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 사위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2321 챕터

제921화

이에 손지강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비록 손씨 가문의 세자이긴 하지만, 차마 이런 자리에서 함부로 날뛸 수 없는지라 주현경을 힘껏 노려보고 나서야 눈 딱 감고 앞으로 나섰다.“여러분, 두 사람이 저랑 아는 사이는 맞아요. 그러나 절대 친구는 아니에요. 저는 쓰레기랑 친구 사귀는 취미는 없거든요.”만약 평소라면 그는 이예운의 편을 들어줬을지 모르지만, 이예운이 또다시 김예훈을 선택한 이상 사내대장부가 어찌 자존심도 없이 한낱 여자의 비위를 맞춰줄 수 있겠냐는 말이다.사람들의 관심이 전부 김예훈한테로 쏠린 탓에 아무도 성남시 일인자 양정국이 연회장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오늘 성남 고등학교에 비서도 동행했던지라 그는 김예훈을 단번에 알아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무슨 오해가 생겼나 봐요. 김예훈 씨라는 분은 절대로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가서 설명할까요?”양정국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손을 젓더니 한참 후에 느릿느릿 말했다.“통제 불능인 상황까지 가면 몰라도 아직은 나설 필요 없어.”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김예훈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문제는 그가 오늘 경기도 일인자의 수행비서마저 모셔왔다는 점이었다.이런 사람이 귀인 또는 거물이 아니면 뭐냐는 말이다!누가 봐도 곤경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도움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양정국은 여유만만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고작 비서 따위가 그의 생각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그동안 성남시 일인자의 자리를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예를 들면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은 그를 대신할 다른 사람을 적극 지원했는데, 그 후임자가 바로 왕태호였다.비록 오늘 사건 때문에 왕태호는 당분간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손씨 가문은 양정국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다만 그가 설령 성남시 일인자라고 해도 손씨 가문을 확실하게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이제 손씨 가문 세자가 화를 자처하려고 나대는데, 양정국은 당연히 수수방관하기 마련이다.이처럼 하늘에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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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남들이 손세자가 너무 일찍 성공한 탓에 자만심이 들기 마련이라고 하던데, 오늘 보니 전혀 김세자 못지않은데요?”“아쉽게도 시대를 잘못 타고났군요. 3년만 더 일찍 사회에 나왔더라면 성남시에 김세자란 이름이 들리지도 않았을 텐데.”“그러니까, 다들 김세자를 너무 추켜세웠나 봐요. 사실상 손세자가 더 유망할 수도 있겠네요?”스스로 고상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이제 손지강의 비위를 맞춰주기 급급했다.어쨌거나 손지강 덕분에 체면이 선 만큼 뭐라도 보답해야지 않겠냐는 말이다.물론 김세자와 비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기도의 일인자라고 하면 단연코 김세자이니까.전설 속 김세자와 비교하는 말을 들은 손지강은 저도 모르게 우쭐하는 표정을 지었다.경기도에서 김세자랑 같이 언급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 따로 없었다.그날 복률이 김세자와 가장 근접한 남자라고 스스로 자부하지 않았는가!“자, 여러분, 저를 너무 비행기 태우시면 안 됩니다. 제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고 있거든요.”손지강은 겸손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대단한 재주는 없어도 쓰레기 하니만큼은 기가 막히게 치우죠.”이 말을 듣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이내 손지강은 김예훈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꺼져.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손지강,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리도 초대장이 있다고.”이예운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손지강이 일부러 태클 거는 게 뻔했다.손지강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피식 웃었다.“초대장? 성남 고등학교 이사장은 우리 집안 사람이야. 네가 초대장을 훔친 거지? 감히 우리 집 물건마저 손을 대다니? 이예운, 오늘 똑바로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말을 마친 손지강은 이예운 쪽으로 걸어갔다.이예운의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그녀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더니 앞을 가로막았다.순간 어리둥절한 이예운은 넋을 잃고 말았다.감히 자신의 앞길을 막는 김예훈을 보자 손지강이 싸늘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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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옆에 있는 주현경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물론 일이 이 지경까지 될 거라고는 그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여우 같은 이예운의 애인이 감히 손지강에게 손을 대다니?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과 다름없었다.이제 큰일이다! 저 남자가 끝장나는 건 물론 이예운도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게 뻔했다.어쨌거나 손지강은 점잖은 겉모습과 달리 매너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당신 누구야? 감히 손세자에게 손을 대다니? 손세자가 대체 어떤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인지 알고 있어?”주현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지강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 김예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어쨌거나 그녀는 일이 더 커지기를 바라는 입장이다.반면, 손지강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그를 조롱하는 듯 하나같이 웃음거리를 기대하는 얼굴이었다.이에 이성을 완전히 잃은 손지강은 김예훈을 당장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반면, 경호원들도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김예훈이 감히 손지강에게 손을 댈 줄은 상상도 못 한지라 더욱이 귀싸대기 날릴 거라고는 예상조차 못 했다.이건 단지 손지강에게 손을 댄 걸 넘어서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 마찬가지였다.곧이어 경호원들이 김예훈을 제압하려고 우르르 몰려드는 순간 위엄이 넘치는 누군가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성남시 일인자 양정국이 드디어 뒤늦게 모습을 보였다.그의 등장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손지강이 김예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나서 손씨 가문과 김예훈의 모순도 극대화됨으로 서로 화해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인 상태였다.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시점에 나서서 중재하면 나중에 양측 모두가 그에게 신세를 지게 되지 않겠는가!“어르신!”순간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사람들은 잇달아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성남시 일인자야말로 현장에 있는 손님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자랑했다.여기저기서 인사가 오가는 가운데 양정국이 경호팀장에게 다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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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어르신, 진짜 초대장이든 신분이 얼마나 대단하던 감히 나한테 손을 댔다는 자체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이때, 손지강이 서늘한 얼굴로 입을 뗐다.양정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지강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손세자, 아마 눈앞에 있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럴 텐데, 나조차 건드리기 힘든 귀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으니 먼저 태클 건 쪽이 맞아도 싸지 않겠어요? 지금 당장 무릎 꿇고 김예훈 씨한테 사과해요. 아니면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말을 마친 양정국은 정중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했다.양정국마저 공손하게 대하는 젊은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양정국 씨! 그게 무슨 뜻이죠? 설마 지금 성남시 일인자라고 감히 손씨 가문의 앞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죠? 똑똑히 들어요. 손씨 가문 말 한마디면 당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요.”손지강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까지 그에게 무릎 꿇으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전성기 시절의 김병욱마저 동년배로서 서로 왕래만 했을 뿐이었다.무릎을 꿇으라는 양정국의 한 마디에 손지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손세자가 거절한 이상 손장건 회장님한테 연락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나중에 집안 어르신도 손세자처럼 당당했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양정국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또한 그가 계획한 일이기도 했다.곧이어 그는 휴대폰을 꺼내 손장건의 번호를 눌렀다.“손장건 씨, 그쪽 손자가 우리 학회에서 말썽을 피우는데 직접 와서 해결해줄래요?”양정국이 무심하게 말했다.휴대폰 너머로 손장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손자 녀석이 어찌 그런 고상한 자리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겠어요? 어르신의 눈에 띄었으니 저 대신 좀 혼내주세요. 설마 어르신마저 안중에 없겠어요?”“회장님, 아직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직접 오시는 게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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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학회 현장.양정국은 전화를 끊고 무심한 눈빛으로 손지강을 바라보았다.“회장님이 금방 오신대요. 그때 가서도 지금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손지강이 냉소를 지었다.손씨 가문은 고작 성남시 일류 가문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 고난을 함께 나누는 다른 3대 일류 가문이 있는데, 뭐가 두렵겠냐는 말이다.이따가 할아버지가 오면 그는 김예훈한테 무릎 꿇고 꺼지게 하는 건 물론 일인자 자리에서 양정국도 끌어내릴 예정이다.반면,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고작 이런 일 때문에 손씨 가문의 회장인 손장건이 친히 찾아오다니?보아하니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듯싶었다.양정국은 그제야 김예훈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김예훈 씨,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김예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만약 진짜 늦었다면 당연히 상관없지만, 일찍 도착했으면서 일부러 수수방관하다가 기회를 봐서 나타나는 게 더욱 괘씸하지 않겠어요? 물론 어르신은 그런 분이 아니겠죠.”비록 김예훈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이 말을 듣자 제아무리 성남시 일인자라고 해도 양정국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그는 마치 윗사람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이내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억지로 미소를 짜냈다.“정말 늦게 왔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김예훈 씨가 연루된 일인데, 당연히 중요시하지 않겠어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양정국이 손지강에게 무릎 꿇으라고 하는 순간 그는 이미 상대방의 의도를 눈치챘다.아마도 손씨 가문이랑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라서 자신을 핑계로 손씨 가문을 상대하려는 듯싶은데, 물론 생각이나 수단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머리는 잘 썼네요.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다 이유가 있네요. 다만 날 도구로 삼다니,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김예훈은 손을 뻗어 양정국의 어깨를 두드렸다.태산이 무너져도 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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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회장님! 저 자식이 절 때리고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라고 했어요. 게다가 양정국도 저 자식의 편을 들던데요? 이건 결국 저희한테 도전장을 내미는 거잖아요. 둘 다 죽여버려요! 이 세상에 온 걸 후회하게 해주세요.”손장건이 걸어 들어오자 손지강이 급히 달려가 큰소리로 외쳤다.그는 손장건이 제일 아끼는 손자였다. 아니면 손씨 가문의 세자가 되지 않았을 테니까.예전 같았으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장건이 대신 화풀이해줬을 건데 이번은 아니었다.손장건은 태연자약한 김예훈을 흘긋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 손지강의 뺨을 때리면서 호통쳤다.“이 망할 놈아! 내가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 허구한 날 돌아다니며 말썽을 피우다니! 아주 우리 집안의 씨를 말려 죽일 작정이야?”손지강은 손장건한테서 뺨을 얻어맞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물론 손지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모두가 알다시피 손씨 가문은 부동산과 교육업에 종사하는데, 두 업종 모두 폭리를 취하는 사업이다.따라서 손씨 가문은 성남시 일류 가문 중 가장 많은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이는 또한 손씨 가문 사람들이 항상 거만하게 행동하는 뒷받침이 되기도 했다.특히 손제자라고 알려진 손지강은 세자라는 신분을 내세워 성남시에서 남녀불문하고 막 대했다.게다가 손장건은 손지강을 끔찍하게 아꼈다. 손지강이야말로 손씨 가문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뭐든지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다.그동안 손지강을 건드리는 사람은 손장건의 손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결국 손지강은 점점 더 오만방자해졌다.그런데 이처럼 고상한 자리에서 손지강의 뺨을 때릴 줄이야!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손장건은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을 포함해서 이미 다 전해 들었어요. 이 자리에서 손씨 가문을 대신하여 사과드립니다.”이내 현장은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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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손세자라는 자식이 날 몇 번이고 도발하고 성가시게 구는데, 내가 만만해 보입니까?”김예훈은 손장건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손장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이미 김예훈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두려움이 밀려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이내 손장건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어떤 사람이며, 누가 김예훈 씨의 뒤를 봐주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우리도 당신 배후에 있는 분을 건드리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오늘 일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만 김예훈 씨도 제 분수를 알았으면 좋겠어요.”손지강은 옆에서 볼을 감싸 쥐고 물었다.“회장님, 저 쓰레기 같은 놈이 잘나가면 얼마나 잘나간다고 그래요? 고작 데릴사위에 불과한데, 우리가 두려워할 이유라도 있나요? 대체 무슨 근거로 사과하라는 거예요? 회장님의 체면이 깎이는 건 그렇다 쳐도 손씨 가문마저 망신당할 수는 없어요.”“닥쳐!”손장건이 손지강을 노려보았다. 그는 오늘 일을 최대한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애썼는데, 뭣도 모르고 날뛰는 손자 녀석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이에 손장건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강아, 이리 와서 사과해!”“싫어요. 고작 데릴사위한테 사과할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우리 손씨 가문에게 위협이 될 수 없어요!”“짝!”손장건은 다시 손지강의 뺨을 때리며 싸늘하게 말했다.“사과하라면 사과해.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손장건은 처음으로 손지강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정녕 본인이 무슨 생각인지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현재 성남시의 정세는 며칠 전과 180도 변했다.CY그룹이 급부상하는 와중에 진주 이씨 가문도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다.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이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공수동맹을 맺었다고 해도 고작 사소한 일 때문에 주요 세력 간의 균형을 깨드린다면 큰 난관에 봉착할 게 뻔했다.만약 이런 이유만 아니었다면 손장건의 성격으로 어찌 고작 김세자의 대변인을 두려워하겠는가!“사과하라니 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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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무슨 뜻이죠?”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물었다.이내 양정국은 나지막이 대답했다.“손지강이 별다른 능력이 없는데도 손씨 가문의 세자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유능한 양아버지를 뒀기 때문이죠.”“누군데요?”“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양정국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홍인경은 경기도 조직에서 말한 대로 하는 인물로서 신분이 꽤 높았다.양정국은 제아무리 성남시 일인자라고 해도 감히 홍인경을 건드릴 엄두는 나지 않았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손지강이 날 상대하려고 홍인경을 찾아갔단 말인가요?”“그럴 가능성이 커요.”양정국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씨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쯤은 저도 알지만, 돈 있는 손씨 가문과 사람을 부리는데 도가 튼 홍인경이 손을 잡게 된다면 절대로 쉽게 대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어쨌거나 매사에 조심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려 양정국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나랑 손지강이 피 터지게 싸우고 둘 다 망했으면 하는 바람은 아니고?”“그럴 리가요!”양정국은 감히 김예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재빨리 고개를 떨구었다.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오후에 있었던 일을 봐서 날 이용한 건 그냥 넘어가 줄게요. 물론 지금부터 서로 빚진 게 없는 거예요.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짓을 벌인다면 그 후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양정국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가운데 김예훈은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다들 편하게 있어요. 이건 학회잖아요. 각자 볼일 보세요.”양정국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수습에 나섰다.“여러분, 늘 그랬던 것처럼 즐겨요. 방금 일어난 일은 이제 잊어주세요!”사람들은 각자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김예훈이 있는 방향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다만 양정국이 끝까지 동행한 관계로 감히 다가가지는 못했다.그렇게 30분이 흘러 김예훈은 점점 지루함이 몰려왔다.소위 교육계 고위층 인사라고 자부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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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설마 이 나이 먹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게?”의욕이 넘치는 김예훈을 보자 정민아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남편만 원한다면 김예훈을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것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다만 김예훈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나 아니고 소현이 말이야. 올해 고3이잖아. 곧 대학교도 가야 할 텐데, 성남시에 그렇다 할 학교가 없는 것 같아서. 아마 서울이나 부산 또는 대전에 공부하러 보내야 할 것 같아.”정민아는 실소를 터뜨렸다.“소현은 엄마 아빠가 알아서 걱정할 거야. 넌 고작 형부일 뿐이니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도 돼.”김예훈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렇다고 정민아한테 오늘 학회에서 성남시 교육청 사람들의 진면목을 확인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대전 방문 일정을 며칠 더 당겨야 할 것 같군. 소현이 다닐 만한 대학교도 겸사겸사 찾아보고.”김예훈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전까지만 해도 대전에 가는 게 그리 시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 할 듯싶었다....성남시 교외, 복고풍의 일본식 정원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안팎으로 늘어서 있었다.덩치가 산만 한 사람들은 허리춤에 권총이라도 숨긴 듯 하나같이 불룩 튀어나왔다.이때 정원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경호원들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리다가 상대방을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경계를 풀었다.왜냐하면 손씨 가문의 세자이자 그들이 모시는 보스 홍인경의 수양아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대부님, 아들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싸대기까지 여러 대 얻어맞았다고요.”방석에 무릎 꿇고 앉은 홍인경의 허벅지 위에는 일본 장검이 놓여 있었다.눈 감고 명상하던 그는 눈을 번쩍 뜨고 무덤덤하게 물었다.“성남시에서 감히 손씨 가문의 세자인 널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고?”“대부님, 그 자식은 꽤 신분이 있는 놈 같아요. 방금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냈는데, 아마도 김세자 대신 일 처리 하는 사람인가 봐요.”손지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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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정소현이 다닐 대학교를 물색하기 위해 대전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김예훈은 곧바로 하은혜에게 대전 업무를 미리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예를 들면, 대전 지사를 홀로 운영할 수 있는 유능한 현지인을 찾아야 하는 등이 있다.김예훈이 정민아에게 대전에 간다고 말하자 그녀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소현이 다닐 대학교를 찾으러 대전까지 간다고? 며칠 있을 건데?”“길어 봤자 5일?”김예훈은 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지사 업무를 이틀 내로 처리하고, 다음 날부터 대전 대학교에 다니면서 현지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김예훈은 정민아가 동행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탓에 도무지 외출할 시간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정민아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대전에 가는 건 괜찮은데, 이왕 가는 김에 나 대신 일 좀 봐 줄 수 있어?”“뭔데?”김예훈에게 승낙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였다.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인데 언제 물불 가릴 틈이 있겠는가!“나랑 제일 친한 육해연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미르 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대전에 가서 일한대. 여자애가 홀로 타지에서 생활한다고 하니 괜스레 걱정되잖아. 어차피 가는 김에 나 대신 확인 좀 해줄래? 지금 다니는 회사는 괜찮은지, 사는 곳은 어떤지 한 번 알아봐 줘.”정민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김예훈도 육해연을 알고 있다. 육씨 가문도 그동안 남해시에 살았는데, 나중에 외국으로 이민 갔다고 했다.육해연과 정민아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육해연이 귀국하게 된 계기도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른다.육해연은 능력이 뛰어난 여자라고 소문이 자자했다.미르 제국에서 무려 케임브루대학과 옥스코대학을 다니면서 전 세계 최고 학부인 두 대학교에서 모두 장학금을 탔다.게다가 졸업하고 나서는 리카 제국과 미르 제국의 대형 투자 회사에서 입사를 제안하는 오퍼를 꽤 많이 보냈다고 했다.육해연을 언급하자 정민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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