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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학회 현장.

양정국은 전화를 끊고 무심한 눈빛으로 손지강을 바라보았다.

“회장님이 금방 오신대요. 그때 가서도 지금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손지강이 냉소를 지었다.

손씨 가문은 고작 성남시 일류 가문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 고난을 함께 나누는 다른 3대 일류 가문이 있는데, 뭐가 두렵겠냐는 말이다.

이따가 할아버지가 오면 그는 김예훈한테 무릎 꿇고 꺼지게 하는 건 물론 일인자 자리에서 양정국도 끌어내릴 예정이다.

반면,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손씨 가문의 회장인 손장건이 친히 찾아오다니?

보아하니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듯싶었다.

양정국은 그제야 김예훈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김예훈 씨,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김예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만약 진짜 늦었다면 당연히 상관없지만, 일찍 도착했으면서 일부러 수수방관하다가 기회를 봐서 나타나는 게 더욱 괘씸하지 않겠어요? 물론 어르신은 그런 분이 아니겠죠.”

비록 김예훈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말을 듣자 제아무리 성남시 일인자라고 해도 양정국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그는 마치 윗사람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이내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억지로 미소를 짜냈다.

“정말 늦게 왔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김예훈 씨가 연루된 일인데, 당연히 중요시하지 않겠어요?”

김예훈은 피식 웃었다.

양정국이 손지강에게 무릎 꿇으라고 하는 순간 그는 이미 상대방의 의도를 눈치챘다.

아마도 손씨 가문이랑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라서 자신을 핑계로 손씨 가문을 상대하려는 듯싶은데, 물론 생각이나 수단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머리는 잘 썼네요.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다 이유가 있네요. 다만 날 도구로 삼다니,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김예훈은 손을 뻗어 양정국의 어깨를 두드렸다.

태산이 무너져도 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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