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김예훈 안 돼.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이 아닌데...”정민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김예훈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렇게 많은 적수를 상대로 남는다는 건 결국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먼저 가서 소현을 찾아. 소현은 아직 네가 필요해.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도 어디 계신지 모르니까 얼른 연락해 봐.”김예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곧이어 그는 CY그룹 임원들을 흘긋 쳐다보았다.사실 그들은 이미 김예훈을 알아봤다. 어쨌거나 지난번 인수합병 행사에서 김예훈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지 않은가!하지만 김예훈의 신분이 극비라는 건 다들 잘 알고 있다.이내 김예훈이 눈짓하자 임원들은 감히 찍소리도 못하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정민아를 끌고 밖으로 뛰어갔다.홍만기는 팔짱을 낀 채 약속대로 정민아 일행을 순순히 보내줬다.다만 양아치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고, 결국 김예훈은 수백 명의 사람한테 둘러싸이는 꼴이 되었다.홍인경은 역시 경기도 조직의 보스다웠다. 고작 부하일 뿐인데 이토록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니!하지만 김예훈은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했을 뿐, 표정 변화조차 전혀 없었다.10분 뒤, 임원들은 정민아를 데리고 공사장을 벗어났다.이미 기운이 쭉 빠진 정민아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우리 남편... 괜찮겠죠?”한 임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감히 CY그룹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건 결국 김세자한테 도전장을 내미는 거예요.”“세자께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남편분은 꼭 무사할 거예요.”임원들이 잇달아 위로를 건넸지만,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비록 그녀의 남편이 김세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다들 차마 입 밖에 꺼낼 수는 없었다.어찌 됐든 이는 CY그룹 내부에서도 극비에 속하는 기밀이기 때문이다.또 다른 임원이 말을 이어갔다.“대표님, 여동생분이 이제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선 그녀를 찾는 게 급선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언제 놔준다고 했었나?”이에 홍만기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는 김예훈을 한참 쳐다보더니 그제야 서늘한 말투로 말했다.“감히 날 농락해?”“형님! 그냥 두들겨 패면 그만이잖아요. 저 자식은 도련님을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할걸요? 아니면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테니까.”이때, 홍만기 옆에 서 있던 부하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훗!”김예훈이 코웃음을 쳤다.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홍만기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어디 한번 해 봐? 내가 손지강을 못 건드릴 것 같아?”홍만기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어쭈? 우리 도련님의 목숨이라도 끊게?”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물론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렇게 무식한 사람은 아니라서 어떤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말인데, 좋은 말 할 때 들어. 네 부하를 데리고 당장 꺼져. 그리고 돌아가서 홍인경한테 우리 집 앞에서 무릎 꿇고 절한다면 용서해주겠다고 전해. 아니면 그때 가서 내가 인정사정없다고 해도 늦었으니까!”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홍만기의 안색은 갑자기 돌변하더니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자식, 배짱이 꽤 두둑한데? 하지만 우리가 모시는 어르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무려 경기도 조직의 보스라고! 어르신께서 발만 까닥해도 경기도 전체가 뒤흔들리는데, 그런 분한테 사과하러 찾아오라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비록 난 살인을 저지르는 악취미까지는 없지만, 네 놈이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이상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할 것 같군.”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고작 이런 망나니들은 굳이 그가 직접 나설 필요조차 없었다.이때, 홍만기 일당 뒤로 오정범이 검은색 슈트 차림의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왔다.이를 본 오정범이 냉소를 지었다.“장난하나, 요즘은 개나 소나 우리 총사령관님을 협박해?”홍만기는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휙 돌아보더니 멀리서 걸어오는 오정범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오호라, 성남시 조직에서 떠오르는 신예 오
이윽고 오정범의 부하 두 명이 달려와 손지강을 제압했다.김예훈은 홍만기에게 다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돌아가서 홍인경한테 전해. 아까 내가 했던 말 아직 유효하니까, 수양아들을 구하고 싶다면 무릎 꿇고 절하라고. 물론 날 상대할 자신이 있다면 손씨 가문과 연합해서 찾아와도 돼. 한 명씩 처리하러 여기저기 다녀봤자 나만 피곤하잖아.”말을 마친 김예훈은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그리고 오정범은 손지강을 붙잡은 채 질질 끌고 김예훈의 뒤를 따랐다.비록 김예훈 일행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홍만기는 감히 쫓아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데릴사위 주제에...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홍만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들은 움직이기 전에 이미 조사를 마쳤다. 김예훈은 기껏해야 김세자의 대변인일 뿐이다.다만, 이제 와서 보니 상대방의 신분은 결코 조사한 결과만큼 단순하지 않은 듯싶었다.“형님, 이제 어떡하죠? 그렇다고 도련님을 끌고 가는 걸 마냥 지켜볼 수는 없잖아요.”홍만기 옆에 있던 부하가 사색이 된 얼굴로 물었다.물론 홍만기는 그를 가뿐히 무시했다.오정범의 실력은 자신을 훨씬 뛰어넘지 않겠는가! 게다가 오정범은 국방부에서 은퇴했을 가능성이 컸다.이런 사람은 조직에 몸담은 자들의 천적이 따로 없었다. 어쩌면 오정범의 부하조차 국방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과연 이 상황에서 굳이 목숨까지 내걸고 남을 구해줄 필요가 있을까?결국 이는 홍인경이 직접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어르신, 이미 손까지 씻었는데 고작 수양아들을 위해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을 건드리게 생겼네요.’홍만기는 속으로 탄식했다.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부하에 불과했고, 어떤 상황에서는 끼어들 자격조차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돌아가서 홍인경에게 사실대로 자초지종을 털어놓는 것이다.“가자, 돌아간다!”홍만기는 결단을 내리고 재빨리 일당과 함께 홍인경을 찾으러 갔다.어쨌거나 손지강은 손씨 가문의 세자이자 홍인경의 수양아들
“우리가 무슨 원수지간도 아니잖아? 게다가 난 너한테 관심도 없었어. 하지만 그깟 복수 한답시고 내 마지노선을 건드려? 내 와이프와 가족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거 몰라?”김예훈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나... 나 아니고... 홍만기야! 이 모든 게 홍만기가 꾸민 일이야! 김예훈,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아니잖아. 잘 생각해 봐, 내가 전에 널 건드리기나 했어? 진짜 딱 한 번만 봐줘. 혹시 돈을 원해? 원하는 만큼 다 줄게!”손지강은 겁을 먹은 듯 재빨리 용서를 빌었다.“또 돈 주게? 좋아, 그럼 전에 말한 대로 현금 2조야. 당장 줄 수 있다면 풀어줄게.”김예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손지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현금 2조라니? 그는 둘째 치고 손씨 가문마저 꿈도 못 꾸는 액수였다.“인간은 무릇 잘못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아니면 죽을 때까지 기억하지 못할 거니까.”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오정범을 향해 말했다.“소현이 어떻게 당했으면 10배로 더 갚아 주세요.”오정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괜찮아요. 팔다리가 부러진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요.”김예훈이 대답했다.“네!”오정범은 두말없이 앞으로 걸어가서 손지강의 멀쩡한 나머지 다리를 발로 꾹 밟았다. 곧이어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아... 안 돼! 살려줘! 제발 한 번만 봐줘!”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는 손지강은 데굴데굴 구르며 끊임없이 애원했다.김예훈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차를 음미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손지강의 비명이 점차 사라지더니 이내 원망으로 가득한 저주로 바뀌었다.“김예훈, 난 무려 손씨 가문의 세자라고! 우리 양아버지는 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이야. 나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양아버지와 회장님이 가만있을 거로 생각해?”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당연히 날 찾아오겠지? 다만 널 구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용서를 빌려고 절하러 올 거야.”미소를 짓는 김예훈의 얼굴을
정소현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엄마, 형부 탓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따지고 보면 형부가 학교에서 저 대신 화풀이하다가 터진 사건이에요. 아니면 형부도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일은 없을 텐데...”지금 정소현의 머릿속은 조금 전 형부가 짠하고 나타났던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비록 항상 형부가 멋있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그녀에게 이제는 거의 영웅과 다름 없는 존재였다.반면, 정민아는 자신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수백 명이 넘는 인파에 둘러싸인 김예훈이 과연 무사히 살아남아서 벗어났을까?송준이 김세자가 나서서 해결한다고 했지만, 정민아는 도무지 걱정이 그치질 않았다.“소현아, CY그룹에 다녀올 테니까 넌 쉬고 있어. 김세자한테 찾아가서 네 형부를 구해달라고 해야지.”정민아가 결연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이에 임은숙은 미치고 팔짝 뛸 뻔했다.“민아야, 너 제정신이야? 며칠 전에 김세자를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네 남편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러 간다고? 김세자가 대답하겠니?”“하지만...”“뭐가 하지만이야! 어쨌거나 오늘 둘 다 어디 돌아다닐 생각하지 마! 엄마랑 아빠가 고민 좀 해볼 테니까. 나중에 그 못난 놈을 묻어둘 무덤이나 찾아봐야지, 뭐.”임은숙은 말을 마친 뒤 문을 쾅 닫고 나가더니 밖에서 잠가버렸다.방안에 남은 정민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다시 기절했다.이에 정소현도 당황한 나머지 안절부절못했다.“언니, 형부가 김세자라고!”그러나 아예 정신을 잃은 정민아는 정소현의 말이 귀에 닿지 않았다....한편, 성남시 교외.홍씨 가문의 분위기는 사뭇 무거웠다.홍인경이 서 있는 거실은 사람들로 붐볐고 경비가 더없이 삼엄했다.이곳에는 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을 제외하고 손씨 가문 회장 손장건도 있었다.이 두 거물이야말로 경기도를 쥐락펴락하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이때, 홍인경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일이 좀 번거롭게 되었네요. 만약 제 추측이 맞
교외 별장.김예훈은 흙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손지강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지가 다 부러진 손지강은 이제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오정범은 김예훈의 명령을 칼같이 실행했다. 양아치들이 정소현을 몇 대 때렸으면 그는 정확하게 10배로 갚아 줬다.“총사령관님, 홍인경이 손지강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네요.”이때, 박인철이 다가와 김예훈을 향해 휴대폰을 내밀었다.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손지강이 아니라 나한테 건 거야. 받아.”영상이 연결되자 액정에 위엄이 넘치는 두 노인이 나타났다.한 명은 손씨 가문의 손장건이고, 다른 한 명은 이미 안면을 튼 적 있는 경기도 조직의 보스 홍인경이다.홍인경의 시선이 김예훈을 향했고, 동공이 약간 흔들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역시나 내 추측대로 세자가 맞았군.”김예훈은 무표정하게 말했다.“홍인경, 날 알고 있다면 내가 두말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 텐데?”홍인경이 피식 웃었다.“세자, 우리가 남남도 아니고, 이번에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 불효자 자식을 풀어주면 어떤가? 내가 그쪽한테 신세를 한번 졌다고 쳐.”“좋아.”김예훈이 무심하게 대답했다.홍인경의 미소가 떠오르기도 전에 김예훈은 쌀쌀맞게 말을 이어갔다.“그쪽 부하한테 돌아가서 말을 전하라고 했을 텐데, 우리 집에 찾아와 내 와이프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면 없던 일로 해줄게.”“이...!”홍인경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경기도 조직의 보스로서 경기도 일인자인 하정민마저 그의 체면을 세워주기 마련인데, 고작 여인네 앞에서 무릎 꿇고 절하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이때 침묵으로 일관하던 손장건이 싸늘하게 말했다.“김세자 맞나? 설마 김씨 가문을 무너뜨렸다고 경기도에서 제멋대로 설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홍인경 씨의 체면을 봐서 마지막 기회를 줄게. 3시간 안에 우리 손자를 멀쩡한 모습으로 손씨 가문에 돌려보내. 아니면 후회해도 소용없을 테니까!”김예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 홍인경과 손장건은 여러 가지 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홍인경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만기야, 우리 파벌에 속하는 모든 조직의 세력을 불러 모아. 똑똑히 들어, 모든 사람이야. 한 명도 빠져서는 안 돼.”“네!”홍만기가 잽싸게 뛰쳐나갔다.비록 홍인경이 손을 씻었다고 하지만, 그의 제자는 결코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경기도 조직의 절반 이상이 홍인경의 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번에 모든 부하를 불러모은 이상 당연히 한바탕 일을 벌이려고 하지 않겠는가!그리고 손장건도 손씨 가문의 존재를 여감 없이 드러냈는데 경호원부터 호위병, 심지어 조직의 힘마저 동원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김세자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그들은 CY그룹의 자산을 꿀꺽 삼키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컸다.따라서 손씨 가문에게 이번 공격은 손지강을 구출하는 것도 있지만, 더욱이 우뚝 솟아오를 존재가 될 찬스이기도 했다.물론 손장건은 다른 3대 일류 가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어쨌거나 결코 작은 일이 아닌지라 나머지 세 가문이 합류할지는 미지수였다. 특히 임씨 가문이 만약 그동안 온갖 무시와 냉대를 받던 외손자 사위가 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이라도 하면 말짱 도무룩이다!그리고 나씨 가문과 윤 씨 가문이 정녕 이 타이밍에서 김세자와 맞서 싸울지 알 수 없었다.따라서 손장건은 아예 연락 자체를 안 했다. 또한, 홍인경과 손을 잡는다면 목숨까지 내거는 이상 김세자를 처리할 거로 확신했다.얼추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홍인경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손장건 씨, 부하한테 성남 경찰서 형사를 찾아가서 철수하라고 하세요. 오늘 저녁 일에 굳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안심하세요. 저도 경찰은 개입시킬 생각은 없었습니다.”손장건이 냉소를 지었다.그는 오늘 밤 조직의 방식대로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성남 경찰서에 있는 여운기는 안절부절못했다.방금 손씨 가문에서 성남 경찰서는
세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홍인경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호수가 별장의 반경 10리 이내로 모두 모여들어 이 곳을 꽉꽉 막았다.명령 소리에 맞춰 싸움꾼과 날라리들은 모두 장비를 들고 호수가 별장으로 몰려들었다.사람의 무리를 뚫고 홍인경과 손장건이 걸음을 맞춰 다가오고 있었다.한 사람은 경기도의 왕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손씨 가문의 회장님이다.두 사람이 같이 발을 맞추어 걸어온다는 것은 분명 경기도의 땅과 하늘이 뒤바뀌고 낮과 밤이 뒤바뀔 것을 암시하고 있다.그들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 2~3분 남짓한 시간에 바로 호수가 별장에 이르렀다.경찰서 사람들도 이쪽의 움직임을 느꼈으나 임성휘는 여운기에게 보고를 올린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별장의 대문이 갑자기 열렸다.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걸어 나오고 있었고 오정범이 옆을 따르고 있었다.“가주! 대부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손지강은 상황을 알아채고 바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마치 목숨을 구해줄 생명줄이라도 잡은 듯했다. 비록 손발이 모두 다 나갔지만 여전히 바닥을 기어다닐 수 있었다.“시끄러워!”오정범은 발로 손지강의 얼굴을 향해 차버렸고 손지강은 그 자리에서 몇 번 뒹굴더니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사람 무리속에서 이 모습을 본 손장건은 눈살을 찌푸리고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손지강 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선이 김예훈에게로 떨어졌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김예훈, 김세자!”홍인경은 평소 눈빛이 차가웠지만 손지강을 바라볼 때는 총애의 눈빛으로 가득 찼다.그는 평생 아들 없이 살다가 늙어서야 양아들을 두게 되어 줄곧 후계인으로 양성해 왔다. 그러나 김예훈이 이토록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니...홍인경은 살인의 충동을 억누르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김세자, 사람이 한 발짝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네. 무슨 일이든 극단적으로 끝을 보려고 하지 마. 지금 보니 나랑 끝장을 내보려고 하는구나!”김세자는 경기도 일인자로 불리고 있다.홍인경과 손
툭.바닥에 떨어진 수류탄은 폭발하지 않고 계속 돌고 있었다.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어? 폭발하지 않는데?”“죄송해요. 불이 꺼졌네요?”김예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맹승현의 몸에서 다른 수류탄을 꺼내 또다시 안전핀을 뽑았다.“풀어줄게! 내가 사람을 풀어주겠다고!”맹승현이 반응할 틈도 없이 남윤지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방금 죽을 고비를 넘긴 남윤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죽고싶지 않았다.탄탄대로인데 절대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표정이 일그러진 맹승현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다 자기 몸에서 나는 지린내를 맡았다.이순간 그는 땅에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맹승현은 살면서 이렇게 두려워하는 순간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남윤지의 전화 한 통에 몇몇 보디가드들이 강서연을 데려왔다.그녀는 얼굴이 조금 창백했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은 것 같았다.결국 서로 다 아는 사이이기에 남윤지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동하임과 추하린이 달려와서 강서연을 뒤로 보호하는 사이, 이상한 눈빛이 김예훈을 향했다.“오늘은 내가 졌어.”전세 역전에 지린내가 진동하는 맹승현은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나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무릎은 꿇을 수 있지만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이 순간까지도 맹승현은 김예훈을 도발하고 있었다.강서연은 맹승현이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순간 본능적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이제 그만 해요...”다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 김예훈을 바라보며 자비를 베풀었으면 했다.김예훈 도련님이라는 호칭에 남윤지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그녀는 온몸을 떨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너였어? 맹승현 도련님의 무릎을 꿇게 하는 순간 맹씨 가문, 남씨 가문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가 사람을 놓아주라면 놓아주고, 무릎 꿇으라면 꿇고, 사과하라면 사과해야 하는 거야.”퍽!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맹승현을 발로
맹승현은 계속해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김예훈을 마주한 순간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그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말했다.“이 자식이. 너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아?”“무섭지. 죽는 게 왜 두렵지 않겠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무것도 아니라 괜찮지만 너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자 흑아프리카에서 천하무적이라 앞날이 창창하잖아. 우리 둘이 함께 죽으면 과연 누가 손해일까? 나는 이대로 잊히겠지만 맹승현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체면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죽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라고 기억되지 않을까?”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임수민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미친 자는 한 명으로도 족한데 두명이 함께 모이니 정말 무서웠다.이들은 두려워서 곧 오줌을 지릴 것만 같았다.맹승현은 김예훈한테서 어떤 두려움이라도 찾아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미 생사에 익숙한 듯 무덤덤하기만 했다.맹승현은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기백을 가졌는지 궁금했다.‘설마 전쟁터에 나가본 적 있는 걸까? 아니면 시체 더미에서 살아남은 걸까? 일반인은 절대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이런 생각에 맹승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네가 대단한 사람인 건 인정해. 내가 졌어. 사과할게.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모두에게 한마디 사과할게.”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맹승현 도련님,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 아니지. 무릎 꿇고 사과하고 강서연 씨를 풀어줘. 셋 중에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야 할 거야. 아니면 다 함께 죽는 거야.”맹승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그래도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서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추문성에게 사과할게. 그런데 강서연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윤지 씨와의 원한을 내가 무슨 수로 간섭해. 그리고 내가 정말 너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까짓거 총 쏘라고 명령을 내리면 누가 먼저 죽을지 해보자고.”맹승현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총알을 장
이 순간 맹승현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눈앞의 이 장면은 그에게 진정한 치욕이었다.흑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면서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날 이렇게 짓밟힐 줄 몰랐다.게다가 김예훈은 그보다 더 잔인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류탄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맹승현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죽음으로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 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놈때문에 마음속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과거에 거만하고 미친 짓을 했던 것은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것이다.자신도 누군가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먹게 된다.맹승현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져 사람 전체가 우울해 보였다.“대단한데? 추씨 가문의 부하인 거야? 이름 대볼래? 내일이면 어떻게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리고 조상님들의 무덤을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지 두고봐.”맹승현은 분명 동반자살을 하지 못할 거면서 음흉한 표정으로 협박하고 있었다.쨕!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같이 죽든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가.”김예훈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쟁터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머리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애송이를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맹승현은 평생 받아보지 못한 치욕감에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악!”아름다운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청백해지고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이들은 맹승현이 한 번의 충동으로 수류탄을 놓아버리면 한창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까 봐 두려웠다.남윤지 역시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는지 표정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자기가 맹승현을 불러와 놓고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현장을 떠나고 싶었지만 용전 사람들이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모든 입구를 막고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 순간, 남윤지는
“둘째, 죽고싶지 않으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스스로 자기 뺨을 열대 때리세요. 사과하라는 대로 하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끝까지 함께해 드릴게요. 어때요?”김예훈은 무심한 말투로 맹승현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맹승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순간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넌 도대체 누구야?”그는 김예훈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자기 손을 단단히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안전장치를 뺀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가 함께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제가 누군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할 거냐예요.”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끝에 힘을 주었다.“선택 못 하겠다면 제가 도와줄까요?”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맹승현은 손의 힘이 점점 약해져 수류탄이 당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이런 미친놈!”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하던 맹승현은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어서 도저히 물러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매우 보기 흉했다.소파 뒤에서 머리를 내민 남윤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거만하던 얼굴에는 온통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순간 남윤지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두려움만 가득했다. 맹승현의 손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수류탄이 바로 폭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반신불수가 될수 있었다.“자! 그냥 같이 죽죠?”김예훈이 손에 힘을 더하는 순간 맹승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수류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왜요? 못하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거 아니었어요? 수류탄으로 협박하지 않았어요?”맹승현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