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것 봐, 이건 내가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라서 그래. 난 어제 당신들과 계약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계약금은 더더욱 받지 않았다고.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당신들 돈을 가져간 사람들한테서 계약금을 돌려받는 건 어때?”이 말은 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서 당황의 빛을 내비췄고 이어서 모두가 하나같이 김진국 뒤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기 시작하였다.아니나 다를까, 어제 계약에 대해 함께 검토하던 사람은 한 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위 인사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송문영은 어제 받은 어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서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어음에 당신들 회사 도장과 대표님 개인 도장까지 찍혀져 있어요.”김진국이 자기 머리를 치더니 입을 열었다.“생각났어, 얼마 전까지 우리 대전에 외지에서 온 사기꾼들이 판을 치고 다녔어. 당신네들 이 도장이 내 도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짜야. 돈 받은 사람도 내가 아니고. 한번 그 사기꾼들을 찾으러 가봐, 아니면 우리가 대신 신고라도 해줄까?”김진국은 선심이라도 쓰듯 말을 이어나갔다.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이들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있었다.여기에 바보가 있지 않고서야 사기꾼 같은 이런 말에 넘어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들이 지금 당황스러운 것은 무려 사업하면서 감히 돈을 먼저 받고 계약서를 고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그들의 뻔뻔한 태도에 모두가 화가 나서 치를 떨 지경이였다.김예훈이 웃으며 손을 휘저으며 다른 사람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였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진국 씨, 맞죠? 우리 단도직입적으로 해결하죠, 이렇게 서로 간 보지 말고. 우리 20억 계약금 돌려줄 생각 없죠?”김진국이 몸을 일으키며 살기 어린 눈빛으로 김예훈을 쏘아 보았다.“이봐, 청년. 우리 말은 좀 가려서 하지 그래! 뭐가 돌려줄 생각이 없어? 나한테 없는 돈을 왜 나한테
“꺼져!”“더 이상 안 꺼지면 너희들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거야!”“그리고 너 얼굴도 반반한 게 오늘은 오빠들과 함께 재미나 볼까?”그들의 수법은 비열하기 그지없었다.CY그룹의 고위 임원들의 표정도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그들은 지금까지 항상 프리미엄한 장소에서 정상적인 사람들만 상대해 왔었다.오늘같이 이런 망나니 같은 사람들과 이런 일은 그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뻔하였다.하지만 김예훈과 송준의 표정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물었다.“김진국,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계약금 물어내.”김진국이 비웃으며 말하였다.“이 건방진 새끼가, 아직도 안 꺼지고 뭐 해? 다리 하나가 부러져 봐야 정신을 차릴런가? 그래, 좋아. 다들 뭐해? 이 새끼 다리 분질러 놓지 않고!”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여러 명이 그에게로 달려들려고 하자 김예훈의 옆에 서 있던 송준은 갑자기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더니 한 발로 김진국의 가슴을 그대로 걷어찼다.곧이어 송준은 김진국의 머리를 잡고는 테이블로 잡아당기고서는 한 손으로는 펜을 잡아 그대로 찔렀다.“헉!”사인펜은 김진국의 동공을 스쳐 그대로 테이블 위에 꽂혔다.김진국은 놀라서 그대로 오줌을 지릴 뻔하였다.“저들한테 전해, 멈추라고.”송준의 냉기 서린 목소리였다.“멈춰!”김진욱은 무의식적으로 큰소리를 치긴 하였지만 몸은 여전히 떨려왔고 식은땀마저 났다.그는 송준이 든 사인펜이 테이블마저 뚫을 정도면 자기 머리에 갖다 꼽는 일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쯤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뒤에 서 있던 사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준을 보았고 왜 자신들의 손을 멈추게 하게 했는지도 의문이었다.“손에 있는 무기 전부 버리고 꿇어.”송준이 이어서 명령하였다.“안 들려? 모두 무릎 꿇어!”김진국은 땀범벅이 된 얼굴로 누굴 원망할 겨를도 없이 명령하였다.건장한 사내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하였다.“내 말 안 들려? 나 죽이고 싶어서 환
김예훈은 손을 뻗어 김진국의 머리를 툭툭 치더니 더럽다는 듯 다시 그의 옷에 닦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다시 물을게. 계약서를 바꾸고 내 계약금을 통째로 먹으라고 사주한 사람 누구야.”김진국은 아파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이를 갈았다.“아닙니다, 이 일은 제가 한 일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입니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만 오늘 이렇게 당신들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김예훈이 웃었다. 그러고는 송문영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먼저 나가봐, 지금부터는 애들이 보면 안 되니까.”고위 이사들은 이미 얼굴이 창백하여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다 떠나고서야 김예훈이 웃었다.“송준아, 전장에서 너한테 가르친 거 잊지 않았겠지? 오늘 그 테스트 좀 하자.”“네.”송준이 웃더니 이내 김진국의 머리를 잡고는 더할 나위 없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두려워할 거 없어. 아프진 않을 거야. 먼저 간단하게 설명 좀 해줄게. 지금 말이야 별로 무기가 많지 않은 관계로 좀 있다가 네 이빨부터 하나하나 뽑아볼까 해. 그리고 네 손가락과 발가락도 하나하나 부러뜨리려고 하는데.”여기까지 말은 마친 송준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하였다.“김 대표님, 당시 미르 제국의 기사단들도 모두가 하나같이 여기에서 무너졌죠. 제 기억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가 시도 하기도 전에 자백하던지 말입니다. 여기 계시는 대표님은 절 즐겁게 해주길 기대할게요.”김예훈은 그대로 송준을 발로 걷어차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쓸데없는 말 하지 마! 말하지 않았어? 말은 짧게! 행동은 과감하게!”“네네네!”송준은 공손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종이 한 장을 빼내서는 조심스레 김진국의 엄지를 감싸며 웃었다.“처음에는 좀 아플 수도 있어, 하지만 그다음부터는...”“말할게요! 말할게요!”김진국은 정말 바지에 오줌을 지렸는지 바지는 젖어있고 이내 역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였다.너무도 무서웠다!자신이 도대
생글거리는 김예훈의 얼굴을 보자 김진국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 흠칫 떨었다.비록 그들은 30명이 넘었지만, 만약 이 타이밍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고작 2명 뿐인 상대방한테 손쉽게 당할 거라고 직감했다.그때가 되면 10억은커녕 천원도 못 건지게 생겼다.결국 김진국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를 악물고 10억을 CY그룹 계좌로 다시 이체했다....대전 지사.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육해연은 대표라는 사람한테 감탄을 금치 못했다.부지를 매입하는데 최소 100억은 필요할 것이며, 심지어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안할 거라는 마음의 준비까지 마쳤는데 결국 10억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적극 협조하는 상대방 덕분에 각종 수속과 인수인계도 하루 만에 마쳤다.그러고 나서 해야 할 일은 별거 없었다. 즉, 시공사한테 프로젝트를 진행하되 최단기간 내에 대전 쇼핑몰을 지으라고 하면 그만이다.육해연의 계획에 따르면 빠르면 3개월, 늦으면 6개월이 걸릴 것이다....대전 태호 언저리에 있는 민박.김진국이 손을 감싸고 상처를 치료하던 중 민박 대문이 벌컥 열리더니 흰색 슈트 차림의 백기영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걸어들어왔다.“악!”처참한 비명과 함께 김진국은 백기영 부하의 발길질에 벌러덩 넘어졌고, 이내 질질 끌려가 강제로 백기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백기영은 구두 신을 발로 김진국의 턱을 들어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제정신이야? 그 땅은 팔면 안 된다고 했어? 안 했어? 이제 내 말은 대전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건가?”“기영님의 말을 무시한 게 아니라...”김진국이 굽신거리며 말을 이어갔다.다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백기영이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강제 침묵하게 되었다.김진국은 콧대가 부러진 듯 코를 부여잡았고, 눈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기영님, 상대방이 제 친구랑 아는 사이라서 어쩔 수 없이 부탁 좀 들어줬어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
대전에서 백씨 가문의 입지는 그야말로 탄탄했다.김청미가 지켜보는 앞에서 백기영은 바로 전화를 걸었고, 대전건설 대표는 프로젝트 계약은 물론 계약금까지 받을 테지만 시공은 절대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즉, 착공하기 전까지 적어도 몇 년은 질질 끌 작정이었다.결국 기약 없는 일정 때문에 대전도 대전이지만 충청지역을 통틀어 CY그룹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어쨌거나 김예훈과 육해연은 최대한 6개월 안으로 쇼핑몰 공사를 마치고, 자원 통합과 지사 확장을 위한 사전 준비를 1년 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따라서 백기영의 전화 한 통으로 사실상 김예훈과 육해연의 계획은 물 건너간 셈이다.“청미님, 전 백씨 가문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충청지역의 모든 건설업에 CY그룹과 거래하지 말라는 금지령으로 내리고 싶어요.”전화를 마친 백기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김청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이내 백기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만약 이 일만 잘 처리한다면 김청미의 마음속에서 그의 위상은 달라질 게 뻔했다.어쩌면 마냥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소원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곧이어 충청지역의 모든 건설업이 이 금지령에 대해 전해 들었다.대전 백씨 가문은 일류 가문으로서 충청지역의 기관은 물론 조직 거물과도 친분이 있다.게다가 워낙 유명한 현지 토박이라서 그들을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CY그룹의 프로젝트가 아무리 돈이 된다고 해도 몇 푼 더 벌려고 차마 백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는 위험은 무릅쓰지 않을 것이다.물론 김예훈 일행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어쨌거나 대전건설과 계약을 체결했으니 시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김예훈은 대전에 며칠 더 있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 형부? 형부예요? 형부! 살려줘요. 그 사람이... 뚜뚜뚜...”정소현한테서 걸려온 전화란 걸 알아차린 김예훈은 넋을 잃고 말았다.사고 난 건가?그가 떠난 지 고작 사흘밖에 안 됐는데, 정소현한테 일이 생
깡패 두목이 웃음을 터뜨렸다.“이년아, 네가 전화한 걸 모르는 줄 알아? 네 형부라는 놈이 우리 세자님을 건드리고 글쎄 잽싸게 도망갔잖아. 아니면 지금쯤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그 자식을 불러들이려고 일부러 너한테 전화할 틈을 준 거야. 안 그러면 기회나 있을 것 같아?”말을 마친 깡패 두목이 정소현한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위로 당겼다.“그래도 얼굴은 꽤 예쁘장하게 생겼네? 우리 애들도 나가 논지 오래되어서 엄청 굶주리고 있는데 말이야.”깡패 두목은 말을 이어가면서 일어서더니 천천히 벨트를 풀었다.정소현이 세 살배기 아이도 아니고 어찌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모를 수 있겠는가?“싫어! 싫다고!”고집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얼굴은 한순간에 창백해졌고, 땅바닥이 더럽든 말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하하하, 이 년아! 이제 좀 무서워졌니?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도 나름 젠틀한 사람이거든. 너희들! 이 년을 깨끗이 씻겨!”깡패 두목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 호스를 끌고 와서 정소현의 몸을 향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옷을 적게 입은 정소현은 몸에 물이 닿는 순간 옷이 딱 달라붙게 되면서 그녀의 글래머한 몸매가 한층 더 돋보였다.깡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게걸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심지어 두목은 당장이라도 덮칠 기세였다.“예쁜아, 오빠가...”깡패 두목이 다가가려는 찰나 별장 외벽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토요타 프라도 한 대가 곧장 벽을 들이받았다.곧이어 뒷좌석에서 살기로 가득한 김예훈이 훌쩍 뛰어내렸고, 박인철과 오정범이 그의 뒤를 따랐다.김예훈을 본 순간 멘탈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던 정소현은 힘없이 축 늘어지더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부, 왔어요?”“소현아!”눈앞의 광경에 김예훈은 분노가 차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성남시를 떠난 지 고작 며칠이라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퍽!”김예훈이 발로 걷어차자 바지
박인철은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총사령관님, 최근 경기도 국방부 업무를 인계하면서 형수님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제...”김예훈은 손을 휘휘 젓더니 불쑥 끼어들었다.“요점만 얘기해.”박인철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사건은 이미 조사했고, 아마도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 세자 손지강의 작품인 듯싶어요. 양아버지가 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으로 유명한데, 아까 그 양아치들은 홍인경의 부하거든요. 손지강은 이번에 총사령관님을 타깃으로 움직인 것 같아요. 형수님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고, 마침 CY그룹 임원들과 공사현장에서 업무 보던 차라 아직은 무사합니다. 대신 소현 양이 학교에서 납치당해 여기까지 끌려오게 되었죠. 학교 경비원이 말렸다고 하는데 한바탕 두들겨 맞았다고 하네요.”김예훈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정민아마저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후회막급할지도 모른다.이를 본 박인철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10분 전에 손지강도 소문을 들었는지 이미 한 무리 사람을 이끌고 백운 별장 공사현장으로 향했죠. 방금 제 부하들을 보내긴 했어요.”김예훈의 얼굴이 다시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사실 그는 당도 부대라는 중요한 무기를 함부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니 별수 있겠는가!그가 입을 떼려는 찰나, 갑자기 밖에서 경적이 들리더니 차량이 줄지어 나타났다.이때 오정범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총사령관님, 성남시 경찰서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성남 경찰서 이인자인 임성휘가 책임자인가 봅니다.”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밖엔 인철한테 맡겨요.”별장 밖.임성휘는 허리에 찬 권총에 손을 걸친 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그는 이곳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으니 얼른 가서 처리하라는 손씨 가문의 연락을 받았다.사실 자신의 직급으로 고작 이런 사소한 일에 출동할 필요까지 없었다.하지만 그와 손씨 가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당도 부대 총사령관은 그야말로 국방부의 신화 같은 존재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대통령마저 그를 매우 중요시하여 서울에서 9대 국방부를 통솔하는 임시 총사령관으로 임명할 의향마저 내비쳤기에 앞으로 국방부 원로가 될 가능성이 컸다.그런데 임성휘가 어찌 그런 사람을 건드리겠냐는 말이다.“아닙니다! 저는 단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만약 총사령관님께서 일보는 중인 걸 알았더라면 저를 두드려 패면서 협박한다고 해도 감히 방해하러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이때, 임성휘는 손씨 가문 사람들을 한 명씩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생겼다.하필이면 그 누구도 아닌 총사령관을 건드리다니! 목숨이 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임성휘를 따라 출동한 형사들은 하나같이 창백한 얼굴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당도 부대 총사령관은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그는 열혈 단신으로 당도 부대를 이끌고 5대 강국에 맞서 싸워 세계에서 한국의 패권을 확립했다.이런 분이 일 보고 있는데, 고작 형사 나부랭이가 무슨 참견을 한단 말인가!이내 임성휘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박인철 씨, 총사령관님께서 일 보신다고 하니 당장 팀원들 철수하고 밖에서 수비하도록 할게요.”박인철의 표정이 싸늘하긴 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어쨌거나 비상상황인지라 이들에게 수비를 맡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적어도 불필요한 소란에 휘말릴 일은 없을 테니까. 괜히 누군가 눈치 없이 절대 안정을 취하는 정소현을 방해하면 큰일이다.현장을 떠나고 나서야 임성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성남시 경찰서장 여운기한테 전화를 걸었다.여운기는 경기도 경찰청에서 발령받아 며칠 전에 이도운의 자리를 대체했다.“일은 잘 처리했나?”휴대폰 너머로 차분한 여운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운기도 신세 좀 지겠다는 손씨 가문의 연락을 받은 듯싶었다.임성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서장님, 이번에 큰일 났어요. 물론 사건이 터진 건 사실이지만 감히 우리가 건드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
다른 타케이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나오키는 김예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예를 들어 부산 용문당 회장으로서 부산에 있을 때 야마자키파를 물리친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부산에 있는 야마자키파 중에 무신 급은 없었기에 김예훈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오키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타케이 가문의 수장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호기심뿐이었다.‘장병급 주제에 대한민국에 와서 위세를 부려?’“이봐, 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나오토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일본대사관에 진주 경찰서에 잘 협조하라고 할게. 만약 네가 정말 억울한 거라면 내가 타케이 가문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지. 절대 너에게 복수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국제 경찰에 수배 신청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나오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나 나오키는 타케이 가문의 수장이자 야마구치파의 장로로서 절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 떠나기 전에 내 아들한테 사과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나오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그의 신분으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반드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죽어버린 타케이 가문 정예들에 대해서는 김예훈이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따라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었다.“사과? 일본인 주제에 나한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발로 바닥에 있던 검을 두 동강 냈다.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중 한 조각은 세이이치로의 목구멍에 꽂히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목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서서히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는 진주에 오고부터 타케이 가문의 상속자이자 야마구치파의
진세은은 총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움츠러들었다.김예훈이 추문성 덕분에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순간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얼굴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당연히 자존심, 자부심과 사무라이 정신마저 짓밟히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 한 장을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말했다.“넌 나한테 안 돼.”다시 정신을 차리려던 세이이치로는 이 말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사실 김예훈을 만나기 전에 그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곁에 장병급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상대가 안 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뺨 한 대에 무너질 줄이야.야마구치파든, 타케이 가문이든, 실력자든, 김예훈의 소박한 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세이이치로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장난 아닌데? 그런데 나를 이겨서 뭐 하려고? 나는 진주에서 직접 모신 손님인데 나를 죽였다간 어떻게 보고하려고?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죽일 용기는 없을 거야. 지금 이 시대에서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아니거든. 김예훈,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 죽이지 않고서야 내 체면이 서겠어?”김예훈의 미소에서 살기를 느낀 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뭐하는 짓이야!”바로 이때, 뒷문 쪽에서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열몇 명의 일본 남녀가 검을 들고 문을 박차면서 들어왔다.조금 전의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뒤이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추문성은 이 사람을 보자마자 숨이 가빠지더니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상대방을 확인한 세이이치로는 뻘쭘한 표정이었다.“나오키 어르신!”진세은은 기쁜 마음에 재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