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이 피식 웃었다.“소현 씨가 그러는데 소정남 씨는 정보 집안 출신이라 함께 있으면 재미난 구경을 가장 먼저 할 수 있대. 너 그런 거 가장 좋아하잖아. 소정남 씨는 정말 너한테 딱이야. 둘이 아주 잘 어울려.”심효진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찾는 게 결혼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재미난 구경을 하기 위해서인가?“예진 언니네 전 시댁 식구들이 또 찾아왔었다고?”심효진은 더는 그녀가 장난하지 못하게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언니가 이혼하고 그 집에서 나오자마자 그 집안사람들이 짐을 챙기고 들어가려고 했대. 그런데 지금은 월세방이나 호텔에서밖에 지내지 못해. 아마 구정도 여기서 보낼 거야. 절대 본가로 돌아갈 사람들이 아니야.”주씨 가문 사람이라면 무조건 올해 설은 시내에서 보낸다고 여기저기 자랑했을 것이다. 하여 머무를 집이 없는 이 상황에 집을 구해서라도 이곳에서 설을 보낼 것이다.하예정은 투명 망토라도 걸치고 그 집안에 들어가 재미난 구경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집 인테리어를 전부 부순 걸 보고 엄청 놀랐을 거야.”하예정이 크게 웃었다.“당연하지.”주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각 하 영감을 찾으러 관성 종합병원에 도착했다.하씨 집안 할머니는 수술 후 회복이 꽤 잘 되어 며칠만 더 병원에 있다가 퇴원해도 된다고 한다.김은희가 딸과 사위와 함께 병원으로 쳐들어갔다. 주경진은 호텔에 남아 세 외손주를 챙긴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다. 사실 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창피해서였다.“하 영감!”김은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병실 안으로 쳐들어왔다. 하 영감은 딸과 사위와 함께 온 그녀를 보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우리 아들이랑 손자는 어디 간 거야? 저 미친 여자를 말리지도 않고.’“사돈, 이 사람이 아직 병상에 누워있으니 목소리 좀 낮춰요.”하 영감은 따뜻한 물을 한잔 따라 아내에게 먹여준 후 컵을 침대 머리맡 서랍 위에 덤덤하게 내려놓았다.“사돈, 병문안 왔다는 사람이 빈손으로 왔어요? 나이도 먹을 만큼
“하 영감, 당신 분명 내가 준 현금 1200만 원을 받았잖아. 그 돈은 내가 엄청 오랜 시간 모은 비상금이란 말이야. 돈 받을 때 하예정을 설득하기로 약속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내 아들이랑 하예진이 결국 이혼했다고.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돈 돌려줘. 안 그러면 신고할 거야.”하 영감이 돈을 받은 걸 인정하지 않자 김은희는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 영감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신고하고 싶으면 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돈을 받았으면 뭐? 그건 그때 못 받은 예물이야. 우리 손녀가 당신 아들이랑 결혼할 때 예물 일전 한 푼도 받지 못했어. 예물을 고작 천만 원이 넘는 돈으로 퉁 쳤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사돈, 사돈도 딸이 있잖아. 딸을 시집보낼 때 예물 일전 한 푼 받지 않고 보낼 수 있어?”김은희가 분통을 터뜨렸다.“예물이라니! 당신 예진이를 키운 적이 있어? 무슨 자격으로 예물을 받으려는 건데? 이혼한 마당에 예물을 준다는 게 말이 돼? 당장 돌려줘!”“없어. 남은 건 목숨밖에 없으니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봐.”하 영감의 당당한 태도에 김은희는 당장이라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서인이 그런 김은희를 말렸다.“엄마, 저 사람 건드리지 마. 나이가 많아서 바닥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우리만 손해야.”“아이고, 여보. 나 숨을 못 쉬겠어, 너무 힘들어. 저 사람들이 여기서 너무 소리를 질러서 그래. 아이고, 나 죽겠네...”침대에 누워있던 하씨 집안 할머니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하 영감은 재빨리 응급 벨을 눌러 의사와 간호사를 불렀다. 그러고는 김은희 일행을 보며 매섭게 쏘아붙였다.“우리 아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앞으로의 병원비는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지금 아픈 척하는 거잖아요!”주서인은 어머니와 남편을 끌고 병실을 나서며 욕설을 퍼부었다.“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또 올 겁니다.”“돈은 무슨 돈! 없어
고급 자동차 여러 대가 관성 중학교 정문을 지나 하예정의 서점 문 앞에 멈춰 섰다.옆집 정씨 아저씨네에서 수다를 떨던 전씨 할머니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혹시라도 차에서 내린 사람이 전씨 할머니를 알아보면 안 되니까.“예정 씨, 예정 씨.”차에서 내린 성소현은 하예정의 이름을 부르며 서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 옆집 가게 문 앞에 있는 전씨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했다.뒤따라 내리던 성문철은 눈물범벅인 아내를 부축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유청하는 경호원들에게 문 앞을 잘 지키라고 분부한 뒤 들어갔다.한창 날개를 펼친 독수리를 만들고 있던 하예정은 성소현의 부름에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성소현을 올려다보았다.“소현 씨, 왔어요? 밥은 먹었어요? 아직 안 먹었으면...”성문철의 부축을 받으며 눈물범벅인 채로 들어오는 이경혜를 본 순간 하예정은 바로 알아챘다.‘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구나.’이경혜의 표정만 봐도 그녀와 이경혜가 혈연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정아.”이경혜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하예정을 품에 끌어안으며 목놓아 울었다.“이모가 얼마나 오래 찾아다녔는지 알아?”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저 하예정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하예정은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내 여동생 가여워서 어떡해.”일찍 세상 떠난 여동생 생각에 이경혜는 계속하여 목놓아 울었다. 하예정도 그런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심효진과 주우빈, 숙희 아주머니는 먼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 상황을 알 리 없었던 주우빈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성소현과 유청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성문철이 앞으로 다가가 아내를 부축하며 다정하게 위로했다.“그만 울어. 조카를 찾은 건 얼마나 좋은 일인데 기뻐해야지, 울어서야 하겠어?”이경혜는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여동생과 두 조카가 그동안 겪은 고초만 생각하면 마음이 칼로 도려내듯이 아파 가슴을 마구 내리쳤다.“내가 애들
성문철과 성소현은 이경혜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유청하가 잊지 않고 검사 결과를 챙겼다.유청하가 검사 결과를 하예정에게 건넸다. 결과를 본 하예정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결과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예정아, 넌 내 조카고 난 네 이모야.”이번 생에 여동생과 만날 기회는 없지만 두 조카를 찾은 것만으로도 이경혜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그녀는 하예정의 손을 잡으며 이제부턴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다.“예진이랑 우빈이는?”이경혜는 다른 조카를 떠올렸다.“언니 점심에는 안 와요. 저녁 5시 30분에 퇴근해서 와요.”하예정은 얘기하며 심효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심효진이 주우빈을 안고 오자 하예정이 주우빈을 안았다.“아주머니...”하예정이 입을 열자마자 이경혜가 말했다.“예정아, 이모라고 불러야지. 이모는 꿈에서도 너희들을 찾아다녔어. 인제 겨우 찾았는데 왜 낯설게 아주머니라고 불러.”하예정은 잠깐 침묵하다가 이모라고 호칭을 바꿨다.유전자 검사 결과 그녀와 이경혜가 혈연관계가 있다는 건 이경혜가 그녀의 이모란 뜻이었다.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이모라는 소리에 이경혜의 눈시울이 또 붉어지자 성소현이 재빨리 말했다.“엄마, 그만 울어요. 우빈이도 여기 있는데 엄마가 울면 우빈이 놀란단 말이에요.”심효진과 숙희 아주머니가 생수와 과일을 내왔다.이경혜가 주우빈을 안으려 하자 주우빈은 몸을 틀며 하예정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우빈아, 난 우빈이 이모할머니야.”이경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우빈을 달랬다.“이모할머니가 우리 우빈이 안아봐도 될까?”그러자 주우빈이 그녀의 손을 밀쳐내며 엉엉 울었다.“싫어요, 싫어요. 이모가 안아줘요.”주우빈의 격한 반응에 이경혜는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 주우빈이 당한 일을 떠올린 그녀가 매섭게 말했다.“그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들이 우빈이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절대 가만 안 둬!”큰 조카와 주형인이 이혼했고 그녀와 하예정 자매의 관계도 밝혀졌다. 이경혜는 지금이라도 나서서 뭐라도 하
그녀는 나중에서야 자신이 얼마나 재미있는 구경을 놓쳤는지 알게 되었고 자신을 부르지 않은 심효진과 하예정에게 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심효진은 하예정에게 성소현을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귀띔했었지만 부잣집 따님인 성소현에게 난폭한 장면을 보여줄 수 없다면서 하예정이 거절했다고 말했다.성소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부잣집 딸인 건 맞지만 난 성소현이야. 관성의 상류 사회에서 나의 명성이 좋지 않은 걸 모르나? 다들 날 무지막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런 내가 난폭한 걸 두려워하겠어? 기분 나쁠 땐 일부러 난폭하게 굴기도 하는데.’“받아야 하는 건 다 받았는데 인테리어 비용만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언니 부탁을 받고 사람을 데려다가 인테리어를 전부 다 부숴버렸어요.”이경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당연히 그래야지. 주씨 가문이 날로 먹게 해서는 안 되지.”그러더니 또 이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이모가 진작 알았더라면 친정집 식구로서 사람들을 데려가 인테리어 비용을 받아냈을 텐데. 이젠 명분도 있어 당당하게 요구해도 되니까.”하예정은 갑자기 성소현의 성격이 이경혜와 그야말로 판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정아, 잠깐만, 이따가 가게 문 닫고 우리 집으로 가서 같이 밥 먹자. 아 참, 네 남편은 시간이 돼? 시간 되면 같이 가고.”하예정이 말했다.“남편이 오늘 출장 가서 며칠 후에 올 거예요. 남편이 오면 그때 이모 뵈러 갈게요.”“출장 갔구나. 그럼 할 수 없지, 오면 봐야지.”조카사위를 지금 당장 만날 수 없어도 이경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두 조카에게 있었으니까.조카를 찾았으니 조카에게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이모가 생겼다. 나중에 조카사위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제대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예진이가 5시 30분에 퇴근한다고 했지?”“네.”이경혜가 시간을 확인했다.“어느 회사 다녀?”“노씨 그룹이요.”이경혜가 고개를 끄덕였다.“노씨 그룹은 발전할 공간이 커. 노동명은 장사 머리가 좋
나이 많은 사람 중에 아직도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많다.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기에 딸에게는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아들과 손자에게만 물려주려 했다.하여 아들이 없는 집에서는 사돈의 팔촌까지 그 집 재산을 노리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이 힘들게 쌓아온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어 그렇게 아들을 낳으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둘째 사촌 오빠라면 하지문?”이경혜는 하지문에 대해 인상이 조금 있었다. 그녀 회사의 계열사에서 임원 자리까지 올라 연봉이 2억이 훨씬 넘었다.그녀에게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그녀의 조카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여동생의 부동산까지 빼앗으려 하다니! 이러니 하지문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나중에 큰아들에게 하지문을 억압하여 빈털터리로 만들어버리라고 해야겠다.“네, 맞아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문 오빠를 가장 예뻐해요. 손주 중에서 제일 잘났다면서 우리 부모님이 남긴 부동산을 물려주려고 제멋대로 우리 집안 대를 이어받게 했어요. 구정이 지난 후에 언니랑 나랑 가서 부모님이 남긴 집을 되찾으려고요. 팔아버릴지언정 절대 그 사람들한테 주지 않을 거예요.”어쩌면 또 한바탕 소송할지도 모른다. 이제 곧 구정이고 언니도 금방 이혼한 상황이라 하예정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부모님이 남겨주신 건물은 90년대 초에 지어진 것이라 사실 별로 값어치는 없었지만 땅이 비쌌다. 땅의 규모만 해도 수백 평은 되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다른 사람과 땅을 조금씩 바꿔 모으다가 수백 평까지 모으게 되었다.어릴 적 어머니는 두 자매가 커서 능력이 되면 땅을 똑같게 나눠주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게 집도 지어주겠다고 했었다.“인간이 어찌 그럴 수 있어. 내 여동생의 재산을 딸이 아니라 조카가 물려받는다고? 예정아, 걱정하지 마. 이모가 네 부모님의 부동산을 반드시 되찾아줄게. 아 참, 집문서는 있어?”“토지 사용증이 있는데 그건 언니한테 있어요. 하도 언니가 똑똑해서 쫓겨날 때 토지 사용증을 몰래 훔쳤거든요.”그
“너희 둘이 어디 가서 괴롭힘이나 당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걸 이모도 알아. 이모는 지금 여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거야.”하예정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온 오후 얘기를 나눴다.저녁 5시, 이경혜가 하예정과 함께 하예진을 데리러 노씨 그룹에 가겠다고 하자 하예정은 어쩔 수 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녀는 주우빈과 이경혜 일행을 차에 태우고 호기롭게 노씨 그룹으로 향했다.심효진과 숙희 아주머니는 동행하지 않았다.한창 가던 중에 하예정은 갑자기 전씨 할머니가 떠올랐다. 온 오후 할머니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예정은 재빨리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씨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하예정이 물었다.“할머니, 온 오후 어디 갔었어요?”“그냥 여기저기 구경 다녔어. 퇴근했어? 그럼 나도 차 타고 집에 갈게.”사실 할머니는 줄곧 정씨 아저씨네 가게에 숨어서 나오질 못했다. 혹시라도 이경혜에게 들키면 큰일이니까.“할머니,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혈연관계가 있대요. 이모가 저녁에 이모 집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해서 지금 우빈이 데리고 언니를 데리러 가는 길이에요. 할머니랑 숙희 아주머니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세요.”“정말이야? 이모 찾은 거 축하해, 예정아.”할머니가 먼저 하예정에게 축하를 건넸다.“이진이한테 퇴근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되니까 나랑 숙희 걱정은 안 해도 돼. 이모 집에 오래 있다가 와. 이모가 수십 년 만에 너희들을 힘들게 찾았잖아. 이모네 집에서 자고 와도 돼. 자고 오겠으면 할머니한테 미리 알려만 줘.”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네, 이모네 집에서 자게 되면 할머니한테 연락할게요.”통화를 마친 하예정이 중얼거렸다.“온 오후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또 나가 돌아다니셨구나.”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애가 되는 것 같다.그 시각 하예진은 여동생이 보낸 문자를 받고 이경혜가 이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동생과 이경혜가 함께 데리러 온다는 소리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그녀는 재빨리 맡은 바
하예진은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녀의 진상 시누이 주서인이었다.김은희는 딸과 함께 노씨 그룹으로 찾아왔다. 점심시간에 하예진은 회사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 후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 그리고 오후에 계속 일한 바람에 회사를 나간 적이 없었다.두 모녀는 하는 수 없이 회사 문 앞에서 그녀가 나오길 온 오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으로 이미 분노가 극에 달했다.회사에서 나온 하예진을 본 순간 주서인은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많든 적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 바람에 수많은 이들의 이목이 그들에게 쏠렸고 어떤 이는 가던 길까지 멈추고 구경했다.하예진이 비록 재무팀의 사원이긴 하지만 노 대표가 직접 채용한 사람이라 회사 내에서 꽤 이름이 있었다.재무 총괄 담당자마저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까 불안해했다. 하예진이 예전에 재무 총괄 담당자 경력이 있다는 소리에 상사로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노 대표가 직접 채용한 직원이라 더더욱 경계했고 눈엣가시로 여겼다. 대놓고 하예진을 내쫓을 수 없어 몰래 손을 쓰기도 했다. 재무팀 사람에게서 듣기로 하예진의 상사가 그녀를 내쫓으려고 함정을 파놓은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한다.다행히 전에 일한 경험이 있어 상사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피했다.“여긴 왜 왔어요?”하예진은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전 시어머니와 전 시누이가 가지 못하게 그녀 앞을 막아섰다.“왜 왔냐고?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 거 아니야. 감히 내 동생 집을 다 망가뜨려? 당장 물어내! 인테리어 비용 물어내지 않으면 소송할 거야!”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주서인은 구경꾼들이 점점 늘어나자 일부러 더 소리를 높여 하예진이 했었던 일을 얘기했다.“이 여자 당신들 회사 다니는 하예진이라고 해요. 나의 전 동서인데 얼마나 모진 사람인지 몰라요. 결혼 후에 일전 한 푼도 벌지 못했으면서 이혼할 때 내 동생한테 2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