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예훈도 이미 육해연의 성격을 파악한 뒤였다.그래서 그런지 그도 아무렇지 않은 듯 돈을 받아서는 차 안 서랍에 넣어 두었다.이걸 본 육해연의 표정에는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였다.이 머저리 같은 놈이 자기한테서 돈을 뜯어내려고 여기서 꼼수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이런 버러지 같은 놈이 어떻게 우리 민아와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그런데 이때 김예훈의 조롱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은 잘 보셨어요? 순조롭게 끝났어요? 떼돈 버시게 되면 저 잊지 마시고요!”김예훈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묻자 육해연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여기 혹시 어떤 곳인지 알아요?”“위에 쓰여 있잖아요. CY그룹 대전 지사라고.”김예훈이 대답하였다.“아신다니 다행이네요. CY그룹은 알고 있어야 겠죠. 김씨 가문이 자산을 통합한 후로 경기도를 이끄는 것으로 미래가 아주 밝죠. 아마 국제적 그룹이 될 거예요. 그리고 전 이런 곳에 방금 지사장으로 당당히 면접에 합격했고요,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앞으로 충청지역 뿐만아니라 금릉 쪽 업무도 저한테 맡기신대요. 이번 일만 잘 성사되면 저도 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 연봉도 1억은 넘어가겠죠.”사실 육해연에게 이런 일쯤은 아주 쉬운 일에 불과하였다.그녀의 능력으로 그 어디를 가던 이만한 금액의 돈은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사실 그녀가 CY그룹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룹의 김세자, 그녀가 존경심 가득한 마음으로 우러러보는 존재, 살아있는 전설, 당도 부대의 총사령관 때문이다.겉으로 보기에는 도도하고 차가운 그녀일지 몰라도 마음속에서는 사춘기 소녀 같은 마음도 소유하고 있었다. 귀국하여 여기에 입사한 제일 큰 이유도 김세자였다.“이렇게 좋은 날 저한테 밥이라도 사야 하겠네요.”김예훈이 웃으며 가볍게 말을 던졌다.김예훈을 보던 육해연이 입을 열었다.“그래요, 오늘 기분도 좋으니 밥 살게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김예훈은 대전의 중심에 놓인 제일 빌딩의 고급
곧이어 육해연은 포크를 손에서 놓고는 커피를 마셨다.“벌써 배불러요?”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얼굴빛이 변한 육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걸 본 김예훈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 안 댄 다른 음식들마저도 자신 앞에 놓고 먹기 시작하였다.김예훈의 식사가 끝날 때쯤 육해연이 차가운 목소리고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선조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죠, 밥 먹는 걸 보면 그 사람 인품을 알 수 있다고요.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안 봐도 당신 같은 사람은 이기적이고 조금의 염치도 없는 사람 같으니까요! 제 생각이 맞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민아 돈으로 구한 집이죠?”육해연은 정민아가 프리미엄 가든에서 살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관리비도 민아가 내고 있어요!”“그쪽 같은 사람은 염치가 있긴 있는 거예요? 그쪽 같은 사람이 어떻게 민아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육해연은 화가 나 몸이 떨려 올 지경이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민아와 어울릴 수 있는데요?”김예훈이 태연하게 물었다.김예훈의 뻔뻔한 물음에 육해연은 말문이 막혔다.“적어도 몸값이 천억 이상은 되야죠! 아니면 옆에 있을 자격 없어요!”김예훈은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육해연 씨, 당신과 민아가 사이좋은 친구인 건 알겠는데 이건 민아와 나 둘 문제예요. 뭐, 기어코 천억이 있어야 민아랑 어울린다고 하면, 전에 김세자가 민아에게 청혼한 사실도 알고 있죠? 김세자 몸값이 20조는 안 돼도 몇조는 되겠죠? 그런데 민아는 그걸 거절했죠, 그러니까 민아는 그런 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란 얘기죠. 그러니까! 민아와 어울리는 사람은 저뿐이에요!”말하는 김예훈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였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정민아와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자신 하나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육해연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김예훈 씨, 그만 해요! 민아와 잘 어울린다고요?! 민아가 김세자를 거절한 건 맞아요, 그렇다고 그
생각을 마친 김예훈은 그녀의 이런 위험한 생각은 애초에 단념시키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였다.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육해연 씨, 제가 알기론 김세자 그 분 바람둥이 성격은 아니신 거로 아는데요. 접근해 보아도 별 소득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분 이미 마음에 둔 사람 있어요. 그러니까 육해연 씨, 취직하셨으면 똑바로 출근이나 하세요!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시고!”이 사람 자기 주제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건가!한참 동안 생각에 빠진 그녀가 쌀쌀맞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나랑 김세자 일에 당신이 상관할 필요 없어요!”김예훈이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육해연 씨,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쪽 내 취향 아니에요!”“풉!”육해연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하였다. 화가 난 그녀는 온몸이 떨려왔다.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러니까 그쪽 얘기는 그쪽이 총사령관이란 말이에요? 아니면 김세자란 말이에요?”“둘 다요!”김예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였다.“그쪽 정말!”육해연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냥 눈앞의 남자는 체면도 염치도 없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었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고 나아가서 김세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라니?“착”하는 소리와 함께 육해연은 테이블에 지폐를 던지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이봐요, 그쪽 짐 아직 내 차 안에 있어요!”김예훈이 다급히 불렀다.하지만 이미 흥분상태에 있는 육해연에게 그게 들릴 리 없었다.레스토랑 밖으로 나온 육해연이 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해연아? 예훈 씨 데리러 갔어? 가서 안내 잘해주라고 당부까지 했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만약 실수라도 하면 나한테 말해! 혼내주게.”핸드폰 건너편에서는 정민아가 웃으며 농담하고 있었다.정민아의 목소리를 들은 육해연의 표정은 삽시간에 바뀌더니 빠르게 입을 열었다.“민아야, 오늘 내가 연락한 건 너한테 중요한 말을 해주
전화 너머에서 정민아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제야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해연아, 나도 알아 너도 날 위해 이런다는거. 하지만 나랑 예훈 씨 결혼한 지 삼 년이 넘어가. 그리고 그만큼 감정도 깊어졌고 나 이혼 안 해.”“너...”육해연은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단짝 친구가 이대로 김예훈에게 세뇌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되었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그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서라도 김예훈이 먼저 이혼을 제기하도록 만들 작정이었다.생각을 마친 육해연은 이를 갈며 다시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예훈을 찾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대전 대학교.국내 십대 명문 학교의 하나로 캠퍼스 안의 환경도 일품이라고 소문이 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학우가 이미 부산, 대전에서 유명한 사회의 인사가 되어 있는거로 유명한 학교이다.김예훈은 캠퍼스 안에서 천천히 산책하면서 돌아보았지만 별 특별한 건 딱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지 사람은 적고 모기가 많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환경일수록 김예훈은 오히려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성남시의 상황은 겉에서 보기에는 매우 좋아 보이나 그 실세는 어둡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은 그룹이 김씨 가문의 자원을 통합하는 일에 바빠 많은 일들에 신경을 못 쓰고 있을 뿐이었다.그룹의 많은 일도 사실 전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적만 물리치면 되니까 말이다.그만큼 뒷수습 또한 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예를 들면 이번 일처럼 김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CY그룹이 합병하지 않았다면 아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산당하고 실업자가 되어있을지 모를 일이었다.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해치는 건 김예훈의 철학이 아니었다.만약 이런 걸 다 고려하지 않았다면 사실 김예훈에게 사대 일류 가족들을 와해시키는 일 따위는 사실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어려운 건 항상 뒷수습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운 좋게도 육해연 같은 인재를 회사로 들이
“그쪽 정말 ... 파렴치해!”육해연은 입을 깨물며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였다.어떻게 자신의 와이프와 가장 친한 친구한테 이런 말을?이런 남자는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였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하였다.“그것 봐요. 이렇게 간단한 조건조차도 동의하지 않은 걸 보아서는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하죠.”사실 김예훈도 육해연을 조롱하거나 희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그녀와 정민아의 우정이 얼마큼 두터운지 알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육해연의 얼굴은 금세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그래요, 그래요 그럼! 대신 그쪽도 맹세해요, 잠자리가 끝나면 바로 민아와 이혼하고 다시는 민아한테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쪽과 저 사이에 발생한 일은 없던 걸로 하죠! 그리고 제가 따로 주는 10억은 보상금으로 해두죠.”육해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냉기 서린 목소리는 마치 한 기업의 여자 총수와도 같았다.이런 그녀의 단호한 표정을 본 김예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눈앞에 있는 그녀와 정민아의 관계가 어지간히 돈독한 게 아닌가 보다.그녀를 위해서 이런 무리한 요구조차도 승낙하는 걸 보니.하지만 문제는 육해연의 눈에 자신이 그렇게도 형편없어 보인단 말인가?자신을 희생하여서라도 정민아의 옆에서 떼어놀 만큼?김예훈은 도대체 이 상황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는 한참을 육해연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민아에게 이런 친구가 있어 기쁘네요. 방금전에 한 얘기는 제가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전 민아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쪽은 대전 발전 사업에만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별일 없으면 전 곧 성남으로 돌아갈 거예요. 혹시 알아요? 다음에 만날 때에는 절 인정해 줄지도?”그는 정민아를 향해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어차피 육해연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아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그때가 되면 육해연도 자신에 대해 이렇게까지 거부 반응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삼 일내로 이 프로젝트에 관한 사전 준비는 모두 끝낼게요.”육해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였다.김세자가 직접 지휘한다니!육해연은 긴장하면서도 격동되었다.어쩌면 직접 김세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흥! 김예훈, 당신이 그랬지 김세자가 날 맘에 안 들어 할뿐만 아니라 그에게 이미 여자가 있다고! 그런데 어쩌지 김세자가 이미 날 대신해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지휘한다고 하니 나한테 마음 있는 게 확실해!’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육해연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송준 씨, 김세자님은 언제 대전에 오시는 거예요? 제가 만나 뵐 수 있나요?”송준이 웃으며 대답하였다.“글쎄요, 세자님은 평소에도 비교적 바쁘세요. 하지만 만약 이번 일만 잘 성사하시면 친히 나서서 격려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만나 뵐 수 있지 않겠어요?”그 말을 들은 육해연은 자신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하였다.‘육해연아, 해연아. 네 남신을 찾아가는 데에는 이 프로젝트밖에 없으리라.’이어서 그녀는 입지 선정부터 프로젝트의 완성까지 모두 직접 나서서 하였다.그녀가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창, 친구 나아가서 연장자들마저도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었다.대전 이런 곳에서 그녀가 상업 입지 선정을 하는 것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었다.당연히 이 모든 건 사전 준비에 지나지 않았다.제일 어려운 건 육해연이 어떻게 하면 자신이 선택한 그 부지를 따내는 것이냐였다.왜냐하면 상업 중심은 도시 중심에 건설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전의 부지는 금싸락과도 같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며 더욱이 나아가서 어떤 부지는 이미 주인이 있는 것들도 많았다.많은 사람들이 사재기하듯 땅을 사들여 횡재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대전 중심의 한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 룸 안.정장 차림을 한 한 무리의 남성들이 모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고 그 중심에는 하얀 정장 차림을 한 남성이 서 있었다.만약 대전 상
김청미가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녀는 백기영처럼 자신의 분수를 아는 태도를 매우 좋아하였다.이런 사람은 능력뿐만 아니라 야망도 있기 때문이다.“CY그룹에 대해 들어본 적 있겠지?”백청미가 자신의 손가락을 거둬들이며 가볍게 물었다.백기영은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 정신은 집중하여 대답하였다.“들어본 적 있어요. 그들 대전 지사가 최근 며칠 동안 충청 지역의 자원을 통합하여 대전에 새로운 쇼핑몰을 계획 중이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김청미가 미간을 좁혔다.“난 이 쇼핑몰이 건설되지 않았으면 해. 영원히!”“네!”백기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숙연하게 고개만 숙였다.얼마나 지났을까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리고서야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표정에는 살기가 가득한 채 말이다.“대전에 피 바람이 불 것 같네. 하지만 이건 우리 백씨 가문에게도 기회일지 몰라. CY그룹이라. 재밌네.”백기영의 비릿한 미소와 함께 표정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육해연이 선정한 곳은 오래전 폐기된 대형 상가였다.이곳은 오래전에 폐기되어 호화로운 대전 지구에서는 꽤 골치 아픈 상가였다.육해연의 생각이 맞다면 여기에 자신의 상업 중심지를 세운다면 아마 앞으로 대전의 랜드마크로 될 것이다.또 새롭게 건설되는 쇼핑몰은 곧 CY그룹이 대전의 중심이 되는 것에 한몫할 거고 나아가 이를 중심으로 주변으로 경제가 확장될 것이 틀림없었다.자회사는 이 부지를 얻기 위하여 이미 20억의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이며 오늘은 정식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남은 100억 잔금도 치르는 날이었다.나름 스케일도 있는 자리인지라 김예훈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하였다.CY그룹에서는 이미 고위 인사들이 아침부터 비행기를 타고 와 있었다.김예훈과 송준도 현장에 도착하였다.폐기된 상가 안 사무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정장을 입은 남성이 앞장섰고 그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어 보였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회전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탁자 위에 걸치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김예훈은 그가 귀찮다는 듯 상대하지도 않은 채 계약서를 펼쳐 검토하기 시작하였다.“퍽!”김진국 뒤에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 한 손으로 김예훈 손에 들려 있는 계약서를 빼내서는 땅에 던졌다.“사인할거야 안 할 거야? 사인 안 하면 오늘 여기서 걸어나가지 못 할 줄 알아!”김예훈이 웃었다.“당신들 이거 지금 강매예요!”김진국은 손에 들려있는 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것 봐요, 여기 동생. 밥은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만 입은 함부로 놀리면 안 되는 거야. 난 장사꾼이야. 어떻게 강매할 수가 있겠어. 내가 성격이 좀 많이 급한 것뿐이야. 내가 기분 좋을 때 빨리 사인하고 가.”김예훈은 여전히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송준이 계약서를 다시 집어 들어 빨리 훓어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대표님, 계약서 내용이 다릅니다. 저희가 제시한 금액은 백억이에요. 하지만 오늘 계약서에 0이 하나 더 붙었어요. 천억이에요.”가격을 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냉기를 내 뿜고 있었다.정말 지독하기 그지없네!얼마 안 되는 사이에 인수가격이 10배로 뛰었다니!송문영은 재빨리 계약서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 계약서 잘못된 것 같은데요? 이건 작은 미스가 아니에요.”김진국은 김예훈을 포함한 그들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잘못되었다고? 난 틀린 적 없어. 이 땅 가격은 원래부터 천억이었어. 한푼도 빼놓지 않았다고!”“대표님, 어제까지 저희끼리 가격과 계약서 내용들에 대해서 다 검토 끝마친 상태였어요. 어떻게 갑자기 가격을 이렇게나 많이 올릴 수 있어요?”“상업 신용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고위 인사들도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가 어수선하였다.성남에서는 그들 앞에서 그 누가 감히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겠는가?그런데 대전에 오자마자 이런 사람들과 맞닥뜨리다니?김진국이 웃었다.“상업 신용? 그게 뭔데? 돈이 제일 중한 법이야. 솔직하게 말할게, 어제 저녁부터 지
툭.바닥에 떨어진 수류탄은 폭발하지 않고 계속 돌고 있었다.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어? 폭발하지 않는데?”“죄송해요. 불이 꺼졌네요?”김예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맹승현의 몸에서 다른 수류탄을 꺼내 또다시 안전핀을 뽑았다.“풀어줄게! 내가 사람을 풀어주겠다고!”맹승현이 반응할 틈도 없이 남윤지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방금 죽을 고비를 넘긴 남윤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죽고싶지 않았다.탄탄대로인데 절대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표정이 일그러진 맹승현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다 자기 몸에서 나는 지린내를 맡았다.이순간 그는 땅에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맹승현은 살면서 이렇게 두려워하는 순간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남윤지의 전화 한 통에 몇몇 보디가드들이 강서연을 데려왔다.그녀는 얼굴이 조금 창백했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은 것 같았다.결국 서로 다 아는 사이이기에 남윤지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동하임과 추하린이 달려와서 강서연을 뒤로 보호하는 사이, 이상한 눈빛이 김예훈을 향했다.“오늘은 내가 졌어.”전세 역전에 지린내가 진동하는 맹승현은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나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무릎은 꿇을 수 있지만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이 순간까지도 맹승현은 김예훈을 도발하고 있었다.강서연은 맹승현이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순간 본능적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이제 그만 해요...”다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 김예훈을 바라보며 자비를 베풀었으면 했다.김예훈 도련님이라는 호칭에 남윤지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그녀는 온몸을 떨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너였어? 맹승현 도련님의 무릎을 꿇게 하는 순간 맹씨 가문, 남씨 가문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가 사람을 놓아주라면 놓아주고, 무릎 꿇으라면 꿇고, 사과하라면 사과해야 하는 거야.”퍽!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맹승현을 발로
맹승현은 계속해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김예훈을 마주한 순간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그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말했다.“이 자식이. 너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아?”“무섭지. 죽는 게 왜 두렵지 않겠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무것도 아니라 괜찮지만 너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자 흑아프리카에서 천하무적이라 앞날이 창창하잖아. 우리 둘이 함께 죽으면 과연 누가 손해일까? 나는 이대로 잊히겠지만 맹승현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체면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죽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라고 기억되지 않을까?”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임수민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미친 자는 한 명으로도 족한데 두명이 함께 모이니 정말 무서웠다.이들은 두려워서 곧 오줌을 지릴 것만 같았다.맹승현은 김예훈한테서 어떤 두려움이라도 찾아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미 생사에 익숙한 듯 무덤덤하기만 했다.맹승현은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기백을 가졌는지 궁금했다.‘설마 전쟁터에 나가본 적 있는 걸까? 아니면 시체 더미에서 살아남은 걸까? 일반인은 절대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이런 생각에 맹승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네가 대단한 사람인 건 인정해. 내가 졌어. 사과할게.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모두에게 한마디 사과할게.”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맹승현 도련님,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 아니지. 무릎 꿇고 사과하고 강서연 씨를 풀어줘. 셋 중에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야 할 거야. 아니면 다 함께 죽는 거야.”맹승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그래도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서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추문성에게 사과할게. 그런데 강서연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윤지 씨와의 원한을 내가 무슨 수로 간섭해. 그리고 내가 정말 너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까짓거 총 쏘라고 명령을 내리면 누가 먼저 죽을지 해보자고.”맹승현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총알을 장
이 순간 맹승현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눈앞의 이 장면은 그에게 진정한 치욕이었다.흑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면서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날 이렇게 짓밟힐 줄 몰랐다.게다가 김예훈은 그보다 더 잔인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류탄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맹승현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죽음으로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 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놈때문에 마음속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과거에 거만하고 미친 짓을 했던 것은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것이다.자신도 누군가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먹게 된다.맹승현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져 사람 전체가 우울해 보였다.“대단한데? 추씨 가문의 부하인 거야? 이름 대볼래? 내일이면 어떻게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리고 조상님들의 무덤을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지 두고봐.”맹승현은 분명 동반자살을 하지 못할 거면서 음흉한 표정으로 협박하고 있었다.쨕!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같이 죽든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가.”김예훈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쟁터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머리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애송이를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맹승현은 평생 받아보지 못한 치욕감에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악!”아름다운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청백해지고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이들은 맹승현이 한 번의 충동으로 수류탄을 놓아버리면 한창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까 봐 두려웠다.남윤지 역시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는지 표정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자기가 맹승현을 불러와 놓고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현장을 떠나고 싶었지만 용전 사람들이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모든 입구를 막고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 순간, 남윤지는
“둘째, 죽고싶지 않으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스스로 자기 뺨을 열대 때리세요. 사과하라는 대로 하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끝까지 함께해 드릴게요. 어때요?”김예훈은 무심한 말투로 맹승현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맹승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순간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넌 도대체 누구야?”그는 김예훈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자기 손을 단단히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안전장치를 뺀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가 함께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제가 누군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할 거냐예요.”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끝에 힘을 주었다.“선택 못 하겠다면 제가 도와줄까요?”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맹승현은 손의 힘이 점점 약해져 수류탄이 당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이런 미친놈!”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하던 맹승현은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어서 도저히 물러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매우 보기 흉했다.소파 뒤에서 머리를 내민 남윤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거만하던 얼굴에는 온통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순간 남윤지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두려움만 가득했다. 맹승현의 손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수류탄이 바로 폭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반신불수가 될수 있었다.“자! 그냥 같이 죽죠?”김예훈이 손에 힘을 더하는 순간 맹승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수류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왜요? 못하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거 아니었어요? 수류탄으로 협박하지 않았어요?”맹승현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