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부대 총사령관은 그야말로 국방부의 신화 같은 존재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대통령마저 그를 매우 중요시하여 서울에서 9대 국방부를 통솔하는 임시 총사령관으로 임명할 의향마저 내비쳤기에 앞으로 국방부 원로가 될 가능성이 컸다.그런데 임성휘가 어찌 그런 사람을 건드리겠냐는 말이다.“아닙니다! 저는 단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만약 총사령관님께서 일보는 중인 걸 알았더라면 저를 두드려 패면서 협박한다고 해도 감히 방해하러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이때, 임성휘는 손씨 가문 사람들을 한 명씩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생겼다.하필이면 그 누구도 아닌 총사령관을 건드리다니! 목숨이 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임성휘를 따라 출동한 형사들은 하나같이 창백한 얼굴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당도 부대 총사령관은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그는 열혈 단신으로 당도 부대를 이끌고 5대 강국에 맞서 싸워 세계에서 한국의 패권을 확립했다.이런 분이 일 보고 있는데, 고작 형사 나부랭이가 무슨 참견을 한단 말인가!이내 임성휘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박인철 씨, 총사령관님께서 일 보신다고 하니 당장 팀원들 철수하고 밖에서 수비하도록 할게요.”박인철의 표정이 싸늘하긴 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어쨌거나 비상상황인지라 이들에게 수비를 맡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적어도 불필요한 소란에 휘말릴 일은 없을 테니까. 괜히 누군가 눈치 없이 절대 안정을 취하는 정소현을 방해하면 큰일이다.현장을 떠나고 나서야 임성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성남시 경찰서장 여운기한테 전화를 걸었다.여운기는 경기도 경찰청에서 발령받아 며칠 전에 이도운의 자리를 대체했다.“일은 잘 처리했나?”휴대폰 너머로 차분한 여운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운기도 신세 좀 지겠다는 손씨 가문의 연락을 받은 듯싶었다.임성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서장님, 이번에 큰일 났어요. 물론 사건이 터진 건 사실이지만 감히 우리가 건드
휴대폰을 쥐고 있는 여운기는 입안이 씁쓸한 느낌마저 들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느릿느릿 말했다.“밖에서 수비한다고 말한 이상 똑바로 해. 총사령관님께서 일 본다고 하시니 아무것도 못 본 척 모른 척해. 알았어? 손씨 가문에서 혹시라도 압박을 준다면 내가 대신 커버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성휘야,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우린 이미 소용돌이의 중심에 갇혀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시체만 남을지도 몰라. 절대 방심해서는 안 돼.”“네!”임성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순간 그는 손씨 가문과 선을 긋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대체 얼마나 잘났으면 감히 총사령관마저 건드린단 말이지? 게다가 성남 경찰서한테 무려 총사령관을 체포하는 임무를 떠넘기다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그와 동시에 별장을 나선 김예훈은 백운 별장 공사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불과 십여 분 만에 그는 공사현장에 도착했다.공사장 입구에는 양아치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전에 도적구자 부하들이 오긴 했지만, 그들조차 흠씬 두들겨 맞고 길거리에 내팽개쳐져 있었다.양아치들 뒤로 벤츠 G클래스가 떡하니 보였는데, 차에 탄 남자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다름 아닌 손씨 가문의 세자 손지강이다.손지강은 양아치들을 지나쳐 앞장서서 손뼉을 두 번 쳤다.“정 대표, 아직도 숨어 있을 건가? 귀여운 여동생이 이미 내 손에 있다니까? 정 못 믿겠다면 직접 확인해보지?”말을 마친 손지강은 휴대폰을 꺼내 휙 던졌다.이때, 공사장 밖으로 한 무리 사람이 우르르 몰려나왔고, 정민아를 선두로 CY그룹 직원들이 뒤를 따랐다.땅에 떨어진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확인하는 순간 정민아는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렸다.정소현이 손에 각목을 든 사람한테 얻어맞는 장면이 나타났는데, 비록 비명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동생이 얻어맞을 때마다 정민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개를 들어 손지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온통 증오뿐이며,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이때,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쓱 나타났고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지강, 나 찾는 거 아니야? 여기 있잖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예훈의 모습이 뒤에서 나타났다.손지강은 고개를 홱 돌렸고, 김예훈을 본 순간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이 쓰레기 같은 자식이 도망친 줄 알았더니 죽음을 자초할 줄은 몰랐네? 여기! 저놈을 끌고 가!”물론 정민아도 걸어오는 김예훈을 보자 넋을 잃었다.“김예훈, 얼른 도망쳐!”그녀가 보기에 김예훈은 절대로 양아치들의 상대가 아니었다.하지만 정민아의 조언이 무색하게 양아치들은 잽싸게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고 손에 든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안 돼!”눈앞의 광경에 정민아는 하늘이 빙빙 도는 느낌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이때, 야구방망이를 든 양아치 한 명이 제일 먼저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가 내리치려고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슬쩍 피하고 양아치의 손목을 덥석 붙잡더니 야구방망이를 빼앗아 그대로 휘둘렀다. 이내 양아치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김예훈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손지강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갔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손지강은 깜짝 놀랐다. 데릴사위 주제에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다 덤벼! 저놈을 병신으로 만들어! 하나같이 물러터져서 쓰겠나?”손지강의 호통과 함께 부하들이 우르르 뛰어갔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김예훈 앞에 쓰러져 곡소리만 해댔다.“퍽퍽퍽!”1분도 안 되어 이미 손지강 앞에 도착한 김예훈은 살의를 담은 눈빛으로 손지강을 무심히 바라봤다.“이, 이...!”손지강은 어리둥절했다. 어디 이런 장면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람을 적게 데려온 것도 아닌데 어쩌면 김예훈의 상대가 한 명도 없단 말이지?“뭐 하려고? 우리 양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무려 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이야!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려 봐, 양아버지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어디 한 번 해보시던가?”손지강이 협박하기 바쁜 와중에 김예훈은 그를 발로 걷어차더
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정민아를 품에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1시간 전에 가서 이미 소현을 구해냈어. 아무 일도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지금 쿨쿨 자고 있을걸?”“진짜?”정민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고작 데릴남편 주제에 어떻게 이런 재주가 있냐는 말이다.김예훈은 아무리 설명해봤자 정민아가 믿지 않을 걸 알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김세자도 알고 있거든. 김세자가 사람을 보내서 소현을 구해줬어.”이 말을 들은 정민아는 그제야 철석같이 믿었다. 이내 악바리 같던 그녀도 드디어 펑펑 울기 시작했다.사실 그녀에게 오늘 일어난 일은 악몽과 다름없었다.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공사장 입구에서 그녀를 막아서지 않겠는가, 그나마 CY그룹 직원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녀가 지금 어떻게 될지는 가히 예측할 수 없었다.“내가 성남시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게 다 내 탓이야.”김예훈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알면 됐어. 김예훈, 왜 뜬금없이 손지강을 건드린 거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 회사가 좀 잘나간다고 해도 손지강은 무려 손씨 가문의 세자라고! 손씨 가문은 성남시 일류 가문이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게다가 넌 그 사람의 다리까지 부러뜨렸으니, 아마...”정민아는 한참 울다가 평정심을 되찾았지만,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아니야, 김예훈, 지금 당장 집으로 가서 소현을 데리고 떠나자. 더는 성남시에서 못 살아!”김예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민아야, 다른데 안 가도 돼. 날 믿어, 내가 돌아왔으니 널 지켜줄 거야.”정민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내 말 한 번만 들어주면 안 돼? 손지강의 양아버지는 홍인경이야. 무려 경기도 조직을 통솔하는 보스라고! 그런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린 도망갈 길도 없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신분으로 제아무리 홍인경이라고 해도 무릎 꿇을 신세밖에 더 있지 않겠는가!하지만 문제는
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김예훈 안 돼.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이 아닌데...”정민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김예훈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렇게 많은 적수를 상대로 남는다는 건 결국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먼저 가서 소현을 찾아. 소현은 아직 네가 필요해.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도 어디 계신지 모르니까 얼른 연락해 봐.”김예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곧이어 그는 CY그룹 임원들을 흘긋 쳐다보았다.사실 그들은 이미 김예훈을 알아봤다. 어쨌거나 지난번 인수합병 행사에서 김예훈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지 않은가!하지만 김예훈의 신분이 극비라는 건 다들 잘 알고 있다.이내 김예훈이 눈짓하자 임원들은 감히 찍소리도 못하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정민아를 끌고 밖으로 뛰어갔다.홍만기는 팔짱을 낀 채 약속대로 정민아 일행을 순순히 보내줬다.다만 양아치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고, 결국 김예훈은 수백 명의 사람한테 둘러싸이는 꼴이 되었다.홍인경은 역시 경기도 조직의 보스다웠다. 고작 부하일 뿐인데 이토록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니!하지만 김예훈은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했을 뿐, 표정 변화조차 전혀 없었다.10분 뒤, 임원들은 정민아를 데리고 공사장을 벗어났다.이미 기운이 쭉 빠진 정민아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우리 남편... 괜찮겠죠?”한 임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감히 CY그룹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건 결국 김세자한테 도전장을 내미는 거예요.”“세자께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남편분은 꼭 무사할 거예요.”임원들이 잇달아 위로를 건넸지만,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비록 그녀의 남편이 김세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다들 차마 입 밖에 꺼낼 수는 없었다.어찌 됐든 이는 CY그룹 내부에서도 극비에 속하는 기밀이기 때문이다.또 다른 임원이 말을 이어갔다.“대표님, 여동생분이 이제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선 그녀를 찾는 게 급선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언제 놔준다고 했었나?”이에 홍만기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는 김예훈을 한참 쳐다보더니 그제야 서늘한 말투로 말했다.“감히 날 농락해?”“형님! 그냥 두들겨 패면 그만이잖아요. 저 자식은 도련님을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할걸요? 아니면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테니까.”이때, 홍만기 옆에 서 있던 부하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훗!”김예훈이 코웃음을 쳤다.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홍만기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어디 한번 해 봐? 내가 손지강을 못 건드릴 것 같아?”홍만기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어쭈? 우리 도련님의 목숨이라도 끊게?”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물론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렇게 무식한 사람은 아니라서 어떤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말인데, 좋은 말 할 때 들어. 네 부하를 데리고 당장 꺼져. 그리고 돌아가서 홍인경한테 우리 집 앞에서 무릎 꿇고 절한다면 용서해주겠다고 전해. 아니면 그때 가서 내가 인정사정없다고 해도 늦었으니까!”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홍만기의 안색은 갑자기 돌변하더니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자식, 배짱이 꽤 두둑한데? 하지만 우리가 모시는 어르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무려 경기도 조직의 보스라고! 어르신께서 발만 까닥해도 경기도 전체가 뒤흔들리는데, 그런 분한테 사과하러 찾아오라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비록 난 살인을 저지르는 악취미까지는 없지만, 네 놈이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이상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할 것 같군.”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고작 이런 망나니들은 굳이 그가 직접 나설 필요조차 없었다.이때, 홍만기 일당 뒤로 오정범이 검은색 슈트 차림의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왔다.이를 본 오정범이 냉소를 지었다.“장난하나, 요즘은 개나 소나 우리 총사령관님을 협박해?”홍만기는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휙 돌아보더니 멀리서 걸어오는 오정범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오호라, 성남시 조직에서 떠오르는 신예 오
이윽고 오정범의 부하 두 명이 달려와 손지강을 제압했다.김예훈은 홍만기에게 다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돌아가서 홍인경한테 전해. 아까 내가 했던 말 아직 유효하니까, 수양아들을 구하고 싶다면 무릎 꿇고 절하라고. 물론 날 상대할 자신이 있다면 손씨 가문과 연합해서 찾아와도 돼. 한 명씩 처리하러 여기저기 다녀봤자 나만 피곤하잖아.”말을 마친 김예훈은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그리고 오정범은 손지강을 붙잡은 채 질질 끌고 김예훈의 뒤를 따랐다.비록 김예훈 일행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홍만기는 감히 쫓아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데릴사위 주제에...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홍만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들은 움직이기 전에 이미 조사를 마쳤다. 김예훈은 기껏해야 김세자의 대변인일 뿐이다.다만, 이제 와서 보니 상대방의 신분은 결코 조사한 결과만큼 단순하지 않은 듯싶었다.“형님, 이제 어떡하죠? 그렇다고 도련님을 끌고 가는 걸 마냥 지켜볼 수는 없잖아요.”홍만기 옆에 있던 부하가 사색이 된 얼굴로 물었다.물론 홍만기는 그를 가뿐히 무시했다.오정범의 실력은 자신을 훨씬 뛰어넘지 않겠는가! 게다가 오정범은 국방부에서 은퇴했을 가능성이 컸다.이런 사람은 조직에 몸담은 자들의 천적이 따로 없었다. 어쩌면 오정범의 부하조차 국방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과연 이 상황에서 굳이 목숨까지 내걸고 남을 구해줄 필요가 있을까?결국 이는 홍인경이 직접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어르신, 이미 손까지 씻었는데 고작 수양아들을 위해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을 건드리게 생겼네요.’홍만기는 속으로 탄식했다.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부하에 불과했고, 어떤 상황에서는 끼어들 자격조차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돌아가서 홍인경에게 사실대로 자초지종을 털어놓는 것이다.“가자, 돌아간다!”홍만기는 결단을 내리고 재빨리 일당과 함께 홍인경을 찾으러 갔다.어쨌거나 손지강은 손씨 가문의 세자이자 홍인경의 수양아들
“우리가 무슨 원수지간도 아니잖아? 게다가 난 너한테 관심도 없었어. 하지만 그깟 복수 한답시고 내 마지노선을 건드려? 내 와이프와 가족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거 몰라?”김예훈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나... 나 아니고... 홍만기야! 이 모든 게 홍만기가 꾸민 일이야! 김예훈,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아니잖아. 잘 생각해 봐, 내가 전에 널 건드리기나 했어? 진짜 딱 한 번만 봐줘. 혹시 돈을 원해? 원하는 만큼 다 줄게!”손지강은 겁을 먹은 듯 재빨리 용서를 빌었다.“또 돈 주게? 좋아, 그럼 전에 말한 대로 현금 2조야. 당장 줄 수 있다면 풀어줄게.”김예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손지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현금 2조라니? 그는 둘째 치고 손씨 가문마저 꿈도 못 꾸는 액수였다.“인간은 무릇 잘못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아니면 죽을 때까지 기억하지 못할 거니까.”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오정범을 향해 말했다.“소현이 어떻게 당했으면 10배로 더 갚아 주세요.”오정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괜찮아요. 팔다리가 부러진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요.”김예훈이 대답했다.“네!”오정범은 두말없이 앞으로 걸어가서 손지강의 멀쩡한 나머지 다리를 발로 꾹 밟았다. 곧이어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아... 안 돼! 살려줘! 제발 한 번만 봐줘!”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는 손지강은 데굴데굴 구르며 끊임없이 애원했다.김예훈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차를 음미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손지강의 비명이 점차 사라지더니 이내 원망으로 가득한 저주로 바뀌었다.“김예훈, 난 무려 손씨 가문의 세자라고! 우리 양아버지는 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이야. 나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양아버지와 회장님이 가만있을 거로 생각해?”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당연히 날 찾아오겠지? 다만 널 구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용서를 빌려고 절하러 올 거야.”미소를 짓는 김예훈의 얼굴을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
다른 타케이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나오키는 김예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예를 들어 부산 용문당 회장으로서 부산에 있을 때 야마자키파를 물리친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부산에 있는 야마자키파 중에 무신 급은 없었기에 김예훈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오키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타케이 가문의 수장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호기심뿐이었다.‘장병급 주제에 대한민국에 와서 위세를 부려?’“이봐, 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나오토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일본대사관에 진주 경찰서에 잘 협조하라고 할게. 만약 네가 정말 억울한 거라면 내가 타케이 가문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지. 절대 너에게 복수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국제 경찰에 수배 신청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나오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나 나오키는 타케이 가문의 수장이자 야마구치파의 장로로서 절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 떠나기 전에 내 아들한테 사과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나오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그의 신분으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반드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죽어버린 타케이 가문 정예들에 대해서는 김예훈이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따라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었다.“사과? 일본인 주제에 나한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발로 바닥에 있던 검을 두 동강 냈다.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중 한 조각은 세이이치로의 목구멍에 꽂히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목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서서히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는 진주에 오고부터 타케이 가문의 상속자이자 야마구치파의
진세은은 총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움츠러들었다.김예훈이 추문성 덕분에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순간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얼굴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당연히 자존심, 자부심과 사무라이 정신마저 짓밟히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 한 장을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말했다.“넌 나한테 안 돼.”다시 정신을 차리려던 세이이치로는 이 말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사실 김예훈을 만나기 전에 그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곁에 장병급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상대가 안 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뺨 한 대에 무너질 줄이야.야마구치파든, 타케이 가문이든, 실력자든, 김예훈의 소박한 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세이이치로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장난 아닌데? 그런데 나를 이겨서 뭐 하려고? 나는 진주에서 직접 모신 손님인데 나를 죽였다간 어떻게 보고하려고?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죽일 용기는 없을 거야. 지금 이 시대에서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아니거든. 김예훈,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 죽이지 않고서야 내 체면이 서겠어?”김예훈의 미소에서 살기를 느낀 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뭐하는 짓이야!”바로 이때, 뒷문 쪽에서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열몇 명의 일본 남녀가 검을 들고 문을 박차면서 들어왔다.조금 전의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뒤이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추문성은 이 사람을 보자마자 숨이 가빠지더니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상대방을 확인한 세이이치로는 뻘쭘한 표정이었다.“나오키 어르신!”진세은은 기쁜 마음에 재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