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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601 - 챕터 610

2581 챕터

제601화

“엄마.”주형인이 들어왔을 때 김은희가 마침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그가 재빨리 다가가 부축했지만 김은희는 여전히 자세를 다잡지 못하고 두 다리만 벌벌 떨었다.“엄마, 왜 그래?”주형인이 의자를 잡아당겨 오며 어머니를 앉혔다.김은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하예진을 쳐다봤고 주서인도 입이 쩍 벌어진 채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아줌마, 괜찮으세요?”주형인과 함께 온 서현주도 관심 조로 한마디 건네고는 하예진을 쳐다봤다. 실은 그녀에게 이혼했다고 이렇게까지 전 시어머니를 몰아붙일 필요가 있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성소현을 본 순간 잘못 본 줄 알고 두 눈을 의심했다.서현주는 이경혜 일행을 잘 모르지만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 일이 하도 유명하여 실시간검색어까지 오르다 보니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그때 서현주는 성소현이니까 전태윤에게 대시할 자격이 있는 거라고 무척 부러워했었다.“성소현 씨 맞으세요?”서현주가 떠보듯이 물었다.성소현은 턱을 치켜세우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누구시죠?”“어머, 진짜 소현 씨네요. 저는 서현주라고 해요. 유진 테크에서 주 사장님 비서로 일하고 있어요.”서현주가 흥분하며 명함 한 장 꺼내 성소현에게 건넸다.성소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쪽이 바로 예진 언니 가정을 파탄시킨 내연녀였군요. 명함 치워요, 난 인간다운 자의 명함만 받아요. 여우 년의 명함은 너무 역겨우니까 얼른 저리 치워요!”서현주는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명함을 거둬들였다.주형인은 아무 말 없는 엄마와 누나, 그리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예진 자매를 보더니 방금 서로 싸웠다는 걸 눈치챘다. 보아하니 엄마와 누나가 먼저 손을 댄 듯싶으니 그는 얼른 하예진에게 사과했다.“예진아, 미안해. 엄마랑 누나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내가 이렇게 대신 사과할게. 미안해, 나중에 따끔하게 혼낼 테니까 두 번 다시 널 찾아와 귀찮게 굴지 않을 거야. 예진아, 우빈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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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주형인이 이제 막 어머니를 부축하자 누나가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누나까지 잡아당기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러게 하예진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지 말랬더니 가족들이 한사코 말을 안 듣고 이 사달을 벌였다.‘진짜 바람 잘 날 없어. 나 좀 두 날이라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어?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주형인은 업무가 잘 풀리지 않아 정신없이 돌아치다가 수중의 일을 전부 내려놓고 이리로 달려왔으니 상사의 낯빛도 한없이 어두워지고 말았다.가족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소란을 피운다면 그가 2억 원을 하예진에게 주며 간신히 지킨 직장도 조만간 잃을 듯싶었다.주우빈은 이 광경에 많이 놀란 듯 두 손으로 엄마의 목을 꼭 끌어안고 할머니와 고모를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아이는 마침 노동명을 쳐다보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진 뒤에 서 있었고 주우빈이 엄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터라 고개를 살짝 드니 노동명이 보였다.노동명은 주우빈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가 성격이 거친 것 같아도 실은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다.씩씩하고 똘망똘망한 주우빈의 모습이 실로 귀여울 따름이었다.노동명이 손 내밀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화들짝 놀란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엄마, 엄마.”하예진은 아이를 달래다가 허공에 뻘쭘하게 떠 있는 노동명의 손을 발견했다.“난 그저 아이가 너무 귀엽길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했는데 얘가 날 무서워하네.”노동명은 난감한 얼굴로 손을 거두어들이며 그녀에게 해명했다.하예진은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우빈아, 이분은 노동명 삼촌이야. 삼촌은 나쁜 사람 아니니까 겁내지 마.”주우빈은 여전히 무서워하며 노동명을 보지 않으려고 하예정에게 불쑥 손 내밀며 말했다.“이모, 안아줘요, 안아주세요.”하예정이 얼른 아이를 안아갔다.옆에 있던 하예진은 미안한 표정으로 노동명에게 말했다.“대표님, 우빈이가 저번에 너무 크게 놀라서 그래요. 낯선 사람만 보면 이렇게 두려워하네요.”노동명은 어린아이와 따질 성격이 아니었다.“괜찮아. 내가 아이를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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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하예정은 밤 열 시 반이 돼서야 언니네 셋집에서 제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여니 방안이 칠흑처럼 어두웠다.‘할머니가 집에 안 계시나? 아니면 이미 주무셨나?’하예정이 집에 들어가 불을 켠 후 문을 닫고 안으로 한 번 더 잠갔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원래대로 문을 열어두었다. 그녀는 전태윤의 슬리퍼를 문 앞에 내려놓으며 이 집에 남자 주인이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이렇게 하면 더 안전할 테니까.“오셨어요, 예정 씨.”숙희 아주머니가 인기척 소리에 방에서 걸어 나왔다.하예정이 머리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물었다.“할머니는 주무세요?”“집으로 돌아가셨어요. 예정 씨 도련님께서 모셔갔어요. 할머니는 예정 씨가 오늘 밤에 안 오는 줄 알고 저보고 내일 꼭 말해주라고 당부하셨어요.”하예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셨다고요?”숙희 아주머니가 대답했다.“애초에 이리로 와서 예정 씨네랑 함께 지내신 것도 다 예정 씨 시아버님과 갈등을 빚어서 그런 거예요. 이젠 모자 사이의 갈등이 해결됐으니 다시 집에 들어가셨죠.”숙희 아주머니는 왠지 할머니가 성씨 일가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 미리 저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손주 며느리가 이경혜의 외조카임이 사실로 입증됐으니 앞으로 성씨 집안과 왕래가 잦을 게 뻔하다. 손주 녀석이 아내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 이상 할머니도 성씨 집안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한다.하여 먼저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하예정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이 나름 즐거웠는데 이렇게 빨리 저택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다.“예정 씨 이모네 댁에서 자고 오는 거 아니었어요?”하예정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아예 가지도 못했어요. 우리 언니네 전 시어머니와 형님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경찰서까지 다녀오느라 이모네 댁에 안 갔어요. 모레 주말이니 그때 다시 가려고요.”숙희 아주머니가 관심 조로 되물었다.“언니분은 괜찮으시죠? 주씨 집안 사람들이 왜 또 언니분을 찾아가서 소란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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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숙희 아주머니는 얼른 제집 도련님을 편들어줬다.“예정 씨, 제가 이리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늘 예리해요. 태윤 씨는 예정 씨 전 형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에요. 태윤 씨는 책임감이 매우 강해요. 예정 씨랑 결혼한 이상 평생 예정 씨를 책임지고 살아갈 거예요. 보니까 태윤 씨는 여자를 잘 달랠 줄도 모르고 젊은 여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싫어하더라고요. 심효진 씨한테도 머리만 끄덕이고 말도 적게 하잖아요. 태윤 씨는 참 괜찮은 남자예요, 게다가 일편단심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예정 씨도 언니분의 실패한 결혼 생활 때문에 너무 영향받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사랑도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결혼도 행복한 결혼이 꼭 존재해요. 모든 사람이 다 예정 씨 언니분처럼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겪는 건 아니에요. 저는 예전에 태윤 씨네 제일 작은 남동생을 돌보는 도우미로 지내면서 그 집에서 몇 년 동안 일했어요. 태윤 씨네 집안 가풍이 참 좋더라고요. 태윤 씨 부모님 세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매우 진지하고 책임감이 넘쳤어요. 결혼하면 아내에게 평생 잘해주는 일편단심이었어요. 태윤 씨가 그런 환경에서 자라오면서 보고 배운 게 충실한 결혼 생활인데 어찌 한눈팔 수 있겠어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예정 씨를 대할 거예요. 앞으로 두 분이 만약 갈등을 빚었다거나 혹은 태윤 씨가 예정 씨한테 뭔가 숨긴 일이 들통났다고 해도 꼭 대화로 잘 풀고 입장도 한 번 바꿔보며 생각해보길 바랄게요. 사람들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꼭 그만의 의도가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전태윤의 거만한 모습을 떠올리며 그가 주형인보다 훨씬 믿음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애초에 그녀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둘은 서로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고 난제를 해결해주었으니 이런 점들만 놓고 봐도 전태윤은 주형인보다 훨씬 책임감 넘치는 남자였다.하예정이 말했다.“태윤 씨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 한 우리 결혼은 끝까지 갈 수 있어요.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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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하예정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나 핫팩 아니야!”전태윤은 다짜고짜 목소리를 내리깔고 호칭을 바로잡았다.이에 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나 추우니까 당신 생각이 나서 그랬어요. 태윤 씨는 핫팩보다 더 따뜻하잖아요.”전태윤이 음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럼 안 추우면 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하예정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안 추우면 바로 잠들었겠죠. 아 참, 태윤 씨한테 ‘굿나잇’ 이모티콘도 보내고요.”전태윤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일 다 마쳤어요? 바쁘면 계속 일 봐요. 난 이만 잘게요.”하예정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예정아.”전태윤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너랑 소현 씨 어머님 검사 결과 나왔어?”“네, 소현 씨 어머니가 우리 이모 맞아요. 서로 혈연관계가 있더라고요.”전태윤은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축하해, 가족을 또 한 분 찾았네.”“고마워요.”언니와 서로 의지하며 15년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모를 찾게 되니 그녀는 마치 이 모든 게 꿈만 같아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아 참, 태윤 씨, 할머니가 저택으로 돌아가셨어요. 오늘 밤에 이진 씨가 와서 모셔갔대요. 내가 집에 없어서 나중에 숙희 아주머니가 알려주더라고요.”전태윤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이거였다.‘할머니는 역시 빨리 도망치셨어!’“할머니가 편하신 대로 지내라지 뭐. 난 이젠 할머니가 여기저기 이사하는 데 적응됐어.”할머니 명의로 된 집이 너무 많아 여기서 이틀, 저기서 이틀 지내기가 일쑤였다. 할머니가 먼저 그들을 찾아오지 않았다면 선뜻 할머니를 찾기도 어려운 일이었다.“오늘 무슨 일들이 있었어? 김진우가 가게로 찾아가지 않았어?”“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당신 질투가 느껴지네요. 김진우도 매우 바빠요. 내가 거절했으니 아마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태윤 씨는 시름 놓고 출장 다녀오세요. 나 절대 한눈팔지 않을 테니까.”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야릇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태윤 씨 돌아오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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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다만 그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하예정인 줄 알았는데 노동명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동명아.”전태윤은 검은색 회전의자에 몸을 기대며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너에게 빅 뉴스를 하나 얘기하려고. 너랑 초고속 결혼을 한 아내한테 이모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심지어 성씨 일가의 사모님이야. 그 사모님이 줄곧 찾던 여동생이 네 장모님이었어.”노동명은 소정남처럼 가십거리를 즐기고 남 일에 희희덕거리는 사람이 아니다.단지 이 일을 친구에게 꼭 알려야 할 듯싶어서 전화했을 뿐이다.“성씨 그룹과 너희 전씨 그룹은 줄곧 사이가 안 좋았잖아. 성기현이 있는 장소에는 절대 너를 찾아볼 수 없었어. 두 사람 사이가 살얼음판이 되었는데... 나 문득 그 일이 생각나네.”노동명이 계속 말을 이었다.“그날 성기현과 함께 밥 먹을 때 네가 계산했다며? 설마 네 와이프가 성씨 일가 사모님의 외조카 딸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성기현과 돈독하게 지내려고 했던 거네?”전태윤은 친구에게 정곡을 찔려 살짝 화가 났다. 다행히 천 리 밖에 있는 노동명은 그가 지금 화났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날은 나도 기분이 좋았고 성기현도 어쩌다 바이어와 함께 관성 호텔에 식사하러 와서 그냥 한번 계산한 거야. 우리 관성 호텔이 명불허전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야. 내가 신이니? 성씨 일가 사모님이 줄곧 찾던 여동생이 우리 장모님일 줄 어찌 알았겠어? 나도 방금 예정이한테 물어봐서 안 거야.”이 또한 사실이었다.다만 그는 이경희가 찾는 여동생이 수 년 전에 돌아간 그의 장모님일 거라고 진작 예상했었다.하여 그날 성기현과 마주쳤을 때 그들 일행에게 식사를 대접한 것이다.“그래서 이젠 어떻게 하려고?”노동명이 관심 조로 물었다.“성씨 일가와 화해할 생각이야?”“예정이랑 사모님은 이모 조카 사이일 뿐 우리 전씨 그룹의 의사결정에 영향 줄 순 없어. 이곳의 왕은 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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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태윤아, 그게... 예정 씨가 너 걱정할까 봐 안 말했겠지.”노동명은 자신이 실수한 것 같아 얼른 해명했다.다만 전태윤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망했어... 나 때문에 괜히 두 사람 부부싸움 하면 어떡해? 내가 어떻게 달래야 하지?”노동명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전태윤은 누군가를 마음에 새겨두기 시작하면 상대도 그를 1순위로 두길 바란다. 한마디로 그는 지나치게 일방적인 남자였다.그의 이런 일방적인 태도에 상대는 가끔 본인이 무척 관심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가끔은 질식할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힌다.가장 치명적인 것은 전태윤은 이를 본인의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단지 하예정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었다. 다만 하예정은 지나치게 독립적이다 보니 무슨 일이든 그에게 털어놓으며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이에 전태윤은 그녀가 아직도 그를 향한 믿음이 부족하고 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노동명이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이라고 안내음이 들려왔다.“설마 이 깊은 밤에 예정 씨한테 전화해서 따져 묻는 건 아니겠지?”노동명은 머리가 복잡해졌다.그도 단지 말을 몇 마디 더 했을 뿐인데 어쩌다 사고를 치게 된 걸까?소정남은 평소에 그렇게 오지랖이 넓어도 사고 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부부가 좀 전에 방금 통화하여 그녀가 이렇게 빨리 잠들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참지 못하고 결국 전화를 내걸었다.하예정은 아직 잠들지 않아 휴대폰 벨 소리를 듣더니 이불 속에서 손을 쏙 내밀었다. 그녀는 냉큼 휴대폰을 잡고 다시 이불 안에 들어갔다.추워서 히터를 조금 켰더니 방안이 너무 건조해졌다. 그녀는 건조함이 너무 싫어 바로 히터를 껐다. 전태윤의 방엔 핫팩이 없고 천연 핫팩 전태윤은 출장 중이니 그녀는 마지못해 이불 속에 움츠리고 누워 몸을 녹였다.그 와중에 전태윤한테서 또 전화가 오니 하예정은 곧바로 물었다.“왜요? 나 지금 자려던 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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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하예정은 친언니가 주형인과 만나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모습까지 모조리 지켜봤다. 그들은 하마터면 못 볼 꼴까지 볼 뻔했다. 이에 하예정은 이 세상 아무에게도 기대지 말고 오직 본인 스스로 버텨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라 해도 온전히 의지할 순 없었다.오늘은 나와 한 이불을 덮고 자도 언제 딴 사람에게 달려갈지 모를 게 배우자이니까.“지금 내가 속이 좁다는 거야?”전태윤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한없이 싸늘하게 들려왔다. 마치 이 한겨울 추위처럼 서늘했다.그는 하예정을 몹시 신경 쓰기에 그녀의 모든 걸 알고 싶었다.그녀가 먼저 알려주지 않고서는 인제 와서 그가 속 좁고 사소한 일에 화낸다고 몰아붙이다니.‘이게 사소한 일이야? 노동명처럼 덜렁대는 성격도 다 아는데 내가 걔한테 전해 들어야겠어? 노동명이 말해주지 않고 나도 더 묻지 않으면 예정이는 아마 평생 말하지 않겠지.’하예정은 그의 관심에 감동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말해봤자 그가 집에 없으니 아무 소용 없다고 했다.“내 뜻은 태윤 씨가 너무 쉽게 화낸다고요. 항상 자기중심적이고 다른 사람이 조금만 마음에 내키지 않게 행동하면 바로 화내잖아요.”전태윤은 장점이 아주 많지만 단점도 존재했다.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하예정도 그에게 완벽을 요구하진 않았다. 그녀 또한 결점투성이니까. 다들 흔하디흔한 보통 사람이다.하예정이 그의 단점을 말했으니 그가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만약 못 고치겠다면 번마다 마찰을 빚으며 서로 맞춰가야 한다. 결국엔 그녀가 참는 법을 배우거나 아예 이 점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었다.이에 하예정은 어이가 없었다.“내 전화를 끊어? 더 화났다는 거야?”그녀도 분노가 차올라 휴대폰을 침대에 내던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내가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얘기했는데 아직도 화를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 뭐. 내가 굳이 달래줘야 하나?!”그는 결국 하예정이 모든 일을 그에게 말해주길 바라는 걸까?그녀가 혼잣말로 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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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몇 분 후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바닥에 내려와 제 물건을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갔다.‘태윤 씨 방에서 안 잘래.’하예정은 홧김에 제 방으로 돌아가서 잤다.그 시각 전태윤도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하예정의 문자를 읽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고 바로 삭제해 버렸다.그의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하예정이 그를 속 좁은 남자라고 말하며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전태윤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그는 짜증 난 마음을 달래다가 결국 커피 한 잔 내렸다.커피를 마시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후 겨우 일에 몰입하기 시작했다.전태윤은 밤을 새울 작정이었다.하예정은 처음에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다가 한 시간이 지나니 슬슬 화가 가라앉았다.‘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내가 번마다 태윤 씨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면 제 명에 못 살아. 전혀 그럴 가치가 없다고.’그녀는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잠을 청했다.‘화낼 테면 내라지 뭐! 누가 신경 쓴대! 속 좁긴, 매사에 자기중심적이야. 자기도 사사건건 나한테 얘기하지 못하면서 왜 난 모든 걸 보고해야 하는 건데? 아니, 집에도 없으면서 내가 말한다고 바로 날아와?’그 일은 사실 하예정도 나설 필요가 없었다. 이경혜의 자기소개로 이미 주씨 집안 두 모녀가 지릴 정도로 식겁했고 마지막 결정을 내린 건 언니 하예진이었다.하예진은 우빈이를 생각하며 합의를 보기로 했다.이는 언니의 결정이고 하예정은 언니의 모든 결정을 존중한다.그런데 정작 전태윤은 노동명이 다 아는 사실을 본인이 모른다면서 꼬투리를 잡았다.노동명은 하예진의 회사 대표이고 또 마침 회사 문 앞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으니 당연히 알게 될 터! 하예정이 일부러 노동명에게 알려준 것도 아니다.그녀는 왠지 전태윤이 아무나 다짜고짜 질투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날 밤 하예정은 매우 늦게 잠들었다. 출장 간 전태윤은 커피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날이 밝을 때까지 업무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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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급할 거 없어요, 예정 씨. 아침 천천히 드세요. 언니분한테 방금 전화가 왔는데 우빈이를 가게에 보냈다고 해요. 효진 씨가 가게에 있으니 우린 이따가 바로 가게로 가면 돼요. 언니분 집으로 헛걸음을 할 필요가 없어요.”하예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탁 앞에 앉았다.숙희 아주머니는 오늘 그녀에게 갖가지 소로 된 만두를 빚어주었고 흰 쌀죽과 깍두기 밑반찬도 있었다.깍두기라...하예정은 휴대폰을 꺼내 작은 접시에 담긴 깍두기를 사진 찍어 속 좁은 태윤 씨에게 보내주었다.물론 태윤 씨는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다.하예정은 혼잣말로 구시렁댔다.“예정 씨, 만두가 맛없어요?”숙희 아주머니는 구시렁대는 하예정을 보더니 자신이 빚은 만두가 맛없는 줄 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정 씨는 어떤 만두소를 좋아하세요? 말만 하면 내일 바로 빚어드릴게요.”“아주머니, 저 음식 안 가려요. 무슨 소든 다 잘 먹어요. 아주머니도 이리 와서 앉아요. 우리 함께 얘기 나누며 먹어요.”전태윤이 집에 없으니 숙희 아주머니도 훨씬 편해졌다.물론 하예정 앞에서 전태윤도 조금은 자상해지지만 그가 여태껏 쌓아온 카리스마에 아주머니는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음식을 먹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아주머니는 태윤 씨 아홉째 동생을 몇 년 동안 돌보면서 태윤 씨랑도 알고 지낸 지 오래되셨죠? 태윤 씨가 너무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란 생각은 안 드세요? 상대가 저에게 일말의 숨김도 없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말이에요!”숙희 아주머니는 죽을 두어 모금 마시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주머니는 관심 조로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 씨,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하예정은 깍두기를 집으며 말을 이어갔다.“어젯밤에 태윤 씨랑 싸운 것 같아요. 지금은 아마 또 냉전기에 들어선 것 같고요.”숙희 아주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하룻밤 사이에 도련님과 사모님이 또 싸우시다니, 게다가 지금은 냉전 중이고...’“예정 씨, 어쩌다가 태윤 씨랑 싸우게 된 거예요?”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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