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 Chapter 391 - Chapter 400

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391 - Chapter 400

2577 Chapters

제391화

서현주가 주형인의 가슴팍에 기댄 채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형인 씨, 미안해요. 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급한 일일까 봐 받은 거예요.”“괜찮아.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잖아, 우리 사이 언젠가는 그 사람한테 얘기하려고 했어.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이참에 집에 가서 다 밝힐 거야.”주형인은 서현주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서현주에게 빼앗겼고 하예진에게는 그 어떤 정도 남질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님과 아들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참았던 것이었다. 안 그러면 하예진을 진작 내쫓고도 남았다.“형인 씨, 두 사람 이혼하면 와이프가 형인 씨 재산을 나눠 가져요?”서현주는 하예진이 주형인의 재산 절반을 가져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하예진을 일전 한 푼 없이 빈털터리로 내쫓고 싶었다.하예진이 직장을 떠난 지 오래된 데다가 아이도 고작 두 살 남짓이라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하예진의 초라한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쩌면 하예진이 아이를 업고 길바닥에서 구걸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주형인이 싸늘하게 웃었다.“걔가 갖고 싶다면 내가 줘야 해?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걔가 이 집안에 일전 한 푼이라도 보태줬어? 집도 결혼 전에 내가 대출해서 샀고 결혼 후에도 나 혼자 대출금을 갚았어. 이 집 절대 못 나눠줘. 아, 이 집 인테리어 비용 조금 냈네. 아무튼 난 인테리어 비용 돌려줄 돈이 없으니까 타일이라도 뜯어가라지, 뭐. 그리고 적금은...”그가 사장 자리에 앉은 것도 2년밖에 되질 않았다. 수입이 예전보다 몇 배는 늘었지만 지출도 그만큼 많은 데다가 서현주에게 비싼 선물까지 자주 해주다 보니 얼마 모으지 못했다. 적금이라 해봤자 고작 4천만 원도 되나마나 했다.그런데 부수입이 훨씬 더 많았다. 회사에 들키지 않으려고 그는 늘 현금으로 받은 후 아버지의 주민등록증으로 은행에 가서 카드 한 장을 만들어 그 카드에 돈을 넣었다. 카드
Read more

제392화

주형인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이자 서현주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다행히 그래도 잔머리는 있네.’그와 결혼하면 무조건 행복을 누리면서 살 거라는 생각에 서현주는 마음이 놓였다. 물론 완전히 경계심을 늦춘 건 아니었다. 나중에 결혼한 후 월급은 그녀가 관리하고 집문서에도 그녀 이름을 넣겠다고 약속했으니 반드시 그대로 이행하게 할 것이다. 아무튼 하예진보다 훨씬 누리면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예진한테 일전 한 푼 안 주고 빈털터리로 내보내려면 사실 엄청 쉬워.”“어떻게요?”주형인의 명의로 된 적금이 얼마 되진 않지만 나눠주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 무조건 시도해볼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서현주가 그 돈으로 더 누릴 수 있으니까.“재산을 가질 건지, 우빈이 양육권을 가질 건지 둘 중에서 택하라고 하면 돼. 그러면 무조건 우빈이를 선택하고 재산 분할은 포기할 거야.”그의 말에 서현주가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형인 씨 아들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있어요? 우빈이는 주씨 가문의 유일한 손자잖아요. 형인 씨가 포기한다고 해도 형인 씨 부모님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주형인이 말했다.“우빈이는 내 아들이야. 절대 포기 못 해.”서현주가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그런데 왜 그런 소리를 해요!”주형인이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했다.“만약... 네가 아들을 가진다면 우리 부모님도 우빈이를 예진한테 보내라고 하실 거야.”두 사람은 인제야 관계를 했고 게다가 서현주는 이따가 피임약을 사서 먹을 생각이었다. 그 말인즉슨 아직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현재 그에게는 아들 주우빈 뿐이었고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있었다. 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주우빈의 양육권을 하예진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주우빈은 영특하고 귀여운 아이인데 그와 서현주의 아이는 어떨지 누가 알겠는가? 주형인은 아직 그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다. 서현주가 나중에 딸을 낳을 수도 있기에 주우빈의 양육권은 반드시 그가 가져야 했다.“내가 딸 낳으면 미워할 거예요?
Read more

제393화

“이 늦은 시간에 누구야?”주형인이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러 나갔다. 문을 연 그는 문 앞에 서 있는 뚱뚱한 여자를 본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하예진이 왔어?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두 부부는 서로 빤히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예진은 웃통을 벗은 그를 본 순간 십여 년 동안의 감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남자가 여자를 배신하는 건 아주 빠르고 쉬운 일이었다.정신을 차린 주형인이 굳은 얼굴로 하예진에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우빈이는? 이 늦은 밤에 우빈이 옆에 있지 않고 여긴 왜...”“형인 씨, 누구예요? 누군데 문을 그렇게 세게 두드린 거예요?”주형인이 하예진을 탓하는 와중에 서현주가 다가왔다. 그녀는 잠옷 차림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있었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뜨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목에도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 상황을 목격한다면 바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여우 같은 년!”하예진이 뚱뚱한 몸으로 문을 막고 있는 주형인을 밀어내더니 신속하게 안으로 달려 들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주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서현주의 긴 머리를 냅다 잡고 다른 한 손을 들었다.“짝짝짝짝!”서현주에게 연거푸 따귀 네 대를 날리는 그녀의 동작은 그야말로 거침없었다.“으악!”서현주가 비명을 질렀다.“나 대신 내 남편을 챙겨주겠다더니. 천한 년! 이렇게 챙겨준 거였어? 와이프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네가 뭔데 챙겨? 오늘 절대 가만 안 둬, 이 여우년아!”하예진은 욕설을 퍼부으며 서현주에게 손찌검했다. 서현주가 반항하려 했지만 하예진이 먼저 기선을 제압한 바람에 반항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힘이 센 하예진은 서현주를 단숨에 바닥으로 넘어뜨리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 연신 따귀를 때렸다. 따귀를 때리는 소리가 어찌나 쨍쨍한지 귀청이 다 떨어질 지경이었다.그때 현장에 도착한 하예정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넋을 놓았다. 하지
Read more

제394화

하예정은 바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정신을 차린 주형인은 쏜살같이 달려가 서현주를 깔고 앉은 하예진을 발로 확 차버렸다. 그 모습에 분노가 끓어오른 하예정은 거침없이 주형인에게 킥을 날렸다.산타를 배운 적이 있는 그녀는 하지철 같은 건달을 상대할 때도 쉽게 해결했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한 킥에 맞은 주형인은 맥없이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언니.”하예정이 다가가 언니를 부축했고 주형인도 재빨리 일어나 서현주를 부축하고는 두 자매를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하예진, 지금 뭐 하는 거야?”서현주를 두드려 패느라 진이 빠진 하예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남편의 고함에 그녀의 분노도 다시 한번 끓어올라 똑같이 소리를 질렀다.“주형인,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난 당신 때문에 일까지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만 했고 아들까지 낳아줬어. 그런데 날 배신하고 이 천한 년이랑 붙어먹어? 내가 지금 뭐 하냐고? 천한 년한테 본때를 보여주려고 그런다, 왜!”그러더니 또다시 서현주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주형인은 하예진이 더는 서현주를 때리지 못하게 앞에 막아서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만해, 하예진! 내 말 잘 들어. 난 진작부터 널 사랑하지 않았어, 너만 보면 역겨울 정도라고. 지금 네 꼴을 봐봐! 막돼먹은 여자 같으니라고! 공부도 많이 했다는 사람이 교양이라곤 없어!”하예진은 너무도 화난 나머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서현주를 때릴 수 없었던 그녀는 그 대신 주형인의 뺨을 힘껏 때렸다.“내가 막돼먹은 여자가 된 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도 공부 많이 했으면서 왜 이렇게 파렴치해? 저년도 배운 게 많겠는데 도덕을 말아먹었나? 그러니까 공부 얘기 하지 마. 그건 이 세상의 지식인들을 모욕하는 거니까.”뺨을 맞은 주형인이 본능적으로 되받아치려 하자 하예정은 재빨리 언니를 잡아당겼다.“주형인, 언니를 때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하예정이 주형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언니를 배신하고 가정을 깬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언니를 탓해?
Read more

제395화

하예진이 동생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와 주형인이 심하게 싸우든 말든 그건 부부의 일이다. 주씨 가문 사람들은 아마 지난번처럼 주형인더러 본가로 들어오라고 할 것이다.그녀가 서현주를 때린 건 조강지처가 내연녀를 때린 것이라 다른 사람들도 잘 때렸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에 서현주도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동생이 주형인과 서현주를 때린다면 그녀 대신 화풀이한 격이 되기에 주씨 가문 사람의 성격에 동생을 고소하여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서현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동생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하예진은 하예정을 말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언니 믿어. 언니가 해결할 수 있어.”동생 부부가 증거만 촬영해주면 되었다.“주형인.”하예진이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물었다.“진짜 나랑 이혼할 생각이야?”그러자 주형인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이혼해!”“우빈이 아직 어린데 우리 모자를 버릴 셈이야?”주형인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하예진, 진정하고 먼저 집에 가 있어. 이틀 뒤면 토요일이니까 그때 다시 이혼 얘기해.”하예진이 이를 꽉 깨물고 서현주를 노려보자 주형인은 하예진이 또 미친 듯이 달려와 때릴까 봐 서현주의 앞을 막아섰다.“언니, 내가...”“예정아, 그만 가자!”하예진이 동생의 팔을 잡고 두 년놈을 째려보며 말했다.“주형인, 그럼 토요일에 다시 얘기해!”그러고는 동생을 끌고 호텔 방을 나서며 전태윤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다 찍었어요?”사실 그녀는 제부가 촬영하고 있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질문에 전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만 가요.”하예진이 동생과 함께 앞장섰고 그 뒤로 전태윤이 묵묵히 따라갔다.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조금 전까지 드세던 하예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무기력하게 엘리베이터에 기대고 있었다.이 모든 게 이혼을 위한 준비이긴 하지만 주형인이 서현주를 감싸고 서현주를 위하여 자신을 때리고 욕하는 것도 모자라 이혼하자고 하는 걸 직접 마주
Read more

제396화

오늘 밤 이후로 하예진은 더는 주형인 때문에 속상해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우빈이.”문득 떠오른 아들 생각에 하예진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언니, 숙희 아주머니한테 우빈이 챙기러 가라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우빈이도 보통 밤에 깨지 않잖아.”주우빈은 장난기가 많을 때는 그야말로 개구쟁이가 되어 장난감을 온 바닥에 널브러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얌전할 때는 또 무척이나 얌전했다. 특히 밤에 잘 때 불편한 데만 없으면 거의 깨질 않는다.하예진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예정아, 제부, 두 사람은 여길 어떻게 찾았어요?”아들 걱정이 사라지니 하예진도 그제야 다른 질문을 할 여유가 생겼다. 하예정이 언니를 탓했다.“언니, 우린 친자매야.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우리 자매끼리 서로 의지하며 15년을 살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서로에게 알려서 상의해야지. 그런데 이번에 언니는 나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어. 그러니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겠어? 태윤 씨 친구가 주형인의 외도 증거를 모아줬었어. 아주 능력이 있는 분이라 그분한테 물어보니까 주형인이 이곳에 있다고 바로 알아내더라고. 그래서 나랑 태윤 씨 당장 달려왔지.”“언니, 앞으로 무슨 일이든 다 나한테 말해, 알았지? 혼자서 해결하려고만 하지 말고. 나 이젠 다 컸어. 예전에 언니가 지켜주던 꼬맹이가 아니야.”하예진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아까 두 년놈을 때리지 말라고 말린 건 그것들이 상해죄로 널 고소해서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할까 봐 그랬어. 걔네들이 나한테 미안한 짓을 했더라도 네가 폭행을 저지르면 법적으로는 너한테 불리해. 하지만 언니가 직접 때리면 달라. 도둑이 제 발 저리니까 나한테 맞아도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지, 절대 배상해라고는 못해. 예정아, 언니를 믿어. 언니가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어. 정말로 너의 도움이 필요할 땐 언니가 직접 너한테 얘기할게.”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고작 15살이었다. 어린 그녀는 극성 친척들의 괴롭힘을 당하면서
Read more

제397화

‘태윤 씨를 아무리 믿어도 그렇지, 어떻게 제사상의 술을 훔쳐 마신 창피한 일까지 얘기할 수 있어.’전태윤이 하예정을 빤히 쳐다보자 하예정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언니, 그게 몇 년 전의 일인데 아직도 그 얘기야.”그것도 전태윤의 앞에서 말이다. 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너 그날 밥 먹고 침대에서 종일 잤어. 주량이 약하면서 마시기는 좋아한다니까. 술만 마시면 아주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곯아떨어져. 제부, 그냥 엄청난 경사가 아니면 얘한테 술 먹이지 말아요.”전태윤이 입꼬리를 실룩이며 대답했다.“네, 처형. 명심할게요.”하예진이 꺼낸 옛날얘기로 한바탕 웃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이혼하면 이혼했지, 그게 뭐가 큰일이라고!지구에 누구 하나 사라진다고 자전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주형인과 헤어진다고 해도 하예진은 여전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다.호텔에 나선 하예진은 어두운 밤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더니 동생네 부부를 불렀다.“가자, 언니가 맛있는 야식 사줄게. 아니지, 아침 먹을 때가 다 됐네. 언니가 싱글이 된 걸 미리 축하하자.”시간은 벌써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하예정과 전태윤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언니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곧장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사를 마친 후 전태윤은 먼저 하예진을 광명 아파트에 데려다준 다음에 하예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왔을 땐 날도 훤히 밝았다.“태윤 씨.”전태윤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고마워요, 태윤 씨.”전태윤은 그녀에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두 팔을 잡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려는 순간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은 후 나지막이 말했다.“우린 부부야. 나한테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하예정은 그를 한참 동안 빤히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그의 목을 잡고 먼저 키스했다. 그런데 이번에 전태윤은 예전처럼 주객전도한 게 아니라 그녀의 입을 막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보며 물었다.“지금 이 키스는 나한테 주는 보수야? 아니면 날 좋아해서 하는
Read more

제398화

빤히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하예정은 뭔가 깨달은 듯 떠보듯이 물었다.“태윤 씨, 설마 나더러 얼굴 씻겨달라는 건 아니죠?”“너 때문에 얼굴에 검게 칠한 건데.”그 말인즉슨 그녀에게 책임을 지라는 뜻이었다. 하예정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왜 점점 뻔뻔스럽고 억지를 부리는 것 같지?’“알았어요, 나 때문에 얼굴에 검게 칠한 거니까 씻겨줄게요. 차라리 온 얼굴에 다 칠하지 그랬어요?”그러면서 그를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전태윤은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두어 걸음 옮기다가 이내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주방에는 왜 가?”“주방에 물이 있잖아요. 태윤 씨 방은 금지 구역이라 들어갈 수 없으니 주방에서 안 씻으면 어디서 씻어요?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래요? 내가 젖은 수건을 가져와서 닦아줄게요. 닦아질지는 모르겠지만.”전태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결국에는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전태윤이 한동안 입을 꾹 다물다가 덤덤하게 말했다.“내 방 화장실에 내가 평소에 쓰는 남성용 클렌징이 있어. 그걸로 지워질 거야.”그러고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방문을 열던 그때 다시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말했다.“얼른 와서 씻겨주지 않고 뭐해!”하예정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태윤 씨가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간 거예요. 내가 함부로 쳐들어간 게 아니라. 앞으로 싸우게 되면 이 일로 뭐라 하지 말아요. 난 늘 약속을 지키고 약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그녀의 말에 전태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갈 때 전태윤이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앞으로 또 싸우길 바라나 보지?”“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 싸우기 마련이에요. 싸우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어요?”그녀는 속으로 투덜거렸다.‘속은 좁아서 싸울 때마다 카톡 연락처를 지우고 그러잖아. 그러고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나랑 냉전하고.’그녀는 앞으로 함께 살면서 싸우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었다.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전태윤은 아무런 반박도
Read more

제399화

웃옷을 벗은 전태윤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감상하는 하예정을 발견했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하예정이 그에게 물었다.“더 벗어요?”그러더니 아직 벗지 않은 그의 바지를 가리켰다. 전태윤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세수하다가 웃옷이 젖을까 봐 벗은 거였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전태윤이 하예정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을 만지작거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역시 평소 운동하는 남자의 몸매는 다르네요.”전태윤은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만지지 못 하게 했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경고했다.“하예정, 내 몸을 만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한 가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적응이 됐는지 전태윤은 하예정의 이마에 딱밤을 여러 번 때린 후 재미를 들였다. 물론 아프지 않게 살짝만 때렸다. 세게 때렸다가 아프다고 그와 등을 돌리면 안 되니까.하예정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날 감상하라고 옷 벗은 거 아니었어요? 그거 좀 만진다고 살가죽이 벗겨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내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했어요?”“난 네가 내 얼굴을 씻겨주다가 옷이 젖을까 봐 벗은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아니면 다시 입을까? 내 얼굴 씻겨주다가 옷이 다 젖어서 나중에 옷까지 빨아줄래?”“그냥 벗어요.”전태윤이 굳은 얼굴로 그녀를 째려보았다.‘방심했네.’그녀는 예전부터 가끔 유혹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그녀 앞에서 옷을 벗었는데 그를 놀리지 않으면 하예정이 아니지.“하하하!”하예정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전태윤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방자한 그녀를 통제하려면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 했다.전태윤은 깔깔거리며 자신을 비웃는 하예정을 꽉 잡고 세면대 앞으로 확 당겼다. 순간 하예정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전태윤은 그녀를 꽉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제대로 세운 후 자주 쓰는
Read more

제400화

“어르신들은 퇴직해서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장사라도 하는 게 좋아. 힘들지 않고 돈도 얼마 되진 않겠지만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실 수 있잖아. 나도 전에는 부모님한테 용돈을 드렸었어. 그런데 기어코 싫다고 하더라고. 한번 드릴 때마다 오히려 배로 다시 주셨어. 마누라한테나 주라면서.”하예정은 지난번에 전태윤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시아버지는 나이가 지긋하지만 부드럽고 점잖았고 관리도 아주 잘한 것 같았다. 시어머니는 그녀를 조금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래도 교양이 있어 난처하게 굴진 않았다. 그녀와 얘기할 때도 나긋나긋한 말투를 잊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훨씬 더 관리를 잘하였기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걷는다면 자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이젠 결혼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하예정이 시댁 식구 중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그래도 할머니였다. 다른 가족은 그저 지난번에 식사 자리에서 잠깐 만났을 뿐 그 후에는 별로 만난 적도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시댁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할머니와 사이가 가까운 하예정이 할머니에게 물었지만 할머니는 산 이름을 알려주면서 산꼭대기에 집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집이 엄청 많다면서 대충 어느 집이라고 얘기하셨지만 하예정은 더욱 어리둥절했다.결국 할머니는 전태윤이 데리고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전태윤은 그녀에게 집으로 가자는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계약서 생각에 하예정은 더는 시댁에 관해 묻지 않았다. 어차피 부부가 백년해로할 것도 아닌데 시댁이 어디인지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시댁 식구들이 전부 교양이 넘친다는 것이다. 동년배의 시댁 식구들도 맏형수인 그녀에게 아주 깍듯하게 대했다.“태윤 씨 부모님들은 상당히 깨어 있는 분들이에요.”전태윤이 피식 웃었다.“우리 집 어른들이 다 그래.”하예정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한참 동안 씻고 나서야 겨우 깨끗하게 씻어냈다.“다음부터는 이렇게 칠하지 말아요. 우리가
Read more
PREV
1
...
3839404142
...
25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