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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하예정은 밤 열 시 반이 돼서야 언니네 셋집에서 제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여니 방안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할머니가 집에 안 계시나? 아니면 이미 주무셨나?’

하예정이 집에 들어가 불을 켠 후 문을 닫고 안으로 한 번 더 잠갔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원래대로 문을 열어두었다. 그녀는 전태윤의 슬리퍼를 문 앞에 내려놓으며 이 집에 남자 주인이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더 안전할 테니까.

“오셨어요, 예정 씨.”

숙희 아주머니가 인기척 소리에 방에서 걸어 나왔다.

하예정이 머리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주무세요?”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예정 씨 도련님께서 모셔갔어요. 할머니는 예정 씨가 오늘 밤에 안 오는 줄 알고 저보고 내일 꼭 말해주라고 당부하셨어요.”

하예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셨다고요?”

숙희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애초에 이리로 와서 예정 씨네랑 함께 지내신 것도 다 예정 씨 시아버님과 갈등을 빚어서 그런 거예요. 이젠 모자 사이의 갈등이 해결됐으니 다시 집에 들어가셨죠.”

숙희 아주머니는 왠지 할머니가 성씨 일가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 미리 저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손주 며느리가 이경혜의 외조카임이 사실로 입증됐으니 앞으로 성씨 집안과 왕래가 잦을 게 뻔하다. 손주 녀석이 아내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 이상 할머니도 성씨 집안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한다.

하여 먼저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예정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이 나름 즐거웠는데 이렇게 빨리 저택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다.

“예정 씨 이모네 댁에서 자고 오는 거 아니었어요?”

하예정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아예 가지도 못했어요. 우리 언니네 전 시어머니와 형님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경찰서까지 다녀오느라 이모네 댁에 안 갔어요. 모레 주말이니 그때 다시 가려고요.”

숙희 아주머니가 관심 조로 되물었다.

“언니분은 괜찮으시죠? 주씨 집안 사람들이 왜 또 언니분을 찾아가서 소란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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