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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전태윤은 그녀를 살며시 밀어내며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쳤다. 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매번 그와 두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 스킨십을 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가 계속 지금처럼 다정하다면 아마 한 주일도 안 되어 진도가 쭉쭉 나갈 것이다. 그것도 매일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하예정이 온갖 야릇한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전태윤의 중저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우리 언제 계약서를 썼어?”

하예정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보니 전태윤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믿지 못하는 듯싶었다.

“그때 태윤 씨가 작성한 계약서 있잖아요. 나한테 반년 기한이라면서 사인하라고 했던 거요.”

전태윤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계약서 내용 어디 한번 외워봐 봐.”

하예정은 입만 뻐금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기한이 반년이고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다른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예정아, 너 아무래도 요즘 언니 일 때문에 신경 많이 써서 우리가 계약서를 썼다고 착각했나 본데 우리 계약서 같은 거 쓴 적 없어. 만약 진짜로 썼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따가 집에 가서 내 방문을 활짝 열 테니까 마음껏 뒤져봐. 네가 말한 계약서를 찾아낸다면 우리가 진짜 썼다고 믿을게.”

하예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분명 계약서에 사인했었는데. 지금... 없었던 거로 하자는 뜻이야?’

전태윤은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난 동생들이랑 밥 먹으러 가야겠다. 숙희 아주머니도 여기 남아서 도우라고 할게.”

하예정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늘 오만하고 도도한 전태윤이 계약서를 썼었다는 사실을 발뺌한다는 게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에 하예정은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경악한 그녀의 모습에 전태윤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

“이만 갈게.”

“그래요. 동생들한테 맛있는 거 사줘요. 내가 돈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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