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벌써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안은 온통 새카맸다. 전태윤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거나 방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하예정은 조용히 문을 닫은 뒤 잠갔다. 거실의 불을 켜고 일분 간 조용히 기다린 그녀는 전태윤의 방문 앞으로 향했다. 손을 들어 노클르 하려던 그는 이미 밤이 늦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할머니는 전태윤이 자다 깨면 저기압이라고 했던 것도 떠올라 문을 두드리려던 마음을 접었다.설령 집에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부부는 지금 냉전 중이지 않은가?하예정은 끝내 등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그렇게 조용한 밤이 흘렀다.이튿날 아침, 어젯밤에 늦게 잠든 탓에 하예정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로열팰리스로 돌아간 전태윤은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아침 운동을 나가려 했다.막 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박 집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도련님, 여사님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전태윤의 얼굴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은 채 진중한 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제 막 차에서 내리는 할머니가 보였다.비록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와 그의 생활을 방해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전태윤은 그래도 빠르게 다가가 할머니를 부축했다.그녀는 전태윤의 배려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다 운동복 차림의 그를 보자 물었다."아침 운동 가려고?""네.""이 할미가 같이 뛰어주마."전태윤은 그 말에 인상을 썼다."할머니, 나이가 몇 인데요.""네 할미 아직 정정해."전태윤은 결국 체념했다. 할머니가 같이 뛰어주겠다고 하면 그는 양보하는 수밖에 없었다.할머니와 손자 둘은 별장에서 나와 동네 아스팔트 길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정정한 탓에 평소에는 고용인들과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그녀는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 전씨 가문 본가의 고용인들은 다 이 여사님을 좋아했다."발렌시아에서 잘 지내는 것 같더니 왜
"예정이가 뭘 했기에 네가 발렌시아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냐?""아무것도 안 했어요.""태윤아, 너는 이 할미 곁에서 자란 아이야. 이 집안에서 널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너희 두 부부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너도 이곳에 돌아올 리가 없겠지. 예정이가 도대체 뭘 했느냐? 말하기 싫으면 되었다. 조금 있다가 이 할미가 가게로 가서 물어보면 그만이지."걸음을 멈춘 전태윤은 자신의 할머니를 보며 조급함에 버럭 화를 냈다."할머니, 제가 말했죠. 저와 하예정이 결혼한 뒤에는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말라니까요.""난 간섭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너희 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거야. 너는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녀석인 데다 재산을 숨기고 결혼 사실도 숨겼지. 예정이는 네 신분이 뭔지 아예 모르고 있어. 너는 설령 네가 잘못했다고 해도 절대로 먼저 사과하는 일이 없는 아이이고. 이런 때에 너는 이때 나서서 어색한 둘 사이를 풀어줄 이 할미가 필요해."전씨 가문 할머니는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한 뒤에는 더는 부부 사이의 결혼생활에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여태 내내 두 부부 사이의 모든 행적을 유의하고 잇었다.처음에는 서로를 까먹었던 두 사람이 서로 어우러져 지내고, 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심지어 조금 우쭐해하기도 했다.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고, 두 부부가 바라던 대로 사이가 진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우쭐해하기도 잠시, 두 부부는 이내 별거를 하기 시작하니 그녀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아직 증손주를 품에 안지도 못하지 않았던가."조금 오해가 있었을 뿐이에요, 별일 없어요.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할머니. 하예정에게 물을 필요도 없고요. 며칠 지나면 발렌시아로 돌아갈게요."전태윤은 끝까지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았다.소정남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니 전태윤도 자신이 정말로 질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정남은 자신이 하예정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 녀석의 행위에 화가 왈칵 치밀어 아예 길가의 돌 턱에 주저앉았다.그렇게 큰 힘을 들여 겨우 손자를 설득해 결혼시켰더니…잠시 침묵하던 전태윤도 다가와 할머니 곁에 앉아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할머니도 억지로 엮은 인연은 좋을 리 없다는 거 알잖아요. 할머니는 은혜를 갚겠다고 했고, 전 할머니가 키웠으니 저더러 대신 은혜를 갚으라고 했을 때, 시키는 대로 했잖아요.""할머니 저랑 약속했잖아요. 우리 결혼 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요. 혼인 신고했던 날에도 할머니한테 제가 평생을 맡길 수 있는 여자인지 하예정의 인품을 시험해 보겠다고도 했잖아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면 반년 뒤엔 끝을 내겠다고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불퉁하게 대꾸했다."네 그 고집을 봐선 설령 정말로 예정이를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죽어도 인정하지 않겠지.""…"그 말에 전태윤은 말문이 턱 막혔다."되었다, 화내지 않으마. 애초에 너더러 예정이와 결혼을 하라고 했던 건 내가 잘못했다. 네 말이 맞아. 억지로 엮은 인연은 좋을 리가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네 말대로 두 사람은 결혼 사실을 숨기고 있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이혼하고 나면 하예정에 대한 영향이 최소로 줄겠구나."전씨 가문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후회하지 않길 바라마. 앞으로 이 할미에게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지 않기를 바라고."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가서 내 운전기사 좀 불러 오거라. 난 이만 가야겠다. 널 보고 있으니, 네 할아버지 얼굴이나 일찍 볼 것 같구나. 네 할아버지는 가기 전에도 네가 평생 혼자 지낼까 봐 결혼 걱정을 그렇게 했는데."전태윤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땐 그는 아직 한참 젊어 애초에 결혼 걱정을 할 일이 없었다.물론, 그는 지금도 늙은 나이는 아니었다. 이제 겨우 서른밖에 되지 않은 나이지 않은가."할머니, 식사하시고 가세요."전태윤은 그래도 할머니에게 효심은 있었다. 그는 할머니,
"난 지금 밖이야. 네 가게에 가서 너랑 같이 아침 먹을 생각이었지. 참, 예정아. 아침 포장 안 해도 돼. 할머니가 3인분 포장했으니끼 가서 효진이랑 셋이 같이 먹자.""네. 그럼 가게에서 기다려요, 할머니. 저 금방 갈게요. 근데 앞으로는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마시고 좀 더 주무세요, 저 배 안 곯아요.""나는 나이가 되니까 잠이 길지 않아서 해만 뜨면 바로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어. 난 네가 곯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 그냥 너랑 같이 밥 먹는 게 좋아서 그래, 아주 맛이 나."하예정은 웃음을 터트렸다.지난 몇 달간, 그녀는 전씨 가문 할머니와 자주 식사를 함께했었다.그녀는 관성의 수많은 오래된 가게와 맛집을 알고 있어, 그녀와 심효진을 데리고 온 관성에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집에 데려갔었다.그녀와 심효진은 할머니가 젊었을 적 분명 먹보였을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비록 지금은 나이가 있어 많이 먹지는 못하는 데다 조건이 좋아지니 입맛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식욕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수다를 떨고 나서야 통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치고 고개를 들자, 자신의 손자가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전씨 가문 할머니는 잠시 의아해하다 물었다."날 왜 그렇게 보는 것이냐? 내가 예정이에게 뭘 묻길 바랐던 것이냐?"전태윤은 굳게 다문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이미 전화도 다 끊은 마당에 제가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그럼 왜 아까 이야기하지 않고?"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곧바로 손을 들어 팔뚝을 찰싹 내리쳤다."이것 봐, 넌 늘 이러지. 고집만 세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입만 벌리면 물어볼 수 있잖아? 꼭 그렇게 얼굴을 굳히고 태어나길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입은 꾹 다물고 그래야겠어?""나와 네 할아버지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널 이렇게 키웠는지 모르겠다. 입
할머니는 손자를 쳐다봤고, 손자도 할머니를 쳐다봤다.그녀는 여러 번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했지만 또 아무 말도 하지 않다 결국 박장대소를 터트렸다.전태윤은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아서는 호탕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를 쳐다봤다..할머니는 웃으며 전태윤의 어깨를 두드렸고, 전태윤은 그런 할머니가 웃다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부축까지 해줘야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할머니는 웃음을 그친 뒤 말했다."태윤아, 내가 오해를 했구나. 예정이는 킥복싱을 배웠으니 그래, 싸움 실력이 좋겠지. 평범한 양아치들을 열 명쯤은 문제도 아니지.""내가 조언을 좀 하자면, 다음에 예정이가 위험에 처한 걸 보면, 도움이 필요한지 생각하지 말고 얼른 도와주면 그만이야. 좋기는 좀 다치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러면 예정이는 미안함에 너한테 더 잘해줄 거야."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두 입술을 꾹 다물었다."아내를 사로잡으려면 조그마한 잔머리 정도는 써야지.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네 진심이야."전태윤은 차갑게 말했다."할머니, 저 그럴 필요 없어요.""그래, 그래. 그럴 필요 없어, 네 말이 다 맞아. 언젠간 나한테 도움을 청할 때가 올 거다, 녀석."전태윤의 얼굴은 새카맣게 어두워졌다. 이게 친할머니가 보일 수 있는 태도인가?그는 왠지 할머니가 자신이 못난 꼴을 보이길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조금 괘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전씨 가문 할머니의 기사가 차를 몰고 다가왔다."난 먼저 갈 테니 넌 천천히 운동해. 아침 먹을 때 입맛이 없으면 날 좀 따라 해 봐. 이 할미의 방법은 그래도 꽤 쓸모가 있어. 그도 그럴 게 짬에서 나오는 경험이라는 게 있잖니."전태윤의 어깨를 툭툭 친할머니는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차로 향하며 기사에게 잊지 않고 물었다."박 집사가 포장한 아침은 챙겼나?""챙겼습니다, 뒷좌석에 있습니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가볍게 대꾸했다.전태윤은 다정하게 차 문을 열어준 뒤 차에 타는 할머니를 부축했다. 그러다 옆자리에 놓인 도시락 세 개를 보며 입
"알겠습니다."기사와 강일구는 함께 차에서 내렸다.상대 차량 기사는 두 사람이 내려서 도와주려 하자 감격을 금치 못했다.한차례 검사한 뒤 전태윤의 기사가 말했다."당신 이 차 수리하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네요. 저흰 시간이 없어서 도와줄 수가 없겠네요. 괜히 뒤 쪽 차량 통행 방해하지 않게 사람 불러서 차 옆으로 밀어줄 테니까 당신은 견인차를 부르세요."차 한대 쯤이야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그래도 옆으로 옮길 수는 있었다.조금 옆으로 옮기기만 해도 차량의 통행에는 문제가 없었다.상대편의 기사는 감격하며 말했다."좋아요, 정말 감사드려요. 다만, 저희 아가씨께서 급한 일로 먼저 가보셔야 하는데, 혹시 저희 아가씨 좀 가는 길에 부탁드려도 될까요?"강일구와 기사는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일구는 그 롤스로이스 곁으로 다가와 공손하게 전태윤에게 물었다."도련님, 상대 차량에 한 사람이 더 있는데 저 운전기사네 아가씨라고 합니다. 급히 나갈 일이 있다는데 지금 차를 견인해야 해서 그 아가씨를 태워줄 수 있냐는데요?"전태윤이 차갑게 반문했다."어느 가문 아가씨인데?"강일구는 난감한 기색으로 대답했다."…그건 안 물어봤습니다.""어느 가문 아가씨인지 물어보고, 다시… 아니다, 물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군."전태윤은 그 차량에서 내려 다가오는 아가씨가 누군지 알아챘다. 바로 그녀에게 질척대며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공개적으로 쫓아다니는 성소현이었다.하예정은 그에게 성소현이 바닷가로 놀러 갔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건가?성소현이 자신의 차로 다가오는 것을 본 전태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하예정이 그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성소현이 하예정에게 어떻게 해야 그를 사로잡을 수 있는지 물었다는 말 말이다.하예정 그 망할 계집애는 몹시 열정적으로 생각해 낸 방법을 성소현에게 알려주는 것이 성소현이 자신을 사로잡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그토록 통이 큰 아내는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여자가 자신
"전태윤 씨, 태윤 씨…"성소현은 전태윤의 차를 따라 몇 걸음 뛰어가다 이내 포기했다.전태윤이 차에 태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설령 차 바퀴 앞에 드러눕는다고 해도 그대로 깔아뭉갰으면 뭉갰지 절대로 차를 세우지 않았다.그렇게 그녀는 전태윤의 차량이 경호 차량들에 둘러싸여 멀어지는 것을 멀뚱히 바라보며 성소현은 발을 세게 굴렀다.이른 아침부터 여기로 찾아와 전태윤의 길을 막았었다. 막긴 막았고, 전태윤도 나름 그녀를 도와주기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차는 전태윤의 경호원들이 힘을 합쳐서야 겨우 옆으로 옮겼고 더는 통행을 방해하지 않았으니 말이다.하지만 끝내 전태윤의 차에 타지 못해 성소현은 몹시 속상했다.물론 성소현은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일 년을 쫓아보지 않는 이상 그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공개적으로 고백한 뒤로 이제 며칠이나 지났다고?그녀는 더 버틸 작정이었다.그녀는 언젠간 전태윤의 전용차에 타고 그의 전용차에는 젊은 여자는 오직 그녀만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행복한 상상하자 성소현은 기분이 이내 좋아졌다.그녀는 집사에게 전화를 해, 집사에게 차량 한 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어젯밤에 내가 가져온 해산물 아직 잘 키우고 있지? 안 죽었지? 안 죽었으면 그거 포장해서 같이 보내줘. 선물로 줄 거야."성소현은 하예정에게 휴가에서 돌아오면 신선한 해산물을 선물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아직 기억하고 잇었다.그녀는 어젯밤 바닷가 별장에서 돌아오며 특별히 해산물을 잔뜩 챙겨서 왔다.그녀의 부모님도 그녀가 하예정과 친구를 맺은 것을 알고는 하예정이 급이 맞지 않다고 무시하기는커녕 오히려 하예정과 친구가 되는 것을 적극 찬성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친구가 적은 탓일 지도 몰랐다.부모님은 그저 성소현이 높이 사며 친구가 되려 하는 여자애면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성소현이 하예정에게 해산물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을 때, 성씨 가문 사모님은 직접 딸을 위해 많은 것을 챙겨주기도 했다.성씨 가문 사모님은 아
그녀는 하예정의 배를 흘깃 쳐다봤다. 평평하고 납작했다.그래, 그녀의 오만하고 까다로운 큰손자가 그러지 않았던가. 아직 하예정에게 손을 대지 않아 두 부부는 결백하기 그지없다고 말이다. 그녀가 증손자를 안으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하예정은 전태윤이 차갑다고 꺼려해 덮치지도 못하는데 벗겨 먹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그리고 전태윤은 또…할머니는 근심 걱정만 늘어갔다.그러던 별안간 그녀는 전태윤이 바깥에 도는 소문처럼 남자를 좋아한다거나 몸에 문제가 있어서, 안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하예정과 결혼한 지 한 달이 다 되는 데다 같이 살기까지 하고 있는데 남편의 의무를 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점심에 돌아가자마자 가문의 요리사에게 전태윤에게 먹일 보신탕을 준비하라고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런 뒤 하예정더러 전태윤에게 몸보신하게 가져라주라고 할 심산이었다. 그러고도 증손주를 만들어 낼 수 없을지 어디 한 번 두고 볼 생각이었다.마침 두 부부에게 서로 져줄 기회도 만들 수 있었다.계속 이렇게 냉전하고 별거를 할 수는 없었다."우빈아, 증조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하예정도 자신의 조카가 참 잘 컸다고 생각했다."증조할머니 안녕하세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전태윤의 할머니이고 전태윤은 하예정과 동년배이니 주우빈은 확실히 전씨 가문 할머니를 증조할머니라고 불러야 맞았다.그녀는 주우빈에게 참 예의가 바르다고 칭찬하며 함께 서점으로 들어갔다."할머니, 오셨어요?"마중 나온 심효진은 그녀가 손에 도시락 세 개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도시락을 받아들었다."내가 아침 배달 왔어. 자, 다 같이 먹자. 나는 너희 둘이랑 먹는 밥이 너무 맛있어서 좋아."가게로 들어온 전씨 가문 할머니는 마치 자기 집에 온 듯 익숙하게 손을 씻고 그릇을 꺼냈다.벌써 도시락을 연 심효진은 안에 포장된 음식을 보고는 주방에서 나오는 전씨 가문 할머니에게 물었다."할머니, 어디 5성급 호텔에 가서 포장해 온
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
여운별은 도도하게 물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제 이름은 용태호라고 합니다. 통성명했으니 우리 이제 아는 사이 아닌가요?”그 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여운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을 과감하게 훑어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운별 씨,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태호 씨,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주인인 척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불법 침입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제가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요.”용태호의 나이가 40~50대로서 몸 관리도 잘하고 얼굴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으며 품위 있는 중년 남자였다.그러나 용태호의 눈빛이 너무 건방진 탓으로 여운별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으며 사냥감을 살피는 듯한 표정이 싫었다.“네. 저희 잘못이에요. 저희가 사과드릴게요.”용태호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가서 새 가방을 용태호에게 건네주었다.용태호는 그 가방을 건네받더니 다시 여운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운별 씨, 이것은 제가 운별 씨한테 사죄 선물입니다. 작은 성의이니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저는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요.”여운별의 태도는 여전히 도도했다.여운별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무나 준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그 가방은 에르메스 가방이었다.“저는 운별 씨가 지금 가방이 아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용태호는 일어나 그 가방을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먼저 가방을 받아요. 잠시 후에 우리 다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제가 지금 돈도, 힘도, 능력도 없는데, 저와 무슨 일을 협력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또 정씨 아주머니처럼 저와 연합해서 일하겠다고 하고는 성의도 없이 돈 수백만 원만 던져주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제가 만만해요?”용태호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웃으면서 되물었다.“정씨 사모님 말씀이신가요?”“네.
여운초는 여천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말을 건넸다.“운별이가 때렸어?”여운별에게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천우가 대답했다.“응. 그 뒤로 또 내 뺨을 때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운별 누나가 우리 부모님 뵈러 갔다가 부모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나에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나한테 따지러 왔거든. 누나, 운별 누나 신경 쓰지 마. 우리 부모님께서 운별 누나를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버릇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어. 세상의 악랄함을 맛보아야 성숙해질 거야.”여운초는 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만져주면서 말했다.“운별은 미쳤어. 어머니한테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래. 평생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을 폐인으로 키우셨어.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어.”추미자 부부가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다.자식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다니, 자식들을 해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오늘날 여운별의 버릇들은 전부 추미자 부부가 초래한 결과이다.“들어가서 얼음찜질 좀 하자.”“응.”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욕설을 퍼붓던 여운별은 결국 세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여운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의 집에는 낯선 사람 열 명이나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중년 남자 주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의 경호원으로 보였다.‘내가 잘못 들어왔나?’“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여운별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운별 씨가 잘못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초대하지 않았는데 운별 씨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요. 운별 씨가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여운별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이 여운별을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왜 내가 출소한 뒤로 항상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정현숙도 그렇고 지금 이 낯선 중년 남자도 그렇다.“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운별 씨와 하
하지만 여천우와 여운별 집에서는 여천우가 바로 여씨 가문의 주인이다!여운별은 재빨리 그 100만 원을 확인했다.여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그를 잡아끌며 사정했다.“천우야, 조금만 더 줘. 2000만 원, 아니... 1000만 원도 돼. 100만 원으로는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운초 몰래 내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과 열쇠를 훔쳐 와도 되고.”여운별은 추미자가 자신에게 집 몇 채를 사준 기억을 떠올렸다.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자지 않고 추미자가 학교 근처에 집을 사주었다.그러다가 여운별이 학교에 다니지 않자 추미자는 그 집을 세주었고 세 값이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여운별은 그것이 그녀에게 사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부동산 증서와 열쇠만 가지게 되면, 집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여운별 명의로 된 집들은 학교 부근 주택이라 집 한 채가 10억에 달했다.“운초가 무슨 근거로 내 부동산 소유증까지 가져가? 그건 내 재산인데 왜 운초가 가져가?”부동산 소유증은 추미자 부부 방의 금고 안에 있었다.지난번에 여운초가 여운별을 속여 금고를 열게 한 뒤로 그 안의 귀중한 물품들과 일부 현금은 모두 여운초가 가져갔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내가 엄마 보러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신신당부하셨어. 누나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을 누나가 팔아넘길까 봐 누나에게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그 부동산은 소유증에는 누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이름도 쓰여있어. 엄마 사인 없이 누나가 혼자 집을 팔 수 없을 거야. 눈독 들일 생각하지 마.”여운별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에 여운별이 아직 학교에 다녔기에 추미자가 사준 집에는 추미자의 이름이 등록된 것도 아주 당연했다.여천우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여운별은 또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운초가 별장의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더니 그제야 단념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운초 남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운초! 여천우! 난 가만
여천우가 바로 거부했다.“누나, 이건 내가 도울 수 없어. 운초 누나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전부 운초 누나가 준 돈이니까. 나도 잠시 운초 누나가 먹여 살려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운초 누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어?”설령 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의 정지된 카드를 풀게끔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여천우는 하지 않을 것이다.여천우와 여운초의 의도가 바로 여운별이 함부로 돈을 써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천우는 여운별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 스스로 돈을 벌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은 아마도 여운초에게 평생 눌리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어쨌든 여운별과 여운초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여천우도 여운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너도 운초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와 손을 잡고 운초를 상대해야지, 운초의 말에 속아 넘어가 부모님을 만나면 어떡해? 그것도 부모님 재산을 너의 명의로 바꾸라고 한 것도 운초의 생각이지? 운초가 가르쳐준 거지?”“천우야, 운초는 우리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어떻게 우리 가문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겠어? 우리 가문에 사업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가 우리 재산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돈은 떼처럼 굴러올걸. 우리 남매 3대가 쓰기에도 충분할 거라고.”이때 여천우가 또 반박했다.“운별 누나. 우리 집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 일부 재산은 운초 누나 소유이고 또 우리 부모님 장사는 법을 어기는 장사야. 일찍 압류당하고 벌금도 낸 거 몰라? 합법적인 사업은 얼마 되지도 않아.”여운별이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돈이 엄청 많다는걸. 엄마가 알려주셨어. 운초 장님이 뭐가 돈이 있다고...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여씨 그룹의 장사는 줄곧 우리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그 재산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 가지만 물
여천우에게 엄하게 대하고, 어려서부터 독립시킨 것은 모두 그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후계자가 독립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여씨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단 말인가!다만 여천우가 아직 젊어서 추미자 부부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여천우도 성인이 되었고 여운별이 출소하자마자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재산을 위해서라도 추미자 부부는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아들 여천우에게 넘겨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운별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면 더는 여운별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시집가게 되면 여천우는 그녀에게 후한 혼수를 줄 것으로 계획했다.여운초도 그깟 재산을 두고 그들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원하는 것은 단지 공평이었다.“엄마와 아빠는 모두 동의하지 않을 거야.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마!”사실 여운별도 그녀의 부모님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결국, 추미자 부부가 선택한 사람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친딸 여운별이 아니라 아들 여천우라는 사실을 믿기 싫었을 뿐이다.정녕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여천우에게 물려주려 했는가!여운별에 대한 사랑은 역시 성별을 초월할 수 없었던 건가!추미자 부부는 한 번도 여운별에게 재산을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들이 남자를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어릴 때부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었다.그러나 여천우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여운별은 추미자 부부의 사랑이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했다.추미자 부부는 여운초를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천우가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누나, 누나
“여천우, 이 나쁜 놈아! 이제 다 커서 여운초와 연합해 친누나를 괴롭히려고 들어? 난 네가 감옥으로 가서 단지 우리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간 줄로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 재산을 노리고 간 거였어? 엄마 아빠 재산도 내 몫이니까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마!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야. 우리 부모님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너에게 주지 주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귀찮게 하지 마!”여운별도 면회하러 가서야 여천우가 그날 추미자 부부의 면회를 하러 간 것을 알게 되었다.여천우는 추미자 부부에게 그들이 압류당하지 않은 재산을 여천우 한 사람에게만 물려달라고, 여운별과 여운초에게는 재산을 주지 말자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여태웅의 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딸로서 자산을 가지지 못 가질 리가 없었다.여운별은 이미 변호사와 만나 여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여운초의 모든 재산을 되찾으려고 계획했다.그러나 남동생 여천우가 독점할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평소에는 철이 들고 착한 동생인데 이토록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니!아니, 여미란과 여미정의 말대로 여운초가 꾸민 짓일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정말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소송 때문에 여운초가 현재 가진 재산 일부를 토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추미자가 그들의 재산을 전부 여천우에게 물려준다면, 여운초와 여천우의 두터운 친분으로 볼 때 그 재산도 여천우의 손에 잠시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아주 크다.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여운초의 손에 넘어가고 심지어 여운별이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여운별의 부모님은 현재 살아계시고 또한 부모님의 재산도 그들의 의향대로 지정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 그리고 여운별도 성인이 다 되었기에 그녀의 부모님도 이제 그녀를 키울 책임이 없다
게다가 우빈이도 장점이 있는 어린이였다.그는 독서와 글씨를 쓰는 데 있어서 용정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용정은 숫자를 많이 읽는다지만 잘 쓰지 못했다. 이 또한 전태윤이 우빈을 칭찬할 때 자주 쓰는 말이었다.그러나 우빈은 전태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전태윤이 어른일 뿐만 아니라 전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우빈은 이렇게 자신을 설득하더니 더는 입을 삐죽 내밀지 않고 용정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가자, 우리 들어가서 뭐 먹자. 배고파.”“나도 배고프다.”두 녀석은 또 즐겁게 팔짝팔짝 뛰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여씨 가문.여운별은 별장 입구에 멀찌감치 서 있다가 여천우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여천우가 집안에서 나왔다.여천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여운별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가다가 손을 들어 여천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짝!여천우는 여운별이 자신을 보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는 단지 여운별이 자신이 곧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알고 특별히 찾으러 온 줄로만 알았지만 만나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누나. 왜 때려?”여천우는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운별에게 물었다.여운별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누나라고 부르지 마. 내가 네 누나가 맞긴 한 거야? 어려서부터 너는 여운초를 좋아하고 나와 가깝게 지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여운초와 연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해? 여천우! 너 미쳤어? 나야말로 너의 친누나거든!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친누나라고. 여운초는 네 사촌 누나일 뿐이야!”여천우도 바로 화를 냈다.“내가 미쳤다고? 누나! 누나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면서 못된 것만 배웠잖아! 내가 미쳤다고? 누나가 미친 거 아니야? 운초 누나는 내 사촌 누나이자 내 친누나야. 운초 누나도 나와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친누나야! 영원한 내 친누나라고!”여운별은 화가 나서 또 여천우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여천우가 막을 준비를 하고
우빈이가 툭하면 어린이집에 안 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하게 일러둬야 한다고 하예정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용정이 모처럼 놀러 왔고 또 용정이 관성에서 친구란 우빈이밖에 없으니, 이번만은 응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우빈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을 약속했다.용정도 따라서 말했다.“아주머니, 다음번에는 제가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을 하는 틈을 타서 올 게요. 그러면 누구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이모,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얘기하면 안 돼요?”우빈이한테는 지금 휴가를 내는 일이 급선무였다.그래야 시름 놓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째려보았다. 전태윤은 일부러 하예정의 시선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딴 곳을 쳐다보는 척했다. 하혜정은 속으로 남편이 우빈이의 일을 자신한테 떠밀었다고 투덜댔다.“알았어.”하예정은 마지못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예진이 전화를 받자 하예정이 말했다.“언니, 우빈이가 할 얘기 있대.”그러고 나서 휴대폰을 우빈이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우빈아, 네가 직접 엄마하고 얘기해.”우빈이는 전화를 받아쥐고 하예진에게 휴가를 내려는 사유를 자초지종 말했다.하예진도 하예정과 똑같은 말을 하고 나서 우빈이가 하루 휴가를 내서 모처럼 찾아온 친구랑 노는 것에 응낙했다.그러자 우빈이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돌려준 후 용정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그러고는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용정에게 말했다.“용정아, 나 요즘 아주 열심히 무술을 연마했어. 우리 한 번 대결해.”용정이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넌 나한테 질 거야. 나한테 져서 화내면 안 돼. 알았지?”지난 여름방학 때 두 사람이 함께 놀 때 우빈이가 항상 져서 기분이 언짢아했었다.용정은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모연정이 용정이보고 우빈이는 손님인데 왜 양보하지 않았냐고 핀잔했다.하지만 용정은 어떻게 양보해야 할지 몰랐다. 아직 자연스럽게 져주는 법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