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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581 - 챕터 590

2581 챕터

제581화

주서인은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누나, 나 지금 가고 있어.”주형인은 부모님과 누나네 가족이 다 온 걸 알고 얼른 일어나 서현주도 깨워서 대충 씻고 광명 아파트로 향했다.“형인아, 우리 아직 아침도 못 먹었어.”“누나, 나 도착하면 다 함께 아침 먹으러 가.”주서인이 말했다.“너 서현주랑 같이 있는 거 아니야? 걔더러 우리 아침 준비하라고 해! 나가 먹으면 사람이 많아서 몇만 원은 들 거야.”“누나, 우리도 지금 호텔에 묵고 있어. 아직 집을 못 구했단 말이야. 그 집에 아무것도 없어서 밥을 할 수가 없어.”하예진이 그녀만의 방식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돌려받았으니 주형인의 집엔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주방용품도 싹 다 옮겨가 텅 빈 주방에서 서현주가 밥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주서인이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예진이가 우릴 모두 차단했어. 넌 어떻게 예진이랑 연락해? 우린 우빈이를 만나고 싶어도 못 보는 거 아니야?”“우빈이는 보통 예정의 가게에 있어. 그리로 가면 볼 수 있으니까 예진이한테 연락 안 해도 돼.”주형인은 예진이가 연락처를 차단한 일에 관하여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하예진이 인테리어를 무너뜨린 일은 그도 몹시 화가 나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 이혼 뒤 서현주가 질투할까 봐 그도 실은 하예진과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연락 안 해도 돼. 그때 가서 이를 빌미로 우빈의 양육비를 안 줘도 되잖아. 매달 60만 원씩 아끼게 됐네.”주서인은 이렇게 저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다만 주형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가족들에게 이미 아들의 1년 치 양육비를 줬다는 걸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누나, 나 지금 운전 중이라 이따가 만나서 얘기해.”“그래.”주서인은 전화를 끊고 부모님께 말했다.“형인이 지금 오고 있대. 집에 물도 안 들어오고 전기도 다 차단해서 밥을 할 수가 없대. 이따가 다 함께 나가서 아침을 먹자고 하던데 우리 찻집에서 모닝 차를 마신 지도 오래됐으니 형인이 오면 찻집이나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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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어르신은 계속 말을 이었다.“둘째부터 손댈까 아니면 셋째부터 손댈까?”전태윤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괜히 그때 가서 할머니가 동생들에게 그가 시킨 일이라고 뒤집어씌우면 안 되니까.“둘째가 낫겠지? 둘째한테 누굴 소개해주면 좋을까?”전태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그가 알고 있는 젊은 여자는 안 그래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전이진에게 아내감을 소개해주라는 건 아예 그더러 절에 가서 스님이 되라는 것보다 힘들었다.할머니도 전태윤이 마땅한 여자를 추천해줄 거란 기대가 없었다.“안 들어가고 뭐 해?”전태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곧 출장 가는데 얼른 들어가서 예정이랑 얘기라도 몇 마디 더 나눠야지!”뭐든지 할머니가 미리 가르쳐줘야 했으니...할머니는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그해 전태윤을 키울 때 모든 걸 가르쳐줬지만 유독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놓쳐버렸다. 그랬더니 결국 이 녀석은 무뚝뚝한 사내가 되어 여자의 마음을 도통 읽을 줄 모른다.할머니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니 딱히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내 생각이 짧았어. 너무 단순하게 여겼단 말이지.’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예정이 지금 날 위해 짐을 싸며 흥얼거리고 있잖아요?”할머니는 입이 쩍 벌어졌다.하예정은 짐 정리를 마친 후 다시 한번 전태윤의 일상용품을 체크하고 나서야 캐리어를 잠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캐리어를 사진까지 찍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나가려는데 두어 걸음 걷다가 문 앞에 서 있는 할머니와 전태윤과 마주쳤다.“할머니.”하예정이 웃으며 인사하고는 캐리어를 끌고 앞으로 다가갔다.“태윤 씨가 출장 가야 해서 제가 대신 짐을 싸줬어요.”손주 며느리가 손주에게 이토록 자상하니 할머니는 마냥 기뻤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다음부턴 태윤이 혼자 정리하게 놔둬. 배고프지? 태윤이가 아침 다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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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전태윤은 또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1000만 원을 보냈다.하예정은 이를 확인하더니 냉큼 말했다.“나 돈 있어요.”그가 준 생활용 카드만 해도 돈이 바닥난 적이 없었다.“내가 출장 가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구정이 코앞이라 장만해야 할 것들도 많을 거야. 다 돈 들어갈 일이니 어느 정도 남겨두고 있어. 그리고 네가 알아서 장만해.”전태윤의 이유는 아주 충분했다.“구정 전에 본가로 돌아가서 설 연휴를 보낼 거야. 본가엔 친척들이 많아서 선물을 많이 준비해야 해. 뭘 드리면 좋을지 할머니께 여쭤보고 미리 사놔. 1000만 원으로 부족하면 바로 얘기해. 더 줄게.”그의 대답을 들은 하예정은 1000만 원을 받아야만 했다.혼인 신고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그는 처음으로 하예정을 데리고 본가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꺼냈다.전에 상견례를 할 때 그는 부모님과 이모 삼촌들에게 이리로 오라고 통보만 했었다.어르신은 전태윤의 말을 듣더니 두 눈을 반짝거릴 뿐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하예정이 발코니에 가서 꽃에 물을 줄 때 어르신은 봄이를 안고 손자 곁에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였다.“설에 예정이 데리고 가서 어디서 지내려고?”본가일지 아니면 아무 집이나 찾아서 어물쩍 넘어갈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할머니, 우리 집 진짜 본가 말이에요, 제대로 정리하면 안에 들어가서 지낼 수 있겠죠?”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물론이지. 정리하면 얼마든지 들어가서 지낼 수 있어.”지금의 전씨 일가 저택은 전태윤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직접 쌓아 올린 건물인데 리조트 형식이고 이름은 서원 리조트이다.전씨 가문의 조상님들이 남겨주신 집이야말로 진정한 본가이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서원 리조트와도 차로 10분 거리라 매우 가깝다.매년 설마다 할머니는 손자들을 데리고 본가에 돌아가 조상님들께 향을 피운다.“우린 설 때마다 본가에 돌아가 며칠 지내잖아.”진정한 본가는 더욱 저력이 있지만 면적이 서원 리조트보다 작다. 다만 이렇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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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고개를 들어 그를 본 순간 하예정은 마지못해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머리를 살짝 내리더니 가볍게 입맞춤했다.전태윤은 아내의 뽀뽀를 받고 기분 좋게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다정하게 밖으로 나갔다.어르신은 집 아래에서 두 사람이 나오길 기다렸다.어르신과 함께 얘기를 나눠준 사람은 강일구였다.그날 하예진의 이사를 도와줄 때 하예정이 그를 바로 알아봤는데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재치있게 답변했었다. 본인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어르신은 그런 강일구의 모습이 실로 마음에 들었다.“태윤 씨, 예정 씨.”강일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하예정은 방긋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그날 깜빡하고 명함을 못 구했네요.”강일구는 재빨리 도련님을 힐긋 쳐다봤다. 도련님이 딱히 표정 변화가 없자 그는 그제야 과감하게 대답했다.“강일구라고 해요.”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 하예정에게 건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날 집에 돌아가니 명함을 다 나눠주고 없더라고요. 아직 미처 추가해서 프린트하지 못했어요. 이건 제 전화번호예요.”하예정은 그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받으며 전태윤에게 말했다.“강일구 씨는 무슨 일이든 다 한대요. 앞으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은 강일구 씨한테 맡겨야겠어요.”안 그래도 질투가 많은 전태윤이니 불필요한 오해는 삼가길 바랐다.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일구 씨가 믿음직하긴 하지. 힘든 일 있으면 강일구 씨한테 부탁해.”강일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돈만 주면 저는 무슨 일이든 다 해요. 태윤 씨 어디 출장 가시나 봐요?”전태윤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갈게요.”강일구는 하예정과 전태윤 부부, 그리고 할머니께 인사를 마친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를 떠났다.도련님은 이번에 경호원을 반만 데리고 출장을 떠난다. 강일구는 여기 남아서 사모님을 잘 지켜야 한다.도련님과 함께 출장 가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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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전화를 끊은 후 전태윤이 강일구에게 분부했다.“내가 집에 없는 동안 너희 사모님 잘 지켜드려.”“걱정 마십시오, 도련님. 반드시 잘 모시겠습니다.”사모님이 워낙 몸이 날렵하시다 보니 사모님을 보호하는 일은 그야말로 홀가분한 임무였다.게다가 보너스가 두배라니!강일구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이게 바로 사모님 곁에 남아있는 장점이었어!’“사모님이 어려움에 부딪혀 도움이 필요하면 할머니께 말씀드려. 할머니가 알아서 하실 거야. 혹은 전이진한테 얘기해도 돼.”“걱정 마세요, 도련님. 무릇 사모님께서 어려움에 부딪히면 어르신은 반드시 아시게 될 겁니다.”무슨 일이든 어르신의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전태윤도 할머니의 실력을 되새기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가 가장 의외인 것은 한동안 보이지 않던 성소현이 또다시 회사 문 앞에 찾아왔다는 사실이다.그녀는 빨간색 스포츠카에 기댄 채 전태윤의 경호팀 차들이 서서히 들어오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기사가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도련님, 성소현 씨가 또 왔습니다.”전태윤이 침묵하다가 기사에게 분부했다.“소현 씨 앞에 거의 도착할 때 잠시 차 세워.”기사와 강일구는 모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성소현과 사모님이 친한 친구 사이로 되었지만 도련님은 늘 성소현에게 싸늘한 태도를 선보였다. 그나마 친절하게 대해주는 건 심효진 씨였다. 왜냐하면 심효진 씨와 도련님이 가장 친분이 깊기 때문이다.게다가 심효진 씨가 사모님을 데리고 함께 서점을 운영했다.운전기사는 도련님의 분부를 따랐다.성소현은 아직도 고민 중이었다.‘전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뛰쳐나가서 차를 가로막아버려?’다만 이때 전태윤이 탄 롤스로이스가 그녀 앞에서 저절로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전태윤이 안에서 내려왔다.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잘생기고 눈부실 따름이었다.성소현은 넋 나간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얼른 정신을 가다듬었다.‘이 사람은 이젠 유부남이야.’“대표님, 너무 긴장할 거 없어요. 오늘은 대표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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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성소현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다가 고개를 돌려 촉촉해진 눈가를 닦았다. 그렇게 먼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했다. 다시 전태윤을 마주했을 땐 모든 걸 받아들인 얼굴로 해맑게 웃었다.“태윤 씨 그 한마디면 됐어요. 오랫동안 태윤 씨를 좋아한 게 헛되지는 않았네요.”그녀가 털털하게 악수를 청하자 전태윤도 흔쾌히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태윤 씨, 아내분이랑 평생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요.”“고마워요, 소현 씨.”“나중에 두 분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전태윤이 손을 거두며 진중하게 말했다.“결혼식 날짜 잡으면 성 대표님이랑 소현 씨한테 꼭 청첩장 보낼게요.”“그럼 기다릴게요.”성소현이 웃는 얼굴로 계속하여 말했다.“대표님 바쁘실 텐데 더는 귀한 시간 뺏지 않을게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녀는 전태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는 곧장 스포츠카를 타고 전씨 그룹을 떠났다.처음으로 이토록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가 다 회복되면 그녀도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전태윤이 차에 올라타자 운전기사가 바로 시동을 걸었다.운전기사는 두 사람이 또 한바탕 실랑이를 벌일 거로 생각했는데 성소현이 축복하러 왔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소현 씨는 사랑에 최선을 다했다가 아닌 건 포기할 줄도 아는 참 대단한 여자야.’운전기사든 전태윤의 경호원이든 성소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적어도 그녀는 더 매달리지 않았다.성소현은 하예정에게 갈 참이었으나 가던 길에 또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함께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지러 유전자 검사 센터로 가야 했다. 하여 성소현은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했을 땐 벌써 오전 9시가 넘었다.이경혜가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자 성문철이 말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결과가 나와도 다른 사람이 가져가지 않아.”“한시라도 빨리 예정이가 내 조카가 옳은지 아닌지 결과를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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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그래, 우리 소현이가 훌륭하긴 하지. 성씨 가문 딸은 시집 못 갈 걱정 안 해.”이경혜는 누구보다 딸을 잘 알았다. 성소현이 마음을 접는다고 했으니 꼭 그렇게 할 것이다.그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유청하가 밖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아가씨가 돌아왔나 봐요.”밖으로 나가보니 정말로 시누이였다. 차에서 내린 성소현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새언니에게 다가왔다.“언니, 엄마 아직 집에 있어요?”환하게 웃는 시누이의 모습에 유청하는 마음이 아렸다. 차라리 이렇게 웃지 말고 펑펑 울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성소현이 아무렇지 않은 척 해맑게 웃을수록 그녀의 마음이 더 아프다는 걸 뜻하니까.‘어휴.’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사랑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남자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말이다.“네, 아직 집에 있어요. 아가씨, 괜찮아요?”“안 괜찮아 보여요?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을 뿐인데요, 뭐.”성소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했지만 더는 전태윤의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새언니의 팔짱을 다정하게 끼며 말했다.“언니, 그만 들어가요.”성소현이 돌아오자 이경혜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이경혜는 가족들과 함께 유전자 검사 센터로 향했다.떨고 있는 이경혜와 달리 하예정은 무척이나 침착했다. 그녀는 카운터에 앉아 공예품을 열심히 만들다가 전씨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를 힐끗 보고는 심효진에게 말했다.“태윤 씨 출장 갔어. 요 며칠 놀러 갈 데 있으면 나도 끼워줘.”요즘 그녀의 삶은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면서 기분을 풀어야 할 듯싶다. 가능하다면 언니와 조카도 함께 데려가면 더 좋고.심효진이 웃으며 말했다.“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는 거 말고 뭐가 있어? 너 상류층의 파티는 싫어하잖아. 소현 씨 실연당했대. 소현 씨랑 술이나 한잔할까?”하예정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술은 됐어. 나 주량이 별로라 못 마셔. 그리고 언니도 나 술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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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하예정이 피식 웃었다.“소현 씨가 그러는데 소정남 씨는 정보 집안 출신이라 함께 있으면 재미난 구경을 가장 먼저 할 수 있대. 너 그런 거 가장 좋아하잖아. 소정남 씨는 정말 너한테 딱이야. 둘이 아주 잘 어울려.”심효진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찾는 게 결혼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재미난 구경을 하기 위해서인가?“예진 언니네 전 시댁 식구들이 또 찾아왔었다고?”심효진은 더는 그녀가 장난하지 못하게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언니가 이혼하고 그 집에서 나오자마자 그 집안사람들이 짐을 챙기고 들어가려고 했대. 그런데 지금은 월세방이나 호텔에서밖에 지내지 못해. 아마 구정도 여기서 보낼 거야. 절대 본가로 돌아갈 사람들이 아니야.”주씨 가문 사람이라면 무조건 올해 설은 시내에서 보낸다고 여기저기 자랑했을 것이다. 하여 머무를 집이 없는 이 상황에 집을 구해서라도 이곳에서 설을 보낼 것이다.하예정은 투명 망토라도 걸치고 그 집안에 들어가 재미난 구경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집 인테리어를 전부 부순 걸 보고 엄청 놀랐을 거야.”하예정이 크게 웃었다.“당연하지.”주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각 하 영감을 찾으러 관성 종합병원에 도착했다.하씨 집안 할머니는 수술 후 회복이 꽤 잘 되어 며칠만 더 병원에 있다가 퇴원해도 된다고 한다.김은희가 딸과 사위와 함께 병원으로 쳐들어갔다. 주경진은 호텔에 남아 세 외손주를 챙긴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다. 사실 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창피해서였다.“하 영감!”김은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병실 안으로 쳐들어왔다. 하 영감은 딸과 사위와 함께 온 그녀를 보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우리 아들이랑 손자는 어디 간 거야? 저 미친 여자를 말리지도 않고.’“사돈, 이 사람이 아직 병상에 누워있으니 목소리 좀 낮춰요.”하 영감은 따뜻한 물을 한잔 따라 아내에게 먹여준 후 컵을 침대 머리맡 서랍 위에 덤덤하게 내려놓았다.“사돈, 병문안 왔다는 사람이 빈손으로 왔어요? 나이도 먹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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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하 영감, 당신 분명 내가 준 현금 1200만 원을 받았잖아. 그 돈은 내가 엄청 오랜 시간 모은 비상금이란 말이야. 돈 받을 때 하예정을 설득하기로 약속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내 아들이랑 하예진이 결국 이혼했다고.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돈 돌려줘. 안 그러면 신고할 거야.”하 영감이 돈을 받은 걸 인정하지 않자 김은희는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 영감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신고하고 싶으면 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돈을 받았으면 뭐? 그건 그때 못 받은 예물이야. 우리 손녀가 당신 아들이랑 결혼할 때 예물 일전 한 푼도 받지 못했어. 예물을 고작 천만 원이 넘는 돈으로 퉁 쳤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사돈, 사돈도 딸이 있잖아. 딸을 시집보낼 때 예물 일전 한 푼 받지 않고 보낼 수 있어?”김은희가 분통을 터뜨렸다.“예물이라니! 당신 예진이를 키운 적이 있어? 무슨 자격으로 예물을 받으려는 건데? 이혼한 마당에 예물을 준다는 게 말이 돼? 당장 돌려줘!”“없어. 남은 건 목숨밖에 없으니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봐.”하 영감의 당당한 태도에 김은희는 당장이라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서인이 그런 김은희를 말렸다.“엄마, 저 사람 건드리지 마. 나이가 많아서 바닥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우리만 손해야.”“아이고, 여보. 나 숨을 못 쉬겠어, 너무 힘들어. 저 사람들이 여기서 너무 소리를 질러서 그래. 아이고, 나 죽겠네...”침대에 누워있던 하씨 집안 할머니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하 영감은 재빨리 응급 벨을 눌러 의사와 간호사를 불렀다. 그러고는 김은희 일행을 보며 매섭게 쏘아붙였다.“우리 아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앞으로의 병원비는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지금 아픈 척하는 거잖아요!”주서인은 어머니와 남편을 끌고 병실을 나서며 욕설을 퍼부었다.“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또 올 겁니다.”“돈은 무슨 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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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고급 자동차 여러 대가 관성 중학교 정문을 지나 하예정의 서점 문 앞에 멈춰 섰다.옆집 정씨 아저씨네에서 수다를 떨던 전씨 할머니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혹시라도 차에서 내린 사람이 전씨 할머니를 알아보면 안 되니까.“예정 씨, 예정 씨.”차에서 내린 성소현은 하예정의 이름을 부르며 서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 옆집 가게 문 앞에 있는 전씨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했다.뒤따라 내리던 성문철은 눈물범벅인 아내를 부축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유청하는 경호원들에게 문 앞을 잘 지키라고 분부한 뒤 들어갔다.한창 날개를 펼친 독수리를 만들고 있던 하예정은 성소현의 부름에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성소현을 올려다보았다.“소현 씨, 왔어요? 밥은 먹었어요? 아직 안 먹었으면...”성문철의 부축을 받으며 눈물범벅인 채로 들어오는 이경혜를 본 순간 하예정은 바로 알아챘다.‘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구나.’이경혜의 표정만 봐도 그녀와 이경혜가 혈연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정아.”이경혜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하예정을 품에 끌어안으며 목놓아 울었다.“이모가 얼마나 오래 찾아다녔는지 알아?”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저 하예정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하예정은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내 여동생 가여워서 어떡해.”일찍 세상 떠난 여동생 생각에 이경혜는 계속하여 목놓아 울었다. 하예정도 그런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심효진과 주우빈, 숙희 아주머니는 먼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 상황을 알 리 없었던 주우빈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성소현과 유청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성문철이 앞으로 다가가 아내를 부축하며 다정하게 위로했다.“그만 울어. 조카를 찾은 건 얼마나 좋은 일인데 기뻐해야지, 울어서야 하겠어?”이경혜는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여동생과 두 조카가 그동안 겪은 고초만 생각하면 마음이 칼로 도려내듯이 아파 가슴을 마구 내리쳤다.“내가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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