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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빤히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하예정은 뭔가 깨달은 듯 떠보듯이 물었다.

“태윤 씨, 설마 나더러 얼굴 씻겨달라는 건 아니죠?”

“너 때문에 얼굴에 검게 칠한 건데.”

그 말인즉슨 그녀에게 책임을 지라는 뜻이었다. 하예정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왜 점점 뻔뻔스럽고 억지를 부리는 것 같지?’

“알았어요, 나 때문에 얼굴에 검게 칠한 거니까 씻겨줄게요. 차라리 온 얼굴에 다 칠하지 그랬어요?”

그러면서 그를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전태윤은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두어 걸음 옮기다가 이내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주방에는 왜 가?”

“주방에 물이 있잖아요. 태윤 씨 방은 금지 구역이라 들어갈 수 없으니 주방에서 안 씻으면 어디서 씻어요?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래요? 내가 젖은 수건을 가져와서 닦아줄게요. 닦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전태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결국에는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전태윤이 한동안 입을 꾹 다물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내 방 화장실에 내가 평소에 쓰는 남성용 클렌징이 있어. 그걸로 지워질 거야.”

그러고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방문을 열던 그때 다시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말했다.

“얼른 와서 씻겨주지 않고 뭐해!”

하예정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태윤 씨가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간 거예요. 내가 함부로 쳐들어간 게 아니라. 앞으로 싸우게 되면 이 일로 뭐라 하지 말아요. 난 늘 약속을 지키고 약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그녀의 말에 전태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갈 때 전태윤이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앞으로 또 싸우길 바라나 보지?”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 싸우기 마련이에요. 싸우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어요?”

그녀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속은 좁아서 싸울 때마다 카톡 연락처를 지우고 그러잖아. 그러고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나랑 냉전하고.’

그녀는 앞으로 함께 살면서 싸우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었다.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전태윤은 아무런 반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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