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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그쪽 정말 ... 파렴치해!”

육해연은 입을 깨물며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였다.

어떻게 자신의 와이프와 가장 친한 친구한테 이런 말을?

이런 남자는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였다.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하였다.

“그것 봐요. 이렇게 간단한 조건조차도 동의하지 않은 걸 보아서는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하죠.”

사실 김예훈도 육해연을 조롱하거나 희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그녀와 정민아의 우정이 얼마큼 두터운지 알고 싶어서였다.

김예훈의 말을 들은 육해연의 얼굴은 금세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

“그래요, 그래요 그럼! 대신 그쪽도 맹세해요, 잠자리가 끝나면 바로 민아와 이혼하고 다시는 민아한테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쪽과 저 사이에 발생한 일은 없던 걸로 하죠! 그리고 제가 따로 주는 10억은 보상금으로 해두죠.”

육해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냉기 서린 목소리는 마치 한 기업의 여자 총수와도 같았다.

이런 그녀의 단호한 표정을 본 김예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눈앞에 있는 그녀와 정민아의 관계가 어지간히 돈독한 게 아닌가 보다.

그녀를 위해서 이런 무리한 요구조차도 승낙하는 걸 보니.

하지만 문제는 육해연의 눈에 자신이 그렇게도 형편없어 보인단 말인가?

자신을 희생하여서라도 정민아의 옆에서 떼어놀 만큼?

김예훈은 도대체 이 상황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육해연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민아에게 이런 친구가 있어 기쁘네요. 방금전에 한 얘기는 제가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전 민아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쪽은 대전 발전 사업에만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별일 없으면 전 곧 성남으로 돌아갈 거예요. 혹시 알아요? 다음에 만날 때에는 절 인정해 줄지도?”

그는 정민아를 향해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차피 육해연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아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

그때가 되면 육해연도 자신에 대해 이렇게까지 거부 반응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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