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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어르신은 계속 말을 이었다.

“둘째부터 손댈까 아니면 셋째부터 손댈까?”

전태윤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괜히 그때 가서 할머니가 동생들에게 그가 시킨 일이라고 뒤집어씌우면 안 되니까.

“둘째가 낫겠지? 둘째한테 누굴 소개해주면 좋을까?”

전태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젊은 여자는 안 그래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전이진에게 아내감을 소개해주라는 건 아예 그더러 절에 가서 스님이 되라는 것보다 힘들었다.

할머니도 전태윤이 마땅한 여자를 추천해줄 거란 기대가 없었다.

“안 들어가고 뭐 해?”

전태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곧 출장 가는데 얼른 들어가서 예정이랑 얘기라도 몇 마디 더 나눠야지!”

뭐든지 할머니가 미리 가르쳐줘야 했으니...

할머니는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그해 전태윤을 키울 때 모든 걸 가르쳐줬지만 유독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놓쳐버렸다. 그랬더니 결국 이 녀석은 무뚝뚝한 사내가 되어 여자의 마음을 도통 읽을 줄 모른다.

할머니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니 딱히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이 짧았어. 너무 단순하게 여겼단 말이지.’

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정이 지금 날 위해 짐을 싸며 흥얼거리고 있잖아요?”

할머니는 입이 쩍 벌어졌다.

하예정은 짐 정리를 마친 후 다시 한번 전태윤의 일상용품을 체크하고 나서야 캐리어를 잠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캐리어를 사진까지 찍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나가려는데 두어 걸음 걷다가 문 앞에 서 있는 할머니와 전태윤과 마주쳤다.

“할머니.”

하예정이 웃으며 인사하고는 캐리어를 끌고 앞으로 다가갔다.

“태윤 씨가 출장 가야 해서 제가 대신 짐을 싸줬어요.”

손주 며느리가 손주에게 이토록 자상하니 할머니는 마냥 기뻤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

“다음부턴 태윤이 혼자 정리하게 놔둬. 배고프지? 태윤이가 아침 다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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