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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하예정이 맛있게 먹어주자 숙희 아주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문득 그녀도 배가 고파 전태윤을 쳐다보지 않고 마음껏 아침을 먹었다.

배불리 먹은 후 숙희 아주머니는 설거지하러 주방으로 들어갔고 하예정은 의자를 당겨 전태윤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태윤은 순간 고슴도치처럼 온몸의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다.

그는 이번에 경계한 게 아니라 바짝 긴장해 하고 있었다. 아내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당황했다.

“태윤 씨, 우리 집에 손님방은 있는데 침대가 없네요. 이따가 우빈이 데려오고 아주머니랑 우빈이를 가게에 보내요. 그리고 우린 아주머니께 침대랑 침대 용품 사드리러 가요. 바닥에 주무시게 할 순 없잖아요.”

고슴도치는 그제야 가시를 걷었다.

“당신이 이 집 주인이니까 알아서 하면 돼.”

전태윤은 오늘 오전 중요한 회의가 있어 그녀와 함께 침대 용품을 사러 갈 시간이 없었다.

“저번에 준 2천만 원 거의 다 썼지? 이따가 회사 가서 인터넷 뱅킹으로 지난번 그 카드에 계좌 이체해줄게. 아주머니는 비록 우빈이 돌보는 가정부이긴 하지만 소홀히 할 순 없지. 침대 좋은 거로 사. 돈 아끼지 말고.”

“아직 돈 남았어요. 이체 안 해도 충분히 살 돈 돼요. 걱정 말아요. 나 그렇게 가정부 학대하는 사람 아니니까.”

생활용 카드에 돈을 입금해준다는 말에 하예정은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부부가 냉전할 때 그녀는 기분이 우울하여 쇼핑으로 미친 듯이 카드를 긁었는데 그 카드가 바로 생활용 카드였다. 그때 하예정은 전태윤의 돈을 엄청 많이 썼었다.

하여 아주머니의 침대는 본인 돈을 쓰기로 했다.

‘저번에 미친 듯이 카드를 긁은 보답이라고 해두지.’

그들 부부는 서로 묵묵히 배려했다.

하예정은 그에게 공짜로 받으려 하지 않고 그 또한 하예정을 저울질하지 않았다.

서로 존중해주며 평화롭게 지냈다.

전태윤은 온화한 표정으로 변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짙어 속내를 알아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하예정은 오히려 그가 이렇게 묵묵히 바라보는 모습에 적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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