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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태윤 씨를 아무리 믿어도 그렇지, 어떻게 제사상의 술을 훔쳐 마신 창피한 일까지 얘기할 수 있어.’

전태윤이 하예정을 빤히 쳐다보자 하예정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언니, 그게 몇 년 전의 일인데 아직도 그 얘기야.”

그것도 전태윤의 앞에서 말이다. 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

“너 그날 밥 먹고 침대에서 종일 잤어. 주량이 약하면서 마시기는 좋아한다니까. 술만 마시면 아주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곯아떨어져. 제부, 그냥 엄청난 경사가 아니면 얘한테 술 먹이지 말아요.”

전태윤이 입꼬리를 실룩이며 대답했다.

“네, 처형. 명심할게요.”

하예진이 꺼낸 옛날얘기로 한바탕 웃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혼하면 이혼했지, 그게 뭐가 큰일이라고!

지구에 누구 하나 사라진다고 자전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주형인과 헤어진다고 해도 하예진은 여전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에 나선 하예진은 어두운 밤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더니 동생네 부부를 불렀다.

“가자, 언니가 맛있는 야식 사줄게. 아니지, 아침 먹을 때가 다 됐네. 언니가 싱글이 된 걸 미리 축하하자.”

시간은 벌써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하예정과 전태윤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언니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곧장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사를 마친 후 전태윤은 먼저 하예진을 광명 아파트에 데려다준 다음에 하예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왔을 땐 날도 훤히 밝았다.

“태윤 씨.”

전태윤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마워요, 태윤 씨.”

전태윤은 그녀에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두 팔을 잡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려는 순간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은 후 나지막이 말했다.

“우린 부부야. 나한테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하예정은 그를 한참 동안 빤히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그의 목을 잡고 먼저 키스했다. 그런데 이번에 전태윤은 예전처럼 주객전도한 게 아니라 그녀의 입을 막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보며 물었다.

“지금 이 키스는 나한테 주는 보수야? 아니면 날 좋아해서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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