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존 사위: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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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김예훈은 손목에 찬 앤티크 롤렉스 시계를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건 좀... 약속 시간이 다 돼서 전남산 어르신을 얼른 약속 장소로 모셔다드려야 해.”사실 이건 김예훈의 핑계다.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백운 별장 공사장에 온 것만으로도 미안해 죽겠는데, 임씨 가문까지 찾아가라니?사실 김예훈에게 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다.정민아만 아니었다면 임씨 가문을 상대할 일조차 없었을 테니까.결국 김예훈은 전남산을 모시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왔다.안 그래도 활동적인 그는 김예훈이 당도 부대 본부에 거처를 마련하자마자 냉큼 성남대병원에 가 본업에 복귀했는데, 전문의도 아닌 일반의로 단돈 2000원에 예약 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이 소식이 퍼지는 순간 성남시 전체가 들썩였다.그동안 난치병에 고생하던 사람들이 진찰을 받으려고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반면, 임씨 가문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차갑게 식어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전남산과 김예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약 1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정민아의 전화가 걸려왔다.“외할머니, 제가 김예훈한테 얘기했는데 시간이 없다면서 얼른 전남산 어르신을 약속 장소에 모셔다드려야 한다고 가버렸어요.”“뭐라고?!”임옥희가 식탁을 내리쳤다.“내가 이미 다른 가문의 회장님을 모셔와 식사 자리까지 마련했는데, 이제 와서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어르신을 모시고 갔다고 말하면 어떡해? 그전에는 무슨 수로 공사장에 데려갔는데?”정민아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외할머니도 아시다시피 카풀이 시간제한이 있잖아요. 만약 4시간 안에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지 못하면 비용이 차감돼요. 김예훈이 수입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얼른 데려다줘야 한다고 했단 말이에요.”임옥희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작 이런 이유로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갔단 말인가?임옥희가 전화를 끊자 나성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임씨 가문의 지위도 우리가 상상했던 만큼 대단하지는 않네요.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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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저녁이 되자 김예훈은 전남산과 식사하려고 성남대병원을 찾았다.전남산은 딱히 취미가 없긴 하지만, 그나마 노포를 찾아다니면서 현지 음식을 즐기는 걸 좋아했다.밤이 되자 김예훈은 일부러 허름한 봉고차를 다시 끌고 와서 전남산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전남산은 모처럼 여유를 즐기며 말했다.“총사령관님, 오늘 밤 코 삐뚤어지게 마셔봅시다.”김예훈도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서 생사를 함께 하며 각별한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이 술 몇 잔 마시는 게 뭔 대수랴!오늘이 아니면 김예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입에 대지도 않을 테니까....한편, 프리미엄 가든.정소현을 포함한 정민아 가족이 모두 집에 있었다.이때, 갑자기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이 몰려와 갖은 연장을 들고 문을 부수는 바람에 문이 산산조각이 났다.곧이어 일당은 하나같이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그들은 누가 봐도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집에 들어선 불청객들은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이 주변을 살피다가 정민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당신들 누구야! 왜 갑자기 남의 집 문을 부수고 난리야? 이게 얼마인지 알아? 배상할 능력은 되고?”마침 팩하고 있던 임은숙이 일어나서 버럭 화를 냈다.“짝!”맨 앞에 선 남자가 임은숙의 뺨을 세게 내리치자 마스크팩이 저 멀리 떨어져 나갔고, 임은숙은 이내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감히 집까지 찾아와서 손찌검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다.반면, 정민아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임은숙의 앞에 막아섰다.“당신들 누군데? 무단으로 주거 침입하면 불법인 거 몰라? 게다가 손찌검까지 해? 경찰에 신고 할 거야!”앞장선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정민아 양 맞죠? 딱히 폐를 끼칠 생각은 없지만, 경찰에 신고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어차피 서로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데 무슨 의미가 있어요?”그는 마치 정민아를 노리고 온 듯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뭐?”정민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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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퍽!”누군가 정군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그는 고통에 못 이겨 땅바닥에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임은숙은 그들을 말리려 하다가 결국 싸대기를 몇 대나 더 얻어맞았다.정민아는 이내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린 프리미엄 가든 경비원들이 막아서려고 하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십여 분이 지나서 김예훈의 동창이자 프리미엄 가든 영업부장인 유미니도 소식을 접했다.그녀는 아연실색하며 곧바로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예훈, 큰일 났어! 정체불명의 무리가 와서 너희 장인 장모님한테 손찌검하더니 네 와이프까지 끌고 갔어!”“뭐라고?”전남산과 밥을 먹던 김예훈이 벌떡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자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정민아를 납치할 줄이야!김예훈은 곧바로 양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양정국 씨, 일 처리가 이래서 되겠어요? 성남시 치안이 정말 개판이네요. 10분 줄 테니까 만약 우리 와이프가 어디 있는지 못 알아낸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부터 하세요!”성남시 교외, 진주와 인접한 해안가.골드코스트라고 불리는 이곳은 진주의 빅토리아 항구가 한눈에 보였다.곳곳에는 대저택과 별장으로 가득했는데, 워낙 땅값이 비싼 곳이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분과 자산을 나타낸다. 물론 일반인은 이곳에 얼씬거릴 자격조차 없다.한편, 검은 슈트 차림의 경호원 수백 명이 도처에 널린 9호 저택에는 삼엄한 경비 때문에 벌레 한 마리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그리고 저택 정중앙 연못 위에 세워진 정자에 두 남녀의 모습이 보였는데, 겨우 스무 살 남짓한 남자는 표정이 거만스럽기 짝이 없었다.그가 바로 견청오이며, 여자는 다름 아닌 정가을이다.정가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과일 껍질을 까서 정성껏 준비한 과일을 견청오의 입에 넣어주었다.견청오는 그녀의 몸을 쓰다듬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듯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한두 명과 놀아본 정가을이 아닌지라 고작 그런 몸뚱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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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정지용이 히죽 웃었다.“도련님, 물론 정민아의 신분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도련님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일 뿐, 거론할 가치조차 없죠.”견청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런데?”“그래서 제가 알아서 사람을 보내 정민아를 납치했죠.”정지용이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정가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청오 도련님, 정민아보다 오만한 여자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허세는 어찌 부리는지, 얼굴만 믿고 엄청 새침하게 군다니까요? 알고 보면 그냥 걸레 같은 년인데!”견청오는 정가을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놀 거 다 놀고 할 거 다 한 화냥년이 어디서 남을 무시하고 난리야?”곧이어 견청오는 일어나서 주변을 서성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이전에 이런 짓을 벌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 하지만 오늘부터 그녀의 위상은 많이 달려졌어. 우린 어디까지나 외지에서 온 사람에 불과한데, 성남시에서 괜히 소란을 피워봤자 악영향만 끼칠 거야.”“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툭 까놓고 말하면 정 씨 일가는 고작 부산 견씨 가문의 하인에 불과하죠. 도련님이 무엇을 하시든 어디까지나 하인을 혼낸다고만 생각하지, 감히 도련님 앞에서 왈가불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 게다가 도련님의 시중을 든다는 자체가 정민아에게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축복이지 않겠어요? 우리 가을이는 그런 기회조차 얻기 힘들잖아요.”정지용은 히죽 웃으면서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말을 듣는 순간 견청오도 미소를 지었다. 이내 앞으로 다가가 정지용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네가 언급한 덕분에 생각났네. 정 씨 일가라 해봤자 그냥 우리 가문 하인에 불과한데, 누가 감히 우리 집안일에 참견할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야.”곧이어 정민아는 건장한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정지용, 정가을! 너희였어?”두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 정민아는 정지용과 정가을이 옆에서 부추긴 탓에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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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짝!”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싸대기를 날리더니 바락바락 외쳤다.“이 망나니! 변태야!”뺨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곳은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다.“감히 나한테 손찌검을 해?”견청오는 볼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우리 아빠도 나한테 손 댄 적이 없는데 네가 뭐라고 감히 날 때려?”말이 끝나기 무섭게 견청오는 정민아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이내 정민아는 저 멀리 떨어져 나가 벽에 쿵 하고 부딪혔다.견청오는 잽싸게 따라가서 있는 힘껏 싸대기를 날렸고, 정민아의 한쪽 볼이 벌겋게 부어오르더니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정민아는 굴복하기는커녕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고집스러운 얼굴로 견청오를 노려보았다.“뭘 봐? 이제부터 아예 못 보게 해줄까?”견청오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당장이라도 손을 쓰려고 했다.이때, 정지용이 서둘러 다가와 그를 말렸다.“도련님, 진정하세요. 지금 망가뜨리면 오늘 저녁은 뭐 갖고 노시게요. 충분히 즐기고 나서 혼내도 되니까 일단은 좀 참으세요.”정지용의 말을 듣자 견청오는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다.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다시 정민아를 발로 걷어차고는 의자에 털썩 앉아 씩씩거리며 말했다.“끌고 가서 꼼꼼히 확인해. 괜히 내 몸이나 더럽히지 말고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그냥 죽여버려!”“네!”정지용은 굽신거리며 대답하더니 정민아에게 다가가 피식 비웃었다.“누나도 청오 도련님의 말 들었죠? 누나 남편이 아직 누나를 건드리지 않을 만큼 멍청해야 할 텐데, 아니면 청오 도련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잖아요.”정지용은 마치 견청오를 모시는 자체가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정지용, 넌 나중에 이 죄를 꼭 갚을 거야!”“죄요?”정지용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정민아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첫째, 누나가 진짜 경험이 없어서 견청오를 즐겁게만 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심지어 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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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날 가만두지 않겠다고? 너랑 놀고 나서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궁금한데?”견청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 제멋대로 살아온 그는 부산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했다.정민아의 까칠한 태도는 오히려 그를 야생마처럼 만들어 그녀를 정복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정민아는 심호흡하면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봐, 그쪽이 정지용과 정가을의 부추김에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좋은 말할 때 얼른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진짜 큰일 날 테니까! 그때 가서 일이 커져도 난 지켜볼 수밖에 없어.”정민아가 언급한 사람은 사실 김세자였다. 어찌 됐든 이 상황에서 그녀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세자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문제는 김세자가 마음먹는 이상 그 후폭풍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하하하! 지용아, 너희 집안에 이런 사람도 있었어? 나한테 협박까지 하다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야.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놈이 대체 누군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걸?”견청오는 순간 구미가 확 당겼다.아까만 해도 단지 정민아의 몸에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이제 그는 정민아를 정복하고 싶었다. 육체는 물론 마음마저 짓밟아서 모든 신념을 산산조각 내버릴 작정이다.이게 바로 견청오의 스타일이다!부산 견씨 가문은 그야말로 오만하고 난폭했다.심지어 부산이 아닌 곳이라도 견청오는 거리낌이 없었다.비록 성남시에도 제일의 명문가가 있지만, 부산 견씨 가문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정민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다행히 견청오가 당장 그녀에게 손을 댈 것 같지 않은 느낌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어디 한번 두고 볼까. 딱 한 시간 기다려줄 테니까 날 실망하게 하지 마.”견청오는 도로 의자에 앉더니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대체 얼마 만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인가! 실로 드문 기회였다.한편, 성남시 상류층은 발칵 뒤집혔다.정민아는 전남산 덕분에 이미 성남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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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약 30분 뒤 성남시 여러 가문과 세력은 조사를 통해 정민아가 골드코스트 9호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리고 정민아를 납치한 사람이 바로 부산 견씨 가문일 가능성이 커졌다.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부산 견씨 가문은 일반인이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하지만 여기가 부산이 아닌 성남시라서 천만다행이다. 비록 고민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임씨 가문.임무경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도 골드코스트로 가자. 이번에는 누워서 떡 먹기가 따로 없는 상황이야. 정민아의 목숨을 구한 대가로 백운 그룹을 우리한테 내놓으라고 할 테니까.”곧이어 임씨 가문 일행이 탑승한 차량이 골드코스트 9호 저택 앞에 멈춰 섰다.이때, 다른 방향에서도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그들은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 나씨 가문의 회장 나성군, 윤 씨 가문의 회장 윤해진 등이다.다들 백운 별장 소유권에 큰 관심을 가졌기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칠 리가 없었다.“어쨌거나 민아는 우리 임씨 가문의 외손녀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가 나서는 게 맞는 것 같아요.”임무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멈칫했다.비록 거슬리긴 했지만 문제는 사실이라는 점이다.게다가 임무경의 지위 때문에 다들 차마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는 못했다.이때, 임무경이 손짓하자 임영운이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성남시 임씨 가문 임무경이 견청오 도련님을 뵙기 위해 찾아왔다고 전해주세요.”임영운이 말했다.9호 저택에서 경비를 서던 경호원들이 이 말을 듣자 하나같이 숨을 들이켰다.예전에는 임무경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일지 몰라도 성남시에 도착한 이후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그는 경기도 삼인자로서 실권을 거머쥔 거물급 인사이다.견청오 도련님이 부산에서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해도 성남시 고위급 인사 앞에서는 예의를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어찌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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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임영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정지용을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곧이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당신 정 씨 일가 정지용 아니야? 대체 언제부터 남의 하인 노릇 하기 시작했지?”정지용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영운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임무경이 손을 휘휘 저었다.“정지용, 내가 누군지 알지? 견청오 도련님한테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찾아왔다고 전해.”정지용이 쌀쌀맞게 말했다.“도련님께서 괜히 부산 견씨 가문을 잘못 건드렸다가 지금 그나마 있는 명성마저 잃으면 어떡하냐고 하던데요? 임씨 가문은 당신의 그 명성 덕분에 고작 이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으로 급부상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임씨 가문이 무슨 신세로 전락할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정지용의 말을 듣자 임무경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나 정지용이 헛소리를 한 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부산 견씨 가문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매장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임무경이 오랜 세월 동안 관직에 몸담으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뒷심이 든든해서가 아니라 치고 빠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이에 임무경이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견청오 도련님이 오늘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말을 마친 그는 임영운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장우 일행은 눈앞의 광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지용의 태도에서 견청오가 오늘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다시 말해서 고작 정민아 때문에 견청오를 건드리기에는 아무리 봐도 밑지는 장사였다.다들 운에 맡겨볼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한편, 양정국도 다른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파악하고 곧장 김예훈에게 보고하러 갔다.“부산 견씨 가문? 그렇게 대단한가요?”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렸다.“물론이죠. 부산 견씨 가문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9위로 유명해요. 10위가 바로 서울 하씨 가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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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김예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저한테 가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그럴 리가! 하지만 경기도 국방부 장관의 교대의식이 코앞인 지라 성남시를 주목하는 국내외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특히 예훈 씨의 정체가 공개된다면 앞으로 아내 분한테 피해 줄 가능성이 더 크죠. 그때 가면 부산 견씨 가문은 둘째 치고 해외 세력까지 개입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따라서 오늘은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최대한 소리소문없이 좋게좋게 해결해요.”김예훈이 물었다.“어르신의 말씀은...”“홍인경이라는고 경기도 조직의 보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예전에는 부산 견씨 가문의 하인이었죠. 홍인경을 보내서 아내 분을 풀어주되 직접 찾아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건 어때요?”전남산이 말했다.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알겠어요. 오늘 어르신의 충고를 들어서라도 참을게요. 견청오가 민아의 털끝이라도 건드리지 않고 직접 데리고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할게요. 아니면 부산 견씨 가문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내뱉었다.옆에 있던 양정국은 이 말을 듣자 흠칫 떨었다.이렇게 간이 큰 사람은 처음이다. 10대 제일의 명문가에 속하는 부산 견씨 가문한테 전혀 겁을 먹지 않다니?남의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줄이야!반면, 전남산은 한숨을 푹 쉬었다. 당시 김예훈이 은퇴를 선언하고 총사령관직에서 사임한 이유가 사실 국가를 위해서였다.왜냐하면 그가 총사령관직을 계속 이어간다면 언젠간 장관으로 임명받아 이인자 자리까지 갈 게 뻔했다.이는 국내 정세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국가의 안정을 위해 과감히 은퇴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10대 제일의 명문가 사람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김예훈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면 향후 국가의 미래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컸다.김예훈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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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뜻밖의 상황에 견청오는 깜짝 놀랐다.“홍인경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홍인경은 무릎을 꿇고 있으면서도 다리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정민아를 애써 외면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청오 도련님, 오늘 부탁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어요.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꼭 들어주길 바랍니다.”“무슨 일인데요? 최선을 다할게요.”견청오는 홍인경이 아직 경기도 조직의 보스인 줄 알고 선심 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한편, 정지용과 정가을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홍인경을 바라보았다.조직을 주름잡는 전설 속 거물이 이토록 겁먹은 모습이라니?홍인경은 목소리마저 덜덜 떨렸다.“청오 도련님에게 말 좀 전해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당장 정민아를 돌려보내고 자기한테 찾아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민아 부모님한테 손찌검한 놈을 찾아내서 손모가지를 부러뜨리라고 했어요.”“네? 어떤 자식이 감히 이토록 건방지게 굴죠? 우리가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인 거 모른대요?”정지용이 펄쩍 뛰었다.정가을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 우리 청오 도련님이 예의를 차려줬더니 아무 소리나 지껄여도 되는 줄 알아요? 고작 조직 폭력배 주제에 이런 말을 내뱉는 자체가 하극상인 거 몰라요?”견청오는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홍인경 씨, 그분은 뭐 하는 사람인데요?”홍인경은 아연실색하더니 아무 말도 못 하고 연신 고개만 저었다.이때, 구석에 있던 정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김세자가 나선 것이다.부산 견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경기도 안에서 누가 감히 김세자의 상대가 되겠냐는 말이다.이때 정민아의 기분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김세자가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그런데도 몇 번이고 그녀를 도와줬으니 이 신세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몰랐다.물론 이는 정군과 임은숙한테 비밀로 해야 했다.안 그래도 부귀영화만 따지는 사람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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