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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하지만 그녀는 아무 기억이 없었다.

‘고작 맥주 두 병에? 맥주 마시고 깊이 곯아떨어졌다고 해도 취하진 않았는데 왜 토했지? 너무 많이 먹어서 토했나?’

하예정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그림 한 장인데 전태윤이 그녀를 속일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알겠다고 한 후 더는 캐묻지 않았다.

‘역시 언니 말 들어야 해. 앞으론 술 적게 마셔야겠어.’

“다시 찾아줄까?”

“그걸 어떻게 찾아요? 찾아도 다 망가졌을 텐데. 괜찮아요.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그리면 돼요.”

전태윤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 그림이 그렇게 중요한 건지 몰랐어. 그냥 아무거나 잡다 보니까 네 그림이더라고. 다음에 다 그리면 화장대 위에 놓지 마. 침대랑 너무 가까워.”

“네.”

하예정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일이 맨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내가 맨날 술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뭐.’

“태윤 씨, 자책하지 말아요.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내 책임이에요. 다시 그리면 되니까 괜찮아요.”

“아니면 샘플로 쓰게 진짜 금비녀 하나 사줄까?”

하예정이 황급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그리면 돼요.”

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

‘왜 예정이가 내 재산 보고 나랑 초고속 결혼했다고 의심했었지? 아마 할머니가 맨날 뭐라 하신 것도 있고 할머니를 구한 적도 있어서 할머니를 구한 보수를 얻으려고 했다고 색안경 끼고 봤을 거야.’

지금까지 계속 그녀를 오해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원래는 계약서를 써서 그녀를 통제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계약서대로 잘 지키는 바람에 오히려 통제를 당하는 건 그였다.

어젯밤 계약서를 없애버렸다는 생각에 전태윤은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었다. 마음속의 돌덩이가 쑥 내려갔으니 앞으로는 아무 스트레스도 없을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하예정은 설거지를 했고 전태윤은 하예정이 내려준 커피를 들고 발코니로 가더니 그네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사실 인스턴트 커피였지만 그가 지금까지 마셨던 그 어떤 커피보다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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