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이 동생을 힐긋 쳐다봤다.“그럼 설마 제부 옷이 홀로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봐? 그것도 다 젖은 상태로? 이건 어젯밤이나 오늘 아침에 씻은 게 틀림없어.”하예정이 겨우 말을 이어갔다.“태윤 씨가... 어젯밤에 진짜 돌아온 거야?”“뭐라고?”“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키운 꽃 예쁘지? 꽃 구경 하고 있어, 나 밥 좀 먹을게.”하예정은 밥그릇을 들고 주방에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심효진에게 문자를 보냈다.「효진아, 나 어젯밤에 대략 언제쯤 취했어? 취하고 나서 너랑 서준이가 나 집까지 바래다준 거야?」「내가 밤새 꿈을 꿨거든. 꿈에 태윤 씨가 돌아온 거 있지? 난 전혀 안 보고 싶은데 말이야.」「우리 집 발코니에 태윤 씨 옷이 널려있다? 게다가 젖은 채로... 설마 나 꿈 꾼 거 아니고 태윤 씨가 진짜 돌아왔었나?」「문자로 해, 전화하지 말고. 언니가 집에 와있어. 나랑 태윤 씨가 싸운 걸 알면 또 엄청 걱정할 거야.」하예진은 이혼한 뒤 동생네 부부 사이가 틀어질까 봐 너무 걱정됐다.심효진이 재빨리 답장했다.「너 술 엄청 많이 마셨어. 그래서 만취한 거야. 널 알고 나서 나도 처음 봤다니까. 너 거의 최고기록이야. 태윤 씨도 어제 돌아왔었어. 네가 취한 뒤 내가 널 부축하고 술집을 나갔는데.」「입구에서 태윤 씨랑 마주쳤어. 보자마자 널 가로채 가더라고. 난 뭐 어쩔 새도 없었다니까.」「널 집까지 바래다준 건 당연히 태윤 씨고 너 그거 꿈 아니야. 태윤 씨가 네 옆에 있었어. 난 또 네가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 줄 알았지.」하예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심효진에게 물었다.「태윤 씨가 정말 돌아왔다고? 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아. 꿈인 줄로만 알았어. 나한테 엄청 많은 얘기를 했는데 마치 늙은 영감처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니까.」심효진은 타자하기 귀찮아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너 방금 깼어? 태윤 씨는? 아 참, 어젯밤에 정남 씨한테 여쭤봤는데 태윤 씨 오늘 또 그 도
“띠리링...”이때 성소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하예정은 심효진과의 채팅을 잠시 멈추고 성소현의 전화를 받았다.“예정이 너 어디 살아?”“발렌시아 아파트요.”“알았어, 지금 갈게. 가게 갔는데 문을 잠갔더라고.”하예정이 대답했다.“그래요, 위치 보내줄게요. 나랑 언니도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요.”성소현이 알겠다며 대답했다.하예정이 위치를 보낸 후 그녀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발렌시아 아파트로 출발했다.성소현은 늘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니 길모퉁이를 돌아 큰길의 차량들과 합류하려 할 때 하마터면 마이바흐와 부딪칠 뻔했다. 양쪽 모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성소현이 도어를 내리자 상대방 기사도 도어를 내렸다.성소현은 상대에게 뒤로 물러서라며 모퉁이를 돌아야 한다고 했건만 상대는 그녀에게 바로 대답한 게 아니라 고개 돌려 뒷좌석에 앉은 사람을 쳐다봤다.“무슨 일이야?”예준하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상대가 선뜻 비키지 않습니다. 저희더러 물러서라고 합니다.”예준하는 커튼을 걷고 상대를 확인한 후 다시 커튼을 내리고는 기사에게 말했다.“성씨 일가의 살벌한 따님이야. 횡포하기로 소문났으니 뒤로 물러서서 양보해.”예준하는 예진 그룹의 관성 지사를 관리하고 있어 평소 관성 상업계의 거물들을 상대하고 있다. 비록 성씨 그룹과 아무런 업무 왕래가 없지만 성씨 일가의 몇몇 핵심 인물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예진 그룹은 전씨 그룹과 합작하고 있는데 전씨 그룹이 성씨 그룹과 안 맞다 보니 예준하도 자연스럽게 성씨 그룹과 업무상에 왕래하지 않았다. 그래도 성씨 일가의 중요 인물들은 얼추 알고 있었다.성씨 일가의 실세는 성기현인데 그는 또 팔불출로 유명하다. 성기현을 몰라도 유청하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괜히 성씨 일가 안방마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팔불출 성기현에게 복수 당하기 십상이니까.성씨 가문 사모님 이경혜 여사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녀는 비록 성씨 그룹의 오너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성장해나갔고 그녀의 남
파란불로 변한 뒤 예준하의 차가 먼저 출발했다.성소현은 그의 차 번호를 유심히 살펴보며 생각했다.‘차 주인이 누구지? 뒤에 따라가는 검은색 세단 몇 대는 경호 차량 같은데?’관성에서 외출할 때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전태윤 한 명뿐이다!성소현은 전태윤 말곤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그녀의 오빠는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기 싫어한다. 가끔 데리고 다녀도 두 명뿐이다. 전태윤처럼 경호팀을 두 팀으로 나눠 밤낮으로 데리고 다니진 않는다. 한팀에 경호원이 8명 좌우 있다 보니 매번 전태윤이 등장할 때마다 왕의 아우라가 느껴진다.하예정은 성소현이 오는 길에서 예준하를 마주친 걸 전혀 모른 채 위치를 보냈고 심효진에게도 이모네 댁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전태윤에게도 문자를 보냈다.전태윤은 비행기 안인지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다.하예정은 순간 기분이 또다시 가라앉았다.“답장 안 할 테면 하지 말라지 뭐. 나도 그다지 바라는 건 아니야.”그녀는 휴대폰을 외투 옷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들고 설거지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언니 얼굴에 난 상처에 약 발랐어?”“응, 발랐는데 흉터 자국이 남을지 모르겠어.”“상처가 깊지 않아 자국이 남지 않을 거야.”하예진은 우빈을 안고 걸어와 주방 입구에서 동생이 설거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예정아, 너도 내가 마음 약해졌다고 생각해?”“언니는 우빈이를 봐서 그 인간들 한번 용서해준 거야. 게다가 그 인간들도 이젠 우리에게 훌륭한 이모가 있다는 걸 아니까 앞으론 감히 언니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단지... 언니 전 시어머니가 조금 후회하는 것 같아.”“진작 후회했어. 내가 떠날까 봐 후회한 게 아니라 제 아들이 재산을 나누는 게 아까웠겠지. 인제 이혼했으니 마음껏 생각하라고 해.”말하는 와중에 하예진에게 익숙하고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번호를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해서 낯설었고 전에 한번 이 번호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서 익숙했다.“하예진
“아 맞다, 다음 달 밸런타인데이에 나랑 형인 씨 혼인 신고해. 너한테 미리 알려줄게.”하예진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그래, 축하해.”‘주씨 집안이란 구덩이에 빠지게 된 걸 축하해, 서현주!’“오늘 주말이라 인제야 깨났는데 형인 씨가 아침을 다 차렸더라고. 듣기로 두 사람 결혼 생활 3년 동안 늘 네가 형인 씨에게 밥을 차려줬다면서? 아직 형인 씨 요리 솜씨도 맛보지 못했지?”하예진은 더는 서현주의 도발적인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전화를 꺼버렸다.“언니, 서현주 전화야?”“맞아, 정신이 이상한 것 같아. 난 주형인과 이혼하고 두 사람 함께하게 허락해줬는데 왜 굳이 전화 와서 뻔뻔스럽게 내 카톡까지 추가하겠대? 추가하고 종일 카카오스토리에 주형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자랑질할 건가? 그래서 날 약 올리려는 작정이겠지. 내가 왜 그런 거로 화내겠어? 이혼까지 한 마당에 주형인과 더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전남편일 뿐이라고.”주형인이 서현주에게 아침을 차려줬단 말에 하예진은 실소를 터트렸다. 주형인이 음식을 해본 적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런 그가 서현주에게 아침을 직접 차려줄 리가 있을까? 틀림없이 밖에 가서 포장해왔을 것이다.“밸런타인데이엔 혼인 신고할 거래. 제발 얼른 했으면 좋겠어. 함께 묶어놓아야 그 집안의 인간쓰레기들의 참맛을 체험할 수 있잖아.”하예정이 욕설을 퍼부었다.“진짜 파렴치한 년이네.”“파렴치하지 않고서 어떻게 주형인과 엮일 수 있겠어? 그래도 난 서현주한테 고마워. 걔가 설득하지 않았다면 주형인은 우빈의 양육권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하예진은 다시 주우빈을 꼭 끌어안았다.아들은 그녀의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주형인을 포기할 순 있어도 아들은 절대 놓아줄 수 없었다.다행히 이젠 모든 일을 원만하게 해결했다.“언니, 우리 먼저 마트 가서 뭐 좀 사자.”이모네 댁에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순 없으니까.하예진이 알겠다며 대답했다.두 자매는 주우빈을 데리고 마트를 한 바퀴 돌더니 크고 작은 봉투를 들고
오는 길 내내 언니가 운전을 담당했다.하예진은 아들에게 어른을 부르는 호칭을 가르쳤다. 주우빈은 이경혜에게 안기려 하진 않았지만 이모할머니라고 부르긴 했다. 엄마가 가르치는 대로 곧장 잘 따라불렀다.“아이가 너무 귀여워요.”유청하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내가 우빈이 안아봐도 될까?”그러자 이경혜가 말했다.“나한테도 안기지 않는데 너한테 안길까?”유청하가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주우빈이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뻗더니 유청하에게 안기려 했다.이경혜가 허탈하게 웃었다.“우빈이 사람 가리네?”“평소에는 가리지 않는데 지난번에 많이 놀라서 그래요. 다음번에는 우빈이도 이모한테 잘 안길 거예요.”유청하를 따르는 주우빈을 본 하예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예진아, 예정아, 얘는 내 큰아들 성기현이야. 너희들 사촌오빠.”이경혜는 두 아들을 조카에서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예진네 자매가 오빠라고 부르며 인사를 건네자 성기현은 아무 말 없이 미소로 답했다.이경혜는 곧바로 둘째 아들 성주현을 가리켰다.“얘는 내 작은 아들 성주현이야. 예진이보다 두 살 어리고 예정이보다 세 살 많아.”하예진은 성주현의 이름을 불렀고 동생인 하예정은 오빠라고 불렀다.“이모, 안아줘요.”유청하에게 잠깐 안기던 주우빈이 다시 안아달라고 하자 하예정은 재빨리 두 팔을 벌려 조카를 안았다.그런데 그때 하예정의 왼쪽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가 성기현의 날카로운 눈에 들어왔다.‘어디서 봤더라? 며칠 전에 누가 똑같은 반지를 낀 걸 봤는데?’성기현은 남몰래 하예정이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얼른 들어가자. 오늘 바람이 세서 날씨가 쌀쌀해.”성문철은 그들을 별장으로 안내하며 딸에게 말했다.“소현아, 차 여기 안에 세워.”성소현은 그의 말대로 차를 별장 안의 실외 주차장에 세웠고 하예진도 그녀의 뒤를 따라 동생의 차를 별장 안에 세웠다. 그들 일행은 하하호호 웃으며 화려한 별장으로 들어갔다.성씨 가문 도우미가 하예정
“여보, 나 방금 예정이가 낀 결혼반지를 봤어요.”유청하가 그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우린 뭐 다 눈이 먼 줄 알아요? 당신만 보게? 봤는데 왜요? 예정 아가씨의 결혼반지가 뭐 문제 있어요?”성기현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며 잠시 침묵했다.“부부끼리 말 못 할 얘기가 뭐가 있다고. 할 얘기 있어서 위층으로 부른 거 아니었어요? 무슨 일인지 얘기해봐요.”“여보, 내가 전에 전태윤 씨가 카카오 스토리에 결혼반지 사진을 올렸었다고 얘기한 거 기억해요?”유청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기억하죠. 그날 아침 댓바람부터 소현 아가씨한테 얘기하라고 했었잖아요. 당신은 착한 사람이고 나만 빌런으로 만들었으면서. 아가씨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다 대신 울어주고 싶더라니까요. 그리고 관성 호텔에서 전태윤 씨를 우연히 만났을 때 전태윤 씨가 밥을 사줬다면서 집에 와서 온 저녁 나한테 얘기했었잖아요. 전태윤 씨가 사주는 밥을 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아직도 전태윤 씨가 당신한테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기현 씨도 결혼했고 전태윤 씨도 결혼했으니 전태윤 씨가 남자를 좋아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설령 전태윤 씨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상대는 당신이 아니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성씨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은 성기현도 사실은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다.유청하는 겉으로는 남편이 생각이 많다고 투덜거렸지만 속으로는 그를 무척이나 존경했다.성기현이 아내의 이마를 톡 쳤다.“이상한 생각을 한 건 당신이에요. 그날 관성 호텔에서 전태윤 씨를 만났을 때 결혼반지를 바꿔 꼈더라고요. 아내분이 금반지를 싫어해서 다이아몬드 반지로 바꿨다면서 직접 설명까지 했어요. 전태윤 씨랑 한 테이블에서 식사했으니까 식사하는 내내 그 결혼반지를 봐서 눈에 익어요. 아까 예정이가 낀 결혼반지를 보고 어디서 봤더라 생각해보니까 전태윤 씨가 낀 결혼반지랑 커플인 것 같더라고요.”유청하는 멍하니 남편을 바라보다가 성기현의 이마와 자신
성기현도 그럴 가능성은 생각했었다. 하여 성소현이 하예정의 남편이 성이 전씨라고 얘기했을 때 전태윤일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전씨 가문의 역사가 깊다고는 하지만 위로 몇 세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골 출신이었다. 듣건대 조상들이 지내던 그 시골의 사람들이 전부 성이 전씨라고 한다.전태윤의 조상이 집안을 일으킨 후 마을 사람들 전체가 함께 부유해졌는지는 성기현도 알지 못했다.하지만 전씨 그룹의 본부와 계열사에 전씨 성을 가진 직원이 수두룩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현재 갑부인 전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저 성만 같을 뿐이었다.“그래서 이따가 기회 봐서 예정이한테 남편 이름이 뭔지 몰래 물어보라고 부른 거예요. 엄마랑 소현이한테는 일단 얘기하지 말아요. 소현이가 아직 전태윤 씨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엄마도 예정이네 자매를 금방 찾았으니까 얘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예정의 남편이 진짜 전태윤 씨라면 엄마가 어떤 반응을 할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아요. 엄마가 지금 두 조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겠지만 그래도 친딸인 소현이를 더 아낄 거예요.”“우리도 아무리 평등하게 대한다고 해도 정작 일이 닥치면 소현이 편을 들 거예요. 어쨌거나 소현이는 내 친여동생이고 예정이는 사촌 동생이니까. 게다가 가족이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남매간의 감정도 깊지 않잖아요.”성기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소현이가 나한테 얘기했었는데 예정이가 남편 얘기를 꺼낼 때마다 이름을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남편이라고만 부른대요. 그런데 마침 소현이도 다른 여자들 앞에서 전태윤 씨를 전 대표라고 부르지, 이름을 부르지 않아요. 그래서 내 생각은 둘이 서로 얘기하는 남자가 사실은 한 사람인데 정작 본인들은 모르고 있다는 거죠.”유청하는 어이가 없었다.“기현 씨, 왜 기현 씨가 예정 아가씨 남편분이 바로 전태윤 씨라고 확신하는 것 같죠? 예정 아가씨 절친이 김씨 가문 사모님의 조카예요. 김씨 가문의 상속자도 예정
“소현이가 겨우 전태윤 씨한테 대한 마음을 접으려고 하잖아요. 마음을 완전히 접고 전태윤 씨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때 그때 다시 얘기해요.”성기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만약 예정의 남편이 걔가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상황이 어떻게 번질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우린 예정이랑 가깝지 않지만 소현이는 예정이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난 그래도 소현이 생각을 더 많이 해야죠.”“하지만 예정 아가씨가 기현 씨 사촌 동생이 됐으니 초고속 결혼한 남편은 기현 씨 매제예요. 만약 정말 전태윤 씨라면 언젠가는 예정 아가씨랑 우리 집에 인사하러 올 텐데... 설마 어머님을 계속 피해 다닐까요?”성기현과 그녀를 만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웃어른인 이모님은 언젠가는 만나야 한다.“내가 저녁에 전태윤 씨를 만나서 어떻게 된 건지, 예정이한테 계속 숨길 생각인지 한번 물어볼게요. 예정이는 아마 전태윤 씨의 정체를 모를 거예요. 만약 알았더라면 절대 초고속 결혼을 하지 않았겠죠.”유청하가 귀띔했다.“예정 아가씨가 그러는데 남편이 출장 가서 며칠 있어야 돌아온다고 했어요. 기현 씨, 아니면 지금 전태윤 씨한테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어볼까요? 만약 관성에 있다면 기현 씨가 괜한 생각한 거고 정말 출장 갔다면 예정 아가씨 남편이 맞을 가능성이 커요. 그나저나 예정 아가씨는 어떻게 초고속 결혼을 하게 됐대요? 소현 아가씨도 안 물어본 것 같더라고요.”성기현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예정의 남편이 바로 전씨 가문 도련님 전태윤 씨라는 예감이 들어요. 전태윤 씨를 만난 그날 갑자기 통쾌하게 밥을 사줬잖아요. 그날 기분이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예정이가 내 사촌 동생이라는 걸 진작 알고 그랬을지도 몰라요. 사촌 오빠인 나한테 잘 보이려고 말이죠.”유청하가 말했다.“그럴 가능성 있어요. 지금 당장 내려가서 기회 봐서 예정 아가씨한테 몰래 물어볼게요.”“엄마랑 소현이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요. 사실이 확인됐다 하더라도 일단은 계속 숨
정윤하는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엄마한테 저녁에 밥 좀 더 하시라고 부탁할게요.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하신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엄마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들이 정말 맛있어요.”“오늘 저녁에 많이 드세요. 아저씨, 저 먼저 운동 좀 하고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하러 갈게요. 저녁에 봐요.”“그래요. 저도 이제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저녁에 봐요.”소지훈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통화를 끊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정윤하 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뗐다.소지훈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은 정윤하의 사진 이였다.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그녀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윤하의 사진을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으로 설정했다.휴대전화를 켜면 정윤하를 바로 볼 수 있었다.정윤하의 안색은 환했고 미소가 밝고 청춘의 활력이 넘쳐 소지훈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비행기가 관성을 떠나 연성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이미 몇 시간이나 흘렀다.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소지훈은 이내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그러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자신이 공항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하가 바로 받았다.“아저씨, 도착했죠? 저도 방금 도착해서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큰 종이에 글씨로 이름을 적어놓았어요. 아저씨가 나오시면 아저씨 성함이 한눈에 보이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리어를 가지러 갔다가 금방 나갈게요.”“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뭐라도 좀 드셨어요? 집에 가는 길에 드실 간식 좀 사드릴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좀 드세요. 공항은 우리 집에서 좀 멀거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