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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아니, 대표님. 설령 예정 씨가 다른 남자랑 밥을 먹으면서 음식을 집어주는 걸 직접 봤다고 해도 그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혹시라도 친척이면 어떡해?'전태윤은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김진우야."소정남은 본능적으로 물었다."김진우가 누군데? 아, 맞다. 김씨 그룹 김 대표의 아들이지. 지금은 김씨 그룹에서 후계자 수업받고 있고. 그… 일단 잠깐만 분석 좀 해볼게. 김진우의 친모는 성이 심 씨고, 부인분의 친구도 성이 심씨 잖아."전태윤이 곧장 대답했다."김진우는 심효진의 사촌 동생이야.""그래그래, 그 두 사람 사촌 남매사이지. 부인분은 심효진 씨랑 절친한 친구 사이니까 김진우와는 진작부터 알던 사이겠지. 게다가 김진우보다 나이도 몇 살 많으니까 어쩌면 김진우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하지만 두 사람은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았잖아. 동생으로 여긴다고 해도 동생이 될 수는 없어!"소정남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랬다, 설령 입으로는 친동생처럼 여긴다고 해도 혈연관계가 없으면 뭐가 됐든 친동생은 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다 전태윤은 한 마디 덧붙였다."김진우는 하예정을 좋아하고 있어."소정남이 곧장 물었다."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난 남자야, 남자의 직감이 나에게 김진우는 하예정을 좋아하고 있다고 알려줬어. 그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소정남은 그의 상사의 직감을 믿었다."부인분은 알아?"이번에는 전태윤이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은 김진우가 그녀를 좋아하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김진우에게 잘해주는 건 순전히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김진우가 커가는 걸 직접 본 데다 김진우는 심효진의 사촌 동생이기까지 했다.그렇게 얽혀 있으니 하예정은 김진우에게 어쩌면 정말로 이성의 감정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정말로 김진우를 동생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주말에 부인분과 김진우가 식사를 할 때, 딱 두 사람만 있었어?"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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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설마 정말로 소정남의 말처럼, 질투를 하고 있는 걸까?그럴 리가?검의 회전의자에 앉은 전태윤은 다시 한번 휴대폰을 꺼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예정의 문자에 답장을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카톡을 연 그는 문득 자신이 이미 하예정을 삭제했다는 것이 떠올랐다.다행히 그는 아직 하예정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용기를 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잠시 후 다시 걸어주세요…""…"전태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휴대폰 전원을 끈 건가?아니면 자신을 차단했나?전태윤은 곧바로 유선전화로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연결이 됐고, 하예정이 받기 전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왜냐하면 그는, 하예정이 진짜로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자존심을 내려놓고 부부 사이에 화해를 하려던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차단을 당한 것을 알자 곧바로 원점으로 돌아왔다.그가 먼저 하예정을 삭제했고, 하예정은 곧바로 그를 차단했으니, 그래, 부부끼리 주고받으며 서로 비긴 셈이었다.그냥 이대로 지내기로 마음먹었다.전태윤은 다시 하예정에게 연락을 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경호원에 둘러싸여 회사를 나온 그는 식사를 위해 관성 호텔로 향했다.카드를 긁어 화를 풀려던 그 사람은, 금은방에서 한바탕 물건을 사제끼며 몇백만 원을 쓴 뒤에 화를 풀었다.가게로 돌아오니 일자리를 구하던 하예진이 돌아와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오늘도 별다른 성과는 없어 보였다.하예정은 몇백만 원을 주고 산 물건을 감히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괜히 언니 눈에 띄었다간 뭐라고 할지도 몰랐다.심효진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 하예정의 동의 없이 두 사람이 오해 때문에 냉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하예진에게 말하지는 않았다."난 네가 태윤 씨를 데리고 와서 같이 먹을 줄 알았어."하예진은 제부는 보이지 않고 동생만 아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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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아있는 전태윤을 쳐다봤다. 전태윤의 차가운 얼굴을 본 기사는 얼른 고개를 돌려 운전에 집중했다. 최대한 속도를 조절하며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작은 사모님의 차를 뒤따라갔다.강일구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번뜩 떠올라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물었다."도련님, 저희 오늘은 어디로 갑니까?"도련님은 어제까지 로열팰리스로 향했는데 지금은 작은 사모님을 따라가는 걸 보면 발렌시아로 돌아가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전태윤은 잠시 침묵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로열팰리스로 가지. 하지만…"앞쪽에 있는 익숙한 차를 보며 전태윤은 입술만 달싹였다.그는 일단 조용히 하예정의 차가 발렌시아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야 별장으로 돌아가려는 심산이었다.눈치가 빠른 강일구는 도련님의 뜻을 단박에 알아채고는 기사에게 설명했다.하예정은 뒤쪽에서 차가 따라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관성은 대도시로 깊은 밤이 되었다고 해도 적잖은 차가 주행하고 있어 그녀는 뒤쪽에 전태윤의 차도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비록 그 외제차를 본다고 해도 전태윤의 것이라는 것은 알 수가 없었다.한 교차로를 지나려고 할 때, 길옆에 서 있던 일곱 여덟의 청년들이 갑자기 우르를 뛰어나와 하예정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리고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을 때, 차가 아슬아슬하게 멈췄다.깜짝 놀라 식은땀을 흘린 하예정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똑똑."그중 한 청년이 그녀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하예정은 자신이 사람을 친 줄 알고 얼른 차 창문을 내렸다. 그러나 두 눈에 보이는 것은 막내 사촌 동생의 얼굴이었다."너였어?"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죽고 싶은 거야? 그렇게 뛰쳐나왔을 때, 내가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기나 해? 죽고 싶은 거면 미안한데 좀 멀리 떨어져서 죽어. 괜히 내 타이어 더럽히지 말고."그녀의 막내 사촌 동생인 하지철은 이제 열 몇 살밖에 되지 않아 한창 반항하고 세상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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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그리고 깊은 밤이 되어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을 때, 하예정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가 그녀의 차를 막아선 것이다."얼마를 썼든 그건 나랑 아무 상관 없어. 예전에 당신네들이 돈으로 가족의 연을 끊겠다고 하면서 우리를 키우지 않겠다고 하면서 죽어도 우리가 챙길 필요가 없다고 했었거든. 그때 넌 아직 기억도 없을 때라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겠지. 돌아가면 내가 올린 글들을 보든지 너희 부모님에게 물어봐.""하지만 너희 부모님은 아마 인정하지 않을 거야. 너희 가족들이 우리 부모님의 목숨으로 맞바꿔 온 보상금을 나눠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잘 지낼 수 있었을 것 같아?"하예정은 차가운 얼굴로 하지철의 말에 냉정하게 반박했다."난 몰라, 지금 당장 내려. 셋 셀 때까지 내리지 않으면 차 부숴버릴 거야."하지철은 머릿수를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었다.그가 데려온 양아치들은 이미 하예정의 차를 단단히 에워싸고 있었다.그 뒤로 한 차가 천천히 따라붙었다.혈기 왕성한 하지철 일행은 요즘 같은 세대에 보통 사람들은 괜히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천천히 뒤로 따라붙은 차들은 안중에도 없었다.일찍이 하예정의 차가 하지철에게 가로막혔을 때부터 운전기사는 속도를 늦추었고 그와 강일구는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쳐다봤다.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전기사는 하는 수 없이 속도를 더 늦추는 수밖에 없었다.'도련님은 작은 사모님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나서서 구해주려는 걸까?'하예정은 사촌 동생이 데려온 사람 중에 몇몇이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이 정말로 차를 부술 작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차에서 전에 놔뒀던 우산을 챙긴 뒤, 손에 꽉 쥐고는 차문을 여고 내렸다.그리고 그녀가 차에서 내린 순간, 하지철은 일행의 손에서 야구 배트를 빼앗아 들어 그대로 하예정을 향해 휘둘렀다.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하예정은 우선 우선으로 그 야구 배트를 막았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다리를 들어 하지철의 아랫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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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실책이었다. 제대로 된 곳을 골랐어야 했다.이곳은 교차로 신호등과 가까운 곳이라 곳곳이 CCTV였다.확실히 그들이 먼저 손을 댄 것이었고 하예정은 반격한 것에 불과했다.일곱 여덞명이나 되는 한 무리의 형제들을 데리고 와 하예정같이 나약한 여자를 하나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하지철은 하예정이 무술을 할 줄 알 줄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왜 그에게 하예정이 무술을 할 줄 안다는 걸 이야기해 주지 않은 걸까?"어떡할래?"하지철은 자신의 귀를 빼내려고 했지만 하예정은 그럴수록 힘을 더 세게 주어, 하지철은 비명만 빽빽 질러대며 욕설을 퍼부었다."하예정, 이거 안 놔? 계속 이렇게 내 귀 잡아당겼다간 우리 엄마아빠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누나라고 해.""퉤, 네가 왜 내 누나야?""그래, 난 네 누나가 아니지. 나도 너 같은 사촌 동생은 필요 없어."하예정이 손에 힘을 주자 하지철은 더 크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철의 일행은 아까부터 하예정의 무술에 깜짝 놀란 데다 지금은 하예정에 전부 두들겨 맞은 터라, 하예정이 하지철의 귀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자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다들 거기 가만히 있지 못해?!"하예정이 버럭 크게 외치자 그 양아치들은 더 꼼짝도 하지 못했다.하나같이 잔뜩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누님, 저희가 보는 눈이 없어서 실례를 범했어요. 누나, 잘못했어요. 저흰 다 하지철이 돈을 주고 데리고 온 사람들이에요. 이건 다 하지철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누님, 그러니까 저희는 제발 봐주세요."그 양아치들은 하나같이 하예정을 누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하지철은 어이가 없었다.자존심도 없는 자식들.하지철은 하예정에게 잡힌 귀가 너무 아팠다. 이 여자는 정말로 그의 귀를 이대로 뜯어내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하예정… 누나, 누나. 힘 좀 풀어. 누나라고 부르면 될 거 아니야?"하지철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하지철의 말에 손을 놓은 하예정은 그의 얼굴을 툭툭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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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그래, 맞아. 나 독하고 매정해. 그러는 너희는 의리가 그렇게 넘치니? 당시에 너희 부모가 나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전에는 몰랐다고 해도 지금도 모르겠니? 지나갔다고 내가 따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대, 나한테 어떻게 대했었는지 난 다 기억하고 있어. 평생 기억할 거야!"하지철은 입술을 달싹이며 반박하려 했지만,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결국, 바닥에서 기어 일어난 그는 곧바로 도망치려 했다.곧바로 뒤쫓아간 하예정은 발로 그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트린 뒤 거칠게 옷자락을 잡고 질질 끌고 왔다. 바닥에 엎어진 채 질질 끌려가던 하지철은 피부가 바닥에 쓸려 빼액 소리를 질러댔다.하지철을 그의 형제들 무리에 집어 던진 하예정이 경고하며 말했다."경고하는데 얌전히 여기서 경찰 아저씨가 너희들을 구해주러 오길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감히 도망치는 녀석 있으면 가만 안 둘 줄 알아."하예정의 사나운 모습에 깜짝 놀란 사람들은 아무도 감히 도망치지 못했다.하지철은 끊임없이 하예정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하예정은 굳은 얼굴로 경고했다."한 마디만 더 욕지거리했다간 돼지머리가 될 정도로 부어서 제사상에 올라가는 수가 있어."그 말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하지철은 덜덜 떨며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조상을 있는 대로 죄다 욕했다.그녀의 조상은 자신의 조상과 같은 사람이라는 걸 하지철은 망각하고 있었다.정말 불효막심한 후대들이었다.저승길로 간 조상들은 때아닌 안부 인사에 당장이라도 자신들의 안부를 묻는 후대를 데리고 갈 기세였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완전히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 그가 나서서 구해줄 기회도 없었다. 물론, 설령 하예정이 정말로 밀리고 있다고 해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기껏 해 봐야 강일구를 제외한 경호원들에게 내려서 하예정 대신 손을 보라고 하는 수준에 그쳤다.그는 하예정이 킥복싱을 배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싸움을 잘하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혹시라도 그녀가 다치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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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하예정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벌써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안은 온통 새카맸다. 전태윤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거나 방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하예정은 조용히 문을 닫은 뒤 잠갔다. 거실의 불을 켜고 일분 간 조용히 기다린 그녀는 전태윤의 방문 앞으로 향했다. 손을 들어 노클르 하려던 그는 이미 밤이 늦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할머니는 전태윤이 자다 깨면 저기압이라고 했던 것도 떠올라 문을 두드리려던 마음을 접었다.설령 집에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부부는 지금 냉전 중이지 않은가?하예정은 끝내 등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그렇게 조용한 밤이 흘렀다.이튿날 아침, 어젯밤에 늦게 잠든 탓에 하예정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로열팰리스로 돌아간 전태윤은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아침 운동을 나가려 했다.막 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박 집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도련님, 여사님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전태윤의 얼굴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은 채 진중한 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제 막 차에서 내리는 할머니가 보였다.비록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와 그의 생활을 방해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전태윤은 그래도 빠르게 다가가 할머니를 부축했다.그녀는 전태윤의 배려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다 운동복 차림의 그를 보자 물었다."아침 운동 가려고?""네.""이 할미가 같이 뛰어주마."전태윤은 그 말에 인상을 썼다."할머니, 나이가 몇 인데요.""네 할미 아직 정정해."전태윤은 결국 체념했다. 할머니가 같이 뛰어주겠다고 하면 그는 양보하는 수밖에 없었다.할머니와 손자 둘은 별장에서 나와 동네 아스팔트 길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정정한 탓에 평소에는 고용인들과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그녀는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 전씨 가문 본가의 고용인들은 다 이 여사님을 좋아했다."발렌시아에서 잘 지내는 것 같더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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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예정이가 뭘 했기에 네가 발렌시아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냐?""아무것도 안 했어요.""태윤아, 너는 이 할미 곁에서 자란 아이야. 이 집안에서 널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너희 두 부부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너도 이곳에 돌아올 리가 없겠지. 예정이가 도대체 뭘 했느냐? 말하기 싫으면 되었다. 조금 있다가 이 할미가 가게로 가서 물어보면 그만이지."걸음을 멈춘 전태윤은 자신의 할머니를 보며 조급함에 버럭 화를 냈다."할머니, 제가 말했죠. 저와 하예정이 결혼한 뒤에는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말라니까요.""난 간섭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너희 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거야. 너는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녀석인 데다 재산을 숨기고 결혼 사실도 숨겼지. 예정이는 네 신분이 뭔지 아예 모르고 있어. 너는 설령 네가 잘못했다고 해도 절대로 먼저 사과하는 일이 없는 아이이고. 이런 때에 너는 이때 나서서 어색한 둘 사이를 풀어줄 이 할미가 필요해."전씨 가문 할머니는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한 뒤에는 더는 부부 사이의 결혼생활에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여태 내내 두 부부 사이의 모든 행적을 유의하고 잇었다.처음에는 서로를 까먹었던 두 사람이 서로 어우러져 지내고, 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심지어 조금 우쭐해하기도 했다.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고, 두 부부가 바라던 대로 사이가 진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우쭐해하기도 잠시, 두 부부는 이내 별거를 하기 시작하니 그녀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아직 증손주를 품에 안지도 못하지 않았던가."조금 오해가 있었을 뿐이에요, 별일 없어요.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할머니. 하예정에게 물을 필요도 없고요. 며칠 지나면 발렌시아로 돌아갈게요."전태윤은 끝까지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았다.소정남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니 전태윤도 자신이 정말로 질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정남은 자신이 하예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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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 녀석의 행위에 화가 왈칵 치밀어 아예 길가의 돌 턱에 주저앉았다.그렇게 큰 힘을 들여 겨우 손자를 설득해 결혼시켰더니…잠시 침묵하던 전태윤도 다가와 할머니 곁에 앉아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할머니도 억지로 엮은 인연은 좋을 리 없다는 거 알잖아요. 할머니는 은혜를 갚겠다고 했고, 전 할머니가 키웠으니 저더러 대신 은혜를 갚으라고 했을 때, 시키는 대로 했잖아요.""할머니 저랑 약속했잖아요. 우리 결혼 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요. 혼인 신고했던 날에도 할머니한테 제가 평생을 맡길 수 있는 여자인지 하예정의 인품을 시험해 보겠다고도 했잖아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면 반년 뒤엔 끝을 내겠다고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불퉁하게 대꾸했다."네 그 고집을 봐선 설령 정말로 예정이를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죽어도 인정하지 않겠지.""…"그 말에 전태윤은 말문이 턱 막혔다."되었다, 화내지 않으마. 애초에 너더러 예정이와 결혼을 하라고 했던 건 내가 잘못했다. 네 말이 맞아. 억지로 엮은 인연은 좋을 리가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네 말대로 두 사람은 결혼 사실을 숨기고 있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이혼하고 나면 하예정에 대한 영향이 최소로 줄겠구나."전씨 가문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후회하지 않길 바라마. 앞으로 이 할미에게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지 않기를 바라고."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가서 내 운전기사 좀 불러 오거라. 난 이만 가야겠다. 널 보고 있으니, 네 할아버지 얼굴이나 일찍 볼 것 같구나. 네 할아버지는 가기 전에도 네가 평생 혼자 지낼까 봐 결혼 걱정을 그렇게 했는데."전태윤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땐 그는 아직 한참 젊어 애초에 결혼 걱정을 할 일이 없었다.물론, 그는 지금도 늙은 나이는 아니었다. 이제 겨우 서른밖에 되지 않은 나이지 않은가."할머니, 식사하시고 가세요."전태윤은 그래도 할머니에게 효심은 있었다. 그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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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난 지금 밖이야. 네 가게에 가서 너랑 같이 아침 먹을 생각이었지. 참, 예정아. 아침 포장 안 해도 돼. 할머니가 3인분 포장했으니끼 가서 효진이랑 셋이 같이 먹자.""네. 그럼 가게에서 기다려요, 할머니. 저 금방 갈게요. 근데 앞으로는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마시고 좀 더 주무세요, 저 배 안 곯아요.""나는 나이가 되니까 잠이 길지 않아서 해만 뜨면 바로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어. 난 네가 곯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 그냥 너랑 같이 밥 먹는 게 좋아서 그래, 아주 맛이 나."하예정은 웃음을 터트렸다.지난 몇 달간, 그녀는 전씨 가문 할머니와 자주 식사를 함께했었다.그녀는 관성의 수많은 오래된 가게와 맛집을 알고 있어, 그녀와 심효진을 데리고 온 관성에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집에 데려갔었다.그녀와 심효진은 할머니가 젊었을 적 분명 먹보였을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비록 지금은 나이가 있어 많이 먹지는 못하는 데다 조건이 좋아지니 입맛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식욕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수다를 떨고 나서야 통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치고 고개를 들자, 자신의 손자가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전씨 가문 할머니는 잠시 의아해하다 물었다."날 왜 그렇게 보는 것이냐? 내가 예정이에게 뭘 묻길 바랐던 것이냐?"전태윤은 굳게 다문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이미 전화도 다 끊은 마당에 제가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그럼 왜 아까 이야기하지 않고?"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곧바로 손을 들어 팔뚝을 찰싹 내리쳤다."이것 봐, 넌 늘 이러지. 고집만 세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입만 벌리면 물어볼 수 있잖아? 꼭 그렇게 얼굴을 굳히고 태어나길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입은 꾹 다물고 그래야겠어?""나와 네 할아버지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널 이렇게 키웠는지 모르겠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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