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00화

“어르신들은 퇴직해서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장사라도 하는 게 좋아. 힘들지 않고 돈도 얼마 되진 않겠지만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실 수 있잖아. 나도 전에는 부모님한테 용돈을 드렸었어. 그런데 기어코 싫다고 하더라고. 한번 드릴 때마다 오히려 배로 다시 주셨어. 마누라한테나 주라면서.”

하예정은 지난번에 전태윤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시아버지는 나이가 지긋하지만 부드럽고 점잖았고 관리도 아주 잘한 것 같았다. 시어머니는 그녀를 조금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래도 교양이 있어 난처하게 굴진 않았다. 그녀와 얘기할 때도 나긋나긋한 말투를 잊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훨씬 더 관리를 잘하였기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걷는다면 자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젠 결혼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하예정이 시댁 식구 중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그래도 할머니였다. 다른 가족은 그저 지난번에 식사 자리에서 잠깐 만났을 뿐 그 후에는 별로 만난 적도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시댁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할머니와 사이가 가까운 하예정이 할머니에게 물었지만 할머니는 산 이름을 알려주면서 산꼭대기에 집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집이 엄청 많다면서 대충 어느 집이라고 얘기하셨지만 하예정은 더욱 어리둥절했다.

결국 할머니는 전태윤이 데리고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전태윤은 그녀에게 집으로 가자는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계약서 생각에 하예정은 더는 시댁에 관해 묻지 않았다. 어차피 부부가 백년해로할 것도 아닌데 시댁이 어디인지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시댁 식구들이 전부 교양이 넘친다는 것이다. 동년배의 시댁 식구들도 맏형수인 그녀에게 아주 깍듯하게 대했다.

“태윤 씨 부모님들은 상당히 깨어 있는 분들이에요.”

전태윤이 피식 웃었다.

“우리 집 어른들이 다 그래.”

하예정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한참 동안 씻고 나서야 겨우 깨끗하게 씻어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칠하지 말아요. 우리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