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자라는 자식이 날 몇 번이고 도발하고 성가시게 구는데, 내가 만만해 보입니까?”김예훈은 손장건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손장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이미 김예훈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두려움이 밀려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이내 손장건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어떤 사람이며, 누가 김예훈 씨의 뒤를 봐주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우리도 당신 배후에 있는 분을 건드리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오늘 일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만 김예훈 씨도 제 분수를 알았으면 좋겠어요.”손지강은 옆에서 볼을 감싸 쥐고 물었다.“회장님, 저 쓰레기 같은 놈이 잘나가면 얼마나 잘나간다고 그래요? 고작 데릴사위에 불과한데, 우리가 두려워할 이유라도 있나요? 대체 무슨 근거로 사과하라는 거예요? 회장님의 체면이 깎이는 건 그렇다 쳐도 손씨 가문마저 망신당할 수는 없어요.”“닥쳐!”손장건이 손지강을 노려보았다. 그는 오늘 일을 최대한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애썼는데, 뭣도 모르고 날뛰는 손자 녀석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이에 손장건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강아, 이리 와서 사과해!”“싫어요. 고작 데릴사위한테 사과할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우리 손씨 가문에게 위협이 될 수 없어요!”“짝!”손장건은 다시 손지강의 뺨을 때리며 싸늘하게 말했다.“사과하라면 사과해.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손장건은 처음으로 손지강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정녕 본인이 무슨 생각인지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현재 성남시의 정세는 며칠 전과 180도 변했다.CY그룹이 급부상하는 와중에 진주 이씨 가문도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다.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이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공수동맹을 맺었다고 해도 고작 사소한 일 때문에 주요 세력 간의 균형을 깨드린다면 큰 난관에 봉착할 게 뻔했다.만약 이런 이유만 아니었다면 손장건의 성격으로 어찌 고작 김세자의 대변인을 두려워하겠는가!“사과하라니 말도 안
“무슨 뜻이죠?”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물었다.이내 양정국은 나지막이 대답했다.“손지강이 별다른 능력이 없는데도 손씨 가문의 세자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유능한 양아버지를 뒀기 때문이죠.”“누군데요?”“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양정국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홍인경은 경기도 조직에서 말한 대로 하는 인물로서 신분이 꽤 높았다.양정국은 제아무리 성남시 일인자라고 해도 감히 홍인경을 건드릴 엄두는 나지 않았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손지강이 날 상대하려고 홍인경을 찾아갔단 말인가요?”“그럴 가능성이 커요.”양정국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씨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쯤은 저도 알지만, 돈 있는 손씨 가문과 사람을 부리는데 도가 튼 홍인경이 손을 잡게 된다면 절대로 쉽게 대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어쨌거나 매사에 조심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려 양정국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나랑 손지강이 피 터지게 싸우고 둘 다 망했으면 하는 바람은 아니고?”“그럴 리가요!”양정국은 감히 김예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재빨리 고개를 떨구었다.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오후에 있었던 일을 봐서 날 이용한 건 그냥 넘어가 줄게요. 물론 지금부터 서로 빚진 게 없는 거예요.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짓을 벌인다면 그 후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양정국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가운데 김예훈은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다들 편하게 있어요. 이건 학회잖아요. 각자 볼일 보세요.”양정국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수습에 나섰다.“여러분, 늘 그랬던 것처럼 즐겨요. 방금 일어난 일은 이제 잊어주세요!”사람들은 각자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김예훈이 있는 방향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다만 양정국이 끝까지 동행한 관계로 감히 다가가지는 못했다.그렇게 30분이 흘러 김예훈은 점점 지루함이 몰려왔다.소위 교육계 고위층 인사라고 자부하는 이들
“설마 이 나이 먹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게?”의욕이 넘치는 김예훈을 보자 정민아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남편만 원한다면 김예훈을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것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다만 김예훈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나 아니고 소현이 말이야. 올해 고3이잖아. 곧 대학교도 가야 할 텐데, 성남시에 그렇다 할 학교가 없는 것 같아서. 아마 서울이나 부산 또는 대전에 공부하러 보내야 할 것 같아.”정민아는 실소를 터뜨렸다.“소현은 엄마 아빠가 알아서 걱정할 거야. 넌 고작 형부일 뿐이니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도 돼.”김예훈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렇다고 정민아한테 오늘 학회에서 성남시 교육청 사람들의 진면목을 확인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대전 방문 일정을 며칠 더 당겨야 할 것 같군. 소현이 다닐 만한 대학교도 겸사겸사 찾아보고.”김예훈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전까지만 해도 대전에 가는 게 그리 시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 할 듯싶었다....성남시 교외, 복고풍의 일본식 정원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안팎으로 늘어서 있었다.덩치가 산만 한 사람들은 허리춤에 권총이라도 숨긴 듯 하나같이 불룩 튀어나왔다.이때 정원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경호원들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리다가 상대방을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경계를 풀었다.왜냐하면 손씨 가문의 세자이자 그들이 모시는 보스 홍인경의 수양아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대부님, 아들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싸대기까지 여러 대 얻어맞았다고요.”방석에 무릎 꿇고 앉은 홍인경의 허벅지 위에는 일본 장검이 놓여 있었다.눈 감고 명상하던 그는 눈을 번쩍 뜨고 무덤덤하게 물었다.“성남시에서 감히 손씨 가문의 세자인 널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고?”“대부님, 그 자식은 꽤 신분이 있는 놈 같아요. 방금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냈는데, 아마도 김세자 대신 일 처리 하는 사람인가 봐요.”손지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정소현이 다닐 대학교를 물색하기 위해 대전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김예훈은 곧바로 하은혜에게 대전 업무를 미리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예를 들면, 대전 지사를 홀로 운영할 수 있는 유능한 현지인을 찾아야 하는 등이 있다.김예훈이 정민아에게 대전에 간다고 말하자 그녀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소현이 다닐 대학교를 찾으러 대전까지 간다고? 며칠 있을 건데?”“길어 봤자 5일?”김예훈은 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지사 업무를 이틀 내로 처리하고, 다음 날부터 대전 대학교에 다니면서 현지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김예훈은 정민아가 동행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탓에 도무지 외출할 시간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정민아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대전에 가는 건 괜찮은데, 이왕 가는 김에 나 대신 일 좀 봐 줄 수 있어?”“뭔데?”김예훈에게 승낙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였다.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인데 언제 물불 가릴 틈이 있겠는가!“나랑 제일 친한 육해연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미르 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대전에 가서 일한대. 여자애가 홀로 타지에서 생활한다고 하니 괜스레 걱정되잖아. 어차피 가는 김에 나 대신 확인 좀 해줄래? 지금 다니는 회사는 괜찮은지, 사는 곳은 어떤지 한 번 알아봐 줘.”정민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김예훈도 육해연을 알고 있다. 육씨 가문도 그동안 남해시에 살았는데, 나중에 외국으로 이민 갔다고 했다.육해연과 정민아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육해연이 귀국하게 된 계기도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른다.육해연은 능력이 뛰어난 여자라고 소문이 자자했다.미르 제국에서 무려 케임브루대학과 옥스코대학을 다니면서 전 세계 최고 학부인 두 대학교에서 모두 장학금을 탔다.게다가 졸업하고 나서는 리카 제국과 미르 제국의 대형 투자 회사에서 입사를 제안하는 오퍼를 꽤 많이 보냈다고 했다.육해연을 언급하자 정민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
진주국제공항.김병욱과 김청미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세계 일류인 대도시 중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 발을 내디뎠다.VIP 게이트에 도착하자 김병욱이 갑자기 발길을 멈췄다.“대전 쪽에 이미 연락 해뒀으니 가서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면 돼.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김청미가 호탕하게 웃었다.“두려워?”김병욱은 말없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의 눈에서는 살기 어린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본 김청미는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말이야. 이런 수단이 정말 먹힐 거라고 생각해?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큰 어르신께서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으실 것 같은데?”...대전공항. 김청미가 비행기에 오르는 동안 김예훈은 이미 기다리다 지쳐 지루하기까지 하였다.30분이 지나서야 육해연이 모습을 드러냈다.얼추 168cm 돼 보이는 늘씬한 키와 글래머스한 몸매, 그리고 상반되는 시원한 이목구비와 얼굴형은 전형적인 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그녀의 외모와 이미지는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여자 수장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할 수 있으며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를 소유하였다.그녀가 나타나자 많은 사람은 연예인인 줄 알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육해연은 그들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 시각 육해연도 김예훈을 알아보고는 이내 자신의 캐리어를 그에게 넘겨주었다.“이따가 절 이곳으로 데려다주세요. 급한 일이 있어서요.”김예훈에게 한 장의 주소가 적힌 종잇장을 내밀더니 그녀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김예훈은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이런 무례한 행동을 보고 카리스마가 있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애교로 봐주어야 하는지 고민 중이었다.하지만 그는 정민아의 부탁도 있었기에 아무 말도 없이 육해연의 캐리어를 들고는 따라나섰다.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육해연은 의아한 듯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이 대전에서 잠시 운전하는 차는 벤틀리였다
육해연은 괜히 유학파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속에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아마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미 그의 말에 땅속이라도 숨어들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은 이미 그런 시선에는 익숙한지 오랜 터라 아무렇지도 않았다.김예훈은 백미러로 육해연을 쳐다보았다.“여자 등골 빼먹는 게 제 취미라면요?”“그럼 내 손으로 당신 처리할 거예요.”육해연의 살기 어린 음성이었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입을 열었다.“혹시 해외에서 공부한 전공이 살인과예요? 절 처리하겠다고요? 엄연한 법치국가에서?”“말 돌리지 말아요. 이제 돈 가져다주면 그거 가지고 민아 곁에서 떠나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마 당신이 평생 놀고먹어도 될 액수니까. 당신이 민아 곁에서 떠나 주기만 한다면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말하는 육해연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웠고 냉정하였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육해연 씨, 그 전제가 왜 우리 이혼인겁니까? 좀 더 평화롭고 나이스한 방법은 없는 겁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이제 장인어른 장모님도 신경 쓰지 않아요.”“당신...”김예훈에게 정곡을 찔린 육해연의 얼굴은 그대로 찡그러졌다.“좋아요. 그렇게 이혼이 하기 싫으면 당신도 남자니까 남자답게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업 하나 정도는 해야 할 거예요. 아니면 제가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김에훈이 웃었다.“민아가 지금 쟁취한 모든 기회 제가 준 겁니다. 전 뒤에서 항상 그녀를 지지하고 있고요. 이걸로 부족한가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육해연은 이 뻔뻔하고 당황한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김예훈을 보는 그녀의 눈빛에 살기가 어려있었다.“김예훈 씨, 설마 CY그룹이 당신 거고 당신이 그 김세자라고 말할 건 아니죠?”김예훈은 잠시 흠칫하였다.“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이건 극비라서 그룹 내에서도 모르는 일인데.”그의 말에 육해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김예훈 씨, 적당히 좀 해요. 이젠 꿈까지 꾸는 거예요? 설마 꿈이 공상가인 거면 빨리 병원 가서
침묵 속에서 차는 빠르게 대전의 거리를 달리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에 도착하였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바로 CY그룹의 대전 지사의 빌딩 앞이었다.육해연이 오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제 짐은 먼저 그쪽이 가지고 있어요. 저녁에 다시 연락하죠. 그리고 이 차는 빨리 주인한테 돌려줘요, 오늘 렌트비는 제가 계산하죠.”말을 마친 육해연은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김예훈에게 내밀었다.그녀는 김예훈이 렌트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러면 그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김예훈에게 팁까지 주는 호의까지 베풀었다.무례하더라도 조금의 동정은 있다고 해야 하나.그녀가 떠나고 김예훈은 조수석에 놓인 돈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설마 이 여자 자신을 한낱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자신의 직감을 너무도 굳게 믿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김예훈은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바로 이때 송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대전 지사에 도착하셨어요? 오늘 면접하기로 한 사람 이미 도착해서 면접 기다리고 있어요.”김예훈이 대답하였다.“지금 로비야, 금방 올라가.”그가 이번에 대전으로 출장 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전 지사장 인사 문제였다.하지만 바로 전에까지 있었던 육해연과의 실랑이 덕분에 하마터면 여기에 온 이유마저 잊어버리게 될 뻔하였다....사무실 안.먼저 도착한 송준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사무실의 큰 모니터 화면은 면접 현장을 실시간으로 담고 있었으며 좀 있으면 오늘 지사장으로 면접 올 사람이 도착하게 될 것이다.회의실에서는 면접관 송준을 포함한 여러 고위 이사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김예훈이 손에 든 찻 잔을 막 마시려고 입에 대려던 순간이었다.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한 여인이 하이힐을 신고 면접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풉!”그녀를 보자마자 김예훈은 입에 가져다 댄 차를 그대로 내뿜었다.육해연 아닌가?그녀가 그렇게도 서두른 게 설마 CY그룹 대전 지사장
하지만 육해연이 능력자라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송준을 통해 김예훈이 한 난이도 높은 질문마저도 모두 막힘없이 대답하고 있었다.한마디로 그녀는 준비된 자였다.사실 그녀는 이곳에 오려고 할 때 이미 대전 지사의 지사장 자리는 자기것 이라고 확신하고 온 것이었다.면접이 끝나고 김예훈은 책상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직접 송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면접 합격했다고 전해!”송준은 잠시 멍해 있었지만 이내 대답하였다.“네!”김예훈 앞에서 그는 자신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복종만 존재할 뿐이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그가 미소 띤 얼굴로 말하였다.“축하드려요, 방금 저희 대표님께서 연락해 왔어요. 우리 회사 지사장 자리에 적합하다고 하셨어요. 오늘은 먼저 간단한 인수인계부터 하고 내일부터는 우리 대전 지사 모든 업무를 책임지셔야 할 거예요!”“잘 부탁드려요.”“술렁!”면접장에 있던 다른 고위 이사진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자신들의 대표가 모니터로 모든 면접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기에.그러니까 이 여인이 대표 눈에 들었다는 얘기 아닌가?한마디로 육해연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그들이 감히 나서지 못하는 꼴이 되었다.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육해연은 부자연스럽게 웃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설마 김세자님께서 지금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거예요?”“네.”송준은 카메라를 가리키며 육해연에게 말했다.카메라를 본 육해연은 너무도 괴로웠다.김세자가 자신의 면접을 보러 올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꾸미고 올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하지만 이미 그룹의 일원이 된 이상 그를 마주하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생각한 육해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사무실 모니터로 육해연의 모습을 지켜본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남자가 눈웃음을 칠 때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거고, 여자의 얼굴이 붉어질 때면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이기 때문이다.설마 그녀에게도 봄날이 오는 건가?얼마 지나지 않아 송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