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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하예정이 조마조마해 하고 있을 때 성소현이 불쑥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하예정에게 물었다.

“예정 씨, 엄마가 점심이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 나 예정 씨네 가서 우빈이 한번 데려와도 될까요?”

성소현은 이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사진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저 하예정의 말대로 아이들은 어릴 때 다 귀여운 듯싶었다.

만약 주우빈이 이모와 닮았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있다면 성소현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데려와 엄마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성소현은 애초에 하예정을 처음 봤을 때도 이상하게 자꾸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주우빈을 처음 봤을 때도 아이가 너무 예뻤다.

만약 주우빈이 이모의 후손이라면 성소현도 왜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그토록 귀여웠는지 해석이 될 것 같았다.

우빈이 또래의 아이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유독 주우빈만 그토록 귀여웠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 뺏어와 제 조카로 만들고 싶었다. 주우빈에게 장난감을 사줄 때도 그녀는 전혀 망설임 없이 아이에게 장난감 공장이라도 열어줄 기세로 어마어마하게 사줬었다.

하예정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다.

성소현은 상류층에 머물러있다 보니 주변에 항상 아양을 떠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전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26살인 그녀는 너무 까다로운 탓에 진짜 친구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적었다.

하지만 하예정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옛친구와 만난 것처럼 친숙함을 느꼈고 하예정의 출신, 조건을 전부 마다한 채 그녀와 친구를 맺고 싶었다.

하예정이 그녀를 위해 전씨 일가의 도련님을 사로잡도록 팁을 알려준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하예정이 마음에 들었고 친구로 지내고 싶었다.

“소현 씨,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우빈이 지금 상황이 좀 안 좋거든요.”

성소현은 순간 가슴이 움찔거려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었다.

“우빈이 무슨 일 있어요?”

하예정은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 언니가 지금 남편과 이혼 중이잖아요. 주씨 집안에서 언니가 방심한 틈을 타 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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