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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2577 챕터

제361화

잠시 후 하예정이 말했다.“들어보니까 괜찮은 것 같네요. 효진이가 전에 소개팅했던 남자들보단 괜찮아 보여요. 내일 효진이한테 제대로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태윤 씨, 너무 늦었어요. 난 이만 돌아가서 씻고 잘래요.”하예정은 쇼핑하느라 몸이 노곤했다.전태윤도 함께 일어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잘 자!”하예정은 그와 인사를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갔다. 쇼핑하면서 사 온 물건들도 정리하기 귀찮았다.‘내일 아침 일어나서 다시 정리하면 돼.’하예정은 미련 없이 곧바로 제 방으로 돌아갔고 전태윤은 선 자리에서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한참 뒤, 그는 발코니로 걸어가 그네에 앉아서 밤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했다.‘이젠 예정이랑 어떻게 지내야 하지?’전태윤은 늦게 자는 것에 익숙해져 11시가 다 돼서야 방으로 돌아갔다.그들 부부는 한집에서 살지만 각방을 쓰고 있었다.그는 하예정의 방에 들어가지 않고 하예정도 그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두 개의 문이 굳게 닫히면 둘은 마치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했다.한편 이는 전태윤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였다.그렇게 고요한 밤이 흘러갔다.다음날 하예정은 늘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습관대로 발코니에 걸어가 꽃을 다루었다.발코니에 작은 개미들이 몇 마리 있었는데 허리 숙여 보자 개미들이 나란히 기어간 방향에 화분이 몇 개 더 놓여 있었다.지난번 거실에 왜 개미가 그렇게 많았던지 그녀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화분의 흙 속에 개미 알이 있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개미가 된다. 하예정은 발코니의 화분들을 사 온 뒤로 살충제를 한 번도 뿌리지 않았다.평소 꽃에 물을 줄 때 허리를 굽히지 않아 화분 속에 개미가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물을 다 준 후 하예정은 지갑을 챙겨 장 보러 갔다. 식자재도 살 겸 살충제도 사서 화분 속에 뿌릴 생각이었다.‘앞으론 주기적으로 화분에 살충제를 뿌려야겠어. 개미가 판을 치잖아.’하예정은 장 보러 간 지 30분 후에 고기와 야채가 담긴 봉투를 한가득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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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숙희가 눈웃음 지으며 인사를 올렸다.전태윤은 사전에 하예정 앞에서 절대 본인을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태윤 씨라고 호칭을 바꾸라고 명령했었다.“오셨어요, 아주머니. 예정아, 이분이 바로 전에 말했던 숙희 아주머니야.”전태윤이 서둘러 소개를 마친 후 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오는 길에 이미 아주머니를 만나서 자기소개 다 마쳤어요. 아주머니, 얼른 앉으세요. 저는 장 봐온 거 정리해야겠어요.”“사모님, 제가 할게요.”“아주머니.”숙희 아주머니가 난처한 듯 웃으며 전태윤을 힐긋 바라보더니 더는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예정 씨라고 호칭을 바꿨다.“태윤 씨, 예정 씨, 두 분 아직 아침 안 드셨죠? 제가 얼른 아침 식사를 준비할게요.”하예정이 말리고 싶었지만 숙희가 웃으며 말했다.“예정 씨, 저는 가정부예요. 제가 해야 할 일들은 태윤 씨께서 이미 다 말씀해주셨어요. 오늘부터 정식 출근으로 월급을 정산해주는데 근무 시간에 놀기만 하고 예정 씨에게 일을 떠밀 순 없잖아요.”하예정은 어쩔 수 없이 장 봐온 식자재들을 숙희에게 건넸다. 숙희는 식자재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아주머니, 소꼬리 뼈랑 옥수수, 당근, 원두, 그리고 소시지 두 개와 야채는 제가 이따가 가게로 갖고 가서 점심으로 먹어야 할 것들이에요.”숙희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전해졌다.“알겠어요, 예정 씨.”그녀는 곧바로 하예정이 가게로 가져가려는 식자재를 따로 빼놓고 나머지 재료들로 세 사람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하예정은 주방 문 앞에 한참 서서 숙희를 바라봤다. 숙희는 능수능란하고 손놀림도 빠르며 매우 깔끔하여 항상 행주로 싱크대를 닦았다.하예정은 시름 놓고 발코니로 향했다.전태윤도 그녀 따라 발코니로 걸어갔다.“아주머니 매우 꼼꼼하셔.”전태윤은 아내의 손에 든 작은 봉투를 힐긋 바라봤다. 봉투 안에 작은 포장으로 된 물건이 몇 개 들어 있었다.“그건 뭐야?”“개미 약이에요. 이 화분들을 사 온 뒤로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서 개미가 생겨났어요. 흙 속에 개미 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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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전태윤은 그녀가 와서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한참을 방 안에 있었다.“태윤 씨, 아주머니께서 아침을 다 하셨대요.”하예정은 그의 문 앞에서 노크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한편 그녀는 속으로 구시렁댔다.‘옷 갈아입는 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려?’전태윤은 평소 무슨 일이든 신속하고 깔끔하게 하는 편이지 종래로 꾸물거리는 성격이 아니었다.아, 참, 꽃다발을 건넬 땐 매우 꾸물거렸다.전태윤이 문을 열고 나왔다.그는 셔츠를 입었지만 단추를 채우지 않았다.문을 열자마자 하예정은 은은하게 비친 그의 탄탄한 근육을 봐버렸다.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태윤 씨, 식사해요.”전태윤은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하예정은 횡설수설 말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났다.전태윤은 다시 문을 닫고 단추가 풀린 옷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더 많이 풀었어야 했나? 와이프가 침도 흘리지 않네? 흐음...’그는 왠지 일부러 끼 부리며 아내를 유혹하는 듯싶었다.다만 중요한 건 아직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전태윤은 요 이틀 자신이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이상행동을 보이겠는가. 이따가 회사로 돌아가서 소정남에게 용한 점집을 알고 있으면 몇 집 소개해달라고 부탁할 예정이었다. 이상한 잡귀를 쫓아버려야 하니까.와이프가 문을 두드릴 때까지 꾸물거리던 전태윤은 아내가 노크한 뒤 2분도 채 안 돼 발 빠르게 방에서 나왔다.하예정은 그가 셔츠와 정장 바지만 입고 외투와 넥타이를 걸치지 않은 걸 보더니 또다시 속으로 구시렁댔다.‘태윤 씨 진짜 왜 이러지? 옷 갈아입는 데 한참 걸렸는데 넥타이도 안 한 거야?’“태윤 씨, 예정 씨, 제가 한 음식 어서 맛보세요.”숙희가 다 만든 음식을 들고나와 식탁에 내려놓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부부의 집은 식구가 적어 늘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돼 있었다. 안 그래도 집안일 거리가 얼마 없었는데 숙희 아주머니까지 오니 하예정은 아예 할 일이 없어졌다. 아주머니의 부름에 그녀는 곧바로 달려왔다.“아주머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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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하예정이 맛있게 먹어주자 숙희 아주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문득 그녀도 배가 고파 전태윤을 쳐다보지 않고 마음껏 아침을 먹었다.배불리 먹은 후 숙희 아주머니는 설거지하러 주방으로 들어갔고 하예정은 의자를 당겨 전태윤의 곁으로 다가갔다.전태윤은 순간 고슴도치처럼 온몸의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다.그는 이번에 경계한 게 아니라 바짝 긴장해 하고 있었다. 아내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당황했다.“태윤 씨, 우리 집에 손님방은 있는데 침대가 없네요. 이따가 우빈이 데려오고 아주머니랑 우빈이를 가게에 보내요. 그리고 우린 아주머니께 침대랑 침대 용품 사드리러 가요. 바닥에 주무시게 할 순 없잖아요.”고슴도치는 그제야 가시를 걷었다.“당신이 이 집 주인이니까 알아서 하면 돼.”전태윤은 오늘 오전 중요한 회의가 있어 그녀와 함께 침대 용품을 사러 갈 시간이 없었다.“저번에 준 2천만 원 거의 다 썼지? 이따가 회사 가서 인터넷 뱅킹으로 지난번 그 카드에 계좌 이체해줄게. 아주머니는 비록 우빈이 돌보는 가정부이긴 하지만 소홀히 할 순 없지. 침대 좋은 거로 사. 돈 아끼지 말고.”“아직 돈 남았어요. 이체 안 해도 충분히 살 돈 돼요. 걱정 말아요. 나 그렇게 가정부 학대하는 사람 아니니까.”생활용 카드에 돈을 입금해준다는 말에 하예정은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부부가 냉전할 때 그녀는 기분이 우울하여 쇼핑으로 미친 듯이 카드를 긁었는데 그 카드가 바로 생활용 카드였다. 그때 하예정은 전태윤의 돈을 엄청 많이 썼었다.하여 아주머니의 침대는 본인 돈을 쓰기로 했다.‘저번에 미친 듯이 카드를 긁은 보답이라고 해두지.’그들 부부는 서로 묵묵히 배려했다.하예정은 그에게 공짜로 받으려 하지 않고 그 또한 하예정을 저울질하지 않았다.서로 존중해주며 평화롭게 지냈다.전태윤은 온화한 표정으로 변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짙어 속내를 알아챌 수 없었다.다만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하예정은 오히려 그가 이렇게 묵묵히 바라보는 모습에 적응됐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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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생각을 마친 하예정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넥타이를 매는 법을 검색했다.그녀는 재빨리 두 번 본 후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이어서 앞으로 다가가 전태윤의 손에 쥔 넥타이를 들고 한 번 잡아당기더니 그의 목에 걸었다.‘방에 가서 옷 좀 갈아입지. 여자들이 외출 전 메이크업하는 것보다 더 느려. 넥타이도 안 매고 말이야.’숙희 아주머니는 가벼운 걸음으로 밖에 나가 부부를 기다렸다.“내가 아는 남자 중에 쓰레기 같은 형부와 진우 말곤 아무도 정장에 넥타이를 두르지 않아요. 나 한 번도 넥타이를 매준 적이 없어서 급하게 인터넷으로 배웠는데 제대로 되겠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꽉 조여도 너그럽게 이해해줘요.”전태윤은 구시렁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경험이 없다는 건 단 한 번도 남자에게 넥타이를 매준 적이 없다는 뜻일 텐데.지금 그에게 넥타이를 매주기 위해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서 배웠다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비록 영상을 두 번이나 봤지만 여전히 제대로 매지 못했다. 보기엔 쉬워도 직접 하려니까 너무 어려웠다.애초에 공예품을 만들 때도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았다.“내가 할게.”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직접 넥타이를 맸다. 더 기다리다가 그녀에게 목이 졸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하예정은 한숨을 돌리더니 얼굴이 또다시 빨개졌다.‘왜 이렇게 쉬운 것도 못 하는 걸까?’이건 마치 어릴 때 다른 애들이 넥타이를 두르는 모습이 예뻐 보여 본인도 직접 해보았지만 매면 맬수록 매듭이 꽉 조여지는 그런 기분이었다.‘진작 혼자 맬 것이지.’하예정이 속으로 투덜거렸다.전에는 그녀가 얼굴 한번 만져도 기겁하며 몸을 피하더니 이젠 넥타이를 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전태윤은 홀로 넥타이를 매고 외투를 입었다. 하예정이 돈 봉투를 챙기고 먼저 나가자 그는 말문이 턱 막혔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먼저 광명 아파트로 향했다. 하예진은 우빈과 함께 집 아래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언니, 나 오늘 좀 늦었지.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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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돈을 벌려면 아이와 함께 있어 줄 수 없다.하예진은 코를 훌쩍거리며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독하게 앞으로 나아갔다.아들의 울음소리가 안 들리면 괜찮아질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 숙희 아주머니가 한참 달랜 후에야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다만 혼자 앉지 않고 하예정의 품에 움츠려 두 손으로 그녀를 꼭 껴안고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우빈이... 버렸어요?”하예정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미처 알아듣지 못했다.그녀는 아이를 어루만지며 온화하게 물었다.“우빈이, 방금 뭐라고 했어?”주우빈이 고개를 들어 하예정을 빤히 쳐다봤다.“엄마가 우빈이 버렸어요?”“누가 그래? 엄마는 우빈이 버린 게 아니라 출근하러 가신 것뿐이야. 매일 밤 돌아와 우빈이랑 함께 있잖아.”주우빈이 가여운 눈빛으로 말했다.“아빠가 그랬어요.”하예정은 순간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주형인 이 인간쓰레기는 언니가 출근하는 걸 반대할 뿐만 아니라 아이 앞에서 헛소리까지 지껄였다. 우빈을 이용하여 언니가 다시 직장에 돌아가는 걸 막으려는 속셈이었다.“우빈아, 아빠가 거짓말한 거야. 엄마는 절대 우빈이 버리지 않아. 아까 말씀하셨지, 점심에 꼭 우빈이 보러 온다고 말이야.”주우빈은 이제 2살이라 철들 나이가 아니지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엄마와 이모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여 아이는 이모가 한 말을 굳게 믿고 걱정을 내려놓았다.가게로 가는 길에 숙희 아주머니가 아이를 잘 달래주었고 문 앞에 도착한 후 전태윤이 차를 세우자 우빈과 아주머니가 차에서 내렸다.하예정은 그제야 마음이 놓여 남편에게 말했다.“태윤 씨가 찾은 가정부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나 봐요. 이렇게 빨리 우빈이랑 친해졌잖아요.”“숙희 아주머니는 참 훌륭한 가정부야. 집안일이며 장 보고 음식 하는 일이며, 아이를 돌보고 숙제까지 잘 가르쳐줘.”“아주머니가 일을 잘하시면 월급 올려줘야겠어요.”하예정의 온라인 스토어 수입이 올라 지갑이 조금 두툼해졌다. 숙희 아주머니가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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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전태윤은 일반 SUV를 타고 관성중학교를 떠나 늘 가던 곳에 도착한 후 경호원에게 이 차를 맡기고는 그의 전용 롤스로이스에 올라탔다.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박 집사에게 전화해 어린이 안전 의자를 보내오라고 분부했다.성소현은 또다시 그의 회사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가 가는 길을 막진 않았다.그녀는 묵묵히 제자리에 서서 그의 전용차가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봤다.성소현은 전태윤을 향한 마음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오늘이 마지막이야. 앞으론 더이상 보러 오지 말자.’전태윤이 낀 반지가 기혼이 아니라 그녀를 마음 접게 하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그땐 아마 또다시 그에게 대시할 것이다.전씨 그룹의 대문은 전태윤의 전용차가 회사로 들어가자 곧바로 굳게 닫혔다.성소현은 롤스로이스가 눈앞에서 사라진 후에도 한참 서 있다가 쓸쓸하게 제 차로 돌아갔다.그녀는 또 한참 넋 놓고 있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천천히 시동을 걸더니 갑자기 속도를 올려 도로를 질주했다.성소현은 기분이 나쁠 때마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2시간 후, 그녀의 차가 하예정의 가게 앞에 도착했다.인기척을 들은 심효진이 안에서 나오자 성소현도 마침 차에서 내렸다. 심효진은 반갑게 웃으며 그녀를 맞아주었다.“어머, 소현 씨.”성소현은 2시간 쇼핑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심효진을 본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효진 씨, 마침 잘 왔네요. 이것 좀 도와줘요. 물건을 너무 많이 사서 뒷좌석이 꽉 찼어요. 물건 좀 옮겨줄래요?”심효진이 그녀의 차를 힐긋 보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소현 씨, 뭘 이렇게 많이 샀어요?”“눈에 보이는 대로 다 샀어요. 뭐가 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먹고 놀고 입고, 그냥 다 들어있을 거예요.”성소현은 한바탕 화끈하게 쇼핑했다.심효진이 하예정을 불러오자 그녀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어서 성소현의 리드 하에 세 여자는 차 안의 모든 물건을 가게로 옮겼다.“장난감은 우빈이 거예요.”성소현은 다른 물건은 몰라도 장난감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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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그러니까 나 구해주는 셈 치고 얼른 받아요.”성소현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들에게 부탁했다.성씨 일가는 돈이 엄청 많지만 그녀의 엄마는 보육원에서 자라 재벌가에 시집온 지 수십 년이 되어도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성소현의 엄마는 돈 낭비를 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하예정이 속으로 구시렁댔다.‘역시 돈이 많으니까 제멋대로야!’심효진도 자신이 평소 돈을 많이 쓰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진정한 재벌가의 고명딸 성소현과는 아예 비할 바가 못 됐다.“예정 씨, 이분은?”성소현이 숙희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예정에게 물었다.“우빈이 돌봐주시는 가정부예요. 나랑 효진이가 가끔 바쁠 때 우빈이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해서요. 그래야 우리 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거든요.”아이를 돌보는 일은 무엇보다 책임감이 우선 순이었다.하예정은 우빈이만큼은 엄청 신경을 써주었다.“그건 그래요.”성소현은 숙희 아주머니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하예정이 관심 조로 그녀에게 물었다.“소현 씨 오늘 왜 기분 나빴어요?”“편하게 말 놔도 돼요. 목표가 사라지니까 기분도 가라앉더라고요.”성소현은 하예정이 따라준 물을 두어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글쎄 결혼반지를 꼈더라고요.”“네?”하예정이 화들짝 놀랐다.숙희 아주머니도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오늘 아침 도련님과 사모님은 모두 반지를 끼지 않았다.심효진도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분 결혼하셨어요? 왜 전혀 들은 바가 없죠? 그분 신분에 결혼식을 올리면 관성 전체가 떠들썩해지겠는데요. 언론사 기자들도 서로 앞다투어 기사를 다룰 거라고요.”성소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속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결혼했단 말은 들은 적 없지만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낀 건 확실해요. 너무 눈부셔서 절대 잘못 봤을 리가 없어요.”“아니 그건...”하예정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성소현이 전 대표님을 정말 사랑한다는 걸 하예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도 성소현을 항상 응원해주고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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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하예정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다독였다.“소현 씨는 참 괜찮은 여자예요. 소현 씨 남자가 아니면 쿨하게 포기하고 다음 행복을 찾아 나서야죠.”성소현은 입술을 앙다물고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꾹 참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나만 원한다면 남자들은 항상 줄지어 있어요. 굳이 임자 있는 남자를 뺏고 싶진 않아요!”심효진도 한마디 곁들였다.“혼자 지내도 얼마나 자유롭고 편한데요.”그녀는 아직 누군가를 진짜 사랑한 적이 없어 성소현의 아픔을 이해하기 어려웠다.성소현은 그녀를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빨개진 눈시울로 웃음을 터트렸다.“효진 씨가 도 사모님 연회에서 드러누운 일이 우리 관성의 상류층에서 소문이 쫙 퍼졌어요. 그땐 효진 씨가 만취해서 그런 거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의 맞죠? 가족들이 그렇게 결혼을 다그친다면서요?”심효진이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지금은 한결 조용해졌어요. 엄마랑 고모가 더는 함께 모여 날 어느 재벌 2세에게 시집 보낼지 수군거리지 않는다니까요.”성소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효진 씨 그 방법 대박이네요. 고모님은 아마 사모님들 앞에서 다시는 효진 씨 얘기를 꺼내지 않으실 거예요. 전에 엄마랑 함께 연회에 참석했을 때 효진 씨 고모님과 얘기를 나눈 적 있는데 아들 따님 얘기 말곤 종일 효진 씨를 칭찬했어요.”“다행히 내가 물을 엎질러버렸죠.”심효진은 그날 밤 일을 떠올리며 자지러지게 웃었다.“아 참, 깜빡할 뻔했어. 효진아, 너 소개팅 나갈래? 우리 남편 회사 동료분인데 나이도 남편이랑 비슷하고 엄청 잘생겼대. 연봉도 높고 집안 조건도 좋아. 업무가 너무 많다 보니 연애할 시간이 없었대.”심효진이 물었다.“너희 부부 지금 나한테 선 자리 마련해주는 거야?”“나한테 얼핏 얘기했는데 남자분 조건이 괜찮은 것 같아. 너 만나볼 의향 있으면 남편더러 약속 잡으라고 할게. 싫으면 내가 대신 거절하면 돼.”심효진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친구 부부가 처음 마련해준 소개팅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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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그녀의 오빠가 성씨 그룹을 인수하기 전부터 엄마의 위상이 아빠보다 높았다. 회사 임원 층은 그녀의 어머니를 더 중히 여겼다.이로써 성소현의 어머니가 성씨 그룹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맞아요, 나도 소현 씨랑 같은 생각이에요.”심효진과 성소현은 서로 공감했다.심효진의 엄마와 고모가 바로 그녀가 재벌가에 시집가서 전세 역전하길 바라고 있었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난 조건이 비슷한 남자를 찾았잖아요. 재벌가는 꿈도 꾸지 않아요.”전태윤의 월급이 그녀보다 좀 더 높지만 둘은 모두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 서로 같은 수준이었다.“뭐 그렇다면 너희 남편한테 얘기해서 약속 잡아줘, 예정아. 동료분 한번 만나봐야겠어. 누가 알아, 진짜 인연이 될지.”“좋아.”절친한 친구를 위해 반쪽을 찾아줄 수 있다면 하예정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숙희 아주머니는 세 사람이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엿들으며 성소현의 관점에 매우 동의했다.성소현은 그녀들과 함께 있을 때 전혀 틀을 차리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다. 숙희 아주머니는 세간에서 성소현에 대한 오해가 매우 깊다고 생각됐다.그리고 또 한편으로 하예정이 걱정스러웠다.성소현은 하예정이 바로 전씨 그룹 대표님의 아내라는 걸 전혀 몰랐고 하예정 본인조차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 조만간 들통나게 될 터인데 그때 가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원수가 되어 서로 등지는 건 아닐까?여기까지 생각한 숙희 아주머니는 도련님이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것일까?신분을 숨기고 하예정의 성품을 지켜본다 해도 2개월이 거의 다 돼가는데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걸까?숙희 아주머니는 생각만 할 뿐 감히 말을 내뱉지 못했다.“카톡, 카톡...”이때 하예정의 카톡이 울렸다.클릭해보니 전태윤한테서 온 문자였다.생활용 카드에 300만 원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상여금으로 600만 원을 받았는데 절반은 그녀에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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