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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그런데 아쉽게도 그의 친구들도 하나같이 경험이 없었다. 그렇다고 할머니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웃으시겠는가 말이다.

얼마 전에 할머니 앞에서 절대 와이프에게 목을 매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것만 생각하면 전태윤은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굳이 목을 매지 않아도 하예정은 이미 그의 아내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몸 상하지 않게 쉬면서 할게요.”

하예정은 민첩하고 교묘한 두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태윤 씨, 먼저 아주머니랑 집에 가 있어요. 갈 때 봄이랑 얘네들 데려가는 거 잊지 말고요.”

전태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싫어, 안 데려가.”

“그럼 아주머니한테 맡겨요. 지금 가게도 바쁜 타임이 아니라서 두 사람 여기 있어 봤자 도와줄 것도 없어요. 차라리 집에 가서 아주머니한테 방 정리나 하라고 하세요.”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어?”

하예정은 그를 힐끗 올려다보더니 이내 하던 일을 계속하며 피식 웃었다.

“태윤 씨 참 예민한 사람 같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럼 말해봐요, 여기 남아서 뭘 도와줄 수 있는지?”

전태윤은 얼굴만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예품을 만들 줄도 모르고 물건을 팔아주려고 해도 표정이 너무 심각하여 학생들이 놀랄 게 뻔했다.

현실 앞에서 전태윤은 자신이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렇게 뭐든지 다 잘하는 와이프를 찾아준 거야? 내가 나설 기회가 없잖아!’

전태윤은 속으로 할머니를 탓했다. 만약 할머니가 그의 생각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어차피 예정이랑 반년 계약을 했으니 계약이 만료되면 이혼할 거잖아.”

전태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자 숙희 아주머니가 나서서 말했다.

“예정 씨, 저 갈아입을 옷만 몇 벌 가져와서 정리할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리 급하게 안 가도 돼요.”

그들 모두 집에 갈 생각이 없자 하예정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숙희 아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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