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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2581 챕터

제461화

주경진이 어쩌다가 손자의 편에 섰지만 하예정 일행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얼음찜질을 한참 동안 해주니 주우빈 얼굴의 부기도 조금 내렸다. 주우빈은 줄곧 울며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하예정이 의사에게 퇴원해도 되냐고 묻자 의사가 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가 심하게 놀란 탓에 열이 날 수도 있어서 조심하라고 했다.해 질 무렵, 그들은 하예진 모자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주우빈 걱정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하예정은 전태윤을 끌고 베란다 밖으로 나와 그에게 말했다.“오늘 저녁은 아무래도 언니 집에서 우빈이랑 같이 있어야겠어요. 그래도 되죠?”전태윤은 내심 아쉬웠다. 지금 하예정과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하루 24시간 붙어있어도 모자랐지만 주우빈이 저런 일을 당했으니 이모로서 곁에 있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되었다.“태윤 씨?”전태윤이 입을 꾹 다물고 그녀를 그윽하게 내려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안 돼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빈이 열이 날 수도 있대요. 언니 혼자서 돌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요.”그때 전태윤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마치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같았다. 하예정은 두 눈을 감고 천천히 느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우빈이 챙기면서 네 몸도 잘 챙겨, 알았지?”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싸늘함 대신 따뜻함이 묻어있었다.“그럴게요.”“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 혼자 해결하려고만 하지 말고.”전태윤은 지금까지도 그녀가 하지철 등 건달들을 상대할 때 혼자서 용맹하게 전부 쓰러뜨린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에게 미인을 멋있게 구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말이다.하예정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거실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시동생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 있자 냉큼 손을 뻗어 전태윤의 건장한 허리를 끌어안고는 탄탄한 가슴팍에 얼굴을 기댔다.아내가 먼저 안겼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전태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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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전태윤은 그녀를 살며시 밀어내며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쳤다. 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매번 그와 두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 스킨십을 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가 계속 지금처럼 다정하다면 아마 한 주일도 안 되어 진도가 쭉쭉 나갈 것이다. 그것도 매일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하예정이 온갖 야릇한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전태윤의 중저음이 귓가에 들려왔다.“우리 언제 계약서를 썼어?”하예정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보니 전태윤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믿지 못하는 듯싶었다.“그때 태윤 씨가 작성한 계약서 있잖아요. 나한테 반년 기한이라면서 사인하라고 했던 거요.”전태윤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계약서 내용 어디 한번 외워봐 봐.”하예정은 입만 뻐금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기한이 반년이고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다른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예정아, 너 아무래도 요즘 언니 일 때문에 신경 많이 써서 우리가 계약서를 썼다고 착각했나 본데 우리 계약서 같은 거 쓴 적 없어. 만약 진짜로 썼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따가 집에 가서 내 방문을 활짝 열 테니까 마음껏 뒤져봐. 네가 말한 계약서를 찾아낸다면 우리가 진짜 썼다고 믿을게.”하예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분명 계약서에 사인했었는데. 지금... 없었던 거로 하자는 뜻이야?’전태윤은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난 동생들이랑 밥 먹으러 가야겠다. 숙희 아주머니도 여기 남아서 도우라고 할게.”하예정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늘 오만하고 도도한 전태윤이 계약서를 썼었다는 사실을 발뺌한다는 게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그의 말에 하예정은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경악한 그녀의 모습에 전태윤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이만 갈게.”“그래요. 동생들한테 맛있는 거 사줘요. 내가 돈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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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전태윤을 포함한 여덟 형제는 할머니를 모시고 나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하기로 했다.여덟 도련님이 경호원과 동행하지 않은 채 어르신을 모시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호텔 매니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예를 갖춰 인사해도 되나?’그런데 둘째 도련님이 말하길 큰 도련님이 경호원과 동행하지 않으면 일반 손님으로 대하라고 했다.호텔 매니저가 한창 망설이던 그때 전태윤 일행은 호텔 안으로 들어와 호텔 매니저 앞을 스쳐 지나갔다.하나같이 남다른 분위기에 그들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전부 그들에게 쏠렸다. 몇몇 형제들이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할머니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부러움이 가득했다.‘저 할머니는 참으로 행복하셔. 이렇게나 잘생긴 손자가 여덟이나 되다니.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라고. 부러워 죽겠어!’사람들의 시선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하는 듯했다.‘날 부러워하지 말아요. 손자가 너무 많아서 애들 혼사 생각만 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으니까.’식사 후 전태윤이 전이진에게 말했다.“이진아, 넌 할머니 모시고 본가로 돌아가. 난 소씨 저택에 다녀올게.”주형인이 재산을 빼돌린 증거가 아직 소정남에게 있고 마침 소씨 가문 가주의 아들도 저택에 있어 직접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나 본가로 안 가.”할머니가 거절했다.“예정이 오늘 집에 안 와서 재미난 구경도 없어요. 본가로 가지 않고 발렌시아 아파트에 있으면 심심할 텐데 내일 다시 오셔도 되잖아요.”그러자 할머니가 전태윤을 째려보았다.“심심하지도 않고 재미난 구경도 할 생각 없어. 난 단지 우리 손주며느리가 보고 싶어서 손주며느리랑 함께 지내고 싶을 뿐이야. 너랑 같이 자는 것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전태윤은 어이가 없었다.“그 집은 제집이에요.”“네가 살림을 맡아?”전태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금까지 줄곧 하예정이 이 집안 살림을 맡아왔다.“집안 살림을 안 하면 발언권이 없으니까 그냥 닥쳐.”전태윤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친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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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소정남은 한창 소씨 가문 가주의 아들인 소지훈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이지만 우애가 아주 깊었다.그때 검은 옷차림의 한 남자가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오더니 예를 갖춰 말했다.“도련님들, 전씨 가문의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얼른 안으로 모셔요.”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알겠다고 한 뒤 나가버렸다. 소정남이 테이블 위에 놓인 노란색 서류 봉투를 가리켰다.“태윤이 물건 가지러 왔네.”“직접 왔다는 건 날 만나러 온 거겠지.”소지훈은 도우미에게 차와 과일을 좀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자주 집안의 힘을 동원하여 소정남을 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태윤을 도와준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던 전태윤은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했다.“태윤이 진작 형을 만나고 싶어 했어. 그런데 형이 너무 바빠서 집에 자주 없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어.”“태윤이는 네 친구니까 내 친구나 다름없어. 친구 사이에 서로 도우면서 사는 거지 뭐.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네가 전씨 그룹에서 너의 가치를 증명해서 형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소지훈은 소정남의 어깨를 두드렸다.“계속 열심히 해. 그런데 너무 일만 하지 말고 네 혼사도 생각해야지. 작은어머니가 네가 나이도 많은데 아직 여자친구도 없다고 맨날 뭐라 하셔.”“형은 나보다 나이가 많잖아. 형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내가 급할 게 뭐가 있겠어?”소지훈이 잠깐 멈칫했다.“방금 한 얘기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조금 전 나갔던 검은 옷 남자가 전태윤을 데리고 들어왔다. 전태윤의 경호원들은 전태윤이 준비한 선물을 안으로 들여놓은 후 조용히 밖에서 대기했다.“전태윤.”소정남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를 불렀다. 소지훈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다른 인사는 하지 않았다. 전태윤이 그들 앞으로 다가와서 소정남이 정식으로 소개를 마친 후에야 두 사람은 서로 악수하며 인사했다.“지훈 씨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태윤 씨도 명성이 자자하시더군요.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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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따르릉...”소지훈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그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태윤 씨, 미안해서 어쩌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전태윤도 황급히 일어났다.“정남아, 형 대신 태윤 씨한테 잘 대접해.”소지훈은 동생에게 당부한 후 바로 저택을 나섰다.소지훈도 없는데 그 저택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전태윤은 소정남과 함께 소정남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 가자 소정남의 어머니는 혼기가 꽉 찬 아들이 아직 여자친구도 없다면서 온 저녁 전태윤에게 하소연했다.전태윤은 겨우 그 집에서 나오며 소정남에게 말했다.“다음에 어머님이 집에 계시면 나한테 집에 가자고 하지 마.”그러자 소정남이 피식 웃었다.“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효진 씨랑 소개팅한 건 어떻게 됐어? 가족들한테 얘기 안 했어?”“지훈 형만 알고 있고 다른 가족들은 몰라. 아직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찾아가면 효진 씨가 얼마나 놀라겠어.”전태윤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마음에 들면 노력해봐. 이참에 솔로 탈출하면 좋잖아.”“솔로 탈출하면 또 애나 낳으라고 닦달하실 거야. 애 하나 낳으면 둘째 셋째를 낳으라고 할 게 뻔해. 어른들은 항상 다그치시잖아.”소정남은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부모님이 조용해지실 거라고 전혀 믿지 않았다. 전태윤을 보면 모르겠는가? 전태윤이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하예정과 결혼한 후에도 할머니는 빨리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시는 것을.“효진 씨 내 스타일이긴 한데 성격이 너무 직설적이야. 가끔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해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까.”사실 이건 다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소정남은 심효진 같은 이런 성격의 여자를 좋아하니까.“그럼 네가 더 적극적으로 하면 되지.”소정남과 심효진이 서로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사실에 전태윤은 너무도 뿌듯했고 직접 주선해준 보람을 느꼈다.소정남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정남의 배웅을 받으며 전태윤은 경호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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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하예정은 내심 흐뭇했지만 결국 그의 뜻을 거절했다.전태윤이 무언가 얘기하려고 할 때 그녀는 한 손에 꽃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목을 꼭 껴안으며 고개를 숙이게 했다. 하예정은 남편에게 바짝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남자가 꽃을 너무 자주 사면 못 써요. 그러다 바람날라.”말을 마친 그녀는 전태윤의 가슴을 툭 내리쳤다. 말인즉슨 절대 바람피우지 말라는 뜻이었다.전태윤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런 말도 있었어? 나중에 소남정에게 물어봐야겠네.’하예정이 그의 차에 올라탄 후 전태윤도 운전석에 돌아가 시동을 걸며 그녀에게 물었다.“우빈이는 좀 어때?”“아직 부기가 다 안 빠졌어요. 어젯밤엔 열이 나서 밤새 울더니 오늘 아침에 드디어 열도 내리고 아이도 울다 지쳐 예진 언니 품에 안겨서 잠들었어요.”우빈의 얘기에 홀가분했던 그녀의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태윤 씨.”하예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말했다.“만약에, 정말 만약에 우리도 아이가 생기면 무슨 일이 있든, 우리 둘 사이가 어떻게 변하든 절대 아이한테는 상처 주지 말아요. 약속할 수 있죠?”전태윤은 급브레이크를 밟고 고개를 홱 돌린 채 그녀를 쳐다봤다.부부는 진지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전태윤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그의 일상 속에 그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하예정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그에게 기대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부부는 서로 잘 알았다. 둘은 이미 서로의 세계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전태윤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몸을 좀 더 기울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지그시 눈 감은 순간, 이마, 얼굴, 그리고 입술까지 가볍게 키스했다.“예정아, 네가 날 진심으로 대하면 난 반드시 더 깊은 사랑으로 보답할 거야. 내 마음이 작아서 네가 입주하면 다른 사람은 더이상 용납하지 못해.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아.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그건 우리의 생명의 연속이겠지. 내가 다치는 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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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전태윤은 주차한 뒤 주형인이 재산을 빼돌린 증거가 생각나 이제 막 하차하려는 하예정을 불러세웠다.“친구한테 부탁해서 주형인이 재산 빼돌린 일이 있는지 조사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더라고. 어젯밤에 바로 모든 증거를 내게 보내왔어. 저 뒷좌석에 노란 서류 봉투에 들어있어.”“친구분 참 대단하네요. 이렇게 빨리 증거를 수집하다니.”하예정은 그의 친구에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겼다. 언젠가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다.그녀는 증거를 수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로 여겼었다. 어쨌거나 주형인이 인제 와서 재산을 빼돌린 게 아니라 진작 시작했으니까.다만 하루 사이에 증거를 모두 수집하다니.“태윤 씨 친구분 탐정 사무소 같은 거 꾸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실력을 아껴두기엔 너무 애석하잖아요.”하예정은 조수석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고 노란 서류 봉투를 챙겼다.“걔 가족 중에 정보 탐색만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 있어서 인맥도 넓고 무언가 맡기면 효율이 엄청 높아.”소씨 일가의 정보망이 매우 넓고 관성이 또 소씨 일가의 본거지다 보니 이 도시에서 일어난 일들은 거의 그 집안을 숨길 수가 없다. 소씨 일가가 마음만 먹으면 관성에서 알아내지 못할 일이 없다.다만 그 비용이 매우 높다 보니 일반인들은 감히 선뜻 소씨 일가에 부탁을 청하지 못한다.“그런 분들은 늘 소설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에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집안이 존재하네요.”하예정은 서류 봉투를 챙긴 후 전태윤이 선물한 꽃다발을 차에 내려놓았다.전태윤이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해명했다.“예진 언니 지금 기분이 최악이라 언니 앞에서 당신 자랑하고 싶지 않아서요.”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전태윤의 볼에 입 맞추며 미소 지었다.“태윤 씨가 꽃 선물한 거 나만 알고 있으면 돼요.”남편 자랑할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굳이 지금 티 내고 싶지 않았다.전태윤은 이해한다는 듯이 대답했다.“자매 사이가 엄청 좋아 보여.”“십여 년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어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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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아주머니, 언니랑 우빈이가 겨우 잠들었으니 일단 깨우지 마세요. 죽 끓여서 나중에 깨나면 먹게 해요.”숙희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세 사람이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하예정은 정신 좀 차리려고 커피 믹스를 한 잔 풀었다.숙희 아주머니가 먼저 주방을 나서자 전태윤이 그 틈을 타 와이프의 손을 덥석 잡았다.“예정아.”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넌 집에서 쉬고 있어. 내가 다녀오면 돼.”하예정은 그의 손을 꼭 잡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나 괜찮아요. 커피 한 잔 마시면 버틸 수 있어요. 임씨 가문에 가면 싸워야 할지도 몰라요. 싸움은 당신이 나보다 못해요. 아마 당신 동생들도 말싸움으론 주서인 감당하지 못할걸요.”그들은 지적인 사람들이라 당연히 말싸움에 능하지 못할 것이다.“난 우빈이 이모예요. 애가 그 인간들한테 괴롭힘을 당해 이 지경이 됐으니 반드시 찾아가서 따져 물을 거예요. 어젠 우빈이가 쓰러져서 아이만 돌보다 보니 그 인간들 상대할 겨를이 없었어요. 이젠 우빈이도 조금 호전됐으니 그 집 찾아가서 꼬치꼬치 캐물어야죠.”전태윤의 그윽한 눈빛에 하예정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태윤 씨, 자꾸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자꾸만 날 유혹하는 것 같잖아요. 심장이 쿵쾅대고 허튼 생각하게 된단 말이에요. 마음 같아선 확 덮쳐서 당신 잡아먹고 싶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띠리링...”이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전이진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전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우리 지금 XX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어.”“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태윤은 전화를 끊은 후 하예정에게 말했다.“다들 어제 그곳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대.”하예정은 남은 커피를 두세 입에 대충 들이마시고는 숙희 아주머니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가는 길에서 그녀는 성소현의 전화를 받았다.“예정 씨, 내가 보낸 사진 받았죠? 보니까 어때요?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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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하예정이 조마조마해 하고 있을 때 성소현이 불쑥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 씨, 엄마가 점심이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 나 예정 씨네 가서 우빈이 한번 데려와도 될까요?”성소현은 이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사진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저 하예정의 말대로 아이들은 어릴 때 다 귀여운 듯싶었다.만약 주우빈이 이모와 닮았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있다면 성소현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데려와 엄마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성소현은 애초에 하예정을 처음 봤을 때도 이상하게 자꾸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주우빈을 처음 봤을 때도 아이가 너무 예뻤다.만약 주우빈이 이모의 후손이라면 성소현도 왜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그토록 귀여웠는지 해석이 될 것 같았다.우빈이 또래의 아이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유독 주우빈만 그토록 귀여웠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 뺏어와 제 조카로 만들고 싶었다. 주우빈에게 장난감을 사줄 때도 그녀는 전혀 망설임 없이 아이에게 장난감 공장이라도 열어줄 기세로 어마어마하게 사줬었다.하예정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다.성소현은 상류층에 머물러있다 보니 주변에 항상 아양을 떠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전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26살인 그녀는 너무 까다로운 탓에 진짜 친구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적었다.하지만 하예정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옛친구와 만난 것처럼 친숙함을 느꼈고 하예정의 출신, 조건을 전부 마다한 채 그녀와 친구를 맺고 싶었다.하예정이 그녀를 위해 전씨 일가의 도련님을 사로잡도록 팁을 알려준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진심으로 하예정이 마음에 들었고 친구로 지내고 싶었다.“소현 씨,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우빈이 지금 상황이 좀 안 좋거든요.”성소현은 순간 가슴이 움찔거려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었다.“우빈이 무슨 일 있어요?”하예정은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우리 언니가 지금 남편과 이혼 중이잖아요. 주씨 집안에서 언니가 방심한 틈을 타 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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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네, 집안이 대가족이에요. 소현 씨, 마음만 받을게요. 너무 고마워요.”성소현은 하예정의 남편 쪽에서 사람들을 불러와 도와준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예정 씨, 남편분이랑 초고속 결혼이라고 했죠? 인제 보니 꽤 괜찮은 분 같네요. 이런 일 생겼을 때 적어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잖아요.”하예진의 남편은 12년이나 알고 지냈지만 초고속 결혼한 하예정의 남편과 비할 바가 못 된다!“그래요, 그럼 난 이번엔 안 갈게요.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꼭 나한테 얘기해야 해요. 안 그러면 날 친구로 안 여기는 거라고 삐질 거예요. 예정 씨 언니네 집 주소 보내줘요. 가서 우빈이 좀 봐야겠어요.”하예정은 이번 요구엔 거절하지 않았다.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곧바로 성소현에게 예진의 집 주소를 보내주었다.전태윤은 둘의 통화 내용을 유의 깊게 엿들었다.성소현이 사람을 불러오겠다고 할 때 그는 핸들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성소현이 오면 그의 신분은 바로 들통나 버린다.이렇게 갑자기 들통나서는 안 된다. 하예정이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게다가 부부의 감정이 아직 견고해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들켜버리면 하예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다행히 아내가 성소현의 호의를 거절했다.전태윤은 성소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지만 그녀가 하예정을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란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성소현의 성격과 지위로 그녀는 무슨 일이든 참지 않고 제멋대로 굴 수 있다.전태윤은 일부러 무심한 척 질문을 건넸다.“성소현 씨야?”“네, 소현 씨 어머님이랑 이모님의 어릴 때 사진을 보내줬는데 처음엔 얼핏 봐서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득 이모님과 우빈이가 많이 닮은 것 같더라고요.”전태윤은 그녀의 말에 식겁하여 하마터면 앞차를 들이받을 뻔했다.그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자 하예정의 몸도 앞으로 쏠렸다.“운전 천천히 해요. 내가 할까요?”하예정이 말했다.“운전은 꼭 천천히 해야 해요. 침착해서 나쁠 것 하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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