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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2577 챕터

제371화

“뭘 그렇게 해맑게 웃어? 남편한테서 온 문자구나?”심효진이 장난치듯 물었다.하예정과 전태윤의 사이가 점점 더 돈독해지자 심효진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두 사람이 하루빨리 결혼식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우리 집 손님방에 아직 침대가 없거든. 남편이 마침 요 며칠 상여금을 받아서 내게 300만 원 입금해줬어. 침대도 사고 옷장이랑 침대 용품도 사라고 했어. 아주머니, 이따가 점심 먹고 우빈이가 낮잠 자면 나랑 함께 쇼핑하러 가요. 아주머니가 쓰실 물건들이니 직접 고르세요.”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뭐든 다 돼요. 지낼 곳만 있으면 되죠 뭘.”“그럼 안 되죠. 반드시 편하게 지내셔야 해요. 사장님이 직접 돈을 주며 물건을 사라고 하는데 아낄 필요가 있나요. 우리 함께 좋은 거로 골라봐요.”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일을 잘하면 장기간 함께 지내기로 했다. 아주머니를 가족으로 생각하며 뭐든 잘해주고 싶었다.그녀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성소현에게 물었다.“소현 씨, 이따가 함께 밥 먹을래요?”성소현은 이젠 더는 관성 호텔에 찾아가 전태윤을 지켜볼 일도 없고 집에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곧바로 대답했다.“그래요, 그럼.”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에게 식사를 1인분 더 준비하라고 했다.“알았어요, 예정 씨. 지금 바로 음식 준비할게요.”하예정은 신나게 장난감을 노는 조카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세요. 우빈이는 제가 돌볼게요.”숙희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 재빨리 전태윤에게 문자를 보냈다.「도련님, 성소현 씨가 오셨는데 사모님께서 함께 남아 점심 먹자고 하셨어요. 소현 씨도 허락하셨고요.」전태윤은 회의를 마치고 하예정에게 계좌 이체한 후 중요한 서류 몇 부를 처리했다. 그는 이제 막 정리를 마치고 또 미리 퇴근하여 와이프와 함께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숙희 아주머니가 때마침 문자를 보냈다.전태윤은 순간 몸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이 식었다.“성소현, 참 지긋지긋해.”그에게 집착하지 않으니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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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전태윤은 어안이 벙벙했다.“할머니도 참... 너무 멀리 가셨어요. 할머니 아드님들한테 말씀하세요. 노력해서 손녀 좀 안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아마 그게 더 빠를 거예요.”어르신은 웃으며 그를 나무랐다.“네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면 우리더러 노력해서 딸아이 낳는 게 더 빠르다고 할 셈이냐? 너희 아빠, 엄마랑 삼촌 숙모는 이미 중년인데 낳긴 뭘 낳아? 젊었을 때 딸을 낳지 못했으니 이젠 손녀라도 기대해봐야지 않겠어?”“셋째 삼촌과 숙모는 이제 고작 40대예요. 노력하면 낳을 수 있을 거예요.”얼떨결에 언급된 셋째 삼촌 부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카가 한심하다고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지금 바빠?”“할머니랑 통화 중이죠.”“이것 봐, 말하는 말투가 전혀 귀엽지 않잖아. 안 바쁘지? 안 바쁘면 할미가 회사로 찾아갈게. 우리 손주랑 함께 쇼핑해야겠어.”전태윤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할머니, 나 아직 근무 중이에요.”“회사가 너 없다고 망하는 건 아니잖니? 할미도 다 널 위해서 함께 쇼핑하는 거란다. 여자랑 함께 쇼핑도 할 줄 알아야 나중에 예정이랑 같이 다니지. 경험 쌓을 좋은 기회니까 소중히 여겨.”전태윤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이진이랑 함께 쇼핑하세요. 저는 점심 약속이 있어요.”“미룬 거 아니었어?”전태윤이 잠시 뜸 들이다가 대답했다.“와이프랑 함께 못 먹으니 제 약속 마저 챙겨야죠.”“하하, 녀석, 너도 이런 날이 있네! 애초에 이 할미가 뭐랬어?”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알았어, 그럼 네 볼일 봐. 난 셋째랑 함께 쇼핑하러 갈 거야. 너희 형제 중에 그래도 셋째가 제일 낫다니까. 걔랑 함께 있으면 심심할 새가 없어.”말을 마친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그래도 전화한 보람이 있네. 태윤이가 마음을 조금 연 모양이야. 그 녀석의 평생 행복을 위해서 내 속이 재가 다 되었어. 흰머리가 가득 났잖아.’전태윤은 휴대폰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결국 하예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점심에 바이어와 약속이 잡혀 가게로 가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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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김은희는 주서인네 셋째를 끌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왔다. 주서인은 직장으로 돌아간 모양인지 함께 따라오지 않았다.“우빈아, 정한이 왔어.”김은희는 외손자의 손을 잡고 걸어오며 주우빈을 불렀다.“예정 씨, 효진 씨.”그녀는 웃으며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는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힐긋 쳐다봤다.곧이어 성소현에게 시선이 쏠렸다.성소현은 우빈을 품에 안고 물었다.“우빈아, 저분 누구야?”하예정이 허리를 펴고 담담하게 말했다.“아주머니가 여긴 어쩐 일이시죠?”이어서 성소현에게 소개했다.“이분은 우리 언니 시어머님이세요. 우빈의 친할머니고요.”하예정은 친할머니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성소현은 정한의 손을 꼭 잡은 김은희를 보다가 다시 고개 숙여 우빈을 쳐다봤다. 우빈은 할머니께 인사만 할 뿐 그다지 가까워 보이지 않았다.보아하니 하예정의 언니와 시어머니의 관계가 썩 좋지 않은 듯싶었다.“우빈이가 평소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 오늘 이렇게 정한이 데려왔어요.”김은희는 장난감 두 박스에 두 눈을 반짝이는 정한이를 보자 얼른 손을 놓아주며 가서 놀라고 했다.“내 장난감이야.”아이는 제 물건을 지키는 법이었다.주우빈도 마찬가지였다.정한은 평소 우빈의 물건을 뺏는 게 습관 되었고 안 주면 때리기까지 했다. 우빈이가 울면 정한의 엄마는 남자아이가 울긴 왜 우냐고, 정한 형이 장난감 뺏는 것도 아니고 놀다가 돌려준다면서 훈계를 놓았다.주우빈은 고모의 말을 썩 믿지 않았다.나이가 어려 말이 서툴지만 정한 형이 매번 돌아갈 때마다 그의 장난감을 가져갔고 더는 돌려주지 않았다. 가끔 장난감을 고장 내기까지 했다.주우빈은 성소현의 품에서 내려와 정한이 장난감을 놀지 못하게 마구 밀쳤다.“우빈아, 형 밀치면 안 돼. 장난감이 이렇게 많은데 함께 놀아야지.”김은희는 우빈이가 정한을 밀치자 본능적으로 정한을 보호하며 우빈을 내팽개쳤다.이 행동을 본 세 여인은 울화가 치밀었다.가장 가까이 있던 성소현이 벌떡 일어나 김은희의 손에서 우빈이를 당겨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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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하예정이 차갑게 되물었다.“정한이가 누구죠? 나랑 뭔 상관인데요? 우빈이는 내 외조카예요. 외조카를 서운하게 만들면서까지 딴 아이를 달래줄 순 없죠. 우빈이가 뭘 잘못했나요? 잘못 가르친 건 아주머니예요. 정한이가 평소에도 우빈이 괴롭히고 때리고 장난감을 빼앗아 집까지 가져갔잖아요. 외할머니가 돼서 대체 뭘 하셨나요? 아니면 혹시 그냥 이딴 식으로 가르친 건가요? 아주머니, 정한이는 외손자이고 우빈이는 친손자라서 이렇게 편애해요? 정말 너무하시네요!”김은희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곧이어 반박에 나섰다.“예정 씨, 정한이는 아직 어린애예요. 그리고 우빈이는 장난감도 많은데 정한이가 좀 놀면 어때요? 우빈아, 정한 형이 울잖아. 장난감 좀 형한테 나눠줘.”우빈이가 머뭇거렸다.성소현은 그런 우빈에게 말했다.“우빈아, 주기 싫으면 주지 마. 쟤가 울고 싶거든 실컷 울라고 해. 바닥도 깨끗이 닦고 얼마나 좋아. 그냥 발버둥 치게 놔둬. 그럼 예정 이모도 바닥 청소할 필요가 없잖아.”우빈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형 나빠요.”정한은 그에게 나쁜 인상을 안겨주었다.“형 나쁘면 함께 놀지 마. 이봐요, 아줌마, 그 댁 외손자 데리고 나가줄래요? 내 친구 가게가 작아서 애 데리고 밖에 나가서 실컷 뒹굴게 하세요.”하예정은 조카를 억울하게 만들면서 다른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성소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줄곧 제멋대로였고 감히 따져 묻는 자에겐 서슴없이 싸대기를 날린다.“정한이 착하지, 얼른 일어나. 우린 그깟 장난감 필요 없어. 외할머니가 데리고 나가서 더 많이 사줄게.”김은희는 하예정과 성소현의 말에 화가 잔뜩 치밀었고 바닥을 나뒹구는 외손자가 가슴 아파 쪼그리고 앉아서 아이를 달랬다.“싫어요, 난 우빈이 장난감 가질래요!”정한은 예쁘게 자란 탓에 한사코 우빈의 장난감을 욕심냈다.“정한이 착하지, 우빈이 장난감 하나도 재미없어. 외할머니가 재밌는 장난감 더 많이 사줄게.”“싫어요, 싫다고요. 나 우빈이 장난감 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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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하예정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나도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마음도 덜 아프지. 그런데 진짜 친할머니 맞대요.”‘거의 우리 할머니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니까.’하예정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감기 걸린 정한이를 데려와서 우빈이한테 옮겨놓으려고 했어요. 우빈이가 아프면 우리 언니도 시름 놓고 출근하지 못할 테니까요! 분명 휴가 내고 우빈이 돌보려고 할 거예요. 출근한 지 이틀 만에 자꾸 휴가 내면 언니는 직장에서 잘릴 거예요.”주씨 집안 사람들은 하예진이 출근하는 걸 막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했다.하예진이 직업을 찾았으니 이젠 이혼만 하면 된다. 하예정은 언니가 하루빨리 이혼하고 지옥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예정 씨, 언니분 시어머니는 왜 언니가 출근하는 걸 반대해요?”성소현이 물었다.하예정은 빗자루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다가 주우빈이 나오자 허리 숙여 아이를 안아 올렸다.“그 인간쓰레기 같은 형님이 두 아이를 도시 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우리 언니가 마침 학교 근처에 살아서 그 집을 노리고 있어요. 머저리 형부더러 그 집을 본인 명의로 바꾸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두 아이가 좀 더 좋은 중학교에 다닐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형님이란 인간은 직장에 출퇴근해야 해서 아이 뒷바라지를 못 해요. 그래서 우리 언니더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고 밥도 해주고 숙제도 가르쳐주라고 하잖아요 글쎄! 물론 언니가 거절했어요.”“언니는 겨우 직장을 찾아서 인제 매일 출근해요. 그 집 사람들 우리 언니를 부려먹기 위해 이런 비겁한 수법을 생각한 거예요. 부모가 돼서 왜 그렇게 딸만 편애하는지 모르겠어요. 형부도 마찬가지예요. 제 누나만 챙기려 하잖아요. 전에는 다들 우리 언니한테 잘해줘서 시집 잘 갔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한 뒤에도 나름 괜찮았어요. 문제는 우빈이 낳고 나서부터죠. 그 집 사람들 아이가 생기니 슬슬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우리 언니가 집에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종일 애만 본다고 잔소리를 했어요. 돈은 엄청 쓰면서 벌 생각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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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언니, 언니 이젠 일자리도 찾았으니까 주형인한테 이혼 얘기 꺼내도 돼.”하예정은 언니가 하루빨리 이혼하길 바랐다. 심효진과 성소현도 맞장구를 쳤다.“빨리 이혼해서 빨리 벗어나야죠.”하예진은 아들의 귀여운 얼굴을 내려다보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저녁에 형인 씨가 퇴근하면 이혼하자고 얘기할 거야.”그녀는 이미 주형인이 외도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 그의 외도 증거를 손에 넣었을 때 그녀는 바로 까발리지 않았다. 아직 일자리도 없고 안정된 수입이 없는 탓에 아들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곧 새해도 되고 해서 원래는 첫 월급을 받은 후에 이혼 얘기를 꺼낼 계획이었지만 오늘 시어머니의 행동을 보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에게 매정하게 군다면 몇 번이고 참겠지만 주우빈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녀는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이틀 전 시어머니와 주서인이 왔을 때 하예진은 주서인이 동생에게 정한이 독감에 걸려 아직 낫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시아버지는 정한이 주우빈에게 옮겨놓을까 봐 주서인에게 정한을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다.그런데 하예진이 출근한 후 시어머니는 아직 낫지 않은 정한을 데려왔다. 일부러 주우빈에게 독감을 옮겨 그녀가 마음 편히 출근하지 못 하게 한 다음 회사에서 잘리길 바란 것이었다. 사람이 어찌 이런 독한 마음을 품을 수가 있는지...‘내가 출근하지 않으면 주서인의 애를 봐줄 것 같아? 꿈 깨!’“예진 언니.”성소현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하예진을 볼 때마다 자꾸만 예전에도 알던 사이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 익숙함에 성소현은 하예진과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이상하단 말이야. 전생에 이 두 하씨네 자매랑 자매였나?’성소현은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성격이었다. 하씨네 자매와 가까이 지내고 싶은 그녀가 진심으로 말했다.“예진 언니, 이혼할 때 소송해야 한다면 나한테 얘기해요. 가장 좋은 변호사를 찾아서 도와줄게요. 언니가 쟁취해야 하는 건 그 사람들한테 빼앗기지 말고 끝까지 쟁취해요. 그리고 우빈이 양육권도 꼭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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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주우빈은 엄마 품에서 바로 단잠에 빠졌다.하예진은 아들이 잠든 틈에 아들을 여동생에게 맡겼다. 동생네 부부가 주우빈을 챙기려고 가정부까지 구했다는 걸 안 하예진은 그들에게 고맙기 그지없었다.아직 그녀가 완전히 일어서지 못했기에 두 사람의 은혜를 마음속에 간직했다가 나중에 일어서면 제대로 보답할 생각이었다.하예진은 곧장 출근하러 갔다.유일한 절친의 전화를 받은 성소현은 하예정과 심효진에게 인사한 후 부랴부랴 가버렸다.“효진아, 먼저 가게에서 우빈이 봐줘. 숙희 아주머니랑 침구 용품 좀 사고 올게.”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쓸 침대, 서랍, 침구 용품을 사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다.“알았어.”심효진이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지금부터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주 한가한 시간이라 그녀는 늘 소설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숙희 아주머니가 말했다.“예정 씨 혼자 가서 사도 돼요. 이따가 우빈이 깨어나면 봐줄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주우빈에게 그런 할머니가 있다는 걸 안 숙희 아주머니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성소현의 말대로 이렇게나 귀여운 아이를 어찌 미워할 수 있냐는 말이다. 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예진 씨가 아들을 낳았는데도 시댁에서 우빈이한테 이러는데 만약 딸이었으면 어땠겠어. 그래도 예진 씨가 이혼하겠다고 마음먹어서 다행이야. 저런 시댁이라면 진작 이혼했어야 해.’숙희 아주머니가 남아서 주우빈을 돌보겠다고 하자 하예정은 혼자 차를 운전하여 숙희 아주머니가 쓸 침대와 서랍을 사러 갔다. 그렇게 온 오후 돌아다니고 나서야 모든 일을 마쳤다.해 질 무렵 가게로 돌아와 바쁜 시간을 보낸 후 퇴근한 언니가 주우빈을 데리러 왔고 심효진도 집으로 돌아갔다. 하예정과 숙희 아주머니 둘이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30분 후, 전태윤이 가게로 왔다.“오늘은 야근 안 해요?”차분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남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하예정은 마음이 설렜다. 그의 비주얼은 뭐 말할 것도 없었고 남성적인 매력이 흘러넘쳤다.“급한 일만 마무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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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그런데 아쉽게도 그의 친구들도 하나같이 경험이 없었다. 그렇다고 할머니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웃으시겠는가 말이다.얼마 전에 할머니 앞에서 절대 와이프에게 목을 매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것만 생각하면 전태윤은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굳이 목을 매지 않아도 하예정은 이미 그의 아내다.“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몸 상하지 않게 쉬면서 할게요.”하예정은 민첩하고 교묘한 두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태윤 씨, 먼저 아주머니랑 집에 가 있어요. 갈 때 봄이랑 얘네들 데려가는 거 잊지 말고요.”전태윤이 눈살을 찌푸렸다.“싫어, 안 데려가.”“그럼 아주머니한테 맡겨요. 지금 가게도 바쁜 타임이 아니라서 두 사람 여기 있어 봤자 도와줄 것도 없어요. 차라리 집에 가서 아주머니한테 방 정리나 하라고 하세요.”“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어?”하예정은 그를 힐끗 올려다보더니 이내 하던 일을 계속하며 피식 웃었다.“태윤 씨 참 예민한 사람 같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럼 말해봐요, 여기 남아서 뭘 도와줄 수 있는지?”전태윤은 얼굴만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예품을 만들 줄도 모르고 물건을 팔아주려고 해도 표정이 너무 심각하여 학생들이 놀랄 게 뻔했다.현실 앞에서 전태윤은 자신이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할머니는 왜 하필 이렇게 뭐든지 다 잘하는 와이프를 찾아준 거야? 내가 나설 기회가 없잖아!’전태윤은 속으로 할머니를 탓했다. 만약 할머니가 그의 생각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어차피 예정이랑 반년 계약을 했으니 계약이 만료되면 이혼할 거잖아.”전태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자 숙희 아주머니가 나서서 말했다.“예정 씨, 저 갈아입을 옷만 몇 벌 가져와서 정리할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리 급하게 안 가도 돼요.”그들 모두 집에 갈 생각이 없자 하예정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숙희 아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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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사실을 확인받은 하예정은 성소현 대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대표님한테 아내가 있다니... 소현 씨 포기해야겠어요.’그녀는 성소현이 하루빨리 전씨 가문의 도련님에 대한 마음을 접고 그녀만의 행복을 찾길 바랐다.“도련님이 결혼했는데 왜 아무 소식도 전해진 게 없는 거죠?”성소현마저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게 이상했다.“자기 와이프를 지키려고 그러겠지. 우리 대표님 잘생긴 데다가 젊고 돈도 많아. 대표님을 본 젊은 여자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끌릴걸? 공개적으로 고백한 여자가 성소현 씨밖에 없다고 해서 대표님을 좋아하는 여자가 적다는 건 아니야. 다른 여자들은 그럴 용기가 없는 거지. 대표님은 사랑하는 아내의 신분과 얼굴이 공개되면 아내한테 성가신 일이 자꾸 생기고 방심한 틈에 누군가 아내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현 씨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소현 씨에 대한 오해가 너무 커요. 전씨 가문 도련님이 소현 씨를 좋아하지 않는 건 두 사람의 인연이 아니라는 거겠죠.”하예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소현 씨가 하루빨리 상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네요. 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으니까 굳이 도련님한테만 목을 맬 필요는 없잖아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 참, 태윤 씨 드디어 대표님의 얼굴을 봤네요. 어때요? 잘생겼어요? 얼굴은 늙었던가요?”전태윤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왜 자꾸만 날 늙은 남자로 생각하는 거지? 인제 고작 30살인데. 남자 30살은 아직 엄청 젊다고!’“잘생겼어, 늙지도 않았고. 아무튼 엄청 매력 있어. 내가 만약 여자였다면 나도 우리 대표님을 좋아했을 거야.”하예정이 히죽 웃었다.“태윤 씨랑 비하면 어때요?”전태윤이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음... 내가 조금 더 잘생긴 것 같은데.”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자뻑하는 거 아니죠? 전씨 가문의 도련님을 뵌 적이 없어서 누가 더 나은지 판단할 수가 없네요.”숙희 아주머니는 구석에서 입을 막고 웃음을 참느라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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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평소 밀린 주문을 해결하느라 늘 늦은 밤이 돼서야 가게 문을 닫았다. 하예정이 그를 보며 말했다.“태윤 씨 아직 그 정도로 영향력이 크진 않아요.”전태윤이 입을 꾹 다물었다.“언니가 오늘 저녁에 주형인한테 이혼 얘기를 꺼내겠다던데... 조금 걱정돼요.”“그럼 나랑 같이 보러 갈래?”하예정이 시간을 확인했다.“이 시간이면 아직 주형인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예요. 평소 늘 한밤중에 들어온대요.”두 자매가 어리석은 탓도 조금은 있었다. 주형인이 사장으로 승진한 후 일도 바쁘고 술자리도 많아 한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연녀와 함께 있었던 것이었다.“처형을 믿어. 처형이 알아서 잘할 거야.”전태윤은 그녀에게 이런 위로밖에 건넬 게 없었다. 하예정이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왠지 자꾸만 순탄치 않을 거란 예감이 들어요. 주씨 가문 사람들이 얼마나 뻔뻔한데요. 그 사람들 언니를 회사에 나가지 못 하게 하려고 우빈이를 일부러 아프게 할 생각까지 했다니까요.”그녀는 김은희가 한 짓을 전태윤에게 곧이곧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전태윤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우빈이는 괜찮아?”“아직은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몰라요. 언니가 그러는데 정한이가 걸린 게 독감이라서 다른 애들한테 쉽게 전염된대요. 우빈이 평소 건강하고 면역력도 높아서 아무 일도 없길 바라야죠.”“처형에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우리한테 전화하라고 해. 그리고 이혼할 때 쟁취할 건 끝까지 쟁취하고. 특히 우빈이 양육권은 반드시 가져와야 해. 우빈이를 그런 사람들한테 맡겼다간 어떤 학대를 당할지 몰라.”주형인에게 애인이 생긴 데다가 일도 바빠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라곤 있을 리가 없다. 하여 주우빈을 무조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길 게 뻔했다.주형인의 부모는 맨날 주서인의 아이만 돌봐서 편애가 심했다. 주우빈이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다면 보살핌이라곤 전혀 받지 못할 것이다.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 모두 언니에게 같은 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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