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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전태윤은 그림을 꼭 쥔 채 아무 말도 없었지만 소정남의 흥미진진한 표정을 보아 그 그림이 본인과 연관이 있다고 대충 짐작이 갔다.

전태윤은 전에 하예정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녀가 매일 공예품을 만들다 보니 샘플을 자주 그렸다. 그녀의 그림 솜씨는 아주 뛰어났다.

“태윤 씨...”

하예정은 전태윤의 품에 기대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전태윤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차에 싣고 좌석에 걸터앉히고 나서야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옆으로 기울 것 같았다. 전태윤은 얼른 그녀를 본인 쪽에 기대게 했다.

“그래, 나야.”

그는 하예정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예정아, 나 여기 있어.”

하예정은 인사불성이었다.

만취한 상태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고 전태윤의 품에 안긴 채 쿨쿨 자다가도 혼잣말을 구시렁댔다. 가끔은 정확한 발음으로 전태윤을 욕했고 또 가끔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심효진 남매는 술집 문 앞에 서서 차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나, 방금 그 남자 누구야? 너무 무서워 보이던데!”

심서준이 누나에게 물었다.

“너희 예정 누나의 남편이야.”

심서준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 초고속 결혼한 분?”

심효진은 한심하다는 눈길로 동생을 쳐다봤다. 하예정에게 초고속 결혼한 그 남자 말고 또 무슨 남자가 더 있단 말인가?

심서준은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누나의 마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옆에서 누나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소정남을 발견하곤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

“누나, 내가 볼 때 소정남 씨가 예정 누나 남편분보다 훨씬 더 괜찮은 것 같아. 사람이 훈훈하잖아. 예정 누나 남편은 너무 무섭게 생겼어. 그 표정과 눈빛이 너무 살벌해. 그냥 왠지, 꼭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왜 이렇게 낯익지?”

“예정이가 남편 그리는 거 봤잖아!”

심서준이 코를 쓰다듬으며 헤벌쭉 웃었다.

“그러네, 예정 누나가 그린 남자가 바로 남편분이었어.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

심효진은 더는 남동생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소정남에게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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