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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2577 챕터

제381화

전태윤과 하예정이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때 전태윤이 물었다.“언니 집에 가볼래?”하예정이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주형인이 아직 안 들어왔을 거예요.”그녀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언니 일은 언니가 알아서 해결하게 놔두는 게 좋겠어요. 내 도움이 필요할 때 언니가 말만 꺼내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예요.”전태윤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더니 몇 분 후 갑자기 그녀에게 말했다.“너 기분도 안 좋아 보이는데 오늘은 그만 문 닫는 게 어때? 나랑 바람이나 쐬러 가자.”하예정이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요.”언니의 결혼 얘기만 꺼내면 하예정은 기분이 확 다운되었다.두 자매는 오랜 시간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언니가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야말로 잔혹하기 그지없었다.이제 언니의 결혼 생활도 곧 끝나가고 그녀와 전태윤도 힘들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결과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팔자가 사나운 사람은 행복할 자격도 없단 말인가?“가고 싶으면 가자.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고.”평소 하예정을 보는 그의 눈빛이 항상 차가웠기에 눈빛으로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 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럼 지금 문 닫을게요.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고요.”그때 카운터 밑에 앉아있는 봄이를 본 하예정이 다정하게 물었다.“아주머니랑 봄이, 얘네들은 어떡해요? 먼저 집에 데려다줄까요?”그러자 전태윤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왜요?”“차 키 줘.”하예정이 차 키를 꺼내며 물었다.“아주머니 운전할 줄 알아요?”“알아.”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 요구 조건 중 하나가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사는 곳이 시끌벅적한 시 중심과 꽤 거리가 있으니 말이다. 만약 운전할 줄 모른다면 한번 외출하기 어렵다.전태윤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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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그녀의 말에 전태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뭐라 하려는데 하예정이 가로챘다.“나랑 효진이 다른 거로라도 소현 씨한테 갚을 거예요. 절대 공짜로 받지 않아요.”성소현이 물건을 이곳에 가져다 놓으니 그녀와 심효진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받지 않으면 성소현이 화를 낼지도 모르니 일단 받는 수밖에 없었다.물건을 정리하던 두 사람은 성소현이 가져온 물건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무래도 나중에 무슨 수를 써서든 성소현에게 돌려줘야겠다.“공짜로 받는지 안 받는지, 그 문제가 아니야. 가뜩이나 크지 않은 가게에 책장이랑 진열대도 가득한데 성소현 씨는 계속 물건을 잔뜩 가져오잖아. 너한테 팔라고 준 것도 아니고, 괜히 자리만 차지해.”사실 전태윤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아직 그가 아내의 가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성소현이 먼저 차지했으니 말이다. 맨날 그의 아내를 독차지하려는 성소현은 김진우보다도 더 괘씸했다. 왜냐하면 성소현은 여자니까. 그렇다고 해서 하예정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자기야, 난 자기가 성소현 씨랑 가깝게 지내는 게 싫어. 나 질투 나니까 그 여자랑 당장 연락 끊어.”만약 그가 이런 얘기를 한다면 하예정은 아마 괴물을 보듯 그를 볼 것이고 어쩌면 얻어맞을지도 모른다.“집이 널찍하니까... 아니면 먼저 집에 가져갈래요?”전태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성소현이 산 물건을 그녀의 가게에 가져다 놓은 것도 언짢은데 집에까지 들여다 놓는다고?“그만 가자.”고작 이런 일로 하예정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던 전태윤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하예정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부부 싸움을 할 때도 화를 내는 건 전태윤이었다. 전에도 이 같은 경험이 있어 교훈으로 삼았다.그녀는 화가 나면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말고는 여전히 헤벌쭉 웃으며 할 일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화가 나서 별장으로 돌아간 건 전태윤이었다. 다행히 할머니가 타일렀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알았어요.”하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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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하예정이 바닷가로 가서 바닷바람을 쐬자고 하자 전태윤은 곧바로 그녀와 함께 바닷가로 향했다. 물론 오션 뷰가 보이는 그의 별장에는 갈 수가 없었다.다행히 지금 여름이 아닌 데다가 늦은 밤이라 바닷가에 사람이 그지 많지 않았고 그저 여행객들만 조금 있었다.두 부부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바닷바람을 마음껏 쐬었다. 바람에 하예정의 머리가 헝클어졌고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전태윤이 발걸음을 멈추자 하예정도 멈춰 서서 그에게 물었다.“왜 그래요?”전태윤이 양복 외투를 벗어 하예정에게 건넸다.“바닷바람이 세니까 내 옷 입어.”하예정이 외투를 받지 않자 그가 계속하여 말했다.“스스로 입을래? 아니면 내가 입혀줄까?”하예정은 하는 수 없이 외투를 받고 입으면서 말했다.“태윤 씨는 안 추워요?”“나도 추워. 그런데 네가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하예정이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태윤 씨 대답은 드라마에서 봤던 거랑 다르네요.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보통 ‘난 안 추워, 네가 입어’ 이렇게 얘기하거든요.”물론 그의 대답이 그녀에겐 더 진실성 있게 느껴졌다.“바닷바람이 이렇게 차가운 줄 알았으면 오자고 하지 않았을 텐데.”그가 건넨 외투를 입으니 몸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도 마침 그녀를 보고 있어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나도 춥긴 추운데 너처럼 몸을 움츠릴 정도는 아니야. 게다가 긴 팔 셔츠를 입어서 반팔인 너보다 덜 추워.”“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나마 덜 미안하네요.”전태윤이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추운 게 걱정되면 날 안아도 되는데. 따뜻함을 함께 나누면 안 춥잖아.”하예정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지... 지금 날 꼬시는 건가?’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전태윤은 그녀가 아예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 2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가 쫓아와 양복 외투를 다시 건넸다. 그러고는 얘기할 틈도 주지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태윤 씨는 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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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그가 옷을 홀딱 벗고 춤추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전태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도대체 이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거야? 항상 남들과는 다르단 말이지.”하예정이 일부러 말했다.“할머니가 계속 나한테 태윤 씨를 덮쳐서 증손주를 안겨달라고 하시잖아요.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줘야 할지 고민해봐야겠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태윤은 또다시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아야.”하예정도 더는 참지 않고 복수할 겸 그의 두 볼을 꼬집었다.“하예정.”그녀의 두 손을 잡은 전태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하예정은 장난을 멈추고 그의 그윽한 두 눈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태윤 씨, 할 얘기 있으면 해도 되는데 정색하지 말아줄래요? 무섭단 말이에요.”“내 말 들어.”“네. 귀 기울이고 듣고 있어요.”“잘지 말지는 사적인 일이고, 우리 둘만의 일이야. 우리 마음이 가는 대로 해야지, 남의 말을 들어선 안 돼!”전태윤은 두 사람의 첫 관계가 할머니의 간섭하에 이뤄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혼인신고 할 때도 할머니에게 얘기했었다. 이제부터 하예정을 어떻게 대하든 그건 그의 일이니까 더는 간섭하지 말라고 말이다.“그 얘기였군요.”하예정은 긴장을 풀고 그가 잡고 있던 손을 빼고는 걸어가면서 말했다.“농담이에요. 당연히 할머니의 말씀 때문에 그러진 않죠.”그녀도 남녀 사이의 일은 서로 원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전태윤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옳은 것 같으면서도 또 뭔가를 놓친 것 같았다. 그녀가 그를 덮쳐서 하룻밤을 보낼 기회를 날렸다...하지만 그러기엔 조금 이른 것 같았다. 부부 사이가 아직은 그 정도로 활활 타오르진 않았다. 아까 차에서 그녀의 질문에 한 대답처럼 그녀가 아직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한 후 전태윤은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와 속도를 맞추었다.두 사람은 한 해산물 가게로 와서 야식으로 해산물을 먹기로 했다. 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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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전태윤이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이 옷 덮고 자.”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을 필요가 없어 하예정은 거절하지 않고 그의 외투를 덮었다.전태윤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는데 방해될까 봐 음악까지 꺼버렸다.그는 묵묵히 운전에 몰두했고 그녀는 단잠에 빠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이 발렌시아 아파트에 도착했다.경호원들이 아직도 아파트 밑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도련님이 밤새 그들의 시선을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숙희 아주머니가 사모님의 반려동물과 함께 돌아온 걸 보고 경호원들은 도련님이 사모님과 함께 드라이브 갔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마음이 급했지만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할까 봐 누구 하나 감히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전태윤이 운전하여 돌아온 걸 본 경호원들은 혹시라도 사모님에게 들킬까 황급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특히 강일구가 가장 빨리 도망쳤는데 잔디밭에 숨어들 기세였다. 사모님이 그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 절대 들켜선 안 되었다.전태윤은 경호원들의 반응을 못 본 척했다. 하예정이 생각이 없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맨날 집 밑에서 어슬렁거리는 그들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것이다.그는 차를 주차한 후 안전벨트를 풀며 하예정을 불렀다.“예정아, 집 다 왔어.”어찌나 깊이 잠들었는지 그가 불러도 듣지 못하고 곤히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맥주 두 병을 마신 탓인 것 같다.전태윤이 그녀를 살짝 흔들었는데도 몸을 움직이기만 할 뿐 깰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맥주 두 병에 이렇게 곯아떨어진다고? 앞으로는 술 자주 못 마시게 해야겠어.”전태윤은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차 문을 열고 그녀의 안전벨트를 푼 후 품에 끌어안았다.뿔뿔이 흩어졌지만 멀리 가지 않은 경호원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비볐다.자신이 목격한 게 사실이라는 걸 안 경호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그냥 얼른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도련님이랑 사모님 사이가 엄청 좋네.’전태윤은 하예정을 안고 집으로 올라갔다.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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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전태윤은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는 하예정의 방 안에서 마치 도둑처럼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이리저리 뒤졌다. 그런데 그녀가 숨길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찾아봤지만 계약서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대체 어디에 숨긴 거야?’전태윤은 화장대 앞에 서서 화장대를 뚫어져라 내려다보며 조금 전 어느 구석을 뒤지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았다. 모든 서랍을 다 뒤진 후 그의 시선이 상 위에 머물렀다. 상 위에는 금비녀를 그린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전태윤이 그 종이를 들었다.‘그림 엄청 잘 그리네? 그나저나 금비녀는 왜 그렸지?’전태윤은 하예정이 왜 금비녀를 그렸는지 그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종이를 뒤집은 순간 종이에 적힌 내용은 다름 아닌 그가 찾던 계약서였다.그녀가 계약서 뒷면에 그림을 그렸을 줄이야. 이러니 곳곳을 다 뒤져도 찾질 못했지.그는 자리에 앉아 곤히 잠든 하예정을 한참 동안 보다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지어졌다.“하예정, 넌 평생 나 전태윤의 아내로 살아야 해!”만약 할머니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그는 분명 얼굴이 화끈거렸을 것이다. 아내를 쫓아다니지 않겠다던 사람이 지금 몰래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으니 말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의 계약서를 훔친 후 기쁜 마음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숨어서 라이터로 계약서 두 부를 몽땅 태워버렸다. 재가 되어버린 계약서는 변기 물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하예정이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평생 그 계약서를 찾지 못할 것이다....하예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자정이 훌쩍 넘었다.‘아직 샤워도 못 했는데.’원래는 아들을 재운 후 샤워하려고 했었는데 아들을 재우다가 그만 함께 잠이 들고 말았다. 아들과 한잠 자고 나서야 아직 씻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현관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안으로 잠그지 않은 걸 보니 주형인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이리 늦었는데도 안 와? 일부러 피하는 거야?”하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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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하예진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서현주가 전화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바로 통화 화면에서 녹음 버튼을 눌렀다.제부의 친구가 그녀를 도와 주형인의 외도 증거를 모아주면서 그녀에게 그 증거들은 주형인이 정신적으로 외도했다는 증거일 뿐이지, 실질적인 관계가 있었는지는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지금 이 순간 쓰레기 같은 남녀가 함께 있다고 짐작하여 하예진은 일단 녹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당신은 누구죠?”그녀가 침묵하는 사이 서현주는 더없이 우쭐거렸다. 하예진은 대본대로 이어나갔다.주형인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온갖 난리를 피운다면 주형인이 귀찮아서 아들의 양육권도 버리고 그녀와 이혼할 것이다. 그런데 울지도 않고 난리도 피우지 않는다면 주형인은 그녀가 이혼하길 바란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더 질질 끌 것이다.“저는 형인 씨의 비서 서현주라고 합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죠?”서현주가 뻔히 알면서도 물었다.“내가 누구냐고? 형인 씨 와이프다! 형인 씨 어디 갔어? 당신들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야? 당장 형인 씨한테 전화 바꿔!”하예진이 포효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녀의 분노에 서현주는 자신이 승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현주는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얘기했잖아요. 형인 씨 지금 샤워 중이라 빨리 못 나와요. 오늘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고 형인 씨가 얘기 안 했나요? 전 비서인데 당연히 함께해야죠. 우리 다 술을 마신 바람에 운전할 수 없어서 호텔 방 하나 잡았거든요. 이따가 술이 깨면 다시 가려고 했는데 사모님이 이 늦은 밤에 전화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서현주의 말이 참 아니꼽게 들렸다.“대리운전이 그렇게나 많은데 아무 대리운전이나 불러서 오면 되잖아. 굳이 호텔에 있어야 해? 두 사람 나 몰래 무슨 짓 했어? 말해! 당장 말하라고! 남편이 밤늦게 안 들어왔는데 전화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전화하면 네가 어쩔 건데? 그건 형인 씨 와이프인 나의 자유야. 너 같은 외부인이랑 무슨 상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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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서현주는 하예진이 아들을 챙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시간에 아들 혼자 집에 두고 불륜 현장을 잡으러 호텔에 간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예정이한테 전화할까?’하예진이 망설였다.‘이 시간에 자는 사람 깨워도 괜찮나?’잠깐 머뭇거리던 하예진은 주형인이 외도했다는 증거를 잡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결국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맥주 두 병 마시고 깊이 잠든 하예정은 전태윤이 방까지 안고 올라왔다는 것도 몰랐다. 하예진이 걸어온 전화벨 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잠에서 깼다. 휴대전화를 꺼낸 그녀는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예정아, 나 언니야.”“언니, 무슨 일이야?”겨우 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그제야 언니가 형부에게 이혼 얘기를 꺼낸다는 일을 떠올렸다. 부부가 또 싸운 줄로 오해한 그녀는 잠도 채 깨지 못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언니, 왜 그래? 혹시 주형인이 또 언니 때렸어?”“그 사람 아직 집에 안 들어왔어. 저녁에 술 약속 있어서 늦게 들어온다고 했거든. 그런데 새벽 한 시가 거의 되는데도 안 와서 전화하니까 글쎄 서현주가 받는 거야. 두 사람 지금 같이 있어.”“언니 잡으러 가려고?”역시 친자매라 그런지 하예정은 언니의 생각을 단번에 알아챘다.“도둑을 잡으려면 훔친 물건을 잡으라고 했어. 불륜 현장을 제대로 잡아야 나도 떳떳하지.”“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알아. 서현주가 어찌나 시건방을 떠는지 호텔 주소까지 보내더라고. 예정아, 나 혼자 가면 돼. 너 우리 집 와서 우빈이 좀 봐줄 수 있어? 내가 나간 다음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울까 봐 그래.”“언니, 나랑 같이 가자.”“괜찮아.”“언니, 거긴 두 사람이고 언니 혼자 가서 난리 치면 당할 게 뻔해. 호텔 주소 나한테도 보내, 같이 가자. 내가 언니보다 드세서 충분히 그 두 사람 이길 수 있어.”그러자 하예진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예정아, 언니를 믿어. 언니 할 수 있어. 일단 끊을게. 난 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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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하예정은 얘기하면서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 하나를 뺀 후 전태윤에게 건넸다.“이건 언니 집 키예요.”전태윤의 두 눈이 반짝였다. 주형인이 술자리에 참석한다는 걸 전태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주형인이 외도한 증거를 모으라고 했다. 증거를 찾은 소정남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사람까지 붙여서 몰래 주형인의 뒤를 밟고 있었다.하여 주형인이 회사만 나서면 소정남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알고 있었다.저녁에 전태윤과 하예정이 같이 있을 때 소정남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형인과 서현주가 실질적인 관계를 갖도록 부추긴 후 주형인이 가정을 배신했다는 증거를 잡을 계획이었다.그러면 하예진이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 도덕적으로도 우세를 차지하게 된다.지금 주형인과 서현주가 같이 있다면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발전한 걸까? 아니면 전태윤이 부추긴 결과일까?전태윤도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 똑같았다.“어느 호텔에 있는지 알아?”“언니가 안 알려줘요. 오지 말래요.”하예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니는 오히려 동생을 밀어내고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내 친구한테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할게.”“이 늦은 시간에...”“괜찮아. 다음날에 내가 밥 한 끼 사주면 돼.”소정남에게 휴가 하루를 더 주면 그만이다.“예정아, 아직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네 차 키도 줘. 내가 아주머니 깨워서 우빈이 챙기러 처형 집에 가라고 할게. 넌 나랑 같이 처형 찾으러 가자.”전태윤의 당부에 하예정은 차 키를 그에게 건넸다. 차 키를 건네받은 전태윤은 숙희 아주머니의 방문을 노크하며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형 인간인 소정남은 늦게 자고 아침 늦게 깨났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을 때만 일찍 회사에 나오지, 안 그러면 전태윤보다도 늦게 출근했다.전태윤이 전화했을 때 소정남은 여전히 정신이 활기에 차 있었다.“주형인 지금 어디 있어?”전태윤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성씨 그룹 계열사인 호가 호텔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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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전태윤은 문을 잠근 후 하예정을 잡고 걸어가며 말했다.“내 친구가 알아봤는데 네 형부 지금 호가 호텔에 있대. 거긴 성씨 그룹 산하의 호텔이야. 내가 전씨 그룹에 출근해서 아는데 두 그룹이 라이벌 관계야. 혹시라도 성씨 그룹에서 내 얼굴을 알아볼까 봐 검게 칠했어. 이러면 못 알아볼 거야.”하예정은 그가 그린 모반을 힐끔거렸다. 이 급한 와중에 그 생각까지 하다니, 참으로 세심한 사람이었다. 전씨 그룹에 출근하는 사람은 역시 달랐다.하예정은 이젠 할머니의 말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할머니가 그녀 앞에서 전태윤의 칭찬을 늘어놓을 때 전태윤이 아주 세심한 남자라고 했었다. 물론 그가 다정하게 대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세심한 모습을 보여준다.“그럼 갔다 와서 비누로 씻어요.”문구 서점을 운영하는 하예정은 피부에 묻은 펜을 지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전태윤은 갔다 와서 하예정더러 깨끗하게 씻어달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다시 삼켜버렸다.이런 상황에 할머니와 소정남이 옆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그 입은 장식으로 달아놓은 거야? 제 앞의 말도 못 해?”“전 대표, 용기 있게 얘기해!”하예정 부부와 숙희 아주머니는 각자 할 일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서현주는 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후 욕실 문을 두드렸다.주형인이 문을 열자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한참이 지나서야 욕실에서 나왔다. 주형인이 서현주를 안고 나왔는데 그녀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사람이 욕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다 알 것이다.침대에 누운 서현주는 주형인의 품에 안긴 채 갑자기 말했다.“형인 씨, 까먹을 뻔했네요. 아까 형인 씨 와이프가 전화 와서 내가 받았는데 당장 집으로 오래요. 설마 우리 관계 의심하는 건 아니겠죠?”그녀의 말에 주형인이 그녀를 밀어내며 벌떡 일어나 앉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조급하게 말했다.“그걸 왜 인제야 얘기해?”그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아진 서현주가 속상한 척했다.“아까 얘기하려고 욕실 문 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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