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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전태윤이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표정 관리가 안 됐으면 좋겠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예정이가 대놓고 날 나쁜 놈이라고 욕해도 그건 다 사랑해서 그런 거야. 나한테 아무 감정 없으면 쳐다보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느낄 텐데 뭣 하러 욕까지 하겠어. 우리 와이프가 처음 그려준 그림인데 찢긴 왜 찢어? 나 꼭 그림틀에 넣어서 소중히 간직할 거야. 나중에 나이 들어서 다시 꺼내 감상해야지. 그땐 또 감회가 새로울 거야.”

소정남이 그의 말을 받아쳤다.

“너 그림틀에 안 넣기만 해봐, 비겁한 놈이라고 놀려댈 거야!”

전태윤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대답했다.

“어디 틀에 넣기만 하겠어? 나랑 예정의 방에 걸어두고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볼 텐데.”

소심하게 사소한 일로 툭하면 하예정과 사이가 틀어지지 말자고 본인을 일깨워줘야 한다.

그녀를 화나게 해서도 안 되고, 속상하게 해서도 안 되며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소정남이 입을 삐죽거렸다.

“너 그 그림 사무실 벽에 걸 수 있어?”

“내가 왜 거기에 걸어야 하는데? 우리 와이프가 그려준 명화야. 우리 부부의 방에 걸어놓아야지 뭣 하러 딴사람들 보여줘? 너도 그 그림의 내용을 싹 다 잊는 게 좋을 거야. 됐어, 그만 얘기해. 나 눈 좀 붙여야겠어.”

요즘 2, 3일을 꼬박 새우다 보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래, 좀 자.”

소정남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전태윤이 그림의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한 줄 알고 일부러 전화해 한바탕 놀려주려고 했는데 전부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사랑 타령까지 하며 부부의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자랑질만 해댔다.

부부는 역시 부부인가보다. 사로가 남들과 다른 걸 보니...

하예정은 전태윤이 그녀가 술 마신 것 때문에 밤새 날아왔다가 지금 다시 출장 가는 걸 아예 몰랐다.

그녀는 휴대폰 벨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깼다.

깨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간신히 참으며 전화를 받았다.

“예정 씨, 저예요. 깨셨으면 문 좀 열어주실래요?”

“아주머니... 잠시만요, 지금 바로 열어드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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