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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2577 챕터

제401화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은 후 문에 기댄 채 얼굴을 만져보았다. 얼굴이 아직도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도 왜 얼굴이 빨개졌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어젯밤에 간통 현장을 잡으러 갔다가 귀신이라도 씌었나...’하예정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샤워하러 들어갔다. 이따가 전태윤에게 아침을 준비해줘야 하니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숙희 아주머니 생각에 하예정은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주머니, 이따가 우빈이 데리고 바로 가게로 오시면 돼요. 집에 들를 필요 없어요.”“알았어요.”“언니는 어때요?”“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요. 이따가 아침 먹고 출근해야 한다고 해서 지금 커피 한잔 타고 있어요.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해야 하니까 커피라도 마시면 정신이 들까 해서요.”하예정은 그런 언니가 마음 아팠지만 출근한 지 며칠 안 되어 휴가 내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언니한테 스쿠터 조심해서 타라고 전해주세요.”“그럴게요.”전화를 끊은 하예정은 곧장 샤워하러 들어갔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습관적으로 화장대 앞으로 가서 머리를 빗었다. 그런데 문득 화장대 위에 놓여있던 뭔가가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내가 그린 금비녀 어디 갔지?’그건 그녀가 직접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팔려고 그린 비녀 샘플이었는데 족히 이틀 저녁이라는 시간을 들여 그린 것이었다.하예정은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그림을 찾았다. 그런데 한참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왜 없어졌지? 분명 화장대 위에 놓았었는데? 내 방에 들어온 사람도 없는데...”그런데 문득 어젯밤 그녀가 곯아떨어져 아무리 깨워도 깨지 않는 바람에 안고 올라와 침대에 눕혔다는 전태윤의 말이 떠올랐다.전태윤이 그녀의 방에 들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사내대장부인 전태윤이 금비녀를 가져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진짜도 아니고 그림인데 말이다.숙희 아주머니가 출근하신 후로 낮에는 줄곧 그녀와 함께 가게에 있었다.‘어젯밤에 먼저 들어가긴 했지만 설마 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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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하지만 그녀는 아무 기억이 없었다.‘고작 맥주 두 병에? 맥주 마시고 깊이 곯아떨어졌다고 해도 취하진 않았는데 왜 토했지? 너무 많이 먹어서 토했나?’하예정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그림 한 장인데 전태윤이 그녀를 속일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알겠다고 한 후 더는 캐묻지 않았다.‘역시 언니 말 들어야 해. 앞으론 술 적게 마셔야겠어.’“다시 찾아줄까?”“그걸 어떻게 찾아요? 찾아도 다 망가졌을 텐데. 괜찮아요.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그리면 돼요.”전태윤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그 그림이 그렇게 중요한 건지 몰랐어. 그냥 아무거나 잡다 보니까 네 그림이더라고. 다음에 다 그리면 화장대 위에 놓지 마. 침대랑 너무 가까워.”“네.”하예정이 속으로 생각했다.‘그런 일이 맨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내가 맨날 술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뭐.’“태윤 씨, 자책하지 말아요.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내 책임이에요. 다시 그리면 되니까 괜찮아요.”“아니면 샘플로 쓰게 진짜 금비녀 하나 사줄까?”하예정이 황급히 거절했다.“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그리면 돼요.”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왜 예정이가 내 재산 보고 나랑 초고속 결혼했다고 의심했었지? 아마 할머니가 맨날 뭐라 하신 것도 있고 할머니를 구한 적도 있어서 할머니를 구한 보수를 얻으려고 했다고 색안경 끼고 봤을 거야.’지금까지 계속 그녀를 오해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원래는 계약서를 써서 그녀를 통제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계약서대로 잘 지키는 바람에 오히려 통제를 당하는 건 그였다.어젯밤 계약서를 없애버렸다는 생각에 전태윤은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었다. 마음속의 돌덩이가 쑥 내려갔으니 앞으로는 아무 스트레스도 없을 것 같다.아침 식사 후, 하예정은 설거지를 했고 전태윤은 하예정이 내려준 커피를 들고 발코니로 가더니 그네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사실 인스턴트 커피였지만 그가 지금까지 마셨던 그 어떤 커피보다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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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회사 건물 앞에서 전태윤을 기다리던 소정남이 전태윤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말했다.“난 오늘 네가 회사에 안 나오는 줄 알았어.”소정남은 전태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경호원들은 건물 앞까지만 동행했다.“내가 회사에 안 나오고 너한테 회의 사회를 맡겼다간 전생에 나한테 빚진 걸 이번 생에 갚는다느니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할 거 아니야.”“네가 날 계속 노예처럼 부려 먹는다는 걸 알긴 아네.”전태윤은 그를 힐끗 째려보았다.“난 너한테 능력을 선보일 기회를 주는 거야. 내가 너한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너희 가문의 중시를 받을 수나 있었겠어?”소씨 가문의 젊은 세대는 전씨 가문의 남자들 못지않게 능력이 뛰어났다. 소정남이 젊은 세대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능력이 뛰어난 데다가 전태윤과 가까이 지내면서 전씨 그룹의 핵심 임원이 되었기 때문이다.그는 가주의 아들이 아님에도 가주의 중시를 받았고 소씨 가문의 중요한 조카였기에 소씨 가문에서 소정남의 지위가 아주 높았다. 게다가 가주 자리에도 관심이 없어 가주 아들의 신임을 얻었고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다.소정남이 배시시 웃었다.“그건 네가 날 너의 정보통으로 키우기 위해서 그런 거지. 마침 내가 또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잖아. 네가 나한테 부탁하는 사적인 일들은 전부 흥미로운 뉴스거리들이야.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돈이 부족해서 너의 개인적인 일을 연예 전문 기자한테 아무거나 말해도 엄청 많은 돈을 벌걸?”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후 전태윤이 말했다.“너의 재산을 몽땅 나한테 넘기지 않는 이상 네가 돈이 부족할 일은 없어.”소정남은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고 구경하길 좋아하지만 그래도 입은 아주 무거운 사람이었다. 안 그러면 전태윤이 그에게 믿고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성기현이 소정남을 여러 번이나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정남을 빼앗아가려 했는지 모른다. 소정남에게서 전씨 그룹 내부의 기밀을 빼내려 했지만 전부 실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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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전태윤은 어이가 없는지 소정남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정남이 멋쩍게 코를 만지작거렸다.“갑자기 효진 씨와의 소개팅이 엄청 기대되네.”“토요일 오후로 약속 잡았어. 장소는 네가 정해서 나한테 알려줘. 예정이더러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할게.”“그럼 모레네. 전태윤, 나 지금 멋있어? 얼굴에 여드름은 없어? 수염은 안 길고?”두 사람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전태윤은 재잘거리는 소정남을 내팽개치고 얼른 내렸다. 소정남이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전 대표님, 소 이사님.”조 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조 비서의 인사에 답했다.대표 사무실에 들어온 전태윤은 휴게실 문 앞을 가리키며 소정남에게 말했다.“휴게실 안에 거울 있어. 들어가서 거울 봐봐.”소정남이 의자를 빼서 그의 테이블 앞에 앉으며 웃었다.“내 비주얼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어. 효진 씨가 날 보면 무조건 첫눈에 반할 거야.”“예정이가 내 얼굴을 보고도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았어. 효진 씨는 예정이 절친이니까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성격이 비슷할 거야.”그러자 소정남이 말했다.“네가 그러니까 자신감이 사라지잖아. 너처럼 주선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효진 씨를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늘어놓아도 모자랄 판에.”“싫은데?”소정남은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한참 후 그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전태윤, 넌 될수록 입을 열지 마. 입만 열면 너무 날카로워서 내가 다 찔려죽을 것 같아.”“주형인이랑 서현주네 가족을 잘 지켜봐. 그 자식 처형한테 이혼하자고 했으니까 흠집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을 거야.”“그건 걱정하지 마. 사람 붙여서 계속 지켜보고 있어.”“계속 여기 앉아있을 작정이야?”“다른 얘기 할 건 없고?”소정남은 원하는 가십거리를 듣지 못해 불만이 가득했고 전태윤은 한시라도 빨리 소정남을 내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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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문제는 몸이 너무 뚱뚱해. 내가 매일 출근 전에 회사 건물 앞 작은 공원을 다섯 바퀴 뛰고 출근하라고 했거든. 못 뛰면 출근하지 말라고 했어. 이렇게라도 다이어트하게 하려고. 한 달이면 효과가 별로 없으니까 수습 기간 3개월로 한 거야.”전태윤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동명이가 꽤 신경 많이 썼네? 일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모자라 비주얼과 몸매까지 걱정하다니. 정말 이 세상에 얘보다 더 좋은 대표는 없을 거야.”“동명아, 수습 기간을 한 달로 줄이고 수습 기간이 끝나면 월급도 올려줘. 만약 처형의 능력이 월급을 올려줄 정도로 뛰어나지 않다면 매달 올린 월급은 내가 따로 너한테 줄게.”“예진 씨 아직은 그냥 재무팀 팀원이라 월급을 올려줘도 얼마 못 올려줘. 많아봤자 이삼십만 원이야. 그걸로 되겠어?”그러자 전태윤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삼십만 원이 너한테는 보잘것없겠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엄청 큰돈이야. 처형이 지금 이혼 준비하는데 아들의 양육권을 가지려면 안정적인 직장에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거든.”“예전에 유진 테크에서 최고재무관리자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능력은 뭐 말할 것도 없어. 오히려 지금 재무팀 팀원 자리를 준 게 미안할 정도야. 수습 기간이 끝나고 월급을 올려주는 건 그래도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괜찮을 거야. 내가 그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따로 안 줘도 돼.”노동명은 소정남만큼 가십거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얘기의 중점을 잘 캐치한 노동명은 전태윤이 자연스럽게 ‘처형’ 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하예진은 하예정의 언니이고 하예정은 전태윤의 아내이다. 하여 전태윤이 하예진을 ‘처형’ 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했다.“고마워, 동명아.”“고맙긴. 예진 씨 지금은 우리 회사 직원인데 당연히 월급 줘야지. 예진 씨 이혼한대?”“남편이 바람 피웠어.”노동명의 얼굴에 전혀 놀란 기색이 없이 덤덤했다.“예전에 우연히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혼자 애를 데리고 길거리를 거닐더라고. 두 번째 만났을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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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우빈이 괜찮니?”김은희는 그런 일을 해놓고 돌아오니 손자가 조금 걱정됐다.정한의 감기로 온 집안이 바람 잘 날 없었다. 반복적인 고열만으로도 어른들의 가슴을 졸였다.우빈은 정한보다 한 살 어려 진짜 감염되면 얼마나 들볶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나 아직 집에 안 들어가서 우빈이 못 봤어. 아마 괜찮을 거야. 아파트 근처에서 보니까 예진이가 전처럼 출근하던데.”밤새 난리를 피우고 그와 서현주를 두들겨 패기까지 했는데 다음날 하예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출근했다.주형인은 그나마 괜찮지만 서현주는 지금까지 호텔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대문짝만한 손찌검 자국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어젯밤 하예진 자매가 떠난 후 서현주는 그를 부둥켜안고 한참 울었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모든 굴욕이 전부 주형인 때문이라고 원망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우는 모습에 주형인은 가슴이 아팠다.이 일로 그는 이혼할 마음을 더욱 굳혔다.“그럼 다행이네. 나도 시름이 놓이는구나. 그런 일을 하니 이 어미의 마음도 몹시 불편했단다. 우빈이는 어찌 됐든 내 손주 녀석이잖니. 예진이는 참 독해. 그렇게 어린 애를 내버려 두고 출근하다니.”김은희는 잘못을 하예진에게 돌렸다.“형인아, 왜 꼭 지금 이혼하려고 해?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어?”주형인은 또다시 담배를 두어 모금 빨고 고개 들어 난감한 표정으로 부모님을 쳐다보았다.“어젯밤에 현주랑 함께 호텔에 있다가 예진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급한 일인 줄 알고 현주가 대신 받았어. 그런데 뜻밖에도 예진이가 호텔로 찾아온 거야. 처제까지 데리고 와서 나랑 현주 현장을 잡았다니까...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고 현주는 예진이한테 심하게 맞아서 아직도 호텔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엄마, 나 더이상 예진이랑 못 살겠어. 하루도 지낼 수 없어. 당장 이혼할래!”그의 부모님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주경진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들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주형인은 아빠가 그에게 손댈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그는 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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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보아하니 아들 녀석은 이혼할 마음을 굳힌 듯싶었다. 서현주와 호텔까지 갔고 하예진에게 외도 현장까지 들켰으니 하예진의 성격상 절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김은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형인아, 너랑 예진이 결혼하고 나서 줄곧 너만 출근해서 돈 벌었어. 걔는 수입이 아예 없었어. 이혼하게 되면 절차만 밟고 옷이랑 짐 챙겨서 나가라고 해. 다른 물건은 일절 못 가져가!”이미 정해진 이혼이니 최대한 손실을 줄여야 한다.“엄마, 아무것도 못 가져간다는 건 불가능해. 예진이가 원한다면 모를까. 어떻게 맨몸으로 나가겠어. 결혼하고 나서 예진이가 출근은 안 했지만 내 수입도 부부 공동 재산에 속해. 예진이가 이혼 소송 걸면 재산의 절반을 나눠줘야 해. 이 집 대출은 결혼 뒤 내 월급으로 갚고 있지만 내 월급도 혼후 재산이라 예진이 몫이 있어. 이혼하고 걔한테 집을 안 줘도 일정한 금액을 보상해야 해. 내가 계산해봤는데 너무 많이 줄 필요는 없더라고. 인테리어 비용은 예진이가 냈어. 걔가 전에 나한테 한 말이 있거든. 나중에 이혼하면 인테리어 비용은 돌려달라고 했어.”“그 집은 인테리어랑 가전제품까지 포함해서 8400만 원이 들었는데 전부 예진이가 냈어. 그렇지만 나도 전에 똑똑히 얘기했어. 인테리어 비용은 일전 한 푼 돌려줄 수 없다고 말이야. 걔가 원해서 낸 돈이지 내가 협박한 건 아니잖아. 난 절대 돌려주지 않을 거야.”김은희가 말했다.“인테리어 비용을 돌려받는 게 어디 있어? 그건 신경 쓰지 마. 예진이가 무슨 난리를 치든 거들떠보지도 마. 너희 둘 혼후 재산 똑똑히 계산해봤니? 정말 예진이한테 절반 나눠줘야 한다면 대체 얼마를 줘야 해?”“4천만 원 좌우야.”“4천만 원!”김은희가 고함을 질렀다.“안 돼, 형인아. 걔한테 4천만 원 줄 수 없어. 결혼하고 일전 한 푼 벌지 않았는데 무슨 자격으로 네 돈을 4천만 원이나 가져가! 딱 40만 원만 줘. 갖거나 말거나 알아서 하라고 해.”4천만 원은 살을 도려내는 거나 다름없었다.주형인도 하예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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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네가 가서 얘기해. 더치페이 취소하고 앞으로 생활비 더 줄 테니까 이혼하지 말자고. 현주랑 함께 있을 때도 최대한 예진이한테 들키지 않도록 해.”“엄마, 나 반드시 이혼할 거야!”주형인이 단호하게 말했다.“현주는 결혼도 안 한 애가 나만 믿고 따라왔어. 나 반드시 현주 책임져야 해. 두 번 다시 현주 가슴 아프게 안 해.”김은희가 한심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예진이도 너랑 처음 결혼했어! 왜 예진이는 끝까지 책임 안 져? 지금 딴 여자 때문에 네 와이프 속상하게 하는 건 괜찮고?”“엄만 대체 누구 편이야?”김은희가 입을 삐죽거렸다.서현주는 달콤한 말로 그들의 마음을 살살 녹였지만 함께 살림을 차려 나가는 건 그래도 예진이가 더 나았다. 하예진은 고생을 겪어본 아이라 마음이 강하고 단단하지만 서현주는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과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고생이라곤 전혀 해보지 못했다.이런 여자는 함께 행복을 누릴 순 있어도 함께 역경을 파헤치기엔 역부족이다.“예진이한테 요 이틀 서로 시간을 갖자고 얘기했어. 모레 다시 찾아가서 이혼을 상의할 거야. 일단 조건부터 의논해보고 합의가 안 되면 그땐 날 고소하라고 하지 뭐. 어차피 난 무조건 이혼할 거야. 진작 예진이한테 질렸어.”주형인은 무언가에 홀린 듯 이혼하지 못해 안달이었다.예진에게 돈을 보상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그의 재산 일부에 불과했다.아빠 명의하에 있는 돈이야말로 그의 재산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금액은 무려 2억 원이고 하예진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설사 그녀가 안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니 제 앞으로 돌릴 순 없다.주형인의 부모님은 서로를 마주 봤다. 결국 주경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네가 이미 결정했다니 우리도 더 할 말이 없구나. 예진이한테 제대로 사과하고 이혼 합의 잘 봐. 돈을 좀 나눠주는 것 말곤 다른 물건은 일절 주지 마. 돈도 최대한 적게 줄 수 없을까? 400만 원 정도면 안 되겠니? 4천만 원은 너무 많아.”“그래. 결혼하고 나서 일전 한 푼 안 벌어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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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주경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예진이한테 돈을 좀 더 줘도 돼. 너무 모질게 굴지 마. 너한테 여지를 남겨둬야지 않겠어? 앞으로 서로 볼 날이 더 많아. 다만 우빈이는 반드시 우리가 데려와야 해!”주우빈은 주씨 집안의 보물이나 다름없다!“약속할게, 아빠. 우빈이 양육권은 내가 반드시 가져와.”“너희 부부 이혼하기 전까진 네 맹세 믿을 수 없어. 그러니까 우빈이 데려와. 우리가 옆에 두고 있어야만 안심이 돼.”주형인이 막연한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아빠는 우빈이 돌본 적이 없잖아. 무작정 데려와서 애가 적응하지 못하고 울면 어떡해?”김은희가 대답했다.“돌본 적이 없으니까 데려와서 친해지자는 거지. 너 이후에 재혼하면 현주가 우빈이 키워줄 것 같아? 아이는 우리한테 남을 거야. 적어도 우린 우빈의 친할머니, 할아버지잖니. 마음 착한 계모가 몇이나 돼? 게다가 너랑 현주가 아직 젊어서 둘이 또 애 가질 거 아니야? 우빈이는 현주 친자식이 아니니 걔가 절대 우빈이한테 잘해줄 리가 없어.”두 사람은 비록 우빈을 제대로 돌본 적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손자가 계모에게 학대 당할까 봐 걱정됐다.요즘 들어 새엄마가 전처의 자식을 학대하는 뉴스가 너무 많아졌고 심지어 어린 애들이 새엄마에게 맞아 죽은 사례들도 있었다.새엄마가 생기면 친아빠라 해도 아이에게 무덤덤해질 테니 주형인이 우빈을 잘 키울 거란 보장은 없다.주우빈은 주씨 집안의 첫 손주라 주경진 부부는 몹시 중히 여겼다.“나랑 네 아빠는 퇴직금도 좀 있고 아직 너무 늙진 않았으니 몸이 닿는 한 우빈이 잘 키울 수 있어. 넌 앞으로 생활비랑 우빈이 교육비만 보내주면 돼.”주형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알았어. 오늘 밤에 집으로 돌아가서 내일 바로 우빈이 데려올게.”주경진 부부는 아들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하예진 자매는 주씨 집안 사람들이 이혼 얘기를 꺼내면 막무가내로 굴 거라고 진작 예상했었다.하예정이 가게에서 눈 좀 붙이다가 깨어보니 어느덧 열한 시가 넘었다.심효진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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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전태윤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태윤 씨, 오전에 버틸 만 했어요? 힘들면 회의 끝나고 반 차 내서 돌아와 휴식해요.”그녀의 관심 어린 말투에 전태윤은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검은색 회전의자에 기대어 빙글빙글 의자를 돌리며 말했다.“회사 돌아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지금까지 버텼어. 곧 퇴근이니까 눈 좀 붙이면 돼.”“밥은 안 먹어요?”“피곤하니 입맛 없어. 안 먹을래.”“그럼 안되죠. 오전에도 일하느라 바빴는데 점심까지 안 챙겨 먹으면 위 다 버려요.”전태윤이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먹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해.”“퇴근하고 일단 좀 자요. 이따가 내가 도시락 챙겨갈게요. 회사 문 앞에 도착하면 다시 전화할게요.”전태윤은 그녀의 언니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하예정은 절대 그를 끼니를 거르게 할 수 없었다.“그래, 그럼 나 회사에서 눈 좀 붙이고 있을게. 도착하면 전화해. 운전 조심하고.”“난 가게에서 반나절 자고 나니 정신이 좀 들어요. 내 걱정 말고 태윤 씨 볼일 보고 좀 자요.”말을 마친 하예정이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도시락을 꺼내 깨끗이 씻으며 숙희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아주머니, 태윤 씨 밥 먹으러 안 온대요. 이따가 도시락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다들 먼저 드시고 음식 좀 남겨주세요. 난 돌아와서 먹을게요.”숙희 아주머니가 얼른 대답했다.“음식 다 만들었어요. 언니분 오시거든 함께 드시면 돼요. 아니면 그냥 예정 씨 먼저 드세요. 다녀오노라면 아마 오후 한 시가 다 될 거예요. 그때까지 배고파서 어떡해요.”하예정도 나름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숙희 아주머니에게 전태윤이 먹을 밥과 국, 그리고 요리까지 도시락에 가득 담아달라고 했다.그러고는 재빨리 국 한 그릇과 밥 한 그릇 떠서 부랴부랴 먹었다.대충 배를 채운 후 그녀는 도시락을 들고 아주머니께 말했다.“나 먼저 갈게요. 이따가 가게 바쁠 때 우빈이 돌봐주시면 돼요.”학생들은 모두 자각적이라 딱히 지켜보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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