또다시 부드럽게 하예정을 안아서 차에서 내렸다.“도련님, 숙희 아주머니는 예진 씨 집에 계십니다.”강일구가 말했다.전태윤은 그에게 나지막이 대답했다.“아주머니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보살필 거야.”그는 하예정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강일구는 도련님의 모습이 사라진 후에야 차를 타고 떠나갔다.집에 도착한 전태윤은 입구에 놓인 그의 슬리퍼를 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옛 생각에 잠겼다. 전에 금방 혼인 신고했을 때도 하예정은 이런 식이었다. 남들에게 이 집에 남자 주인이 있다는 걸 알리면 상대적으로 안전할 거라며 그의 신을 내려놓았었다.그녀의 실력으로 웬만한 건달들은 쉽게 제칠 수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예정아, 먼저 서 있어. 나 집 키 꺼낼게.”전태윤이 그녀를 내려놓자 만취 상태로 제대로 서지 못하던 그녀는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전태윤은 황급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녀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한 채로 주머니를 뒤지며 집 키를 찾았지만 양쪽 주머니 모두 키가 없었다.너무 성급하게 돌아오다 보니 집 키를 까먹고 못 챙겨온 걸까?전태윤은 다시 하예정의 바지 주머니도 만져보았지만 집 키가 없었다.하예정은 외출할 때 꼭 집 키를 챙기기에 술집에 두고 왔거나 심효진의 차에 떨어트렸거나 둘 중 하나였다.전태윤은 재빨리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정남아, 효진 씨한테 여쭤봐 줘. 우리 예정이가 집 키를 효진 씨 차에 떨어트렸는지 말이야!”“알았어, 지금 바로 물어볼게. 아니, 지금 바로 효진 씨 집에 가서 너희 집 키를 가져올게.”소정남은 통쾌하게 대답하며 상사의 심부름에 한달음으로 나섰다.비록 밤 11시가 다 넘었지만 그들과 같은 올빼미족에겐 아직 한창 이른 시간이었다.소정남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심효진의 집으로 향했다.그는 심효진의 집에 가본 적이 없지만 주소는 알고 있었다.전태윤의 정보통으로서 그는 진작 심효진의 조상 3대까지 모조리 조사를 마쳤다.그가 심효진의 집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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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그녀는 줄곧 재벌가에 시집가고 싶지 않다더니 정작 본인이야말로 재벌가 출신이었다.단지 심씨 일가 사람들이 겸손하고 삶에 충실하다 보니 부자가 되었어도 일반인처럼 지냈을 뿐이다.“저희 부모님이 다 주무셔서 정남 씨를 집안에 초대하진 않을게요.”소정남이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선물도 없이 두 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푸짐한 선물로 준비해서 제대로 효진 씨 부모님 뵐게요.”심효진이 속으로 구시렁댔다.‘인제 겨우 꽃다발을 선물하며 대시하더니 부모님 볼 생각을 하고 있어?!’“태윤 씨가 급하게 돌아왔는데 내일 또 출장 가나요?”심효진이 불쑥 물었다.소정남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마도 내일 또 부랴부랴 떠날 거예요. 그쪽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태윤이가 가서 처리해야 하거든요.”“그럼 엄청 피곤하시겠어요.”“그렇긴 하지만 제 와이프를 위해서라면 이까짓 피로쯤은 흔쾌히 받아들일 거예요.”심효진이 입을 삐죽거렸다.“그래도 다 태윤 씨 잘못이에요. 고작 그런 일로 예정이랑 싸우다니. 애가 종일 기분 나쁜 것도 꾹 참다가 저녁이 돼서야 내게 다 털어놓는 거 있죠.”심효진은 난생처음 남자의 소심함이 이토록 치명적이란 걸 알게 됐다.“정남 씨도 남들보다 소심한가요?”“아니요, 난 보통 사람들처럼 마음이 너그러워요.”소정남은 자신이 속 좁은 남자가 아니라고 바로 얘기했다.심효진은 더 캐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나도 이만 가서 잘래요. 예정이 물건도 집 키 줄 때 함께 주세요.”“그래요, 잘 자요.”소정남은 오늘 밤 수확이 꽤 크다고 느껴 더 집착하지 않고 그녀를 보내줬다. 괜히 그녀에게 반감만 쌓이면 안 되니까.작별 인사를 마친 후 그는 하예정의 물건을 챙겨 차에 올라탔다.곧이어 그는 전태윤 부부에게 집 키를 보내주러 갔다.발렌시아 아파트에 도착했을 땐 이미 열두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태윤의 말대로 8층에 올라가 전태윤의 집을 찾고 보니 그가 한창 하예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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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집에서 나온 후 소정남이 혼잣말로 중얼댔다.“자식, 결벽증이 있으면서 토사물이 옷에 묻었는데 예정 씨를 밀치지도 않네? 진짜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 이걸 다 참다니.”소정남은 여전히 하예정의 열렬한 팬으로서 그녀를 존경할 따름이다.한편 집안에서 전태윤은 외투를 벗어 바닥에 내던지고는 하예정의 외투도 벗겨서 바닥에 던졌다.그는 나중에 깨끗이 치울 예정이었다.우선 만취한 그녀부터 안방에 들여보내야 한다.“태윤 씨...”구토한 하예정은 정신이 맑아졌는지 아니면 속이 후련해서인지 또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전태윤이 안자마자 그녀는 불쑥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그래, 나 여기 있어.”전태윤은 다정한 말투로 대답하며 그녀를 안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그녀의 물건이 싹 다 없어졌다!이건... 홧김에 본인 방으로 짐을 옮겼다는 말인가?전태윤은 문 앞에 서서 몇 분 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하예정을 안고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태윤 씨... 나빠... 나 태윤 씨 안 좋아할래요... 태윤 씨 미워할래...”전태윤이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자 그녀는 또다시 남편이 싫고 안 좋아할 거라며 구시렁댔다.“삐돌이...”전태윤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허리 숙여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미안해, 예정아, 내가 잘못했어.”하예정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전태윤은 몰래 한숨을 내쉬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하예정의 깨끗한 옷을 찾아 침대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가 그제야 자리에 앉아 옷을 벗겨주기 시작했다.그는 불타오르는 마음을 달래며 겨우 하예정에게 깨끗한 옷을 갈아입혔다.그리고 방에 돌아가 황급히 찬물에 샤워했다.추운 날에 자꾸만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그가 컨디션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진작 추위에 떨어 감기 걸렸을 것이다.30분 후 그는 다시 하예정의 침대 머리맡에 자리 잡고 앉았다.하예정은 더는 뒤척이지 않고 깊이 잠들었다.하지만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얼굴의 눈물 자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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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결혼 뒤에도 난 줄곧 널 경계하고 의심해서 6개월짜리 계약서도 작성했지. 대부분 너에 대한 많은 제약으로 구성됐어... 맞아, 나 나쁜 놈이야, 내 이익만 따지고 널 고려한 적이 없었어. 날 망할 자식이라고 욕해, 난 진짜 망할 놈이야. 미안해, 예정아!”전태윤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며 속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맹세할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 널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보도록 노력할게. 널 믿도록 노력할게. 너도 아내가 처음이고 나도 남편이 처음이야. 우린 모두 경험이 없어. 그러니까 인제부터 함께 배워나가고 함께 노력하며 오래오래 같이 살자, 응?”전태윤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한참을 속삭이다가 결국 그녀 옆에 누운 채로 잠들어버렸다.이번 일로 부부는 서로 너무 힘들었다.하예정은 술집에 가서 술로 아픈 마음을 달랬고 전태윤은 밤새 업무에 몰입하며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다가 아내가 술 마시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수중의 업무를 전부 내려놓고 곧바로 돌아왔다. 그는 배도 고프고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이 마구 몰려왔다.숙희 아주머니가 타일렀듯이 부부는 서로 믿어주고 배려해야 오래간다고 했다.전태윤은 그녀보다 일찍 깨났다.그가 깨났을 땐 이미 아침 7시가 넘은 시각이었다.거실을 미처 청소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는 하예정의 볼에 가볍게 입 맞추고는 서둘러 청소하러 나갔다.토사물을 깨끗이 치우고 바닥을 여러 번 닦은 후 그의 외투를 휴지통에 버리고 하예정의 옷은 직접 손빨래했다.토사물이 너무 많이 묻어 세탁기까지 더러워질까 봐...모든 일을 마친 후에야 전태윤은 배가 고파 났다.어젯밤에 저녁을 먹지 않았고 오늘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많은 일을 했으니 배가 더 고팠다.너무 고픈 나머지 손까지 벌벌 떨렸다.그는 얼른 주방에 들어가 라면을 끓여 먹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니 그제야 손이 안 떨렸다.“띠리링...”이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은 후 중저음의 목소리로 대답했다.“3시간 뒤에 도착할게.”그는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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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하예정은 그를 나름 잘 그렸는데... 심장 부위를 아주 돋보이게, 그리고 아주 아주 작게 그렸다...그가 속 좁다는 걸 표현하고 싶은 걸까? 삐돌이에 소심한 남편이란 뜻일까?!그의 자화상 뒤엔 호수인지 연못인지 하는 물이 그려져 있었고 수면 위엔 동그란 사물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물속엔 물고기가 없어 물고기의 입에서 나온 거품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연못 뒤엔 알이 하나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전태윤은 그림을 들고 걸어가며 생각했다.하예정의 그림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자화상은 전태윤이 틀림없는데 물과 동그라미는 또 무슨 뜻일까?강일구가 아래층에서 그를 기다렸다.“도련님.”“그래.”전태윤이 대답하고는 강일구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차에 탔다.“너희 사모님께서 날 위해 그린 그림이야.”강일구는 그림의 내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사모님의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는 걸 굳게 믿으며 칭찬을 남발했다.“사모님의 그림은 명화에 가깝죠.”“그래, 날 아주 사진처럼 생동하게 그렸어.”전태윤이 의자에 기대며 수면 위의 동그라미들을 빤히 쳐다봤다.‘이 동그라미들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물이 혼탁해졌어. 그러니까... 내 마음이 저 동그라미처럼 작고 동그라미의 개수만큼 자주 삐진다는 거네!”강일구가 의아한 듯 고개 돌려 전태윤에게 물었다.“도련님, 뭐라고 말씀하셨어요?”그는 얼핏 도련님이 스스로 자주 삐진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그가 잘못 들은 걸까?“아니야, 아무것도. 운전해, 시간이 빠듯해.”전태윤은 그녀의 그림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알아내고 한숨을 길게 내쉬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접었다. 비록 하예정이 그를 원망하는 내용이지만 이는 그에게 그려준 첫 그림이었다.의미가 남다르니 정성껏 소장해야 한다.“띠리링...”휴대폰이 또 울렸다.소정남에게 걸려온 전화였다.“태윤아, 너 지금 집이야 아니면 또 출장 갔어?”“출장 가는 길이야.”“너 엄청 고생하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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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전태윤이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내가 표정 관리가 안 됐으면 좋겠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예정이가 대놓고 날 나쁜 놈이라고 욕해도 그건 다 사랑해서 그런 거야. 나한테 아무 감정 없으면 쳐다보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느낄 텐데 뭣 하러 욕까지 하겠어. 우리 와이프가 처음 그려준 그림인데 찢긴 왜 찢어? 나 꼭 그림틀에 넣어서 소중히 간직할 거야. 나중에 나이 들어서 다시 꺼내 감상해야지. 그땐 또 감회가 새로울 거야.”소정남이 그의 말을 받아쳤다.“너 그림틀에 안 넣기만 해봐, 비겁한 놈이라고 놀려댈 거야!”전태윤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대답했다.“어디 틀에 넣기만 하겠어? 나랑 예정의 방에 걸어두고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볼 텐데.”소심하게 사소한 일로 툭하면 하예정과 사이가 틀어지지 말자고 본인을 일깨워줘야 한다.그녀를 화나게 해서도 안 되고, 속상하게 해서도 안 되며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소정남이 입을 삐죽거렸다.“너 그 그림 사무실 벽에 걸 수 있어?”“내가 왜 거기에 걸어야 하는데? 우리 와이프가 그려준 명화야. 우리 부부의 방에 걸어놓아야지 뭣 하러 딴사람들 보여줘? 너도 그 그림의 내용을 싹 다 잊는 게 좋을 거야. 됐어, 그만 얘기해. 나 눈 좀 붙여야겠어.”요즘 2, 3일을 꼬박 새우다 보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그래, 좀 자.”소정남이 전화를 끊었다.그는 전태윤이 그림의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한 줄 알고 일부러 전화해 한바탕 놀려주려고 했는데 전부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사랑 타령까지 하며 부부의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자랑질만 해댔다.부부는 역시 부부인가보다. 사로가 남들과 다른 걸 보니...하예정은 전태윤이 그녀가 술 마신 것 때문에 밤새 날아왔다가 지금 다시 출장 가는 걸 아예 몰랐다.그녀는 휴대폰 벨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깼다.깨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간신히 참으며 전화를 받았다.“예정 씨, 저예요. 깨셨으면 문 좀 열어주실래요?”“아주머니... 잠시만요, 지금 바로 열어드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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