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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하예정은 그를 나름 잘 그렸는데... 심장 부위를 아주 돋보이게, 그리고 아주 아주 작게 그렸다...

그가 속 좁다는 걸 표현하고 싶은 걸까? 삐돌이에 소심한 남편이란 뜻일까?!

그의 자화상 뒤엔 호수인지 연못인지 하는 물이 그려져 있었고 수면 위엔 동그란 사물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물속엔 물고기가 없어 물고기의 입에서 나온 거품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연못 뒤엔 알이 하나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전태윤은 그림을 들고 걸어가며 생각했다.

하예정의 그림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자화상은 전태윤이 틀림없는데 물과 동그라미는 또 무슨 뜻일까?

강일구가 아래층에서 그를 기다렸다.

“도련님.”

“그래.”

전태윤이 대답하고는 강일구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차에 탔다.

“너희 사모님께서 날 위해 그린 그림이야.”

강일구는 그림의 내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사모님의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는 걸 굳게 믿으며 칭찬을 남발했다.

“사모님의 그림은 명화에 가깝죠.”

“그래, 날 아주 사진처럼 생동하게 그렸어.”

전태윤이 의자에 기대며 수면 위의 동그라미들을 빤히 쳐다봤다.

‘이 동그라미들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물이 혼탁해졌어. 그러니까... 내 마음이 저 동그라미처럼 작고 동그라미의 개수만큼 자주 삐진다는 거네!”

강일구가 의아한 듯 고개 돌려 전태윤에게 물었다.

“도련님,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얼핏 도련님이 스스로 자주 삐진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그가 잘못 들은 걸까?

“아니야, 아무것도. 운전해, 시간이 빠듯해.”

전태윤은 그녀의 그림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알아내고 한숨을 길게 내쉬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접었다. 비록 하예정이 그를 원망하는 내용이지만 이는 그에게 그려준 첫 그림이었다.

의미가 남다르니 정성껏 소장해야 한다.

“띠리링...”

휴대폰이 또 울렸다.

소정남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태윤아, 너 지금 집이야 아니면 또 출장 갔어?”

“출장 가는 길이야.”

“너 엄청 고생하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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